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계절은 안녕하신가요 - 아직은 서툰 우리들의 계절에 부치다
선미화 글.그림 / 시그마북스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봄과 가을을 무척 좋아한다. 요번에 십 몇 년만에 내가 자란 고등학교까지 생활을 했던 경기도 청평에 갔다왔다. 친구가 결혼을 하기 때문이었다. 계절이 봄이라서 그리고 고향 청평이어서 무척 좋았다. 어렸을 때는 청평이 좋은 지 전혀 모르고 자랐다. 근데 요번에 가보니 너무 그리웠다. 고향에서 맡을 수 있는 냄새.. 날씨까지 좋아서 상쾌하고 벚꽃도 휘날리고, 이쁜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 있고, 인테리어가 이쁜 커피숍도 여기 저기에 있고 복잡하지도 않고, 결혼식이 끝나고 천천히 걸으면서 청평을 구경했다. 다리 아프면 이쁜 커피숍의 바깥 테이블에 앉아 한없이 멍하니 하늘을 쳐다봤다. 정말 오랜만에 느낀 여유로움이었다. 그리고 그리웠다. 여기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치적 거리는 것이 하나도 없다면 당장 내려와 살고 싶었다. 계절 때문에 영향을 받은 것일까? 내가 좋아하는 봄이라서... 아니면 이쁜 책에 이쁜 글들이 가득 담긴 문장들을 읽어서 더욱 마음에 동요가 생긴걸까? 아니면, 사람의 감정을 쥐락펴락하는 재주가 있는 계절과 날씨, 책 그리고 향수 이 모든게 겹쳐져서... 아마 그럴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계절은 안녕하신가요>


누가 가둬둔 것도 아닌데 '자유롭고 싶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나를 묶어두는 것들이 늘어간다. p12


시작의 순간에 드는 걱정과 불안함은 질끈 눈감고 모른 척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p17


추운 날에도 치마를 즐겨 입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바지를 즐겨 입고 하이힐만 찾던 내가 이제는 편한 운동화만 신는다. 집 앞에 나갈 때조차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이 불편 했는데 이제는 꽃 그렇지 만도 않다. 중요하다 싶고 그래서 꽤나 신경 썼던 일들이 그다지 중요한 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p32


채워가는 것처럼 비워내는 것도 중요하다 느껴지는 요즘이다. 여유 없다 느껴지는 마음의 바쁨도 어쩌면 습관이지 않을까. p36


용기는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만 필요한 것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시간이 흐르는 것을 지켜보는 일에도 필요하다. p53


지겹도록 추운 겨울을 지날 때면 과연 봄이 올까 싶다. 때늦은 꽃샘추위에 온몸이 덜덜 떨릴 때면 이래서 새싹이 돋고 꽃이나 제대로 필까 싶다. 하지만 그렇게 하루만큼 견뎌내다 보면 어느새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에 기다리다 지친 마음이 녹아내린다. 그렇게 나도 모르는 새 피어버린 봄꽃에, 햇살에 다시 한 번 봄이 왔구나 생각한다. p67


인연이란 무엇일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인데 그 인연이라는 것이 좋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때론 무섭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것이 어떠한 것이든 단호한 마음을 갖기란 무척 힘든 일이다. 그렇게 끊어내지 못한 인연의 고리는 때로 해소하지 못한 감정의 찌꺼기가 되어 마음에 더움을 드리운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인연의 끈이 모두 같은 길이일 수 없고, 그 끈의 생김 또한 누군가는 튼튼하고 정갈하지만 누군가는 낡고 썩은 끈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p72


사람은 한 겹 두 겹으로는 알 수 없을 만큼 무수히 많은 모습을 가지고 있고, 또 여러 상황과 생각들로 매 순간 변한다. p101


누군가를 향해 날 선 마음이 생길 때 그럴 수 있지 하며 한숨 고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는 것. 그렇게 누군가를 이해하는 마음이 생긴다는 건, 그런 마음이 될 수 있다는 건 꽤나 신나는 일이다. p104


상당히 환하고 따뜻한 느낌을 받은 책이다. 쌓인 추억과 나 자신에 대해 되돌아 바라보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짧은 글들을 통해 선연한 이미지까지 그려지기도 했다. 그리고 읽는 내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릴렉스 되었다. 거기에 카이피리냐 맛까지 섞여 있어서 좋은 기분이 몽글몽글 올라왔다. 정말 잘 쓰인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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