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인들 동문선 현대신서 170
미셸 푸코 지음, 박정자 옮김 / 동문선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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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비정상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하나의 사회는 자신의 구성원 중에서 밀쳐내고, 무시하고, 잊어버리고 싶은 부분을 가지고 있다. 어느 때는 나환자나 페스트 환자였고, 또 어느 때는 광인이나 부랑자였다. 중세는 동물 인간이었으며, 르네상스 시대는 몸이 붙은 쌍둥이 형제, 그리고 고전주의 시대는 양성성이었다. 보존하고 싶은 것과 잊어버리고 싶은 것을 분리시키는 방법이 바로 그 사회의 권력 기술이다.

따라서 누가 비정상인지를 아는 방법은 당시의 권력 집단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합리주의와 계몽주의라는 물결 속에서, 동일한 범죄에 동일한 처벌이라는 공정성이 없었던 고전주의 시대의 법에 이어, 18세기에 새롭게 등장한 형법은 사회계약론을 근저에 깔고 있었다.

사회가 형성되기 전에 사람들은 모두 자기밖에 모르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자연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각기 자기의 이해만을 내세우면 결국 자신의 이해도 지킬 수 없다는 생각 하에, 모든 사회의 구성원들이 각기 계약을 맺어 타인의 이해를 존중할 것을 약속하였다. 이것이 사회계약론의 중심사상이었다. 자연 상태를 포기하고 계약에 의해 법에 복종할 것을 약속한 것이 사회이므로, 사회와 자연은 반대 개념이다.

그런데 이런 계약에 개의치 않는 사람들이 있다. 예컨대 잡히면 사형당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사람을 죽이는 살인자가 그들이다. 결국 범죄자란, 자연 상태를 포기하고 인위적으로 구성한 사회 안에 홀연히 나타난 자연인이다. 괴물이다.

그러한 괴물들은 착란 중에 범죄를 저지르거나 아니면 어떤 이해관계에 의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다. 그러나 아무런 이유도 없고, 광기도 아닌 상태에서 일어난 범죄가 있다. 법은 이러한 이유 없는 범죄 앞에서 당혹감을 느끼고, 정신의학을 호출한다. 대표적인 사건이 코르니에의 사건이다. 이웃집 19개월 아이를 데려다 목을 잘라 죽인 이 사건은 이해 관계가 없는, 그렇다고 착란 상태에서 저질러진 것도 아니었다. 앙리에트 코르니에 사건을 통해 발생한 개념은 ‘충동’과 본능이었다. 그리고 충동의 발견, 혹은 정립으로 우리는 모두 잠재적인 범죄자이며, 동시에 비정상인의 가능성을 가지게 되었다.

이 강에서부터는 비정상(非正常, 異常)의 영역 중 성의 문제에 대해 살펴보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성에 대한 문제가, 다른 모든 비정상적 행동(혹은 질병)에 대한 뿌리이자, 근거, 원인으로 제시되기 시작한 시기는 1880~1890년으로, 프랑스의 바이야르제에 의해 정신의학이 확립되던 시기이다. 즉 비정상 영역의 탄생 시기는 분명히 성의 문제와 관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내용이 어떠하든, 나는 푸코의 글쓰기 방식이 싫다. 너무나 긴 서론과 짧은 본론밖에 없는 듯한 그의 글이 싫다. 그리고 이 끔찍한 번역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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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 다시보기
박홍규 / 필맥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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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묻고 싶다. 과연 박정희를 비롯한 독재 정치가를, 그의 말대로라면 철인통치라자로 말하면서 권력을 준 사람이 관념 속에 사는 소수의 철학자들인지, 혹은 부유한 사대부 귀족들인지, 적어도 모든 독재권력가들은 자신의 국가를 칭할 때 독재국가라고 하지 않는다는 아주 상식적인 사실을 짚지 않고 있다. 모든 독재국가들은 <민주>국가라고 칭한다. 현재 대한민국도, 과거의 대한민국도 민주주의 공화국이었다는 사실이다. 그에게 권력을 준 것은, 이명박에게 권력을 준 것은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이 땅의 주인 행세를 하는 모든 민중이다. 독재자는 선거를 통해서 권력을 잡았다. 그리고 그 선거는 결코 귀족이나 부유층이 표수를 더 갖는 금권정이 아니다. 대한민국 민주 선거 원칙의 하나인 평등선거에 의해서 모두 한 표씩을 행사했다. 저 ‘어버이회’에서도 한 표, 아마 전라도를 ‘홍어X'라고 부르는 일베의 회원들도 한 표를 행사했다. 도대체 어떻게 독재자를 철인통치자로 만든것이 철학자라고 생각하는가. 만약 철학자들이 너무 말을 잘해서 국민들이 속아넘어갔다면 그 사람은 철학자가 아니라 플라톤이 그토록 혐오하고 있는 소피스트들일 뿐이다. 그는 변증술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직 논증에서 이기는 것만 관심이 있는 웅변술을 하는 자들인 것이다.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주 뛰어난 철학자라고 알고 있었던 사람이 자신의 책에서 이런 글을 쓰다니, 과연 그가 철학 교수인지 너무도 난감하다. 그가 쓴 수많은 철학 서적, 특히 플라톤을 다루는 책은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더욱 가소로운 것은 이것이다.

“”플라톤을 몇 번 읽으려고 시도했지만 번번이 좌절한 기억만 남아있다. 어떤 감동도 받지 못했다. .... 사춘기에는 많은 이들이 그렇듯이 나도 플라톤이 등장하는 철학책을 끼고 도는 지적 사치에 젖었으리라. 그중 하나가 러셀이 쓴 <서양철학사>였다. 1958년에 번역되고 문교부에서 펴낸 상하 두 권의 방대한 그 책은 시골 중학교의 책꽂이에 오랫동안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 그 책 덕분에 나는 플라톤이 철인정치를 주장한 사람이라는 사실만은 기억 속에 분명히 담아두게 됐다.

어떤 책의 경우에도 그렇지만 원저를 읽기 전에 그것에 대한 해설서를 먼저 읽는 것은 올바른 독서방법이 아니다. 그러나 서양철학의 원저를 읽기란 지금도 그렇지만 사오십 년 전의 우리나라에서는 반드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p. 35

자신의 입으로 말한 것이다. 플라톤을 비판하는 근거가 <국가>원전이 아니라 위대한 학자인 버트런드 러셀의 <서양철학사>의 플라톤 편을 읽고 비판한다는 그 어처구니없음을 어찌 학자라는 사람의 입에서 슬픈 고백인듯 내뱉을 수 있을까? 그것은 부끄러운 고백이다. 해설서라는 것은 적어도 플라톤 <국가>편에 대한 한 권의 해설서여야 하거늘, 하물며 해설서도 <서양철학사>의 플라톤 편이다. 본문만 1038페이지에 해당하는(최신판 2009을유문화사에서 한 권으로 다시 나왔다.) 1. 고대철학 중 166~232 플라톤 편에 해당하는 부분을 읽고 말이다.

당시는 우리나라의 출판 사정이 안 좋아서 번역이 안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미 수십년 전부터 본인이 주로 보았다고 하는 박종현 선생님이 번역을 시작했고, 젊은 학자들이 모인 <정암학당>에서 고르기아스를 비롯한 거의 모든 책들이 번역되고 있는 중이다. 본인도 부끄러워하고 있는데 내가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나도 미안하겠지만 수치심을 모른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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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고 토론하는 서양 철학 이야기 1 - 고대-서양 철학의 탄생 책세상 루트 6
이강서 지음, 최남진 그림 / 책세상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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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철학책도 가끔 재미있을 수는 있다. 어려운 철학을 쉽게 풀이했을 때.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 철학이 재미있다. 그러면서 매우 깊다. 당연하다. 완벽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그 대상의 지식에 맞춰서 난이도를 마음대로 조절하면서 이야기할 수 있다. 듣는 사람과 읽는 사람은 그저 그 이야기 속에 빠져서 어느 새 무릎을 탁 치게 되는 것이다. 기초적인 희랍어에 대한 이야기부터 헬레니즘 까지, 그저 푹 빠지게 된다. 읽다보면 못생긴 소크라테스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 소크라테스님을 몹시도 존경했던 플라톤의 슬픔까지 느껴진다. 이 입담을 어떻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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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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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내가 어떤 인간인가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리하여 나는 내가 어떤 인간인가를 말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느라 호프집에서 오줌보를붙든 채 상체를 기울이는 사람이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닌 사람, 나는 내가 정말 아무것도 아닐까봐 무릎이 떨리는 사람이다. 나는 나의 첫사랑, 나는 내가 읽지 않은 필독 도서, 나는 나의 죄인적 없으나 벌이 된 사람이다. 나는 오만한 사람을 미워하지만 겸손한 사람은 의심하는 사람이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는 남들이 모르는 내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타인에 대해서는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불안한 수다쟁이, 나는 나의 이야기,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사람, 나는 나의 각주들이다.

  나는 기다리기만 하며 살고 싶지 않았던 사람, 나는 변명만 하며 살고 싶지도 않았던 사람, 나는 내가 경멸하는 사람에게 고맙다고 말했던 사람, 

  나는 아르바이트 하느라  쩔쩔매는 시간에 악기를 배워보고 싶었던 사람, 

  나는 당신의 고통을 소문 낸 사람,

  나는 어쩌면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죽였을지도 모르는 사람,

  나는 여전히 기다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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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 구운몽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
최인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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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은 대중의 밀실이며 밀실은 개인의 광장이다. 인간을 이 두 가지 공간 중 하나에 가두어버릴 때, 그는 살 수 없다. 그럴 때 광장에 폭동의 피가 흐르고 밀실에서 광란의 부르짖음이 새어나온다. 우리는 분수가 터지고 밝은 햇빛 아래 뭇 꽃들이 피고 영웅과 신들의 동상으로 치장된 광장에서 바다처럼 우람한 합창에 한몫 끼기를 원하며 그와 또같은 진실로 개인의 일기장과 저녁에 벗어놓은 채 새벽에 잊고 간 애인의 장갑이 얹힌 침대에 걸터 앉아서 광장을 잊어버릴 수 있는 시간을 원한다.

 <광장> 1961년판 서문 - 최인훈

 

  이 소설의 배경이 6.25 직후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여전히 우리에게 이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자본주의는 갈수록 밀실화되어 가면서 책에 나오는 밀실의 개념과는 또 다른 개념으로 개인주의적이고 사적인 관계로 분화된다. 사회주의 또한 훨씬 더 공개적이어서 사상까지도 까발려져 검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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