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 인사는 아직이에요 - 사랑받은 기억이 사랑하는 힘이 되는 시간들
김달님 지음 / 어떤책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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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

늦은 새벽까지 눈물짓게 만든 책.

송편님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인데.. 미리부터 손수건 준비하라고 언급하셨던걸 잊고 말았다.

그 밤에 나는 눈물 콧물을 쏙 빼면서 이 책을 다 읽었다. 도저히 중간에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19살의 아버지를 대신해서 작가를 키워줬던 50대의 조부모님.

30살이 된 작가의 나이만큼 조부모님들도 80이 되었고, 그들의 모습을 통해 사람이 늙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호자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알게 해 주었다. 언젠가 나도 내 부모로부터 이런 일들을 겪게 될 것이고 나 또한 이렇게 늙어갈 것이다. 그런데 늙어간다는 것이 아름다운 모습만은 아니다.

절대로 피하고 싶은 치매라는 병.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짐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들.

언제나 내가 도우면서 살고 내가 돕는 자로서만 살 줄 알았는데,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자가 되어 남은 삶을 산다는 게 참 가슴 아프다.

나는 절대 그러고 싶지 않은데... 아마도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아프지 말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희망 없는 생각도 해본다.

당연한 것인데 거부하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

나의 조부모님들은 이미 돌아가셨다. 그들도 50대에 나를 키워주셨다.

젊은 나의 부모님들은 일을 하셔야 했고, 나의 돌봄은 자연스럽게 조부모님에게로 갔다.

아마 이런 나의 상황도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이 내게 눈물 콧물 흘릴 만큼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자신의 상황을 이렇게 기록해 준 작가가 참 예쁘게 느껴졌다. 그녀의 마음이 참 기특하게 느껴졌다.

잘 성장해 준 그녀에게 감사하다.

30대의 나이에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그녀가 참으로 대단해 보였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어떤 상황이 되었던 그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진짜... 진심으로..

< 다시 읽고 싶은 글귀>

돌아보면 할머니는 내가 아프면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자신을 탓하며 울었다. 누군가의 보호자가 된다는 건 삶의 중심에 나 외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일이라는 걸 그렇게 알았다. 때론 그 존재 쪽으로 제 삶이 미끄러지듯 기울기도 한다는 걸 어렴풋이 짐작만 한 채로 덜컥 두 사람의 보호자가 되었다.

한발 늦게도, 빚을 지고 나서야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기억력이 좋은 내가 이런 일들을 부디 잊고 살지 않기를. 병원으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잘 살고 싶다'고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너무 자책하지 말고 조급해하지 마세요. 미워할 수 있고, 도망치고 싶다 생각해도 됩니다. 때론 어둡고 긴 터널을 혼자 지나가는 것 같아도 누군가를 지키려 했던 마음, 그 마음이 우리를 살게 하기도 할 테니까요. 다만 당신에게 꼭 숨 돌릴 틈이 있기를... 오늘도 건투를 빌듯, 누군가의 보호자에게 눈인사를 건넨다.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나의 행복과 건강을 온 마음으로 비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생각만으로 문득 삶이 안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무용하다 생각했던 것에 빚져 무사했던 날들이 내게도 분명 있었을 거다.

농담처럼 우리도 이제 나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사실은 우리가 아직 젊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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