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산책
심명자 지음, 윤여준 그림 / 찰리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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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온통 꽃밭이네요

아마도 건이가 할아머지 할머니와 맞았을 첫봄일까요

표지 가득한 분홍이 사랑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책장을 열면 분분분 날리는 꽃잎

그야말로 봄의 한가운데네요

그 아름다운 풍경의 아래쪽에서 들리는 작은 한마디

배고프지 않고 편안하게 잠자는 꿈을 가지고 있다는 아이

상처난 다리를 끌고 걷가가 만난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렇게 아이는 건이라는 이름을 얻고 가족이 되네요

할아버지의 양말로 축구를 하고 마음껏 뛰고 먹고 자는 평화

처음엔 버려질까 밖으로 나가는 것이 무서웠던 건이

시작은 할아버지에게 안겨서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건이는 신나게 뛰고 걷는 일상이 너무너무 즐거워져요

매일 두번씩 되풀이되는 평화로운 일상

하지만 평온은 불현듯 깨지네요

누워있는 할아버지와 걱정스런 표정의 할머니

그 곁에서 건이는 천진하게 장난을 치네요

두 페이지 가득한 하얀 국화

그리고 단절

헐머니도 건이도 홀로 외로이 누운 집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사진과 영상만 돌려보고 그런 할머니의 등 뒤로 건이가 물어다 놓는 할아버지의 양말들이 쌓이네요

영상에서 흘러 나온 할아버지의 목소리

"건아 산책가자"

그림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아마 건이는 신나서 줄을 물고 오지 않았을까요

그제야 곁에 남은 건이가 보이는 할머니

그렇게 이전과는 조금 다르지만 둘의 평화로운 일상이 시작됩니다

이별은 슬프지만 남은 자들에게는 또 가야할 길이 있으니까요

색연필로 그린듯한 그림들이 이야기의 따스한 느낌들을 더해주네요

이야기의 분위기에 따라 같이 변해가는 색감들까지 오랜만에 보는 그림책인데 정말 따뜻한 느낌을 받았어요

아이와 함께 보기에도 좋지만 이별의 아픔에 잠긴 이들이라면 성인이어도 한번쯤 새기며 읽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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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 햇빛 이야기숲 3
조은비 지음, 국민지 그림 / 길벗스쿨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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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나누고 있는 똑 닮은 세 여자

띠지의 질문이 선명합니다

"엄마는 왜 나한테만 그래?"

할머니와 엄마, 혜준이

세 여자가 서로에게 하고싶은 말

그럼 엄마 입장에서는 딸에게 무슨 말을 들려줄까요

문득 들어보지 못한 엄마의 마음이 궁금해집니다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혜준이의 목소리만 들려주고 있어요

엄마를 너무 사랑하지만 언니를 더 사랑하는 것 같은 엄마

그런 엄마에게 그저 예쁨이 받고 싶은 막내

그 예쁨을 받기 위해 학원이 방학하는 일주일 동안 할머니 집으로 떠나는 혜준이

무뚝뚝한 할머니와는 제대로 이야기도 나누기 힘들고 어린 시절 곧잘 어울리던 은채와는 서먹하고

그 와중에 할머니는 안하던 농사를 시작했대요

엄마가 걱정할 만도 하다는 공감이 들면서 한편으로 할머니는 왜 이야기를 안할까 싶은 억울함도 있네요

엄마를 힘들게하는 할머니도 밉고 할머니를 놓지 못하는 엄마도 밉고

둑이 터지듯 그 모든게 한번에 터져 버린 날

엄마가 할머니에게 한 말들은 혜준이가 엄마에게 하고싶은 말들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가족의 유대감이란 미안하다는 한마디로 응어리들이 거짓말처럼 녹아질 수도 있는 거네요

할머니도 엄마도 혜준이도 무서워서 꼭꼭 담고만 있던 마음을 한숨처럼 조금씩 서로에게 흘려봅니다

서운할까봐 담고 있기만 했더니 그게 오히려 벽이 되었네요

그렇게 조금씩 벽을 허물어가는 모녀

이 셋의 관계는 그리고 이모와 혜나까지 다섯 여자의 관계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가족이 함께하는 식사 장면에서 변화의 조짐은 조금씩 보이지만 글쎄요

마냥 다정하지만은 않겠지요

하지만 마음을 그저 담아두고 감추기만 하던 관계에서 조금씩 서로에게 보여주기 시작한 지금이 오히려 더 건간하지 않을까요

모녀 사이 내린 햇빛이 어떤 싹을 키워낼지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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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상점 (100쇄 기념 특별 한정판)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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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쇄 기념 특별판....

100쇄라니 세상에나... 그만큼 사랑받았다는 이야기겠지요

그렇게 사랑받은 이야기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처음 이 책을 읽기 전에 제목에서 <모모>를 떠올렸어요

사람의 시간을 훔쳐가던 시간 도둑들처럼 이 이야기에서는 시간을 사고 파는걸까

100쇄 기념으로 나온 책은 표지는 물론 책장들이 모인 안면까지도 이쁘네요

민트에 가까운 푸르스름한 빛 위로 도장처럼 모자와 시계바늘 그리고 제일 아래 시계의 부분

'시간'이라는 이야기의 메인을 새삼 생각해보게 해요

크로노스

이야기의 주인공 온조가 쓰는 이름이자 시간의 신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아비를 축출하고 권좌에 오른 욕망 가득했던 아들

온조가 '상점'을 열기까지의 과거도 파란만장 하네요

시간을 오가며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이질감 없이 잘 맞물려있어요

시간과 속도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는 열일곱

그리고 화두처럼 떠오른 '시간을 판다'

그렇게 온조는 '시간을 파는 상점'의 주인 '크로노스'가 됩니다

첫 일은 도난당한 PMP를 제 자리에 돌려 놓는 것

범인을 추적할 필요도, 장물을 찾아 돌아다닐 필요도 없는 간단해 보이는 일이지만 위험은 툭툭 튀어나오네요

학교와 일상, 성적과 친구, 수업과 시험, 진로

아이들의 생활이 이야기에 조밀하게 짜여져 있어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과 우리 아이들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같은 흐름을 타고 있네요

시험과 성적, 입시, 진로....

그 속에서 위태로운 아이들이 이야기 속의 일이기만 할까요

온조처럼 스스로를 믿으며 단단하게 다져진 아이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초판이 2012년

그때로부터 12년이 지났지만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들은 심해지면 심해졌지 좋아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네요

추리 소설을 읽는 느낌도 있지만 그 보다는 청소년을 위한 철학서라는 느낌을 더 강하게 받은 이야기였어요

읽을때마다 조금식 다르게 와닿는 문장 하나하나들을 곱씹어보며 나와있는 뒷 이야기들을 꼭 찾아보고 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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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 여름방학 보름달문고 97
이퐁 지음, 오삼이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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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이라는 말에는 마법이 있는게 아닐까요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요

길지않은 기간인데 꼭 여름 방학에는 무슨 계획이 있어야 할 것 같고 변화가 있어야 할 것 같은

그래서 표제작에 더 끌린걸지도 모르겠어요

모두 다섯편의 짧은 이야기가 묶인 단편집

표제작은 '인터스텔라 여름방학'

영화 제목으로 쓰였던 인터스텔라라는 단어

왜 여름 방학이랑 묶인걸까 궁금해서 단어 뜻을 찾아봤어요

'별과 별 사이'

아마 그 정도로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별과 별 사이에서 아이는 무엇을 보고 오는 걸까요

엄마가 짜 놓은 시간표에서 한걸음도 벗어나지 못하던 아이 루하

엄마의 이번 여름 방학 계획은 명왕성까지 다녀오는 20일, 그리고 일대일 과외

포트폴리오와 공부를 모두 잡는 계획이래요

하지만 계획은 계획일 뿐

루하는 처음으로 엄마가 세운 계획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다른 것을 해보게 되네요

그리고 뜻밖의 사고(?)

루하는 지구를 변호해야하는 어마어마한 과업을 지게 되네요 ㅎㅎㅎㅎ

이 여름 방학이 끝나고 지구로 돌아간 루하는 어떤 변화를 보여줄까요

두번째 이야기는 '왼쪽 세상에 가 본 적 있어'

화자가 어린 시절 볼 수 있었던 왼쪽 세상

그리고 함 께 해 준 친구

안경과 함께 사라진 마법

하지만 추억은 사리지지 않지요

"보이지 않아도 늘 그곳에 있다고 꼭 말해주고 싶었어."

보이지 낳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라는 믿음...

꼭 지켜야하는 마법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세번재 이야디 '돔돔세 견문록'

돔만이 남겨진 세상을 살아가는 로봇들

로봇에게 '살아간다'는 말을 쓸 수 있던가요

로본 네트워크에 떠 오른 한 줄

"첫번째 알 순조롭게 진행중"

그야말로 세상을 뒤집는 한 마디

방전되는 위험을 거치며 먼 깅르 떠나 만난 진실

돔에서 태어나 살아간 인간이라니 그것이 먼 과거가 된 책 속의 시대를 보며 인간만의 가치는 무엇일지 다시 생각해 봅니다

네번째 이야기는 '그날 사미가 물었다'

아빠와 둘이 살아가는 아이 여림이

하지만 아빠는 어디인지 모를 곳에서 한 달 전에 마지막 연락을 했을 뿐 혼자나 마찬가지네요

집주인 아주머니의 못마땅한 눈길도 옆집 아저씨의 끈적한 눈길도 힘겨운 아이

염원을 담은 간절한 발화

"제발 여기서 멋어나게 해 주세요."

여림이의 이 바람을 그저 이야기 속의 것이라고 넘어갈 수 있을까요

여림이와 같은 슬픈 염원이 들릴 일이 없었으면 하는 것이 욕심만은 아니길 바랍니다

마지막 다섯번째 이야기

'한여름의 랑데부'

아이들의 첫사랑과 새로운 별에서 온 존재들의 만남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했던 존재들이 두 아이가 만남으로서 하나의 우주로 만나게 되는 환희

공상과학과 동화가 묘하게 맞물려서 더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던 이야기였어요

짧은 이야기들이 더 아쉽기도 했구요

장편으로 이어져도 흥미진진할 것 같은 이야기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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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꽃
제임스 서버 지음, 강무홍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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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꽃이라니...

너무 슬픈 말입니다

정말 이 세상에 풀 한포기 남지 않는 날이 온다면...

섬뜩 하네요

저자 제임스 서버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원작자로 유명한 작가라고 해요

저는 그보다는 저자의 자기 소개가 참 인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고생해서 글을 쓰고, 휴식 삼아서 낙서를 하는 작가"

그런데 그 고생해서 쓴 글도 휴식삼아 한 낙서도 작품성이 숨쉬고 있다니 정말 감탄이네요

ㅎㅎㅎㅎㅎㅎ

이 책 <마지막 꽃>은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공식적으로 시작된 2차대전 발발 두달 뒤에 세상에 나왔대요

그런 배경을 알고 다시 이야기를 보면 그렇게 슬플 수가 없네요

12차 세계대전....

어쩌면 우리는 그 슬픈 시대를 버텨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가상의 전쟁이지만 가상이라고만은 볼 수가 없어요

그렇지만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작가

그래서 세상에 꽃 한송이는 남을 수 있었던게 아닐까 생각하며 다시 책장을 넘겨 봅니다

"너의 세상은 나의 세상보다 더 좋아지리라는 애틋한 바람을 담아"

라는 작가의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화난 병사들이 열였던 12차 세계대전

그 전쟁이 불러온 분명의 붕괴, 나무와 숲도, 풀도... 모든 것이 파괴되고 무너진 세상

그 세상에서는 인간들이 만들어온 질서는 아무 의미가 없겠지요

인간의 마지막 벗이었던 개들마저 떠나버리자 인간은 토끼에게도 쫓기는 신세가 되네요

아주아주 오랜 시간이 흐르고

태어나서 처음 꽃을 보는 소녀

그 리고 함께 꽃을 돌보는 청년

그 작은 시작이 세상에 아름다움을 다시 불러오네요

하나였던 꽃이 둘이 되고, 넷이 되고, 나무가 되고, 숲이 되고...

다시 세상에는 사랑이라는 것이 찾아오고, 웃음이 돌아오고

하지만 좋은 것만 돌아오지는 않아요

시기심과 질투와 전쟁도 돌아오지요...

길게 이어지는 병사들의 행렬, 그리고 신의 이름으로 불만에 불을 지피는 사람들...

마지막 꽃은 다시 아름다운 세상을 피워낼 수 있을까요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자꾸자구 되씹어보게 되는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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