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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수업 평가 보고서<정의란 무엇인가 - 마이크 센델 교수>
20024129 김지호
정의란 무엇인가
강렬한 제목과 함께
미국을 이끌어가고 세계를 움직이는 인재들이
20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로 꼽았다는 강의 계획서의 소개를 보고 있노라면
한국에 많은 청강생이 이 강의를 듣고 싶어한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총 10장으로 이루어진 이번 강의는
시작부터 끝까지 학생들을 고민과 선택에 빠지게 만들었다.
자연재해로 인한 생필품의 가격 폭등에 대한 대처로 시작하여
정신적 외상을 당한 군인도 상이군인 훈장을 주어야 하는지
군사 작전 도중 적에게 자신들의 위치를 알려줄 가능성이 있는 민간인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대리 임신 문제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 것인지
징병제와 모병제중 어떤 것을 택해야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소수자들을 우대하는 정책(인종별, 지역적 우대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테니스를 잘 치는 사람이 좋은 구장을 뺏을 권리가 있는지
우리의 조상이 했던 과오를 우리가 사과해야 할 책임이 있는지
낙태와 줄기세포 문제를 통해 생명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지
동성간의 결혼문제를 정부에서 인정해야 하는지까지
학생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고민하고 딜레마속에 선택해야 하는 즐거운 고통을 안겨주었다.
이 수업은 위에 열거한 실제 우리의 삶속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통해
어떤 것이 옳고 그른 것인지, 이 문제들이 어떤 사고를 통해 논란이 진행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이런 생활 속 고민들을 통해
그 간 우리에게 정의란 무엇인지를 주장했던 철학들.
공리주의, 자유지상주의, 칸트의 순수이성, 존 롤스의 자유론, 아리스토텔레스의 텔로스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환기시킨다.
각각의 철학들이 생각하는 정의에 대해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생각하며 따라갈 수 있었고
각각의 수업이 끝나면 다음 수업시간까지 스스로 공부를 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각자 한 수업, 한 수업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찾고
그간 어설프게 이해했던 사상들에 대해서 반추하는 와중에
우리는 수업을 통해 정의란 무엇인가 이상의 것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수업은 편하지 않다.
자꾸 학생들을 귀찮게 한다.
이 수업은 독자에게 정의가 무엇인지 교수님의 생각을 주입시키지 않는다.
교수님은 정의가 무엇인지 함부로 단정 짓고 알려주려 하지 않는다.
마지막 강의에서 짧게 교수님이 생각하는 정의에 대하여 살짝 언급을 하지만 정의가 무엇인지 확실한 대답을 원하는 학생에게는 충분치 못한 얘기였을 것이다.
단지 우리 학생들에게 그간 정의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그들로부터 우리가 어떤 것을 생각해봐야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자극하고 유혹하고 있다.
다만 공리주의와 자유지상주의에서 시작해
칸트와 존 롤스의 자유론,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지는 흐름과
마지막으로 인간을 서사적 관점, 유기체적 관점으로 보는 과정 안에서
교수님의 사견을 조금 더 자세히 엿볼 수 있기는 하다.
그리고 그 사견이 평소의 내 생각과 어느 정도 부합하는 것 같아서
더욱 만족스런 강의였다
다만 이번 강의의 아쉬운 점은 한국말을 못하는 교수님을 대신하여 통역을 해주신 분에 대한 아주 조금의 아쉬움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수업은 그 수업의 주제에 걸맞게
단어 하나하나가 주는 의미가 상당히 미묘하다.
실제 교수님이 표현한 단어와 한글로 표현된 단어사이에서 살짝 괴리감을 보이는 단어들이 조금 있었던 듯 하다.
특히 이 수업의 주요 단어중 하나인 ‘미덕’ 이라는 단어를 교수님이 실제로는 어떤 단어를 쓰셨는지가 읽는 내내 너무도 궁금하였다. 듣는 귀가 짧은 나로서는 참 안타까운 노릇이었지만 그래도 전반적인 이해에는 무난하였다.
미덕, 영광, 선, 공동선, 등의 핵심 개념 단어들에 대해 교수님이 정확히 어떤 단어를 사용하셨는지 알려주셨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가 무엇인지는 이 수업을 듣고도 아직 모르겠다.
그러나 정의가 무엇인지를 찾아보고 고민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조금 알 것 같다.
학점을 떠나 한번쯤 수강신청해도 좋을 것 같다.
사족.
야구팬인 나로서는 6번째 강의 204분쯤에 해석된 만능 내야수라는 용어가 눈에 거슬려 참을 수 없었다.
유틸리티 내야수를 번역한 것이라면 백업 내야수라는 단어가 적절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