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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 ㅣ 킬러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해용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평점 :
이 작가의 작품들 중 "사신치바", "사신7일", "명랑한 갱"등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 이번에 새로나온 작품 "악스AX"는 평이 나름 좋아 구매를 안할 수가 없었다. 요즘 책에 눈을 계속 돌리고 있지 않다가 드디어 손으로 잡은 책이 악스이다. 이놈의 악스 한 권 읽는데, 3일 걸렸다.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폭염이라서 그렇다. 에어컨을 최대한 안틀기 위해 선풍기로 버티면서 책을 읽다가 결국은 포기하고 에어컨을 틀었는데, 시원하니깐 잠이 마구 쏟아져서 잠들어버리고 이러기를 계속 반복하는 바람에 3일 걸렸다. 징글징글한 "폭염"
그는 아내와 아들 하나를 두었고, 문방구 제조업체에 20대 중반에 입사하여 그때부터 쭈욱 40대 중반이 된 지금은 영업부에서도 베테랑 가운데 한 명이다. 그리고 가족에게 비밀로 하고 있는 또 다른 직업도 있는데, 거기에서도 베테랑이다. 킬러 업계에서 알아주는 전설적인 존재이며, 그쪽에서 그를 풍뎅이라고 부른다. 그런 그가 제일 무서워 하는 것은 바로 "아내"이다.
"당신에게는 이 수술을 추천합니다."
"아니, 사양할래요. 어차피 악성이겠죠, 뭐"
AX - 의사가 풍뎅이에게 수술을 권했다. 그러나 풍뎅이는 악성이라서 거절을 했다. 풍뎅이는 퇴원하고 싶었지만 의사는 퇴원할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일은 모두 의사가 중개해 주었다. 저 남자를 살해하라, 이 남자를 처치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펼쳐 놓은 진료 기록 카드에는 표적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다. '수술'해야 할 상대의 이름과 주소, 그것을 모른다면 상대를 알아보기 위한 정보, 의뢰인이 원하는 조건이 일반인은 알 수 없도록 의료 전문 용어라고 적혀 있다. '수술'이란 살해하는 행위를 가리키고, '악성'은 표적이 프로인 경우를 의미한다.
풍뎅이는 가쓰미가 태어난 무렵부터 이 일을 그만두고 싶어했다. 의사에게 5년 전부터 얘기를 해놨지만 그럴때마다 돈이 필요하다고 말을 들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풍뎅이는 폭파 사건을 일으키려는 놈들을 처치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풍뎅이, 넌 가정이 있으니까 지금 집에 돌아가면 몰래 컵라면이라도 먹을 수 있겠지."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생략) 늦은 밤에 먹기에는 너무 시끄럽다고."
"우리 집사람이 늦은 밤 그런 소리에 깨기라도 해 봐, 큰일 난다고.""소시지야. 어육 소시지. 그건 소리도 나지 않고 오래가기도 해. 배도 불러. 최고의 선택이지."
양복 호주머니에 찔러 넣어 두었던 어육 소시지를 꺼내 한 입 베어 문다. 허기진 배를 소시지가 위로해 준다. 의지가 삐걱거려 위험해, 위험, 하며 초조해한다. 아내가 깨지나 않았는지 귀를 기울인다.
BEE - 의사가 풍뎅이에게 "당신을 수술하려는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해주었다. 수술이란, 목숨을 빼앗는다는 의미이다. 말벌이라 불리는 업자라고 그랬다. 아내가 집에 벌이 들어왔다면서 전화를 해왔다. 풍뎅이는 말벌 업자가 가족을 위협하고 있는 줄 알고 후다닥 집으로 달려갔다. 진짜 벌이 마당에 있었다. 아내가 글피 캠핑을 갈건데, 말벌집을 처리해달라는 것이었다.
"늘 내 얘기는 아무것도 듣지 않지."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잠깐 착각한 것 뿐이야."
"아마 아버지는 거래처 손님하고 이야기했던 게 뒤죽박죽이 된 거 아닐까?"
배가 두 동강 나고 안에 물이 차기 시작하여 내 목숨도 여기까지 인가 하고 포기할 즈음, 아들이 탄 헬리콥터에서 사다리가 내려온 것 같은 심정이었다. 고맙다며 아들에게 안기고 싶은 것을 필사적으로 참으며 오랜만에 가쓰미에게만 보이도록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굿" 표시를 보였지만 가쓰미는 힐끗 쳐다보더니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
Crayon - 풍뎅이는 볼더링을 하다가 마음에 맞는 사람을 만났다. 그도 영업 실적도 최고고 나름대로 좋은 평가도 받는데 집에서는 꼼짝을 못한다고 한다. 풍뎅이는 마쓰다라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다. 마쓰다는 "미야케 씨도?" 아내가 무섭냐고 물었고, 풍뎅이는 "네"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얘기를 주고 받다가 서로 놀랄 만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풍뎅이 아들과 마쓰다 딸이 같은 학교에 다니고 같은 고3 수험생이라는 것이었다. 풍뎅이는 뭉클했다. 자신에게 친구가 생길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러나 오래 가지 못했다. 의사가 수술을 추천했다.
"아버지는 말이야, 잘도 그렇게 엄마한테 굽실거리네"
"하지만 아버지도 일하는 몸이고, 지금도 빵가루 사러 갔다 온다는데 엄마는 전혀 미안해하지 않잖아"
"아버지도 언젠가는 폭발할 것 같아서. 엄마와 사이는 좋은 것 같지만 언제나 아버지가 참는 쪽이잖아."
"아버지는 늘 사과만 하니까 그래. 좀 더 당당했으면 좋겠는데."
"이것만은 성격인 것 같아. 가쓰미는 이렇게 되지 않도록 조심해."
- 시기적으로 이미 늦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인간의 감정을 잃은 채 사라져 가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
EXIT - 반년쯤 전부터 백화점에 배치되어 입점해 있는 문구점으로 영업을 위해 찾아오는 풍뎅이는 거기서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나노무라하고 꽤 가까워졌다. 어느 날, 나노무라가 자기 아들이 자신이 일하는 백화점을 견학하고 싶어한다는 말을 했다. 그것도 야간에 말이다. 나노무라는 풍뎅이에게 부탁을 했다. 자기 대신 경비를 서 달라고 말이다. 풍뎅이는 화장실에서 죽어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그때 갑자기 나노무라가 풍뎅이한테 공격해오기 시작했다.
FINE - 10년이 지난 후 가쓰미는 아빠가 되어 있었다. 엄마 집으로 젊은 사람이 찾아왔다고 한다. 아버지한테 할 얘기 있다면서 말이다. 그를 만난 후 가쓰미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 의심을 하게 되었고,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아버님에 대해 제일 먼저 기억나는 건 뭐야?"
"아침에 일어나 보니 우주에서 돌아온 것 같은 옷차림으로 쓰러져 있었던 적이 있어."
"마당에 커다란 벌집이 생겼었거든."
"아버지는 다시 태어난다면 엄마하고 결혼하지 않겠지?"
"다시 태어나도 지금과 똑같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다시 네가 태어나는 거야. 안 그러면 괴롭겠지."
"휴우! 그래서 또 엄마한테 겁먹는 인생을 보내겠다고?"
"좋은 일이 훨씬 더 많았어."
스토리 자체는 대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화려한 스릴과 잔인함 그리고 유머가 없이도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이다. 나도 모르게 두 번 읽었는데, 처음에 읽었을 때 보다 두 번째 읽었을 때가 가슴을 더욱 파고 들면서 뭉클하게 만들어 주었다. 음... 천연양념 같았다. 간간히만 넣어도 맛을 업그레이드 시켜 입안으로 녹아들게 만들어주는 것 처럼 말이다. 몰입도 쉽게 할 수 있다. 다만, 결말이 김빠진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난 후 다시 처음으로 가게 만드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