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
이시다 이라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문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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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꿈을 꾸는 줄 알았다. 하늘을 날고 손가락 끝에 닿는 한 잎 한 잎의 나뭇잎을 통해 식물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졌고, 왼쪽 다리의 불편함도 잊을 수 있었다. 신기한 즐거운 꿈을 꾸고 있던 준이치는 갑작스런 날카로운 소리에 그쪽으로 내려간다. 그 자리에는 두 남자가 흙을 삽으로 퍼서 구덩이를 메우고 있었다. 준이치는 구덩이 속에 누워있는 알몸의 남자를 내려봤다. 알몸의 남자는 얼굴이 엉망으로 변해 있었는데, 준이치는 그 남자가 죽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순간 준이치는 공포에 휩싸인다. 흙 속에 누워 있는 남자가 바로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준이치는 플래시백으로 인해 자신의 인생을 다시 한 번 보게 된다. 그는 선천성 내반슬이라는 다리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그의 엄마는 그를 낳다가 죽었고, 아버지는 악명 높은 사업가라서 한때 경제지에서 '귀신 준지로'라고 비난한 적도 있었다. 아버지는 그를 한 번도 안아 준적도 없었고, 준이치가 중3때 새엄마와 갓난아기를 소개해 주었다. 그러다 준이치가 대학생이 되자 아버지는 고문으로 맡고 있는 다카나시를 통해 가케이 그룹의 상속권을 일절 포기하라는 말을 전달한다. 준이치는 결국 10억엔의 신탁기금을 받고 상속권 포기 각서에 사인을 했다. 준이치는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잘해 그쪽 분야로 일자리로 얻어 일을 하기 시작했다가 벤처캐피털 후원자로 들어서게 된다. 거기서 준이치의 플래시백은 끝났다. 하지만, 2년의 공백이 생겨버렸다. 자신이 왜 살해되어야만 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준이치는 2년의 공백을 알아내기 위해 추억 여행을 나서게 된다. 준이치는 우연히 음악 감상을 하다가 자신과 같은 유령이 된 노인을 만나게 되고, 그 노인으로 부터 뜻밖의 말을 듣게 된다. 그 후 준이치는 자신이 진행하고 있었던 다섯 건의 프로젝트 중 의심가는 두 건을 골라 잠복 근무를 하게 되었고, 거기서 자신을 죽인 두 남자를 만나게 된다.


준이치는 기도사키의 웃는 얼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사람은 여러 겹의 모순된 감정을 태연하게 갖고 사는 생물이다. 다카나시 변호사와 얘기하던 기도사키의 냉혹한 표정을 떠올렸다. 이 웃는 얼굴도 그때의 옆모습도 둘 다 진짜 기도사키일 것이다. 어느 쪽이 더 진실이고, 나머지는 위선이라고 정할 수 없다. 준이치는 많은 욕망과 계산으로 구겨지면서 살아가는 인간의 신기함을 맑은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p238


이시다 이라의 특징은 온화하고 유연하며 "FOR 정신" 왕성한 마음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시다 이라의 작품들은 감동적이면서 상쾌하다고 한다. 이번 소설에서도 "FOR 정신"의 화신이라고 할 법한 인물이 준이치라고 한다. 하지만, 난 이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읽는데, "FOR 정신"이라는 것에 공감을 잘 못하겠다. 다만, 준이치가 바보 멍청이 일정도록 착하다는 것은 알겠다. 그리고 감동적이고 상쾌하다고 하는데 그것은 전혀 못 느끼겠다. 이 책을 읽은 일본 독자들 중에는 초반부터 지루해서 도중에 던져버리고 싶었다고 한다. 나는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심심하기는 했다. 결말도 다행이다. 아름답게 끝나서 이런 마음이 들기는 커녕 불쾌했다. 난 최악을 벌인 사람에게 용서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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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 가든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6
기리노 나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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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장 쭈욱 훑어 보면서 뭐 읽을까? 고민하다가 그동안 계속 신경 쓰였던 책을 집어 들었다. 한 번 읽은 적 있었는데, 스토리가 잘 기억이 안났던 것이다. 그래서 나중에 다시 읽어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뒤로 미루기만 했었는데... 이번에 다시 집어들었다.


로즈 가든
히로오는 자동차 부품을 취급하는 일본과 인도네시아의 합병 회사, 아그로 코우와의 영업사원이다. 자카르타 지사에는 열네 명의 일본인 주지원들이 있다. 지점마다 현지인 지배인과 스태프가 있지만, 고장 신고나 불만 접수가 들어오면 처리는 일본인 사원 몫이라 이번에도 칼리만탄의 아스라헤로라는 트럭이 고장났다는 신고가 들어와 출장을 가는 중이었다. 히로오는 보트를 타고 가면서 아내의 생각에 잠겨 있었다. 히로오가 아내를 만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이다. 그때만 해도 히로오는 연상을 좋아해 또래 여자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등교하는 길에 같은 반인 미로를 만나게 되었고 둘 다 결석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로가 갑작스레 학교 가지말고 자신의 집에 가자는 제안에 히로오는 받아 들였다. 미로의 엄마는 돌아가신지 1년이 넘었고, 아빠는 친아빠가 아닌 의붓아빠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미로는 의붓아빠와 성관계를 맺으면서 지내고 있다고 했다. 히로오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질투심에 미로와 성관계를 맺었다. 한편 미로 아빠도 히로오와의 관계를 알게 되었지만, 별로 상관하지 않았다. 히로오는 미로에 대해 사로 잡혀 더이상 미로 없이는 못 지내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히로오는 미로 아빠와 미로를 공유 했다. 히로오는 그가 미로에게 한 것을 듣고 흥분하고 미로 아빠는 히로오가 한 것을 듣고 흥분 했다. 그런 상태로 대학교에 들어가 취업 한 뒤 미로와 결혼 했다. 지금은 해외 발령이 나 혼자 자카르타에 있으며, 여기서는 소녀킬러라는 변태 소리를 듣는다.


표류하는 영혼
맨션 현관에 범상치 않은 차림의 여자가 엘리베이터를 타는 모습을 본 미로는 관리인으로부터 그녀는 302호에서 부른 퇴마사라는 말을 듣게 된다. 이유는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 때문이라고 한다. 세 달 전에 자살한 4층 여자가 귀신이 되어 나온다는 것이다. 그것도 원한 관계였던 사람들 앞에... 그 이후 아무도 입주 안하겠다고 하고 오히려 이사 나가겠다는 주민들이 한둘이 아니라서 중앙 주택 관리 관리과 주임이 미로를 찾아와 분명 주민 가운데 누가 악질적인 장난을 치고 있다며 그 사람을 찾아 달라는 의뢰를 해왔다. 미로의 직업이 탐정이었기 때문이다. 조사를 하던 중 미로는 이 맨션에는 악의가 가득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혼자두지 말아요
미로는 불륜 사건을 조사 하던 중이었다. 남편으로 부터 아내가 바람을 피고 있는 것 같다고 미행 좀 해달라는 의뢰건이었다. 미로는 의뢰인 부인을 미행하다가 길거리에서 커플을 보게 된다. 딱봐도 여자는 접대부로 일하고 남자는 손님인 듯 했다. 그렇게 그들과 인연이 없을 줄 알았던 미로는 두 번 더 길거리에서 만난 남자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리고 남자는 미로에게 의뢰 좀 부탁하고 싶다고 말을 걸어 온다. 그가 부탁하려는 의뢰는 바로 그때 만난 여자에 대한 것이었다. 즉 그 여자가 자신을 사랑하는 지 확인하고 싶다는 거였다. 미로는 당연히 거절 했다. 사람의 감정을 증명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남자가 누군가의 인해 살해 되었다는 것을 신문에서 보게 되었고, 미로는 그가 왜 죽었는지 알고 싶어 조사하기 시작한다.


사랑의 터널
의뢰를 부탁하러 찾아 온 남자는 미로에게 작은 기사를 보여 준다. 거기에는 선로 추락사고로 남녀 두 명 숨져.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메구미와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야스시가 부딪쳐 함께 선로로 추락해서 열차에 치어 즉사했다고 실려 있었다. 남자는 거기에 적힌 메구미가 자신의 딸인데, 딸이 죽고나서 엄청난 사실을 알았고 한다. 어떤 여자가 다가와서 메구미씨에게 클럽을 양도한 사람인데 앞으로 어쩌실 거냐고 물어 왔다는 것이다. 딸이 클럽에서 마조히스트 남자 상대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남자는 놀랐다고 한다. 남자의 부탁은 자신의 딸 집에 찾아가 클럽에 관련된 모든 물건을 처분해달라는 것이었다. 미로는 너무 간단한 일이라서 바로 업무 시작하지 않고 그 다음 날 메구미 집을 찾아갔다가 자신의 어리석음에 화를 냈다. 메구미 집에 벌써 누군가 침입해서 어떤 물건을 찾아 가져가 버린 것이었다.


미로 시리즈 네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정상적인 부분에 약간 비껴 나갔다. 어느 정도는 나도 이해할 수 있는데, 미로와 미로의 남편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미로에게 사건을 의뢰하는 사람들은 어리석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미로가 일처리를 어설프게 해서 놓치는 부분도 있고, 어떤 면에서는 결론도 대충 내버리기 때문이다. 더 이해가 안가는 것은 내가 이 책을 두 번 읽었는데 첫 번째 읽었을 때는 왜 이 책이 마음에 들어 소장을 했는지 도무지 그때의 마음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읽은 내 지금 생각은 소장까지 할 필요 없는 소설 책이다 였다. 물론, 가독성 하나는 좋다. 하지만, 이 소설에는 쇼킹한 반전이라든가, 여운이 남는 간절한 그 무엇도 없었다. 그리고 나는 미로라는 캐릭터가 마음에 안든다. 아니면, 그 전의 작품을 읽게 되면 미로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마음에 들 수 있을려나??? 흠.. 고민이다. 읽어봐야 하나... 그 전 작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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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애플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7
마리 유키코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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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인이 보낸 준 책인데... 표지를 언뜻 보고 생각난 것이 뱀이 나오나 싶었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그런게 아니었다. '감응정신병'이라는 증상을 여덟 가지 이야기로 나뉘어 쓴 스토리라고 한다. 이름이 생소한데, 한 사람의 정신이상자가 주변인들에게도 간염시키는 거라고 한다.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 사소한 계기 때문에 극단을 향해 치닫는 인간의 추악한 감정과 본능들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고 한다.


1- 훗카이도야 G백화점 지점에서 일하고 있던 고이치는 여직원이 보여 준 소설로 인해 정신이 이상해져 그 소설을 쓴 작가를 칼로 찔러 버린다.


2- 백화점 반찬 체인점의 점장으로 있는 와타나베는 소심한 남자인데, 옆 매장 쪽 크로켓에 손가락이 나와서 식품 매장이 발칵 뒤집어 진다. 그로인해 매출이 푹 줄어들자 멘치카쓰 본사에서 직접 나와 와타나베에게 매장을 철수 할 거고 와타나베는 당분간 본사에 들어와 일을 하라는 말을 듣게 된다. 와타나베의 작은 소원이 본사에 근무 하는 것이었는데 그것이 조만간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맡고 있는 멘치카쓰에 클레임이 들어온다.


3- 예전 직장에 알고 지내던 선배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선배는 보일러 고장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전화를 끊는다. 그 후 바로 어떤 남자에게 전화가 걸려와 선배와 무슨 사이냐고 따져 물어 올 뿐 아니라 자신의 집을 어떻게 알았는지 찾아와 초인종을 시끄럽게 눌러되서 결국 문을 열어주게 되지만, 칼에 찔리고 만다.


4- 나나코는 인력파견 회사 '파워 휴먼'의 관리직으로 일하고 있다. 훗카이도야 사이타마 공장에 파견된 여직원이 갑작스레 그만두겠다고 전화를 걸어 나나코는 내일 그녀를 만나기로 약속한다. 나나코는 훗카이도야가 멘치카쓰 손가락 사건이 일어났던 곳이라는 것을 기억해 내어 주변인들에게 물어보지만 하나 같이 그 사건을 기억을 하지 못한다. 나나코는 그 사건을 인터넷에 올리게 되고, 결국 그 글이 퍼져 나나코에게 안좋은 상황으로 몰고 가게 된다.


5- 미노루는 방송 외주 제작사로 일하고 있다. 이번에 그가 맡은 것은 "깨어나지 않는 아내의 메세지 였다" 그는 병원으로 남편을 찾아가 아내와의 첫 만남과 아내가 식물인간이 된 이유 그리고 그가 왜 자신의 프로그램을 선택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된다. 미노루는 남편의 이야기를 듣던 중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6- 직원이 신규 계약한 고객이 매일 클레임을 걸어왔다. 그는 불같이 화를 내는 성격이었다. 그녀가 잠깐 편의점 간 사이 직원들은 다 퇴근했고, 컴퓨터를 키자 화면에 본사에서 보낸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아까 그 고객에게 또 클레임이 들어왔고 이번에는 부장도 동행 할 거라면서 그 고객 집 앞에서 만나자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자전거를 타고 고객의 집앞에 도착했지만, 부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먼저 들어간 줄 알고 그 집으로 들어가게 되지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피흘리면서 쓰려져 있는 사람이었다.


7- 나나코가 있는 감옥에 인기 많은 소설 작가 미사키가 남자를 찔러 들어오게 된다. 그런데 이 작가가 정신이 이상한지 나나코 보고 마이코라 불리지 않나 이상한 말만 늘어놓는다. 나나코는 그녀의 말을 계속 듣다 보니 그런 것 같다는 사실인 듯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한편, 나나코 남편이 일하고 있는 방송국에서는 부실공사를 한 건설사를 고소하자는 주민과 집값이 떨어질까 반대하는 주민 간의 갈등에 대한 기획안을 훑어 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위험성이 있어 그 맨션에 무슨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한 할 수 없다고 덮어버리려고 하는데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8-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미사키의 첫 공판을 보러 마이코는 재판을 방청하게 된다. 그런데 피고인 증인으로 나온 사람들이 하나 같이 마이코 자신에 대해 안좋게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마구 얘기하고 있었다. 중간에 잠깐 법정을 나와 쉬고 있는데 어떤 여자가 마이코 앞으로 다가와 "당신이 마이코예요?"하고 계속 물어왔고, 그 이후 공판이 중단되고 만다.


여덟 개의 이야기가 은근히 서로 이어져 있다. 차갑고 비정상적인 이야기라서 신중하면서도 진지하게 숨을 고르면서 읽어 내려가야 했다. 안그러면 나까지 정신이 이상해질 것 같았다. 주변 어딘가에 일어나도 이상할 것 없는 이야기여서 읽으면서 기분이 묘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남은 것은 알 수 없는 뻐근함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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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좀 행복해져야겠다 - 당신과 나 사이 2.5그램
정헌재(페리테일) 글.그림.사진 / 넥서스BOOKS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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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의 글과 귀여운 그림 그리고 사진을 참 좋아한다. 그럼에도 소장하고 있는 책이 한 권도 없다. 첫 만남 장소가 도서관이었기 때문이다. 페일의 에세이를 거의 도서관에서 만났다. 그래서 한 권 정도 소장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요번에 나온 "나는 이제 좀 행복해져야겠다"를 선택했다.

p75 올 겨울 첫 눈
하얗게 내리는 첫 눈만
예쁘게 눈에도 담고
소복소복 마음에도 넣고


이 글이 순간 마음에 와 닿았다. 왜냐하면 이 글을 읽고 있을 때 폭설이 내렸기 때문이다. 조금씩 내리던 눈이 갑자기 엄청난 양으로 내리기 시작하는데... 다행히 커피숍 창문 쪽에 앉아 눈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니 감탄사("우와~" )가 절로 나왔다. 눈 내리는 모습을 여유롭게 바라본 적이 도대체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날정도였다. 언제 또 여유롭게 볼지 알 수 없어 "예쁘게 눈에도 담고, 마음에도 넣었다" (굳이 첫 눈이 아니어도 된다.)


p77 몇 백번을 본 눈이지만
그래도 아직 좋아서
저는 다행입니다.

먹구름을 치우는 방법 (p212~217)
내 안의 먹구름을
치우는 방법,
저는
걷고 보고
쓰고 듣고
이야기하고 그래요.
아주 평범한
일상 속에서 찾습니다.


(중 략)


다 아는 것들인데,
자꾸 찾다보면, 하다보면
이렇게 매일같이 벌어지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먹구름을 치우는 기술들이 늘어납니다.


이렇게 기술을 익혀야 하는 이유는
우리 사는 동안 다양한 크기와 모습으로
먹구름이 찾아오기 때문이죠.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무엇을''한다'
바로 그것!


시간이 좀 걸리고
힘이 좀 들어도
단 한 번만 찾아서 경험하게 되면
그게 당신의 먹구름을 밀어내는
큰 시작이 될거예요.


'여전하다'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크게 변화가 없어 마음에 든다. 몇 년이 지나도 그때의 감정을 이어서 가져올 수 있어 좋았다. 아주 편안하게 읽히고, 단조로운 소리를 내는 문장에서는 의외로 감정을 쥐락펴락하고,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글들은 포스트 잇을 곳곳에 붙이게 만든다. 더불어 어려운 어휘도 없고 해서 순간 멈칫하는 일도 없다. 모든 게 다 여전해서 좋았다. 어울러진 글과 사진 그리고 캐릭터

 p83 오늘 밤
하루가 끝날 즈음
당신이 깨물
햇살 한 조각은 무엇인가요?
나의 답은 - [나는 이제 좀 행복해져야겠다] 책 속에 담겨있는 햇살 한 조각 꺼내 살짝 깨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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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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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지 않게 다가오는 가벼운 글, 예민하고 섬세하면서도 여운이 남는 글, 봄과 여름 사이를 느끼게 해주는 글, 메마름을 촉촉하게 바꿔주는 글 등 에쿠니 가오리 글에는 매료시키는 것들이 가득 있어서 그녀의 글을 무척 사랑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읽지 않게 되었고, 다시 그녀의 글을 읽으려니 걱정 되어 신간이 나와도 그저 스쳐지나쳤다. 내가 사랑했던 그녀의 글이 확 사라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 가족이 있다. 그 가족은 다른 가족하고 조금 틀리다.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교육을 시켰다. 가정교사 2-3명을 두고 했으며, 운동은 아버지와 외삼촌이 가르쳤다. 어느 날, 아버지는 아이들을 초등학교로 보내지만 다른 아이들과 융합이 되지 못해 따돌림을 받게 된다. 그동안 배워 온 가치 기준이 달랐던 것이다. 아버지는 결국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교육시키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조금씩 변화기 시작한다. 무엇보다도 남들처럼 평범한 가족 인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러시아 사람인 할머니 보다 혼혈인 엄마, 외삼촌, 이모가 오히려 이국적으로 생겼으며,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교육 방침에 외삼촌, 이모가 한 집에 살고, 더군다나 네 명의 자식 중 두 명의 자식은 아빠 혹은 엄마가 다르다는 것이다. 엄마가 젊었을 때 가출해서 유부남인 남자의 아이를 가져 다시 집으로 들어왔고, 그 이후 아버지와 결혼 했고, 몇 년 후 아버지가 할아버지의 비서와 연인사이가 되면서 비서가 임신하게 되어 막내가 태어났다. 그럼에도 거부감 없이 한 가족처럼 지낸다.


1960년부터 2006년까지 3세대의 야나기시마 가족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 순서대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마구잡이로 년대가 바뀌면서 이야기를 토해내고 있다. 더불어 화자도 계속 바뀐다. 각 가족들이 그동안 자신들의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 불편, 행복, 안도, 과거, 사랑, 이상함, 편안함 등을 여기저기서 자연스레 보여주고 있다. 물론 자신의 이야기도 풀었다.


책 이름을 보는 순간 역시 에쿠니 가오리구나 했다. 또한 불륜도 빠질 수 없을 것이다. 에쿠니 가오리 글 대부분은 불륜이다. 가족이 있음에도 다른 사람에게 빠져 드는 것이 아름답고 매력적이지 않느냐고 전달하고 싶다는 듯이 표현하는 사람이 에쿠니 가오리이다. 지금의 나는 아무래도 예전의 에쿠니 가오리 모습을 느끼지 못했다. 상큼하지 않은 과일을 씹어 먹은 듯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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