우리가 두고 온 100가지 유실물 - 아날로그 시대의 일상과 낭만
패멀라 폴 지음, 이다혜 옮김 / 생각의힘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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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짧은 미적감각 기준 절대 읽어보고 싶지 않은 디자인의 표지. 하지만 유난스레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나는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라 집에 사용하지 않지만 갖고 있는 물건들이 많다. 오래된 휴대폰들(스마트폰이전의 터치폰, 슬라이드폰, 폴더폰들도), 그 당시엔 나름 세련된 방법이라며 사진관에서 증명사진을 담아 준 플로피디스크, 사용한지 거의 20년이 된 만년필, 어릴적 나의 영상이 담겨있을 녹화 비디오테이프, 플레이어도 없지만 여전히 갖고 있는 카세트테이프, 필름카메라, mp3플레이어,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더 많이 갖고있을테지. 이런 마음을 가지고 이 책을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열정적으로 공감하며 세상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려나. 이런저런 마음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내가 스마트폰을 사용한건 스물 네 살 쯤. 대학생도 아니었고 대학원생. 그래서인지 어린 시절의 기억이 많이 없는 편임에도 스마트폰 이전 시대의 기억이 생생하다. 마음이 쓰이는 크고 작은 일들이 가득했을 사춘기였으니 더 기억에 남는지도. 책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인터넷이전의 유물들에 대한 언급도 나오고, 내가 겪어보지 못한 미국의 문화도 많이 나오지만, 충분히 공감하며 되돌아보고 깊이 생각하고, 앞으로 인터넷의 세상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여러 가지의 소재들이 모두 마음에 들어오기도 하고, 미처 알지 못해서 새로이 배우기도 했지만, 다 읽고 나서 다시 독서노트를 들여다보며 생각해 보아도, 제일 마음에 와 닿은 소재는 첫 번째 소재 [지루함]이다.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 흔히들 말하는 멍때리기도 잘하고 혼자서도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어렵지 않은 사람이었다. 지루하면 지루한대로, 책을 읽기도 하고 노래를 듣기도하고 사람들을 관찰하기도 하고, 지루한 시간, 기다림의 시간을 잘 보내왔었는데 지금은 조금 어렵다. 1분의 여유에도 스마트폰을 내려다본다. 책을 다시 읽고자 결심하고 한 달에 열권이상 책을 읽고 있어도 짧은 여유의 시간에는 스마트폰을 보게 된다. 지루할 틈이 없는 시간을 보내다보니 지루함을 보내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약간의 지루함은 결국 사람을 덜 지루하게 만들게 되었다라는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지루함이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하게 하였었다고. 나의 지루함도 그랬던 것 같다. 그 시절 더 많은 글을 쓰고 더 많이 반짝거렸던 것 같다.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하며 스마트폰 사용량이 거의 절반으로 줄었고, 나는 더 이상 쉽게 짜증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스마트폰을 자꾸 들여다보는 것은 악순환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책을 읽는 세대가 잃어버린 것들도 많지만, ‘우리의 자녀세대가 잃어버린, 아니 아예 처음부터 배우지 못한것들도 많이 언급된다. ‘아이들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라는 문장들이 마음이 아팠다. 이전시대의 문화 중 배울 것들도 많고, 사람이라면 응당 가져야 하는 것들도 많다. 나의 아이가 배우지 못할 것들을 더 신경써서 알려줘야겠다. 몇가지를 남겨 기록해 본다.

 

- 긍정적인 무관심 : 아이들을 일거수일투족 간섭하지 않으며 부모의 관심에서 아이들에게 여유를 주었던 시절. 하교길의 짧은 시간, 부모님의 싫어하는 친구와 걷거나, 군것질을 하며 사소한 일탈로 해소되던 아이들의 감정은 이제 인터넷으로 숨어든다고 한다.

- 학교도서관 : 미국에서는 학교도서관이 사라지고 있고, 사서 또한 없는 도서관도 존재한다고 한다. ‘구글은 당신에게 10만개의 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사서는 올바른 하나의 답을 가져다준다.’라는 문장이 인상 깊었다.

- 공손한 질문 : 스마트 기기에 명령하고, 코딩을 배우는 어린이에게 공손한 질문은 결코 필요하지 않아졌다고. 어른이 대화를 끝낸 뒤 자기의견을 말하거나 상대가 요구하지 않는 한 요청을 반복하지 않고 기다려보는 것, 등을 배우지 못한다고 한다.

- 손글씨 : 사람들은 여전히 화면을 터치할 때 보다 종이에 대고 쓸 때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만 손글씨를 거의 쓰지 않게 되었다.

- 보지않고 타자치기 :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보지 않고 타자를 치고 있는데, 엄지손가락만 있으면 글을 쓸 수 있는 요즘 어린이들에게는 불필요한 방법이라고. 자전거처럼 한번 배우게 되면 인지적 자동화가 가능한 기술이며, 보지 않고 글을 씀으로서 아이디어와 문장구조와 언어와 리듬과 흐름에 대해 생각 할 여유가 생기며 글을 더 빨리 쓰고 더 잘 쓸 수 있다고.

  보지 않고 타자치기를 정말 구시대 유물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자판을 보며 입력해야하는 독수리타법보다 글을 쓰며 생각 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고 하니 꼭 배우도록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기억 속 추억보다 더 이전시대의 이야기도 있고, 우리나라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미국만의 문화도 있다. 하지만 잃어버렸던 추억, 그리운 추억들을 되새기기 좋았다.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변화도 있었고, 두루뭉술하게 이유를 모른 채 불편한 마음이 들던 것들도 가득했다. 나는 워낙 추억을 버리지 못하는 성향이라 더 기억을 상기시켜주는 책속여행이 좋았는지 모르겠다. 쿨하게 지난일은 잊어버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종이책 읽기나 손글씨 쓰기라던가, 가까운 지인의 생일은 스스로 기억하고 축하한다던가, 부모님의 전화번호는 외워둘 수 있게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옛 문화를 꼭 사용하여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게 무조건 좋았다는 이야기도 아니지만, 가끔은 몇몇 현재에 익숙한 것 들 사이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필요한 것들은 배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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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삶인
성낙헌 지음 / 포레스트 웨일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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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삶인]이라는 중의적 제목부터 띠지의 설명, 검붉은색 표지까지 첫인상이 무척 강렬했던 책이다.
무척 어둡거나 혹은 난해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사고방식을 가진 사이코패스들의 이야기라거나 해서 무척 어렵게 읽어질까봐 걱정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결국 세명의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딘가 결여되어서인지 주변 환경에 의한 포기 인지, 닥쳐 온 문제 앞에 '죽이자'는 결론에 살인을 저지르지만 어린시절부터 세세하게 묘사된 주인공들의 삶은 그들이 살아온 과거부터 내가 같이 지내온듯 느껴져서 결국 그들이 '사람'으로 보이게 했다.
읽는 내내 스토리의 긴장감과 속도감이 떨어지지 않아서 금방 몇 페이지 남지않은 결말에 가까워져있었다. 결말앞에 적당히 으스스해지는게 여름맞이 소설로 딱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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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ㅊㅊ 3 별ㅊㅊ 3
별ㅊㅊ 지음 / 이분의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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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ㅊㅊ작가님의 별ㅊㅊ3은 하루하루를 살아간 일기를 엿본 느낌이었다.
일상과 여행과 사진과 언어유희 등등....
시집안에 여러 사진이 있었다는걸 뒤늦게 깨달을만큼 글과 잘 어우러지는 사진들, 캘리그라피 하듯 문단의 모양을 독특하게 배치하기도하고, 시라는 매체를 통해 종이위에 표현될 수 있는 여러 아름다음을 담고있다.
.
어떤 비유인지 어떤 의미인지 모두 다 이해하지 못했지만, 어떤 이야기일지 짐작가고 내 마음이 동요하는 페이지가 있어서 만년필 잉크를 고심해서 고르고 종이에 고이 필사 했다. 아마도 시와 내 마음이 닮은 구석이 있어서였겠지. 오늘과는 또 다른 마음이 될 내일 읽으면 또 다른 페이지를 기록하게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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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소설Y
조은오 지음 / 창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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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같은 순수함이 가득한 새로운 관계의 시작]
주인공 ‘07’은 어린아이가 세상을 배우듯 눈을 감고 혼자만 살아가던 세상에서 벗어나, 눈을 뜨고 타인과의 관계를 시작해 나간다. 그 새로움에 대한 07의 감상이 무척 아름다웠다. 참으로 맑고 깨끗해서 그 순수함을 배우고 싶어졌을 만큼. 작가님만의 감성적이고 동화 같은 비유표현들이 그러한 07의 마음과 잘 어울렸다. 
  사람이란 모두가 같을 수 없고 모두가 같은 마음일 수도 없다. 각자의 사정이 관계에 스며들고 그 사정으로 인한 비밀에 오해가 생기기도하고, 미처 속내를 제대로 알지 못한 행동을 보고 오히려 일방적인 신뢰를 갖기도 한다. 서로가 많이 닮아 가까워진 관계도 결국 개개인의 차이가 있다. 그 개인이 개인을 만나 우리가 되는 관계를 맺을 때 생겨나는 일들이 어린아이의 첫걸음처럼 순수하고 세세하게 묘사되어있다.
  일일이 하나씩 따로 떼어 생각해보지 못하고 그저 하나의 흐름으로 자연스러웠던 나의 마음을 감성적인 문장으로 세세하게 읽어나가는 느낌이었다. 고갯짓, 입모양, 숨 쉬는 느낌 등등, 주인공의 행동과 기분을 세세하게 묘사한 부분을 실제로 따라 해보기도 했는데 그러면 흐뭇한 미소가 났다. 하나하나 인지하지 못하고 두루뭉술하게만 알고 있던 감정의 몸짓들을 새삼스럽게 느껴가며 나도 이제 막 인사하는 걸 배우는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읽는 내내 주인공들을 잔뜩 응원하게 되는걸 보니 늘 관계가 어려웠던 내향인인 나 라던가, 이제 관계를 배워나가는 만 다섯 살의 아들을 투영해서 보았던 것 같기도 하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 나의 시작도 응원해 주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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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의 시선 (반양장) - 제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25
김민서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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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방의 눈을 볼 수 없어 신발로만 사람을 기억해 온 15살 안율. 자신은 북극성에서 왔다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걸 좋아하는 이도해를 만나 스스로가 가진 아픔을 벗어날 수 있는 용기를 얻어가고 변화해 가려하는데...

 율의 시선을 따라 이야기를 읽어가다 보면, 열다섯, 각기 다른 마음의 상처를 가진 청소년들에게도 그 시기의 상처를 다 벗어내지 못한 어른들에게도 성장하고 변화한 율의 마음이 큰 위로가 될 것 같다. 율의 변화는 급격하게 찾아오지 않고 율 스스로도 언제 변했는지 모르는 사이 앞을, 사람의 눈을 바라볼 수 있는 시선 끝에 세상이 있었다. 현실과 닮았다. 아주 가끔 엄청난 계기로 완벽하고 갑작스럽게 변화하고 성장할 수 도 있지만 인생 대부분의 성장과 변화는 한걸음 나아갔다 다시 뒤돌아 숨어버리기도 하고 금방 후회할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고, 그럼에도 다시 결심하고 나아가며 천천히 변화하기 마련이다. 잠깐의 뒷걸음질에 스스로 주눅 들고 포기하지 않도록 아이들의 마음을 다독여 줄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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