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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의 레퀴엠 ㅣ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8월
평점 :
돈 문제에는 더럽게 굴지만 변호 능력만은 월등하다. 세간에서 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를 일컫는 말이었다. 다만 어디까지나 미코시바의 과거가 드러나지 않았을 때의 말이었고, "추억의 야상곡"에서 그의 과거가 드러났다. 14살 때 "시체배달부"로 불렸던 살인자였던 것이... 그렇게 해서 미코시바의 과거 범죄 이력이 만천하에 드러난 순간, 멀쩡한 의뢰인들이 다 떨어져 나가고, 고문 계약도 해지되어 버려 낡은 사무실로 옮겨야 했다.
그래도 다행히 미코시바가 오래전부터 반사회적 세력의 의뢰가 많았기에 과거가 드러났어도 의뢰는 끊기지 않았다.
- 새삼 성가신 의뢰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껏 만난 의뢰인 가운데 비밀이 있는 의뢰인은 있었지만 무죄와 감형을 원하지 않고 제 발로 나서서 처벌을 원한다고 하는 의뢰인은 처음이었다. -
미코시바는 신문을 읽다가 사회면에 작은 기사로 나온 요양원 "백락원" 살인사건을 접하게 되었다. 거기서 미코시바는 눈을 의심하게 되었다. 미코시바가 의료 소년원에 있을 때 담당 교관이었던 그가 살인자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요양원 '백락원'에 입소자였던 이나미 다케오가 요양보호사 도치노 마모루를 살해한 것이다.
미코시바는 이나미를 변호하려고 했으나 이나미는 거절했다. 그리고 자신이 살해했다고 진술했고, 마땅히 그에 따르는 책임감으로 벌을 받고 싶어 했다. 그러나 미코시바는 그렇게 놔둘 수가 없었다. 이나미는 미코시바에게 있어서 친아버지 같은 존재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미코시바는 요양원에 방문했고, 노인들을 보면서 마치 죄수들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나같이 얼굴에 웃음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모두가 긴장한 채 얼굴이 잔뜩 굳어 있고, 식사를 즐기는 듯한 분위기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 요양원에 입소해 있는 노인들은 대부분 공통된 옷을 몸에 두르고 있었다. 바로 공포라는 이름의 옷이었다.
이나미가 죽인 도치노 마모루의 과거를 조사한 결과 그는 10년 전 "긴급 피난" 형법으로 무죄를 선고를 받은 남자였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부산과 시모노세키 사이를 운항하는 한국적 블루오션호가 전복해 사망자 251명, 실종자 57명을 낸 대형 참사가 발생했는데, 이때 참사 때 배에 함께 탄 승객이 갑판에서 일본인 사이에 일어난 다툼을 휴대 전화로 촬영했고, 거기서 남성이 여성을 구타하고 여성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앗아 간 것에 대하여 체포되었으나 "긴급 피난" 형법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던 것이다. 그 남자가 바로 도치노 마모루인 것이다.
- 일본 법률과 여론은 도대체 왜 가해자에게 무르고 피해자와 유족들에게는 엄격하지? 모두가 자신이 사건의 당사자가 되리라고는 진심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운명이 진흙투성이가 되리라고는 털끝만큼도 상상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어떤 사건이 일어나도 안전지대 안에서만 모든 사안을 떠올리는 것이다. -
읽으면서 일본 법이든 우리나라 법이든 개떡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해자를 보호하는 것 자체도 우리나라하고 같다. 가해자는 얼굴 공개하지 않고, 피해자만 얼굴 공개하고 도대체 어떻게 된 사회인지 모르겠다.
연쇄살인마 개구리 남자에서 형법 제39조를 인용한 스토리였는데, 거기서 살인을 저질렀어도 그 법으로 인해 죗값을 받지 못하는 부조리, 실망, 허탈감을 느끼게 해주었고, 또한 한번 살인자는 재발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보여주었다. 반대로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에서는 미코시바가 14살 때 살인을 저질렀어도 죗값을 받지 않고 의료 소년원에 들어갔고, 그로인해 나중에 속죄하며 살아가고 있는 스토리인데.... 작가가 얘기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답이 없다 이건가? (이나미 같은 교관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법을 이용해 무죄와 감형을 받으려고 하는 자도 있다.)
- 세상에는 사람을 죽여도 죄를 물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전쟁, 사형, 소년 범죄, 형법 제39조, 그리고 긴급 피난이다. - (살인자는 살인자 일뿐이다. 무조건 벌을 받아야 한다가 내 생각이다.)
아무튼 스토리가 늘어지는 부분도 없고, 말끔하게 딱딱 떨어져서 몰입도 잘 되고, 무엇보다도 미코시바 레이지 캐릭터가 매력적이라서 시리즈를 챙겨 볼 생각이다. 물론, 소설 속에서나 매력적이지... (현실에서는 끔찍한 존재일 뿐이다. 소설 속에서 사람들이 미코시바를 그런 눈으로 쳐다봤을 때 이해할 수 있었으니깐... 나 같아도 그렇게 쳐다봤을 것이다. 살인자는 절대 갱생이 안된다고 생각하니깐...) 그리고 유코가 왜 그리 미코시바 레이지 옆에 붙어 있으려고 하는지... 이유도 궁금하다. 또 다니자키와 야마자키도... 뭔 꿍꿍이를 숨겨둔 건지...
다음 작품으로는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의 시리즈 중 와타세 형사 시리즈를 만나 볼 생각이다. 와타세 형사는 소설 속에나 존재하는 사람이다. 고분고분한 개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