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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전달자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0
로이스 로리 지음, 장은수 옮김 / 비룡소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플라톤은 자신의 저서 [국가]에서 현실적인 조건으로서의 국가가 아닌 순수한 이상으로서의 국가의 모습을 제안한다. 그 나라는 '각자의 성향'에 따라 직업이 분배되고 집단이 분류된다. 특히 나라를 다스리는 통치자 집단에서는 아이를 낳아도 산모가 직접 아이를 볼 수 없도록 함으로써 자신의 자식만을 사랑하지 않고 공동체의 모든 아이들을 자신의 아이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그는 이 세상이 마치 '동굴'의 벽에 보이는 그림자와 같고 진정한 철학자만이 동굴 벽에서 고개를 돌려 그림자를 만드는 실체를 볼 수 있으며 온갖 고생 끝에 동굴을 나가서 태양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의 고통과 희열을 이야기한다.
뜬금없는 플라톤의 국가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로이스 로리의 [기억 전달자]의 전체 내용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공동체에서는 산모직위를 가진 사람들이 3명의 아이를 낳고, 그들은 자신들이 낳은 아이를 볼 수 없으며, 공동체의 원로원들이 정해준 대로 결합한 성인 남녀는 각각 아들, 딸 한명 씩을 배분 받음으로써 기초 단위를 이루게 된다. 이렇게 태어난 아이들은 끊임없는 원로원들의 관찰에 의해 아이 자신들도 무심히 넘어갔을 성향을 파악하고 그 성향에 따라 12살이 되는 생일날 직위를 받게 된다. 주인공 조너스는 자신의 직위가 만약 자신과 맞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하고 걱정하지만 '아버지'는 걱정하지 말라며, 모두 자신에게 맞는 직위를 가질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이 책의 전체 내용이 플라톤이 국가에서 말하는 동굴처럼, 태양이 없기에 색깔도 없고, 찬란한 빛이 없기에 끔찍한 날씨도 없다. 불타오르는 열정에 의한 고뇌가 없는 대신에 뜨거운 사랑도 없는, 그야말로 한 없이 평온하며 효율적이고 이성적인 사회이다.
과연 이러한 사회가 좋은 것인지, 그렇다고 나쁘다고 하기에는 매우 이성적인 것인데, 그럼에도 이 마음 속 불편함의 원인은 무엇인지 생각하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