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같은 순수함이 가득한 새로운 관계의 시작] 주인공 ‘07’은 어린아이가 세상을 배우듯 눈을 감고 혼자만 살아가던 세상에서 벗어나, 눈을 뜨고 타인과의 관계를 시작해 나간다. 그 새로움에 대한 07의 감상이 무척 아름다웠다. 참으로 맑고 깨끗해서 그 순수함을 배우고 싶어졌을 만큼. 작가님만의 감성적이고 동화 같은 비유표현들이 그러한 07의 마음과 잘 어울렸다. 사람이란 모두가 같을 수 없고 모두가 같은 마음일 수도 없다. 각자의 사정이 관계에 스며들고 그 사정으로 인한 비밀에 오해가 생기기도하고, 미처 속내를 제대로 알지 못한 행동을 보고 오히려 일방적인 신뢰를 갖기도 한다. 서로가 많이 닮아 가까워진 관계도 결국 개개인의 차이가 있다. 그 개인이 개인을 만나 우리가 되는 관계를 맺을 때 생겨나는 일들이 어린아이의 첫걸음처럼 순수하고 세세하게 묘사되어있다. 일일이 하나씩 따로 떼어 생각해보지 못하고 그저 하나의 흐름으로 자연스러웠던 나의 마음을 감성적인 문장으로 세세하게 읽어나가는 느낌이었다. 고갯짓, 입모양, 숨 쉬는 느낌 등등, 주인공의 행동과 기분을 세세하게 묘사한 부분을 실제로 따라 해보기도 했는데 그러면 흐뭇한 미소가 났다. 하나하나 인지하지 못하고 두루뭉술하게만 알고 있던 감정의 몸짓들을 새삼스럽게 느껴가며 나도 이제 막 인사하는 걸 배우는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읽는 내내 주인공들을 잔뜩 응원하게 되는걸 보니 늘 관계가 어려웠던 내향인인 나 라던가, 이제 관계를 배워나가는 만 다섯 살의 아들을 투영해서 보았던 것 같기도 하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 나의 시작도 응원해 주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