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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5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8년 6월
평점 :
"하라 료"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서 평점을 좋게 준 적이 없다. 그럼에도 꾸준히 읽는 것은 "사설탐정 사와자키 시리즈"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주인공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서이다. 무뚝뚝하고 까칠한 제멋대로인 사와자키 그리고 형사와 주고 받는 대화에 약간 유머가 있어서 그렇다. 하라 료 작가의 신간이 안나온지 꽤 되서 잊고 있었는데, 요번에 나와줘서 고마웠다. 사실 그의 소설을 읽지 못하는 줄 알았다.
사설탐정 사무소를 운영하는 "사와자키"에게 젊은 여성이 찾아왔다. "와타나베 씨"를 만나러 왔다면서 말이다. 그녀의 아버지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와타나베 씨와 의논하라고 늘 엄마에게 말했다고 한다. 사와자키는 와타나베를 만날 수 없다고 말해주었다. 그녀도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사와자키에게 대신 자신의 아빠를 구해주실 수 없냐고 물었다. "그저께 오후에 요코하마에 있는 '가나가와 은행' 호라이 지점에서 은행원과 폭력단 두목 두 사람이 총에 맞아 죽었는데, 그 사건의 범인이 아빠라서 구류되었다" 그러나 엄마와 자신은 아빠가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빠가 자수했다고 범인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말이다.
대화를 하던 중 전화벨이 울렸다. 딸의 아버지 변호사를 맡은 변호사가 이세자키 경찰서로 호송하기전에 아버지에게 가족 면회가 허락 되었다면서 급히 신주쿠 경찰서로 그녀를 데려다 줄 수 없냐고 부탁을 해왔다. 결국 사와자키는 그녀를 신주쿠 경찰서에 데려다 주었고, 경찰 주차장에서 익숙한 얼굴을 봐서 잠시 주차장에 있었는데, 거기서 이상한 놈들을 보게 되었다. 젊은 여자의 아버지를 호송하는 차가 출발하자 그 이상한 놈들의 차도 같이 출발하는 것을 보고 사와자키도 따라갔다.
의뢰인도 없는데 탐정 따위가 끼어들 틈이 없는 폭력단 사건에 휘말리고 만 듯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어깨에 총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호송을 맡았던 젊은 형사는 머리에 총을 맞아 죽었다.
쓰쓰미 형사는 젊은 여자의 아빠는 처남 대신 자수한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번듯한 사업가라고 하고 싶지만 품행이 그리 좋지 않은 철없는 도련님 사장 그리고 사업 부진이나 흥행 대출 중지에 가부라기 흥업이 손을 썼다는 소문도 있다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그 중요 참고인으로 보고 있는 사람의 행방을 몰라 찾고 있다고 한다.
사와자키는 차를 들이박으면서 얼핏 보았던 번호판 조사로 주소를 알아내어 처남과 그 사건 때 사라진 아흔 넘은 노인도 같이 구출했다. 그러나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내가 열지 않은 블라인드를 닫고, 내가 켜지 않은 난로를 끄고, 내가 열지 않은 문을 잠근 것은 죽은 와타나베가 실종된 날 이후 처음인가? 지독한 위화감이 들었다.
처음에 나는 이 시리즈가 마지막인 줄 알았다. "그리고 나는 그해 마지막으로 '와타나베 탐정사무소' 문을 닫았다." 문장을 "아! 사와자키가 죽는구나"하고 생각을 하고 말았다. 다행히 나의 "오판"이었다. 이야기 자체는 그다지 스피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사건의 진실도 여러 번 뒤집기를 반복했는데, 나는 그다지 몇 번씩이나 뒤집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여기서 또 약간 아쉬웠던 것은 니시고리 경부가 파리로 출장갔다는 것이다. 그래도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막판에 니시고리 경부가 출장에 돌아와 사와자키하고 얘기하는데, 별거 아닌 대화인데 웃겼다. 약간의 유머센스는 죽지 않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