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의 키스 예술 탐정 시리즈 2
후카미 레이치로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스폴레타처럼 상황을 이용하여 단물을 조금 빨아먹으려는 작은 악당은 주위에 흔합니다. 사실 스폴레타 같은 남자를 법적으로 벌주는 건 어렵습니다. 스카르피아를 죽인 사람은 토스카이기 때문입니다. p187


오페라 공연 중에 무대 위에서 사람이 살해 당했다. 오페라 [토스카] 공연 2막이 스카르피아 역을 맡은 이소베가 토스카 역을 맡은 가나코에게 찔려서 죽는 장면으로 마무리가 된다. 그때까지만 해도 연기가 잘 마무리가 된 듯 보였다. 그러나 3막을 시작할려고 이소베한테 커튼콜 시간이라고 말을 했지만, 대답도 없고, 움직임도 없어 보니 정말로 찔려서 죽어 있었던 것이다. 2천명이 보는 앞에서 당당하게 찔려 죽인 가나코는 충격과 빈혈로 의무실로 실려갔다. 누군가 가짜 소모품 칼을 진짜 칼로 바꿔치기 했던 것이다. 운노 형사는 아무리 연기에 집중을 했을지라도 그 칼이 가짜인지 진짜인지 구분이 될텐데 하는 의심을 했고, 가짜 칼을 만든 소도구 담당한테 물었더니 연출자가 작은 거 하나에도 진짜 처럼 똑같이 만들라해서 겉보기에는 완전 똑같다고 한다. 다만, 가짜 칼에는 가짜 피가 들어가 있어 약간 무겁다고 말을 했다. 운노 형사는 병원에 입원 중인 가나코를 찾아갔다. 아무리 진짜 칼에 찔렸다고 해도 연기이기 때문에 중상을 입어도 죽음까지 이르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가나코의 말에 의하면 연출자가 확실하게 목의 경동맥을 향해 찌르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어설픈 연기를 싫어한다면서 말이다. 또한, 대사와 노래 그리고 연기에 집중하는데 정신이 없어서 그것이 진짜 칼인지 가짜 칼인지 구분 할 수 없었다고 말을 했다. 그 외 운노 형사는 가나코의 낯빛이 왜 그렇게 싹 바뀌었는지도, 칼을 어떻게 바꿀 수 있었는지가 궁금했다. 2천명이 무대를 지켜보고 있었고, 거기에 비디오도 찍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누군가가 다른 사람 몰래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안보였다. 운노 형사는 이 사건을 열린 밀실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실마리를 잡지도 못한 체 두 번째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오페라 [토스카] 연출을 맡고 있었던 고다 가오루가 자기 집 욕실에서 살해 당한 체 발견 되었다.


텍스트에 유일무이한 의미란 없다, 읽는 이가 어떤 식으로 해석하든 상관없다. -롤랑 바르트
텍스트에는 받아들여야만 하는 절대적인 사실이 있고, 그 의미를 독자가 왜곡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 -피카르


그냥 그랬다. 너무 늘어져 있어서 가속도가 붙질 않았다. 그리고 옮긴이 글을 읽어보면 예술론과 예술사도가 들어가 있어 읽고나면 머릿속이 풍성해지는 느낌이 들 것 같은 작품이라고 말을 했지만, 난 오히려 어지러웠고, 영 속도가 붙질 않아서 재미도 뚝 떨어졌다. 또한, 운노의 조카 슌이치로가 그냥 듣고 생각하고 이해하는 것만으로 갑자기 나타나 사건을 해결하는 것 부터가 별로였고, 거기에 범인이 한 행동을 이해해야 하다니.... 장난이었다고 해도 그러나 그것을 장난으로 여겨야 하는 걸까? 지문이 찍힐까봐 조심까지 했는데... 난 나이가 어려도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죽었으니깐 말이다. 사건의 흐름이 계속 정체되어서 지루하기만 했던 소설이었다. 그래도 오베시미 경부가 은근히 재미있는 캐릭터인 것 같았다. 급한 성격, 부하들에게 호통 치고, 툭하면 잠만 자고, 자기를 빼놓고 뭔가 오고가면 삐지고, 이상한 말을 내뱉고... 사실 현실에서 이런 상사가 있다면 아주 끔찍할 것이다. 경부의 부하들도 빨리 세상을 떠나길 바라고 있는 것 같으니 말이다.


더불어, 이 작가는 이렇게 썼다. " 설령 전쟁 중일지라도 민간인을 살육하는 건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고, 원폭투하는 전쟁범죄야. 당시에 일본은 온전히 움직일 수 있는 배가 한 척도 없었어.... 그런데 일본을 향해 미국이 원폭을 두 발씩이나 떨어뜨릴 필요는 없었지.... 미국이 일본을 상대로 인체 실험을 했다고 볼 수 있지... 민간인이 사는 도시에 핵폭탄을 투하한 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짓이야...(생략) 내가 아는 미국인 대부분은 원폭이 투하된 사진이나 영상을 본 적이 없다고 하더군...(생략) 미국은 원폭만큼은 사실상 아직도 엄중하게 통제하고 있는 모양이야. 자신들의 선조들이 저지른 범죄를 새삼 목격하고 격앙하는 미국인들. 참 볼만한 광경이었지... p239~240 이 문장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 그럼 너희 일본인들은??? 한국, 중국 민간인 상대로 인체 실험 안했어??? 위안부는??? 너희 선조들이 저지른 범죄는 용서가 되는거냐??? 너희 일본인들도 숨기잖아... 사과도 없고, 뻔뻔하게 굴고... 지금 누구한테 누굴 욕하는 건지... 참 이해가 안된다...] 하면서 갑자기 일본인들이 저지른 일들이 생각나서 열뻗쳤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나도 모르게 지들은 지들은...


마지막으로 난 바르트 파이다. 있는 그대로만 받아들있는 것보다는 현재에 맞게 재해석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이 더욱 재미있으니깐 말이다. 슌이치로 말대로 재해석 한 것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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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적 백수생활
이케다 이케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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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대책 없이 회사를 때려치운 27세의 백수의 나날들을 그린 그림 컷이라고 한다. 나이만 다를 뿐 완전 내 얘기라고 생각했다. 나도 대책 없이 8년 넘게 다닌 회사를 때려치우고 나왔기 때문이다. 이케미씨 처럼 극히 평범한 인생을 살아왔고, 대학 졸업 후 취직해서 큰 야심과 열정도 없이 대충 하루하루 살아왔다. 그러다가 30대 초반 되면서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를 때려치우고 뭔가 다른 의미있는 일을 찾아야겠다 하는 마음으로 사직서를 냈다. 이케미씨가 회사 그만둔 후 하루의 일상을 들여다보면서 완전 공감이 되었다. 나와 같은 사람이 여기 있었네 발견 했다는 것에 기뻐 해야 할지.... 아니면 한숨을 쉬어야 할지...


이케미씨 처럼 회사를 그만 둔 후 제일 먼저 한 일이 건강보험료 임의계속을 신청하는 일이었다. 이케미씨는 지역 보험료로 하는 것이 더 좋았을 테지만, 나는 임의계속을 하는 것이 나한테는 이익이었다.


백수이다 보니 친구를 만나면 친구가 회사 때려치우고 싶다고 말을 하면, 적극 환영했다. 뭐... 이케미씨 처럼 유혹하는 것에 실패했지만 말이다.


회사를 그만두면 딱 한 가지가 좋은 것이 있는데, 자유롭다는 것이다. 다만, 세금이 계속 나가서 통장 잔고가 줄어 들고, 그래서 물건을 사야 할 때도 신중히 생각을 하면서 사야하는 것에 구애를 받을 뿐이지만 말이다.


일본은 회사를 그만두면 6개월 동안 실업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도 받을 수 있는데, 회사를 그만뒀다고 무조건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유"가 있어야 한다. 회사가 어려워져서, 짤렸거나, 몸이 아파서등 정말 어쩔 수 없이 그만둬야 했을 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이 만화를 보면 일본은 무슨 사유가 됐든 실업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또한, 실업보험금을 받는 기간에도 아르바이트도 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무조건 구직활동을 해야 하고, 절대로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기간에는 어떠한 아르바이트 금지이다.


그렇게 이케미씨는 8개월 동안 백수 생활을 하고, 파견직을 1년 정도 했다가 정직원이 됨으로써 편안하게 회사 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이 담겨져 있다.


백수란 것 이 얼마나 자유롭고 부자유한가.


이케미씨가 이런 말을 한다. 뚜렷한 목적도 없이 회사를 그만두었고, 그 후 매일 빈둥거리다 이대로 살아도 되는 걸까? 하는 자꾸 조바심이 생겼다고 한다. 그러다 문득 내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 알았다고... 그것은 그냥 빈둥거리고 싶다. 즉 일을 하기 싫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근데, 그렇게 할려면 "돈"이 두둑해야 한다는 것을....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맞장구를 쳤다. 나도 그래... 끄덕끄덕 하면서 말이다.

 (캐릭터에 특별난 특징 같은 건 없지만, 은근히 표정이 귀엽다.​)

 

읽으면서 뭐라고 해야 할지... 공감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많은 생각들이 속에 고여 갔다. 다른 부분들도 있긴 했지만, 회사를 그만둔 후 그 과정들이 비슷하고 생각도 왠만해서는 비슷해서 차마 아무 생각없이 웃을 수는 없었다. 그냥 설렁설렁 읽기에 괜찮은 책이다. 이케미씨 말처럼 도움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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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화가 주베의 기묘한 이야기 15
나가오 마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사다 놓은지는 좀 됐다. 천천히 읽을려고 고이 모셔놨던 책이다. 이 책이 1권 ~ 6권까지 절판이거나 품절이라고 한다. 다만, e-book으로는 볼 수가 있다. 현재 15권까지 나와 있다. 지금 내가 읽은 것은 15권... 16권 나올 때까지 읽지 않을려다가 따스함이 담긴 그림체를 보고 싶어 결국은 펼쳐 보게 되었다.


-은혜 같은 고양이
어린 주베와 젊은 사부가 일거리를 찾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주베의 사부는 자부심이 강한 데다 허세를 부리고 지는 걸 싫어했다. 그러다보니 일감이 있어도 쉽게 수락하지 않았다. 그때도 사부의 사형한테 들어온 일감을 대신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지만 거절해 버린 날이었는데,길을 걷고 있던 중 어떤 여자가 고양이를 쫒아내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어 그 고양이 이야기를 들어봤더니 (주베는 고양이와 대화가 가능하다) 그저 은혜를 갖고 싶었다고 한다.


- 모래그림 고양이
젊은 사부와 어린 주베는 시바조죠지 대문 앞에서 모래로 그림을 그리는 스테조씨를 보게 되었고, 그가 어떤 고명한 화가 분 밑에서 수행을 했을 거라는 것을 짐작으로 사부는 스테조씨를 찾아가 그림에 대해 가르쳐 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 고양이를 겁내는 무사
야사부로한테 혼담이 들어왔다. 아이들과 장난치는 야사부로를 보고 제과 노포 오우기야의 따님이 첫눈에 반했다고 한다. 그러나 야사부로는 거절해 버렸다. 코바야시 선생은 어쩔 수 없이 야사부로가 승낙할 수 밖에 없는 방법을 생각해 내었다.


- 맛보는 고양이
야사부로와의 혼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오우기야의 따님은 상사병으로 방으로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안타갑게 생각했던 오우기야의 기술장을 맡고 있는 야스타로가 주베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주베는 기꺼이 승낙하고 니타를 빌려주었다.


- 나카센 고양이

나카센에 살고 있던 쇼스케는 니혼바시로 와서 문학생으로 지내게 되었다. 더불어 같이 지내고 있던 고양이 오스카하고 함께 말이다. 그러나 오스카가 갑자기 뛰쳐 나가버리고 만다.


- 열반 고양이
어느 날, 뭔가의 습격을 받아 고양이들이 전부 갓파 고양이가 되어 버렸다. 니타는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어서 자기가 직접 찾아 혼내 주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 반딧불이 머리 고양이
야밤에 한 여자가 자살하려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주베가 말리려고 했지만 여자는 물에 빠져 버렸고, 급하게 달려들어가 여자를 구해내었다. 여자는 빗질을 시작하더니 머리에서 불꽃인지, 별똥인지 모를 물체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 제등 고양이
어린 아이들이 고양이들이 모여있는 집을 발견했다. 고양이들과 부비부비 하면서 놀다 헤어진 후 다음 날 다시 고양이 집을 찾아갔더니 거기에는 밥줄이 끊긴 못된 낭인들이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고양이들은 모두 쫒겨 났는데, 차마 그 집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를 보게 된다.


아... 역시 이 만화책 너무 좋다. 펼치자 마자 내가 좋아하는 귀여운 고양이들이 나온다. 무엇보다도 현실에서는 그다지 느끼지 못하는 반려동물에 대한 따뜻한 마음씨를 이 책에서나마 받을 수 있어서 내 마음이 완전 몽실몽실 푸근해지는 느낌이었다. 읽고 있으면 괜시히 미소를 짓게 만드는... 그냥 그림체 일 뿐이고, 지어낸 이야기일 뿐인데도 조심스레 어루만져 주고 싶은 그런 책이다. 깨알 같은 웃음과 감동을 받고 이 만화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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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할런 코벤 지음, 이선혜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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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이크는 학생을 면담 해주다가 컴퓨터 화면을 흘긋 바라 보았다. 학교 홈페이지 화면 오른쪽에 뜬 공지사항을 본 제이크는 면담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공지사항에는 부고가 적혀 있었는데, 사망자의 이름이 토드 샌더슨였기 때문이다. 제이크가 절대 잊어 버릴 수 없었던 이름이었던 것이다. 6년 전 사귀었던 나탈리가 갑자기 옛 애인과 결혼할 거라는 내용이 담긴 쪽지 하나로 제이크를 차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튿날 청첩장을 받고, 나탈리 결혼식 장에 갔고, 거기서 나탈리의 결혼 상대 토드를 봤던 것이다. 그 토드가 자신과 같은 랜포드 대학 같은 학교 출신이었던 것을 공지사항을 보고 알게 되었지만, 제이크는 자신이 혹시 잘못 알고 있는 동일한 이름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하고 의심을 했다. 나탈리 결혼식에 찾아갔을 때 토드의 머리는 길었고, 수염도 길렀을 뿐만 아니라 제이크가 막상 장례식을 찾아가보니 자식이 둘 있고, 특히 부인이 나탈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제이크는 그럼에도 확실히 하고 싶어 나탈리의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돌아온 말은 언니 나탈리에게 제이크라는 남자친구 얘기를 들어본 적 없고, 다시는 전화를 하지 말라는 대답 뿐이었다. 제이크는 나탈리와 처음 만난 버몬트 휴양소를 찾아갔고, 거기서도 인연이 있었던 사람들이 모두 나탈리가 누구인지, 제이크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말을 계속 들어야 했다. 제이크는 토드의 부고를 읽은 뒤 겪은 충격적인 일들 그리고 자신에게 엄습한 기억과 감정, 비탄과 혼란의 소용돌이로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절친한 친구와 술을 엄청 마시고, 집에 들어 온 제이크는 자신의 침대에 남자가 걸터앉아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자신을 밥이라고 소개한 남자는 제이크에게 나탈리를 만나러 가자면서 밖으로 데리고 갔다. 학교 기숙사 뒤에 주차되어 있던 밴 안에서 동료 한 명이 내렸는데, 밥은 그 남자를 오토라고 불렀다. 밴에 올라 탄 제이크는 그들이 하는 질문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탈리가 어디 있는지 말하라는 거였다. 제이크는 정말 모른다고 말을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폭력이었다. 상대가 총을 들고 있어 제이크는 맞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문득 제이크는 성공할 가망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닐거라 생각하고 자신이 생각한 방향으로 달려 들었으나 의도치 않게 제이크는 오토를 죽이고 말았다.


제이크는 대학 동료이면서 전에 FBI로 근무했던 교수에게 나탈리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조사를 부탁한 적이 있었다. 그 동료로 부터 들은 결과는 제이크를 멍하게 만들었다. 나탈리에 대해 어느 것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나탈리 아버지가 제이크가 다녔던 대학의 교수였는데 그 사람 역시 교수직을 그만 둔 뒤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한다. 거기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버몬트 휴양소 사람들이 제이크가 토드를 죽였다고 살인자로 몰았다.


내가 읽은 할런 코벤 작품 중에 실망한 것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대할때마다 조금씩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에 읽은 책은 다르다. 제이크의 캐릭터가 짜증이 났다. 제이크는 법규를 따지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예전에 트레이너 교수가 한 행동에 대해 징계를 내려야 한다면서 끝까지 고집을 피웠던 그가... 자기가 사랑하는 나탈리에 대해서는 이해. 용서를 했다. 사람은 누구나 이기주의자다. 타인이 저지른 짓은 용서 못하고,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무슨 짓을 했든 용서를 하니 말이다. 이것뿐만 아니라 "원인"이 어처구니 없었다. 부정행위를 용서 못 해줘서 그것때문에... 일이 이렇게 된 것라고??? 김빠진다.


물론 소설 속에는 다양한 사건들이 있다. 어처구니 없다고 느껴질 만큼 사소한 것들이 사건이 되기도 한다. 그런 사소한 사건들을 완성도 높게 만들었을 때 독자들은 읽는 맛이 즐겁다. 별거 아닌 사건이 웃기기도 하고, 반전이 있어 허를 찌를 기도 하고, 긴장감을 주기도 한다. 그런 소설을 읽고 났을 때는 매력적인 소설을 발견했네 하고 왠지 기분 좋은 기운이 올라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허를 찌르는 반전은 없었다. 우와!! 그런 것도 없고... 그냥 거의 막판에 와서 그래 이미 짐작했어... 그녀가 그랬을 거라는 것을... 중얼중얼 거리면서 책을 덮었다.


한가지는 좋았다. 가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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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계절은 안녕하신가요 - 아직은 서툰 우리들의 계절에 부치다
선미화 글.그림 / 시그마북스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봄과 가을을 무척 좋아한다. 요번에 십 몇 년만에 내가 자란 고등학교까지 생활을 했던 경기도 청평에 갔다왔다. 친구가 결혼을 하기 때문이었다. 계절이 봄이라서 그리고 고향 청평이어서 무척 좋았다. 어렸을 때는 청평이 좋은 지 전혀 모르고 자랐다. 근데 요번에 가보니 너무 그리웠다. 고향에서 맡을 수 있는 냄새.. 날씨까지 좋아서 상쾌하고 벚꽃도 휘날리고, 이쁜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 있고, 인테리어가 이쁜 커피숍도 여기 저기에 있고 복잡하지도 않고, 결혼식이 끝나고 천천히 걸으면서 청평을 구경했다. 다리 아프면 이쁜 커피숍의 바깥 테이블에 앉아 한없이 멍하니 하늘을 쳐다봤다. 정말 오랜만에 느낀 여유로움이었다. 그리고 그리웠다. 여기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치적 거리는 것이 하나도 없다면 당장 내려와 살고 싶었다. 계절 때문에 영향을 받은 것일까? 내가 좋아하는 봄이라서... 아니면 이쁜 책에 이쁜 글들이 가득 담긴 문장들을 읽어서 더욱 마음에 동요가 생긴걸까? 아니면, 사람의 감정을 쥐락펴락하는 재주가 있는 계절과 날씨, 책 그리고 향수 이 모든게 겹쳐져서... 아마 그럴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계절은 안녕하신가요>


누가 가둬둔 것도 아닌데 '자유롭고 싶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나를 묶어두는 것들이 늘어간다. p12


시작의 순간에 드는 걱정과 불안함은 질끈 눈감고 모른 척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p17


추운 날에도 치마를 즐겨 입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바지를 즐겨 입고 하이힐만 찾던 내가 이제는 편한 운동화만 신는다. 집 앞에 나갈 때조차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이 불편 했는데 이제는 꽃 그렇지 만도 않다. 중요하다 싶고 그래서 꽤나 신경 썼던 일들이 그다지 중요한 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p32


채워가는 것처럼 비워내는 것도 중요하다 느껴지는 요즘이다. 여유 없다 느껴지는 마음의 바쁨도 어쩌면 습관이지 않을까. p36


용기는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만 필요한 것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시간이 흐르는 것을 지켜보는 일에도 필요하다. p53


지겹도록 추운 겨울을 지날 때면 과연 봄이 올까 싶다. 때늦은 꽃샘추위에 온몸이 덜덜 떨릴 때면 이래서 새싹이 돋고 꽃이나 제대로 필까 싶다. 하지만 그렇게 하루만큼 견뎌내다 보면 어느새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에 기다리다 지친 마음이 녹아내린다. 그렇게 나도 모르는 새 피어버린 봄꽃에, 햇살에 다시 한 번 봄이 왔구나 생각한다. p67


인연이란 무엇일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인데 그 인연이라는 것이 좋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때론 무섭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것이 어떠한 것이든 단호한 마음을 갖기란 무척 힘든 일이다. 그렇게 끊어내지 못한 인연의 고리는 때로 해소하지 못한 감정의 찌꺼기가 되어 마음에 더움을 드리운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인연의 끈이 모두 같은 길이일 수 없고, 그 끈의 생김 또한 누군가는 튼튼하고 정갈하지만 누군가는 낡고 썩은 끈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p72


사람은 한 겹 두 겹으로는 알 수 없을 만큼 무수히 많은 모습을 가지고 있고, 또 여러 상황과 생각들로 매 순간 변한다. p101


누군가를 향해 날 선 마음이 생길 때 그럴 수 있지 하며 한숨 고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는 것. 그렇게 누군가를 이해하는 마음이 생긴다는 건, 그런 마음이 될 수 있다는 건 꽤나 신나는 일이다. p104


상당히 환하고 따뜻한 느낌을 받은 책이다. 쌓인 추억과 나 자신에 대해 되돌아 바라보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짧은 글들을 통해 선연한 이미지까지 그려지기도 했다. 그리고 읽는 내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릴렉스 되었다. 거기에 카이피리냐 맛까지 섞여 있어서 좋은 기분이 몽글몽글 올라왔다. 정말 잘 쓰인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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