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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서 수집가의 기이한 책 이야기
가지야마 도시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소설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던 내가 어느 순간 책 읽는 즐거움에 빠져 들었다. 현실에서 전혀 구형이 안되는 것을 소설에서는 되고, 어떤 스토리냐에 따라 감정이 각각 다르게 빠져들었다. 책을 펼치는 순간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렇게 한참 빠져 들었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책이 읽기 싫어지는 날이 오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또 빠져들기를 반복했다. 책을 좋아하지만 그것을 죽을 때까지 이어 갈 수 있느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자신이 없다. 그만큼 깊숙히 빠져들지는 않았다. 그저 머리 식히고 싶을 때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싶을 때만 읽는 정도이다. 그리고 재미를 느끼고 싶을 때....
책을 좋아해서 그런지 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관심을 가지게 된다. 거기에 그 책에 대한 비밀스러운 이야기라면 더더욱 끌린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다.
"어떤 사람들에게 책은 마물이에요. 여기에 홀리면-그래요, 책벌레라고 하나요. 이놈이 들러붙으면 절대로 헤어날 길이 없지요. 나처럼 책 한 권 찾으려고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바보도 있고, 책 한 권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는 자도 있는 겁니다."
작가가 이십대였을 때 작은 주점에서 바덴더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매달 한 번쯤 얼굴을 비치던 단골 손님이 있었다. 그는 결코 신분이나 이름을 밝히지 않았고, 술값은 늘 현금으로 지불했다. 그때 그 손님은 묘한 칵테일을 마셨는데 그 칵테일 이름이 '세도리'였다. 그래서 그를 "미스터 세도리"라고 불러었다. 그런 그를 십칠 년이 지나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작가는 아는 척 할까 말까 하다가 아는 척을 했고, 미스터 세도리도 그를 기억하게 되어 그의 별난 인생을 어쩌다 듣게 되었다.
[분홍빛 일기통관]
그의 이름은 가사이 기쿠야 남작이라는 작위가 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는데, 새책보다는 헌책을 좋아했다. 그러다보니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고서에 대한 값어치를 알게 되었고, 대학생때는 서점 주인들이 허투루 상대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거기에 고서점 주인들이 싫어하는 거래방식 중에서 새로 개점한 가게에 가서 알짜배기 고서만 골라 사는 것을 흔히 '뺀다' 혹은 '세도리'라고 했는데 그가 '세도리'의 명수였다.
그가 '요곡백번' 책 중에 99권을 찾아냈지만 그 중 한 권이 없어 십이 년을 찾아 헤맨 끝에 마침내 찾아냈는데, 그 책을 가지고 있던 미망인이 조건을 걸어왔다.
[반광란 삼색 동순]
미망인이 고서점을 차렸다는 소식을 듣고 가사이는 냅다 그 고서점으로 향했다. 건질 것이 있나 보기 위해서 갔지만 이미 한 발 늦어버렸다. 그래서 가사이는 폐품 집적장에 찾아갔다. 지방 유지 중에 체면상 집안에 내려온 오래된 물건들을 골동품상에 팔아 치우기 곤란하다며 고물장수에게 거저로 가져 가게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가사이가 폐품 집적장에서 그야말로 '환상의 책'을 발견했다. 그를 그토록 흥분하게 만든 '환상의 책'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뭔가를 암시하는 글귀....
[봄날 밤의 영상 개화]
가사이는 고서점 동료들과 함께 한국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친목을 도모한다는 의미와 한국출판계 상황을 사찰하고 그 참에 구하기 힘든 사본 같은 것을 발굴하지 않을까 하는 비즈니스 목적도 있었다. 한국이 한국전쟁으로 귀중한 고서를 많이 잃었으며 고서도 절반 이상 남아 사찰이나 명문가창고에 잠들어 있으리라는 것이 가사이 의견이었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에 일본의 오래된 책들을 불태워 버렸습니다. 중국이 분서했을 때처럼 말이죠. 이승만 대통령은 그런 바보 같은 짓을 저지른 겁니다...."
"일본이 패전한 뒤 친일파라는 이유로 민중에게 인민재판을 당하다시피 하며 몰매를 맞아 걷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서울에 백화점을 가지고 있다."
[벚꽃 만개 십삼 불탑]
가사이는 다하라씨에게 사온 양서 초판본 3000권 중에서 연대가 오래된 500권만 남기고 나머지는 팔기로 결정했다. 그 당시 요코하마에는 다양한 미군 시설이 있었다. 가사이의 고서점에는 양서도 비치되어 있어서 외국인들이 자주 드나들었다. 다음 날 미 해군 사관 제복을 입은 신사가 양서 세 권을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가격을 주고 사갔다. 가사이는 다하라씨에게서 사온 양서가 엄청난 물건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그래서 가사이는 책벌레에 걸맞은 행동을 했다.
[화창한 오월의 구련보등]
-인간은 선입견에 사로잡히면 좋지 않지요.-
미궁에 빠진 유명한 스튜어디스 살인사건이 일어난 해였다. 경찰은 가톨릭 신부를 용의자로 의심을 했다. 여러 조건이 맞아 떨어져 중요 참고인으로 출두를 요청했지만 경찰의 추궁을 이리저리 피해갔다. 거기에 정계 거물이 움직여서 신부는 갑작스레 프랑스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두 달 후 영국 국적의 변호사 집에 원인 불명의 화재가 일어났고, 다음에는 가톨릭계 대학의 도서관장 관사가 불타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리고 또 가톨릭계 유치원에서 방화 사건이 일어났다. 원장은 "보물이 타 버렸구나! 보물이 타 버렸어!", "세상에 몇 권 없는 진귀한 고서"
[유월의 십삼 요구]
사도 씨는 독일 함부르크에 유학할 때 양가죽으로 장정한 책을 보고 미쳐 버리고 말았다고 한다. 책 장정에 푹 빠져버린 것이다. 그래서 직접 책 장정을 만들기로 했고, 그 후 세계 최고의 장정가가 되었다. 사도씨는 세상에 여섯 권밖에 없다는 성서 가운데 한 권 [간음 성서] 장정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었다. 근데 그 의뢰한 사람이 사람 가죽으로 장정해달라고 요구해온 것이다. 사도는 거절을 하지 않았다. 열일곱 살 소녀의 등가죽으로 장정을 만들어냈다. 사도는 그 이후로 십 년 남짓 사람 가죽에 빠져서 살았다. 그것도 상식을 초월한 부위로 장정을 했다. 작품 중에 [흑발]이라는 게 있는데 교통사고로 즉사한 열여덟 살 여고생의 두피를 벗겨 에스키모 방식대로 입으로 씹어서 장정에 사용했고, 그 외 목 가죽, 유두 등등 얼굴 빼고 전부 장정에 사용했는데, 그런 그가 이번에는 자신의 것을 사용해서 장정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책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재미있는 것 같다. 금방 빠져들어 버린다. 하지만, 이번 책은 그렇게 약효과가 오래가지 못했다.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부족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책이름 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 고서 수집가의 인생? 뭐 그런거? 수집가가 책을 어떻게 접했고, 그리하여 어떻게 세도리가 되었고, 어떤 사건도 어쩌다 들어보고 경험해보기도 하고... 등등 그냥 수집가의 인생 일부분을 보여주는 그런 이야기였다.
뭐가 기이한 건지? 미스터리한 건지? 무엇을 다채로운 색깔로 풀어놨다는 건지? 그다지 특별하지도 않고, 색깔도 그냥 흔한 색상이었다. 책에 대한 기이한 이야기는 절대 들어가 있지 않다. 나는 이런 이야기가 기이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다 그런 일을 경험했고, 어쩌다 운이 따른 것에 불과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