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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를 부족하게 한다
이지영 지음 / 푸른봄 / 2013년 7월
평점 :
에세이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잘 읽는 편은 아니다. 에세이를 읽을 시간에 소설 한 권 더 읽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다 지쳤을 때 에세이에 눈을 돌린다. 그때 읽어야 마음이 아주 편안해지고 잘 읽히기도 하고 깊숙이 닿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에세이는 자신을 끄집어내서 쓰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꾸밈이 있는 자신, 낭만이 넘치는 자신, 거짓이 넘치는 자신, 포장하는 자신, 순수함이 있는 자신 등 모든 것을 다 끄집어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특히 여행 에세이가 저자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나타내준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나를 부족하게 한다” 제목만 보고서는 여행 에세이인지 몰랐는데.. 훑어보니 여행 에세이인 것을 알게 되었다. 당연히 저자가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과 글들이 적혀 있었다.
여러 군데 여행하면서 자신 만의 일상을 제대로 즐기고 돌아다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읽다 보면 “커피” 단어가 쉴 새 없이 나온다. 저자가 유난히 커피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커피 없이는 못 사는 사람 같았다. 여행 하면서 꽃소년을 봐서 몰래 사진을 찍기도 하고(누구나 미소녀, 미소년 보면 그냥 못 넘어가는 것 같다.) LA버스 기사 아저씨와 농담 대화도 나누어 보기도 하고, 카리스마 있는 어린 남자도 만나기도 하고, 박물관에서 데이트하는 연인을 쳐다보기도 하고, 일본 할아버지가 친절하게 롯폰기 가는 노선을 가르쳐 준다고 따라가는데 혼자 마음속으로 변태 할아버지 아닐까 걱정하기도 하고, 전철에서 소매치기 당해서 엉엉 우는데 흑인 아줌마가 달려와서 지갑을 찾아 주어서 얼마나 고마웠는지를 등 얘기해 준다.
75p에 [다 안보면 어때? 더 느끼면 되지!] 맞는 말이다.(나도 게으르기 때문에..) 여행 갔다고 해서 구지 이리저리 찾아 돌아다니면서 구석구석 다 볼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여행은 오로지 내가 휴식하기 위해서, 나에게 휴가와 보너스를 주기 위해서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냥 그 근처에 있는 곳만 다니면서 즐기고 그 안에서 더 많은 것을 보면 된다고 생각한다. 저자 말대로 근처 도서관, 극장, 먹거리, 사람 관찰, 슈퍼도 가보기도 하고, 느긋하게 걸으면서 산책도 해보기도 하고 그곳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을 전부 받아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206p “참 좋은 사람, 참 중요한 사람이었는데, 치기 어린 자존심 때문에 용서를 구하지 못했다. 내가 잘못을 했는데도, 먼저 사과하지 않는 것이, 나를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 글을 보고 마음이 저렸다. 용서를 구하고 싶은 사람이 딱 한사람이 있는데 아직도 하지 못했다. 연락할 길이 없어서... 그 사람을 생각하면 할수록 물밀 듯이 미안해지고 마음이 아프다.
내가 읽어 본 다른 여행 에세이하고 틀리게 이 에세이는 동그라미와 밑줄을 그을 것이 거의 없었다. 멋있는 표현과 울림이 느껴지는 문장을 찾을 수 없었다. 저자는 그저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에서 일어난 모습과 대화를 그냥 그대로 써 내려 간 것 같다. 그래서 불만이 있냐고?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