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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내가 어떤 인간인가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리하여 나는 내가 어떤 인간인가를 말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느라 호프집에서 오줌보를붙든 채 상체를 기울이는 사람이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닌 사람, 나는 내가 정말 아무것도 아닐까봐 무릎이 떨리는 사람이다. 나는 나의 첫사랑, 나는 내가 읽지 않은 필독 도서, 나는 나의 죄인적 없으나 벌이 된 사람이다. 나는 오만한 사람을 미워하지만 겸손한 사람은 의심하는 사람이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는 남들이 모르는 내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타인에 대해서는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불안한 수다쟁이, 나는 나의 이야기,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사람, 나는 나의 각주들이다.
나는 기다리기만 하며 살고 싶지 않았던 사람, 나는 변명만 하며 살고 싶지도 않았던 사람, 나는 내가 경멸하는 사람에게 고맙다고 말했던 사람,
나는 아르바이트 하느라 쩔쩔매는 시간에 악기를 배워보고 싶었던 사람,
나는 당신의 고통을 소문 낸 사람,
나는 어쩌면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죽였을지도 모르는 사람,
나는 여전히 기다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