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동물원
진 필립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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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 사이에는 중간지대가 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는 걸...."

조앤은 이 숲의 무계획적인 기이함을 좋아한다.
조앤은 다섯 살인 아들 링컨과 함께 슬슬 동물원 정문으로 갈 준비를 했다. 동물원 폐점 시간이 다 되었기 때문이다. 조앤은 동물원 깊숙히 들어와 있었서 문이 잠그기 전에 서둘러 정문으로 향해 걸어갔다. 그때 갑자기 숲 너머에서 크고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파열음 두 번, 이어서 몇 번 더. 빵. 마치 풍선이 여러 개 터지는 것 같았다. 또 한 번 빵 소리가 났다. 또 한 번, 또 한 번 새들은 조용하지만 낙엽은 계속해서 빠르게 떨어져 내렸다.

" 아이의 정신은 복잡하고 독특해 고유한 세계를 엮어 냈다. "

조앤은 총성이었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총성이었다면 지금쯤은 다른 소리도 들렸어야 하기 때문이다. 비명이나 사이렌 소리 혹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안내방송 목소리라든지 조앤은 링컨을 데리고 다시 서둘러 정문으로 향해 걸어갔다. 거의 출구에 가까워 졌을 때 또 한 번 빵 하는 소리가 났다. 전보다 더 크고 가까워졌다. 조앤은 땅 위의 형체들과 창백한 엉덩이 위로 치마가 아무렇게나 들려 있고 두 다리가 구버러져 있는 작은 몸을 보았고, 그 가운데서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오른손에 총을 쥐고 있었다. 조앤은 링컨을 안고 다시 왔던 길로 숲 속으로 뒤돌아 달렸다. 유인원관 안에 숨어서 숨을 죽이고 있던 조앤은 내부에서 뭔가 빵 터지는 소리를 들었다. 문이 열렸다 닫히고 자기 소리가 들리는 걸 겁내지 않는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자 둘이었다. 시끄러운 놈과 조용한 놈!

동물원이 점점 어두워졌다. 조앤은 핸드폰의 불빛이 위험할 지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남편 폴과 문자를 주고 받았다. 경찰이 출동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는 것 같았다. 조앤이 너무 핸드폰에 집중하고 말았다. 위험한 줄 알면서도 그 심각성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 순간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이 다시 다가오고 있었다.

"한때 너를 잃었으나 이제는 찾았노라"

스토리가 급박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느릿느릿 천천히 그리고 멈추다 다시 느릿느릿 천천히 그리고 멈추다 다시 느릿느릿.... 반복이었다. 조앤의 생각이 그리고 과거 회상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흐름을 끊어버렸다. 그럼에도 엄마라는 존재! 아이를 지키기 위한 이기적인 모습 그리고 희생과 용기 막판에 코끝을 찡하게 만들어주었다.


"아빠는 저를 들어올렸는데 얼마나 당황했는지 보이더라고요. 아빤 계속 미안하다고 했어요. 계속, 계속. 그러더니 제 상처에 키친타월을 덮고 저를 무릎에 앉혔어요. 저는 아직 울고 있었죠. 아빠가 저한테 씩씩하게 굴라는 거예요. 피가 나서 못 그러겠다고 했죠. 그랬더니 아빠가 조리대에서 칼을 집어들어 자기 팔에 상처를 냈어요. 제 눈앞에서 그냥 팔을 그어버리더라니까요. 그런 다음에는 아빠도 피를 흘렸죠. 그러면서 팔을 내밀고 말했어요. '아빠랑 같이 숨을 쉬어보자, 아가. 들이쉬고, 내쉬고. 너랑 아빠랑 똑같이.' 그래서 그렇게 했어요. 그런 다음에 밴드를 붙였고요."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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