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 - 7년간 100여 명의 치매 환자를 떠나보내며 생의 끝에서 배운 것들
고재욱 지음, 박정은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퇴근하면서 이 책을 전자책으로 읽었다. 전자책은 잘 집중하기 힘든데, 이 책은 저절로 집중되었다. 치매노인이 있는 요양센터에서 일하는 분이 쓴 글이다. 옆에서 이분들을 돌보면서 얼마나 많은 죽음을 보았을까! 어쩌면 아이들보다 순수한 노인들을 보면서 작가는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정작 작가도 녹록한 세월을 보낸 분이다. 이런 분이 쓴 글이라 그런지 꾹꾹 눌러 담은 그의 글에 많은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 같다.

그는 요양원의 노인들을 관찰하면서 그때그때 느낀 것들을 통찰하며 썼다. 책을 읽을 때는 덤덤하게 읽었는데, 필사를 하면서 눈물이 났다. 지금 내 상황에 맞춰서 다시 읽게 되니 글이 새롭게 느껴진다. 오늘 아침에 외할머니의 소식을 들었다. 93세의 연세에 두 달전까지 정정하셨는데, 갑자기 넘어지시면서 깨어나지 못하고 계신다. 연세가 있기 때문에 다들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그날이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온 것 같아서 당황스럽다.

할머님이 농사일을 그만두시고 자식들이 있는 서울로 오시게 되었다. 다행히 치매환자는 아니시다. 마지막까지 성경을 읽으셨고, 교회에 나가 사람들을 섬기셨다. 8명의 자식들의 집을 도시면서 살았는데 늘 웃는 모습이었고, 고맙다는 말을 입에 달고 계신 분이셨다. 증손녀인 내 딸아이와 친구처럼 숨바꼭질도 해 주시고, 아이처럼 순수하신 분이셨다. 신앙의 모범을 보여주셨고, 자식들이 드린 용돈은 모두 헌금하셨다. 할머니의 짐가방은 성경 책 한 권과 약봉지 그리고 몇 벌의 옷이 전부였다. 할머니만큼 가벼운 가방이다. 이제 그 가방과 성경 책은 주인을 잃어가고 있다.

죽음을 맞이하는 할머니는 어떠실까? 어떤 후회를 하시고 어떤 마음을 가지고 계실까? 참는 게 당연한 것이었고, 자신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8명 자식들의 입에 넣기 바쁘셨던 할머니. 아직도 자신을 위해 자식들이 보내온 것들을 다 나누시는 분이시다. 마지막까지 정신 줄 놓지 않으려고 부단히도 노력하셨던 그 모습이 생각난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행복해야 한다는 작가의 말에 눈물이 난다. 우리 할머니도 그러셨어야 했는데... 오늘따라 이 책의 글귀들이 내 마음에 와서 다 박혀있는 듯하다.

< 다시 읽고 싶은 글귀>

요양원에 있는 노인들이 고통으로 말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살아온 인생에 대한 후회, 특히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음을 후회하는 일이었다. 제대로 사랑을 받아본 적 없기에 자신에게 사랑을 주는 법도 모르고, 그저 오로지 열심히만 살아온 세월을 후회하는 일이었다. 한 할머니가 말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맛있는 것 먹고, 멋진 구경도 다녀보고, 하고 싶은 것 죄다 하면서, 그렇게 한번 살아볼 것 그랬어. 앞만 보지 말고, 옆에 도 보고 뒤에도 보고, 그렇게 살 걸 그랬어.

오늘이라고 불리는 이 시간할 수 있을 때, 아직 살아 있을 때 사랑해야겠다. 먼저는 나를 온전히 사랑할 것이다. 그러고는 사람들을 사랑할 것이다. 그렇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것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사랑할 것이다. 삶의 마지막이 나를 찾아올 때 기쁘게 떠날 수 있도록, 후회 없이.

우리는 언제나 내일을 떠올리며 산다. 바쁜 오늘 때문에 당장은 급해 보이지 않는 일, 사랑이나 행복 같은 일들은 내일로 잠시 미뤄둔다. 하지만 내일이면 너무 늦을 수 있다. 모든 이별은 언제나 갑자기 찾아오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급한 일은 오늘 당장 살아 하는 일, 오늘의 행복을 참지 않는 일이다. 오늘이 세상의 첫날인 것처럼 온통 나와 당신을 사랑하고,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아낌없이 행복해야 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오직 오늘, 지금, 이 순간의 마음뿐이기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