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미안해서
김학수 지음 / 퍼블리터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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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를 보고 왠지 나하고 나이가 비슷할 것 같았다. 성별이 틀려서 옛이야기 부분에서 공감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이 분의 글은 따뜻하고 유머스럽다고 하기에 살짝 기대를 하면서 펼쳤다.

첫 장부터 작가분의 마음 씀씀이에 고마움을 느꼈다. 사실 별거 아닐 수가 있다.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틀릴 수 있는데, "하루하루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길 바라요"하고 캐릭터와 함께 그려서 보내주신 것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기분좋게 해주었다.

이 책은 작가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와 그 안에서 가족과 친구 그리고 일 부분에서 고마움과 미안함 부분을 담아낸 이야기이다.

- 어린 시절 아버지와 목욕탕 간 이야기, 그때는 한없이 아버지 등이 넓었지만 지금은 야윈 등, 젊었을 때 세 친구가 있었는데, 한 명의 친구는 뭐가 그리 급했는지, 아니면 젊음을 유지하려고 그랬는지 스물 살에 세상 떠났고, 두 명의 친구는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가면서 늙어가고 있다는 것, 큰 딸을 학교에 데려다 주웠는데, 주변 엄마들한테서 백수와 조폭 소리를 들었고, 아내가 일을 나간 후 혼자 커피를 타서 바닥에 드러누워 끔뻑끔뻑 하기도 하고, 밀린 책을 읽기도 하고, 가족들을 위해서 노예 계약서를 작성하고, 공원에 갔다가 도서관에 갔다가 선배나 친구 만나 술을 마시거나, 친구의 한을 들어주고 토닥여주는 하루를 보내거나, 커피숍에 가서 뭔가를 하지도 못하고 멍하니 이따 오거나 등등 -

"책을 보러 나간 건지, 작업을 하러 나간 건지 아니면 혼자 있고 싶었던 건지 알 수가 없다. 카페 2층 창가 자리에 앉아서 한참 동안이나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앞으로 작업 때문에 몇 번 더 미팅을 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표정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벌써부터 난감하다. 하늘 한번 정말 파랗구나. 사는 게 뭔지. 웃으면 정말 복이 올까? 아님 돈이 올까?"

"처음엔 뜨겁다가도 시간이 지날수록 식어가는 커피를 보면서 사람의 관계를 생각해본다. 사람을 만나는 것, 언젠가는 식어버릴 커피처럼 씁쓸한 일일까?"
"아픈 기억들을 단숨에 지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몸이 으스러져 가루가 되더라도 그 아픔을 지울 수 있다면."

"내 삶 어딘가에 있을 어두움들은 평소에는 그 모습을 감추고 있다가 스스로가 힘들다고 느껴질 때 불쑥 찾아온다. 늘 겉모습에 취해 속사람이 어떤지 무관심하다. 그러다 어딘가 곪거나 터지거나 하면 비로소 내면을 들여다본다. 삶이라는 폴더에 마우스를 가져다 대고 우측 버튼을 누르면 속성이 나온다. 속성을 들여다보기 전까지 삶은 계속해서 아프다고 신호를 보내는데 무관심하게도 우리는 그걸 알아채기 전까지 나를 계속 채찍질 한다."

"찔려서 피가 나도 눈물로 삼킬 수 밖에 없는 그런 날이 있다. 밖으로 난 가시가 아니라 속으로 피어난 눈물 꽃."

"세상에 뒤쳐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며 붙어 있는 것이 꼭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나이가 들면서 세상살이가 조금씩 이해된다. 버티는 삶이 어떤 것인지."

"인터넷이 행복들을 앗아가버렸다. 작은 손 편지 한 장에도 가슴 뭉클했던 시대를 지나온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비워지지도 않았는데 꾸역꾸역 채워진 쓰레기통을 보니 가끔씩 어긋나는 일상이 바로 오늘인가 싶다. 괜찮다."

작은 현미경이 들어가 있는 듯한 책이다. 읽다보면 많은 사람들의 속을 들여다 본 듯 잘 집어내어 글을 쓴 것 같다. 가볍고 편안하게 마음 놓고 읽다가는 "아얏"하고 짧게 소리낼 수 있다. 그만큼 소소하고 별거 아닌 이야기 같은데 의외로 진지한 부분이 있고 왠지 인생극장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숨을 숴야 하는 문장들이 많아 문장을 많이 베껴 적었고, 문장을 몇 번이나 곱씹어 보기도 하고, 여러모로 생각을 하다가 왠지 서럽고 뭉클하기도 했다. 이 책을 읽어보니 왜 작가가 여태 일이 안끊기고 프리랜서로 살 수 있었는지 이유를 알수 있었고, 그리고 살짝 기대했던 것보다 그 이상이었다.


작은 소소한 일상에서 찾아낸 작가의 생각 모음 에세이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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