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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은 아름답다. 너도 그래 - 생명과학자 할머니가 손녀에게 쓴 편지
야나기사와 게이코 지음, 홍성민 옮김, 전국과학교사모임 감수 / 공명 / 2023년 7월
평점 :
제목이 참 아름답지 않은가? 손녀야 넌 정말 아름다운 존재야.
과학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사람이 참 겸손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적이 몇 번이고 된다. 책을 처음 읽고 싶다고 생각했던 부분도 그러했지만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만나 느끼는 감정은 따스함과 사랑일 것이다. 과학이 우주의 모든 흐름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우주의 흐름이라 인간의 감정이 들어가고 말고 할 틈이 없는 존재인데 이 책은 우주를, 생명을, 과학을 논하면서도 따스하다. 할머니가 손녀에게 애정을 담아 설명하는 글이기 때문일 것이다. 생명을 다루는데 감정이 들어가지 않느냐고? 그게 과학 서적에서 생명을 논할 때 맛볼 수 있는 매력이지 않을까 싶다.
16. 우리는 왜 죽을까? / 죽음과 노화 편을 보자.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신체에 느껴지는 노화현상에서 죽음을 연상시키고 두려움을 갖곤 한다. 그리고 비명횡사한 사람들을 보면 매우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과학에서의 노화에서 죽음으로의 연결을 딱히 특별하지 않다. 그 예로 든 꿀벌과 사마귀가 청춘일 때 즉사하는 장면을 보면 이것이 꼭 슬퍼할만한 일인가? 꿀벌은 그들의 삶을 슬퍼하는가?라는 생각으로 연결해 볼 수 있겠다. 물론 이 책을 컨셉이 손녀에게 전하는 과학 이야기인 만큼 굳이 냉혹하게 말할 필요는 없겠지만 모든 다세포 생명의 죽음이 DNA 무한 복제로 인한 오류와 상처를 버리고 더 연장된 인류 집단의 건강한 유지를 위한 자연적 장치라는 설명이 흥미롭다.
나에게 흥미로운 이 덤덤한 자연에 대한 설명이 과연 아이들에게도 흥미로울 것인가를 넘어서 아이들에게 너무 잔혹한 이야기를 하는 거 아니냐는 습관성 감정 과다이입자가 있다면 이리 말하고 싶다. 아이들도 다들 자기 흥미로운 부분만 듣기 때문에 그다지 이런 일로 충격받지 않습니다. 그들은 당장 자기 장난감을 누가 차지하고 엄마의 칭찬을 나도 받고 싶은데 에너지 쓰기 바빠서 과학적 사실에 과몰입하는 경우는 별로 없으니까요.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들인가. 잘 생각해 보자. '징그럽다'라는 생각은 아이가 스스로 만들어 낸 경우보다 주변의 반응을 보고 따라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disgust 라는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겠지만.
이 도서가 과연 초등학교 몇 학년부터에게 어울리겠느냐는 질문을 떠올려 보았는데 글쎄요다. 좋다는 과학 서적들은 나이 차이로 읽어내는 게 아니라 개인의 과학적 흥미도에 따라 다르니 책을 좋아하는 4학년 정도라면 아니 더 어린아이들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과학을 좋아하지 않는 문학 아동들이라면? 애초에 이런 책을 알 읽을 테니 비문학 도서를 잘 읽어내는 아이에게 양념을 잘 뿌려 건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