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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의 별 - 제4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강태식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4월
평점 :
한국 소설은 정말 오랜만에 읽는 것 같다. 에세이, 산문은 그래도 가끔 가다가 읽었는데, 소설만 유난히 손이 가지 않았다. 아마 실망한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내가 한국 소설에 대해서 만큼은 너그러이 봐주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기대치가 항상 높아서 그런건지... 아니면, 우리나라이니깐 냉담하게 깐깐하게 더욱 볼려는 마음때문인지 잘모르겠다. 이번에는 기대를 전혀 안하기로 했다.
-리의 별- 청년문학상 수장작 작품이라고 한다. 솔직히 수상작이라고 해도 독자의 마음을 다 사로 잡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수상작이 아닌 작품들 중에서 빛을 발하는 작품들이 많다. 그럼에도 수상작 작품을 선택한 것은 한 번 읽어보라고 지인이 권했기 때문이다.
"망각은 폭력적이었고 폭력에는 질서가 없었다. 기억은 종이배처럼 잠깐 물 위에 떠 있다 무겁게 젖은 다음 흔적도 없이 가라앉았다. 대개는 그런 줄도 몰랐고 그게 편했다. 다시 채워 넣을 수 없다면 그 편이 나았다. "
체스 : 기무라 다로는 자신의 이름을 딴 기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를 세간에서 기무라 제국으로 통할 정도로 컸다. 그리고 회사 주식의 오십 퍼센트 이상을 소유한 대주주였다. 그것도 삼 년 전에 말이다. 일선에서 물러난 그는 홀로 모니터를 바라보면서 상대방 "리"와 체스를 두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민간 없체들은 쓸모가 아주 많은 일개미들이었다. 표면적으로 그들은 믿을 수 없는 일을 해낸 얼간이들이었지만, 최소한 그것은 그들이 의도한 일이긴 했다."
플랜A : 는 죽은 행성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플랜A를 유령 행성이라고 불렀는데, 그건 한때 누가 살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에 인류가 플랜A에 첫발을 내디딘 51세기 초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 풍부한 수량과 쾌적한 대기 환경, 이상하게 생긴 생물들이 날아다녔다. 상상을 초월할 만큼 이상했지만, 플랜A는 인류가 발견한 행성 중 생명유지장치 없이 돌아다닐 수 있는 최초의 행성이었다. 지구를 대체할 수 있는 행성! 플랜A는 인류의 미래를 약속하는 일종의 보험 같은 행성이었다. 그 행성을 기무라 겐이치로가 민간인 최초로 플랜A의 부동산을 대량 매입한 뒤 그곳에다가 호텔과 놀이기구를 설치했다. 유원지 행성으로 새 단장을 마친 플랜A 행성에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보내기 위해 찾아왔다.
"역사는 항상 그렇듯이 엉뚱한 방향으로 굴러갔다. 이리저리 비틀거리다 아무 곳에나 퍼질러 누워 원래 거기가 자기 집 안방이라고 우겨대는 술주정뱅이처럼."
플랜A이 행성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 감염되면 이십사 시간 내에 사망이었다. 그렇게 해서 모든 사람들이 그 행성을 떠났다. 그러나 플랜A의 행성 대관람차가 여전히 운행 중이었고, 그렇다면 누군가 거기에 타고 있다는 소리였다. 빈 놀이기구가 혼자서 돌아갈 리가 없기 때문이다.
햄버거 먹는 여자 : 도리스 브라운은 열네 살 때 친아빠한테 성폭행을 당했다. 그녀는 그것을 감당하기 위해 뭐든 입안에 넣고 씹어되야 했다. 그렇게 도리스 브라운은 몸이 뚱뚱해졌고, 친아빠가 21살 때 돌아가시고 나서 먹고 살기 위해 아빠가 일했던 곳에서 일하게 되었다. 도리스 브라운은 한번 팔겠다고 마음먹은 물건은 닥치는 대로 팔아치웠다. 이번에도 아무데나 전화를 걸어 생리대 필요하냐고 물었고, 그 남자는 도리스한테 전화를 끊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했다. 누구랑 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얼마만인지 상상도 못 할거라면서 말이다. 그의 이름은 "리"이고, 그는 현재 플랜A에 있고, 벌써 십오 년째 행성 주위를 돌고 있다고 말했다. 행성대관람차에 혼자 갇혀서... 그렇게 도리스와 리는 매일 이야기를 나눴다.
"아무리 먹성이 좋아도 외로움이나 쓸쓸함 같은 걸 먹어치울 재간은 없었으니까. 차라리 똥 덩어리를 씹어 먹는 게 백번 낫지."
"모래성처럼 뭉툭하게 흔적만 남은 사람, 거기에 있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어디에도 없는 사람. 리는 유령 같은 존재였고, 도리스에게조차 목소리만 겨우 들리는 유령 같은 존재였지."
"누가 누구를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한 가지밖에 없는데, 바로 여기에 묻어두는 거라우, 사람의 마음이라는 건 성능이 좋은 냉장고 같은 거니까. 코드가 뽑히기 전에는 모든 걸 아주 신선하게 보관하니까."
일주일간의 휴가 : 호세 로드리게스는 마드리드 국제우주공항 대기실에 앉아 우주선 탑승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플랜A 행성으로 가기 위해서... 그는 십오 년 동안 교도소에서 갇혀 있었다. 형기를 마치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만나기 위해 예전의 자신의 집으로 찾아가지만, 아들은 없고, 왠 여자가 집안에 있었다. 호세는 누구냐면서 따져물었고, 그녀는 아들의 부인이며, 손자가 병원에 입원해 있으며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아들이 플랜A 행성에 갔다는 것이다. 그래서 호세는 아들을 만나기 위해 플랜A 행성으로 가는 우주선에 탑승했다. 호세는 그 우주선에서 "리"를 만났는데, 아주 운 좋게 우주선 왕복 티켓에 놀이동산 자유이용권에 숙식 무료제공권까지 됐다면서.. "리"가 신나게 말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인생도 지금 앉아 있는 의자와 비슷했다. 정나미가 떨어지고 사람 엿이나 먹이려 들고 한번 정해지면 바꿀 수 없고 내리기 전에는 계속 거기에 앉아 있어야 하고 돈이 끼어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것까지."
행성심사대 : 박사들이 플랜A 행성 바이러스를 조사하기 위해 우주선에 탑승했다. 플랜A 행성에 도착한 박사들은 로봇들을 만나 팀원들 하나씩 잃게 되고, 일라이저 베일리 박사는 그곳에서 일년 팔 개월 지내게 되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잊고 있을 때 어디선가 울리는 전화를 받게 됐다. 자신의 이름은 "리"이고, 괜찮다면 이야기를 좀 하고 싶다면서 말이다. "리"는 삼십 년 전에 플랜A 행성의 관광객이었고, 그 전에는 스페인에서 교도관 노릇을 좀 했으며, 지금은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겠다면서.... 얘기하기 시작했다.
술주정뱅이 : 새벽에 전화가 울렸다. 전화를 받은 양 웬리는 자신의 이름이 "리"라고 밝힌 늙은 남자가 살날이 며칠 안 남은 불쌍한 늙은이라면서 만나서 반갑다고 말했다. 양 웬리는 기분이 엿 같은 말을 들어야 했다. "나는 자네가 나 대신 이곳에 와서 지냈으면 해. 자네 생각은 어떤가, 양?"
이 책을 그냥 훑어보면 다른 이야기로 구성이 된 단편일 거라고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읽어보면 서로 연결되어 있다. 플랜A 행성 놀이기구에 갇혀 혼자 외로이 쓸쓸이 살고 있는 "리"와 연결된 또는 관련된 이들의 이야기이다.
다소 거친말들도 들어가 있지만, 그런거는 거의 애교에 가깝고, 재미있는 문장도 살짝 보여서 읽을만 했다. 그러나 지루함은 어쩔 수 없었다. 누구나 상상하고, 누구나 공감하고, 누구나 내다보고 있는 미래와 공상 또한 이미 어딘가 읽었던 비슷한 스토리 그렇다고 지금의 작품이 더 독특한 것도 아니다. 지루함이 섞여 있는 평범한 스토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