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문자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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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안읽기 시작한 것이 2년 정도? 된 것 같다. 그 전까지만 해도 히가시노 작품이 나올 때마다 읽어봤고, 그것도 모자르면 예전의 작품들도 찾아서 읽을 정도로 그렇게 푹 빠져 살았는데 어느 순간 부터 안읽게 되었다. 어떤 작품이었는지 기억이 잘 안나지만 그 책을 읽고 난 후 이제 그만 읽어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그 이후 읽지 않고 있었는데, 요즘들어서 히가시노 작품들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쉽사리 펼쳐보고 싶지 않았다. 뭐랄까 내키지 않았다. 눈에는 계속 들어왔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 개정된 11문자 살인사건을 한번 읽어보기로 했다. 예전에 읽었던 작품이었는데, 기억도 잘 안나고 잘됐다 싶었다. 읽어 본 후 예전의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을 대했을 때의 마음이 돌아오면 그동안 읽지 않았던 모든 책을 읽어보기로... 말이다.


"현실의 사건은 흑백이 분명하지 않은 부분이 많지. 선과악의 경계가 애매하잖아. 그래서 문제 제기는 할 수 있지만 명확한 결론은 불가능해. 항상 커다란 무언가의 일부분일 뿐이야. 그런 점에서 소설은 완성된 구조를 지니고 있잖아. 소설은 하나의 구조물이지. 그리고 추리소설은 그 구조물 중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일 수 있는 분야 아니야?" p17


만난 지 2개월 된 마사유키가 살해되어 바다에 던져졌다. 그녀는 그가 살해 당하기 전에 그저께 한 말을 떠올렸다. 누군가 내 목숨을 노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까지만 하고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그의 장례식을 치른 후 마사유키 여동생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오빠의 자료와 스크랩의 방대한 양이 나왔는데 혹시 필요하냐고 물어왔다. 그녀는 보내달라고 하고, 그 집 열쇠를 돌려줄 겸 마지막으로 죽은 애인의 방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장례식에서 본 마사유키와 같이 기행문을 썼다고 하는 카메라맨 미유키가 와 있었다. 여동생이 오라고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왔다고 하는 미유키가 그녀는 왠지 이상하다는 의문을 가졌다.


미유키라는 여성이 뭔가 초조함이 섞인 말투로 그의 자료가 저게 다냐고 물어왔다. 그녀는 여동생이 자신에게 그의 자료를 전부 자신의 집으로 택배로 보냈다고 말을 해주었다. 미유키는 일 때문에 자료가 필요하다고 말을 해왔고, 그녀는 그럼 자신의 집으로 오라고 말을 해줬다. 그랬더니 미유키가 택배 도착하면 뜯어보지 말라고 부탁을 해왔다. 그녀는 이상한 요구였지만 일단 받아들였다.


그녀는 마사유키 담당 편집자였던 다무라에게 미유키에 대해서 물어보기로 했다. 그 두 사람은 기행문을 잡지에 연재했던 사이이고 Y섬으로 취재를 갔다가 거기서 사고가 났었다고 한다. 마사유키의 지인 중에 요트를 타고 Y섬으로 가는 계획을 세운 사람이 있었고, 날씨가 나빠져 요트가 전복되었으며 열 명 정도가 탔는데 딱 한 사람만 죽었다고 한다. 그렇게 연재도 끝났다고 말해주었다. 그녀는 그 사고에 무슨 비밀있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사히코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수영이 특기였던 형이 죽었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는...


그 후 그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이 하나씩 살해되어 갔다. 또한, 그녀에게 경고까지 보내왔다.


"역시 이 여자도 답을 알고 있었다." 


1987년에 데뷔해서 2년 후에 낸 초기작품이다. 그래서 조금 어설픈 부분이 많이 보인다. 그럼에도 흡입력 하나는 정말 좋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이 왜그리 흡입력이 좋은지 알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대부분 작가의 초기 작품들을 읽으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은 그렇지 않았다. 트릭도 좋고, 구성도 좋고 , 사회성도 좋고 그때도 자신의 작품에 대하여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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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5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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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 료"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서 평점을 좋게 준 적이 없다. 그럼에도 꾸준히 읽는 것은 "사설탐정 사와자키 시리즈"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주인공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서이다. 무뚝뚝하고 까칠한 제멋대로인 사와자키 그리고 형사와 주고 받는 대화에 약간 유머가 있어서 그렇다. 하라 료 작가의 신간이 안나온지 꽤 되서 잊고 있었는데, 요번에 나와줘서 고마웠다. 사실 그의 소설을 읽지 못하는 줄 알았다.


사설탐정 사무소를 운영하는 "사와자키"에게 젊은 여성이 찾아왔다. "와타나베 씨"를 만나러 왔다면서 말이다. 그녀의 아버지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와타나베 씨와 의논하라고 늘 엄마에게 말했다고 한다. 사와자키는 와타나베를 만날 수 없다고 말해주었다. 그녀도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사와자키에게 대신 자신의 아빠를 구해주실 수 없냐고 물었다. "그저께 오후에 요코하마에 있는 '가나가와 은행' 호라이 지점에서 은행원과 폭력단 두목 두 사람이 총에 맞아 죽었는데, 그 사건의 범인이 아빠라서 구류되었다" 그러나 엄마와 자신은 아빠가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빠가 자수했다고 범인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말이다.


대화를 하던 중 전화벨이 울렸다. 딸의 아버지 변호사를 맡은 변호사가 이세자키 경찰서로 호송하기전에 아버지에게 가족 면회가 허락 되었다면서 급히 신주쿠 경찰서로 그녀를 데려다 줄 수 없냐고 부탁을 해왔다. 결국 사와자키는 그녀를 신주쿠 경찰서에 데려다 주었고, 경찰 주차장에서 익숙한 얼굴을 봐서 잠시 주차장에 있었는데, 거기서 이상한 놈들을 보게 되었다. 젊은 여자의 아버지를 호송하는 차가 출발하자 그 이상한 놈들의 차도 같이 출발하는 것을 보고 사와자키도 따라갔다.


의뢰인도 없는데 탐정 따위가 끼어들 틈이 없는 폭력단 사건에 휘말리고 만 듯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어깨에 총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호송을 맡았던 젊은 형사는 머리에 총을 맞아 죽었다.


쓰쓰미 형사는 젊은 여자의 아빠는 처남 대신 자수한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번듯한 사업가라고 하고 싶지만 품행이 그리 좋지 않은 철없는 도련님 사장 그리고 사업 부진이나 흥행 대출 중지에 가부라기 흥업이 손을 썼다는 소문도 있다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그 중요 참고인으로 보고 있는 사람의 행방을 몰라 찾고 있다고 한다.


사와자키는 차를 들이박으면서 얼핏 보았던 번호판 조사로 주소를 알아내어 처남과 그 사건 때 사라진 아흔 넘은 노인도 같이 구출했다. 그러나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내가 열지 않은 블라인드를 닫고, 내가 켜지 않은 난로를 끄고, 내가 열지 않은 문을 잠근 것은 죽은 와타나베가 실종된 날 이후 처음인가? 지독한 위화감이 들었다.


처음에 나는 이 시리즈가 마지막인 줄 알았다. "그리고 나는 그해 마지막으로 '와타나베 탐정사무소' 문을 닫았다." 문장을 "아! 사와자키가 죽는구나"하고 생각을 하고 말았다. 다행히 나의 "오판"이었다. 이야기 자체는 그다지 스피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사건의 진실도 여러 번 뒤집기를 반복했는데, 나는 그다지 몇 번씩이나 뒤집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여기서 또 약간 아쉬웠던 것은 니시고리 경부가 파리로 출장갔다는 것이다. 그래도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막판에 니시고리 경부가 출장에 돌아와 사와자키하고 얘기하는데, 별거 아닌 대화인데 웃겼다. 약간의 유머센스는 죽지 않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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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 킬러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해용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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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작품들 중 "사신치바", "사신7일", "명랑한 갱"등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 이번에 새로나온 작품 "악스AX"는 평이 나름 좋아 구매를 안할 수가 없었다. 요즘 책에 눈을 계속 돌리고 있지 않다가 드디어 손으로 잡은 책이 악스이다. 이놈의 악스 한 권 읽는데, 3일 걸렸다.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폭염이라서 그렇다. 에어컨을 최대한 안틀기 위해 선풍기로 버티면서 책을 읽다가 결국은 포기하고 에어컨을 틀었는데, 시원하니깐 잠이 마구 쏟아져서 잠들어버리고 이러기를 계속 반복하는 바람에 3일 걸렸다. 징글징글한 "폭염"

그는 아내와 아들 하나를 두었고, 문방구 제조업체에 20대 중반에 입사하여 그때부터 쭈욱 40대 중반이 된 지금은 영업부에서도 베테랑 가운데 한 명이다. 그리고 가족에게 비밀로 하고 있는 또 다른 직업도 있는데, 거기에서도 베테랑이다. 킬러 업계에서 알아주는 전설적인 존재이며, 그쪽에서 그를 풍뎅이라고 부른다. 그런 그가 제일 무서워 하는 것은 바로 "아내"이다.

"당신에게는 이 수술을 추천합니다."
"아니, 사양할래요. 어차피 악성이겠죠, 뭐"

AX - 의사가 풍뎅이에게 수술을 권했다. 그러나 풍뎅이는 악성이라서 거절을 했다. 풍뎅이는 퇴원하고 싶었지만 의사는 퇴원할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일은 모두 의사가 중개해 주었다. 저 남자를 살해하라, 이 남자를 처치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펼쳐 놓은 진료 기록 카드에는 표적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다. '수술'해야 할 상대의 이름과 주소, 그것을 모른다면 상대를 알아보기 위한 정보, 의뢰인이 원하는 조건이 일반인은 알 수 없도록 의료 전문 용어라고 적혀 있다. '수술'이란 살해하는 행위를 가리키고, '악성'은 표적이 프로인 경우를 의미한다.

풍뎅이는 가쓰미가 태어난 무렵부터 이 일을 그만두고 싶어했다. 의사에게 5년 전부터 얘기를 해놨지만 그럴때마다 돈이 필요하다고 말을 들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풍뎅이는 폭파 사건을 일으키려는 놈들을 처치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풍뎅이, 넌 가정이 있으니까 지금 집에 돌아가면 몰래 컵라면이라도 먹을 수 있겠지."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생략) 늦은 밤에 먹기에는 너무 시끄럽다고."
"우리 집사람이 늦은 밤 그런 소리에 깨기라도 해 봐, 큰일 난다고.""소시지야. 어육 소시지. 그건 소리도 나지 않고 오래가기도 해. 배도 불러. 최고의 선택이지."

양복 호주머니에 찔러 넣어 두었던 어육 소시지를 꺼내 한 입 베어 문다. 허기진 배를 소시지가 위로해 준다. 의지가 삐걱거려 위험해, 위험, 하며 초조해한다. 아내가 깨지나 않았는지 귀를 기울인다.

BEE - 의사가 풍뎅이에게 "당신을 수술하려는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해주었다. 수술이란, 목숨을 빼앗는다는 의미이다. 말벌이라 불리는 업자라고 그랬다. 아내가 집에 벌이 들어왔다면서 전화를 해왔다. 풍뎅이는 말벌 업자가 가족을 위협하고 있는 줄 알고 후다닥 집으로 달려갔다. 진짜 벌이 마당에 있었다. 아내가 글피 캠핑을 갈건데, 말벌집을 처리해달라는 것이었다.

"늘 내 얘기는 아무것도 듣지 않지."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잠깐 착각한 것 뿐이야."
"아마 아버지는 거래처 손님하고 이야기했던 게 뒤죽박죽이 된 거 아닐까?"
배가 두 동강 나고 안에 물이 차기 시작하여 내 목숨도 여기까지 인가 하고 포기할 즈음, 아들이 탄 헬리콥터에서 사다리가 내려온 것 같은 심정이었다. 고맙다며 아들에게 안기고 싶은 것을 필사적으로 참으며 오랜만에 가쓰미에게만 보이도록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굿" 표시를 보였지만 가쓰미는 힐끗 쳐다보더니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

Crayon - 풍뎅이는 볼더링을 하다가 마음에 맞는 사람을 만났다. 그도 영업 실적도 최고고 나름대로 좋은 평가도 받는데 집에서는 꼼짝을 못한다고 한다. 풍뎅이는 마쓰다라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다. 마쓰다는 "미야케 씨도?" 아내가 무섭냐고 물었고, 풍뎅이는 "네"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얘기를 주고 받다가 서로 놀랄 만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풍뎅이 아들과 마쓰다 딸이 같은 학교에 다니고 같은 고3 수험생이라는 것이었다. 풍뎅이는 뭉클했다. 자신에게 친구가 생길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러나 오래 가지 못했다. 의사가 수술을 추천했다.

"아버지는 말이야, 잘도 그렇게 엄마한테 굽실거리네"
"하지만 아버지도 일하는 몸이고, 지금도 빵가루 사러 갔다 온다는데 엄마는 전혀 미안해하지 않잖아"
"아버지도 언젠가는 폭발할 것 같아서. 엄마와 사이는 좋은 것 같지만 언제나 아버지가 참는 쪽이잖아."
"아버지는 늘 사과만 하니까 그래. 좀 더 당당했으면 좋겠는데."
"이것만은 성격인 것 같아. 가쓰미는 이렇게 되지 않도록 조심해."

- 시기적으로 이미 늦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인간의 감정을 잃은 채 사라져 가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

EXIT - 반년쯤 전부터 백화점에 배치되어 입점해 있는 문구점으로 영업을 위해 찾아오는 풍뎅이는 거기서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나노무라하고 꽤 가까워졌다. 어느 날, 나노무라가 자기 아들이 자신이 일하는 백화점을 견학하고 싶어한다는 말을 했다. 그것도 야간에 말이다. 나노무라는 풍뎅이에게 부탁을 했다. 자기 대신 경비를 서 달라고 말이다. 풍뎅이는 화장실에서 죽어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그때 갑자기 나노무라가 풍뎅이한테 공격해오기 시작했다.

FINE - 10년이 지난 후 가쓰미는 아빠가 되어 있었다. 엄마 집으로 젊은 사람이 찾아왔다고 한다. 아버지한테 할 얘기 있다면서 말이다. 그를 만난 후 가쓰미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 의심을 하게 되었고,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아버님에 대해 제일 먼저 기억나는 건 뭐야?"
"아침에 일어나 보니 우주에서 돌아온 것 같은 옷차림으로 쓰러져 있었던 적이 있어."
"마당에 커다란 벌집이 생겼었거든."


"아버지는 다시 태어난다면 엄마하고 결혼하지 않겠지?"
"다시 태어나도 지금과 똑같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다시 네가 태어나는 거야. 안 그러면 괴롭겠지."
"휴우! 그래서 또 엄마한테 겁먹는 인생을 보내겠다고?"
"좋은 일이 훨씬 더 많았어."

스토리 자체는 대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화려한 스릴과 잔인함 그리고 유머가 없이도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이다. 나도 모르게 두 번 읽었는데, 처음에 읽었을 때 보다 두 번째 읽었을 때가 가슴을 더욱 파고 들면서 뭉클하게 만들어 주었다. 음... 천연양념 같았다. 간간히만 넣어도 맛을 업그레이드 시켜 입안으로 녹아들게 만들어주는 것 처럼 말이다. 몰입도 쉽게 할 수 있다. 다만, 결말이 김빠진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난 후 다시 처음으로 가게 만드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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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미안해서
김학수 지음 / 퍼블리터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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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를 보고 왠지 나하고 나이가 비슷할 것 같았다. 성별이 틀려서 옛이야기 부분에서 공감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이 분의 글은 따뜻하고 유머스럽다고 하기에 살짝 기대를 하면서 펼쳤다.

첫 장부터 작가분의 마음 씀씀이에 고마움을 느꼈다. 사실 별거 아닐 수가 있다.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틀릴 수 있는데, "하루하루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길 바라요"하고 캐릭터와 함께 그려서 보내주신 것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기분좋게 해주었다.

이 책은 작가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와 그 안에서 가족과 친구 그리고 일 부분에서 고마움과 미안함 부분을 담아낸 이야기이다.

- 어린 시절 아버지와 목욕탕 간 이야기, 그때는 한없이 아버지 등이 넓었지만 지금은 야윈 등, 젊었을 때 세 친구가 있었는데, 한 명의 친구는 뭐가 그리 급했는지, 아니면 젊음을 유지하려고 그랬는지 스물 살에 세상 떠났고, 두 명의 친구는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가면서 늙어가고 있다는 것, 큰 딸을 학교에 데려다 주웠는데, 주변 엄마들한테서 백수와 조폭 소리를 들었고, 아내가 일을 나간 후 혼자 커피를 타서 바닥에 드러누워 끔뻑끔뻑 하기도 하고, 밀린 책을 읽기도 하고, 가족들을 위해서 노예 계약서를 작성하고, 공원에 갔다가 도서관에 갔다가 선배나 친구 만나 술을 마시거나, 친구의 한을 들어주고 토닥여주는 하루를 보내거나, 커피숍에 가서 뭔가를 하지도 못하고 멍하니 이따 오거나 등등 -

"책을 보러 나간 건지, 작업을 하러 나간 건지 아니면 혼자 있고 싶었던 건지 알 수가 없다. 카페 2층 창가 자리에 앉아서 한참 동안이나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앞으로 작업 때문에 몇 번 더 미팅을 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표정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벌써부터 난감하다. 하늘 한번 정말 파랗구나. 사는 게 뭔지. 웃으면 정말 복이 올까? 아님 돈이 올까?"

"처음엔 뜨겁다가도 시간이 지날수록 식어가는 커피를 보면서 사람의 관계를 생각해본다. 사람을 만나는 것, 언젠가는 식어버릴 커피처럼 씁쓸한 일일까?"
"아픈 기억들을 단숨에 지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몸이 으스러져 가루가 되더라도 그 아픔을 지울 수 있다면."

"내 삶 어딘가에 있을 어두움들은 평소에는 그 모습을 감추고 있다가 스스로가 힘들다고 느껴질 때 불쑥 찾아온다. 늘 겉모습에 취해 속사람이 어떤지 무관심하다. 그러다 어딘가 곪거나 터지거나 하면 비로소 내면을 들여다본다. 삶이라는 폴더에 마우스를 가져다 대고 우측 버튼을 누르면 속성이 나온다. 속성을 들여다보기 전까지 삶은 계속해서 아프다고 신호를 보내는데 무관심하게도 우리는 그걸 알아채기 전까지 나를 계속 채찍질 한다."

"찔려서 피가 나도 눈물로 삼킬 수 밖에 없는 그런 날이 있다. 밖으로 난 가시가 아니라 속으로 피어난 눈물 꽃."

"세상에 뒤쳐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며 붙어 있는 것이 꼭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나이가 들면서 세상살이가 조금씩 이해된다. 버티는 삶이 어떤 것인지."

"인터넷이 행복들을 앗아가버렸다. 작은 손 편지 한 장에도 가슴 뭉클했던 시대를 지나온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비워지지도 않았는데 꾸역꾸역 채워진 쓰레기통을 보니 가끔씩 어긋나는 일상이 바로 오늘인가 싶다. 괜찮다."

작은 현미경이 들어가 있는 듯한 책이다. 읽다보면 많은 사람들의 속을 들여다 본 듯 잘 집어내어 글을 쓴 것 같다. 가볍고 편안하게 마음 놓고 읽다가는 "아얏"하고 짧게 소리낼 수 있다. 그만큼 소소하고 별거 아닌 이야기 같은데 의외로 진지한 부분이 있고 왠지 인생극장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숨을 숴야 하는 문장들이 많아 문장을 많이 베껴 적었고, 문장을 몇 번이나 곱씹어 보기도 하고, 여러모로 생각을 하다가 왠지 서럽고 뭉클하기도 했다. 이 책을 읽어보니 왜 작가가 여태 일이 안끊기고 프리랜서로 살 수 있었는지 이유를 알수 있었고, 그리고 살짝 기대했던 것보다 그 이상이었다.


작은 소소한 일상에서 찾아낸 작가의 생각 모음 에세이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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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동물원
진 필립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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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 사이에는 중간지대가 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는 걸...."

조앤은 이 숲의 무계획적인 기이함을 좋아한다.
조앤은 다섯 살인 아들 링컨과 함께 슬슬 동물원 정문으로 갈 준비를 했다. 동물원 폐점 시간이 다 되었기 때문이다. 조앤은 동물원 깊숙히 들어와 있었서 문이 잠그기 전에 서둘러 정문으로 향해 걸어갔다. 그때 갑자기 숲 너머에서 크고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파열음 두 번, 이어서 몇 번 더. 빵. 마치 풍선이 여러 개 터지는 것 같았다. 또 한 번 빵 소리가 났다. 또 한 번, 또 한 번 새들은 조용하지만 낙엽은 계속해서 빠르게 떨어져 내렸다.

" 아이의 정신은 복잡하고 독특해 고유한 세계를 엮어 냈다. "

조앤은 총성이었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총성이었다면 지금쯤은 다른 소리도 들렸어야 하기 때문이다. 비명이나 사이렌 소리 혹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안내방송 목소리라든지 조앤은 링컨을 데리고 다시 서둘러 정문으로 향해 걸어갔다. 거의 출구에 가까워 졌을 때 또 한 번 빵 하는 소리가 났다. 전보다 더 크고 가까워졌다. 조앤은 땅 위의 형체들과 창백한 엉덩이 위로 치마가 아무렇게나 들려 있고 두 다리가 구버러져 있는 작은 몸을 보았고, 그 가운데서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오른손에 총을 쥐고 있었다. 조앤은 링컨을 안고 다시 왔던 길로 숲 속으로 뒤돌아 달렸다. 유인원관 안에 숨어서 숨을 죽이고 있던 조앤은 내부에서 뭔가 빵 터지는 소리를 들었다. 문이 열렸다 닫히고 자기 소리가 들리는 걸 겁내지 않는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자 둘이었다. 시끄러운 놈과 조용한 놈!

동물원이 점점 어두워졌다. 조앤은 핸드폰의 불빛이 위험할 지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남편 폴과 문자를 주고 받았다. 경찰이 출동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는 것 같았다. 조앤이 너무 핸드폰에 집중하고 말았다. 위험한 줄 알면서도 그 심각성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 순간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이 다시 다가오고 있었다.

"한때 너를 잃었으나 이제는 찾았노라"

스토리가 급박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느릿느릿 천천히 그리고 멈추다 다시 느릿느릿 천천히 그리고 멈추다 다시 느릿느릿.... 반복이었다. 조앤의 생각이 그리고 과거 회상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흐름을 끊어버렸다. 그럼에도 엄마라는 존재! 아이를 지키기 위한 이기적인 모습 그리고 희생과 용기 막판에 코끝을 찡하게 만들어주었다.


"아빠는 저를 들어올렸는데 얼마나 당황했는지 보이더라고요. 아빤 계속 미안하다고 했어요. 계속, 계속. 그러더니 제 상처에 키친타월을 덮고 저를 무릎에 앉혔어요. 저는 아직 울고 있었죠. 아빠가 저한테 씩씩하게 굴라는 거예요. 피가 나서 못 그러겠다고 했죠. 그랬더니 아빠가 조리대에서 칼을 집어들어 자기 팔에 상처를 냈어요. 제 눈앞에서 그냥 팔을 그어버리더라니까요. 그런 다음에는 아빠도 피를 흘렸죠. 그러면서 팔을 내밀고 말했어요. '아빠랑 같이 숨을 쉬어보자, 아가. 들이쉬고, 내쉬고. 너랑 아빠랑 똑같이.' 그래서 그렇게 했어요. 그런 다음에 밴드를 붙였고요."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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