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랑꾼 이색 서점에서 무얼 보았나?
김건숙 지음 / 바이북스 / 2017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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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신기한 일을 겪었다. 김건숙님의 책을 처음 읽고 후기를 올린 날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김건숙 작가님이 내 블로그를 찾아주셨다.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한 번쯤 만나 뵙고 싶은 분이고, 언젠가는 한 번쯤 볼 것 같은 작가님이라는 이야기를 서평에 썼다. 그랬더니 정말로 선생님의 강의를 11월 중순쯤에 듣게 된 것이다. 신기하고 신기하다. 정말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는 시크릿이 통하는 순간이었던 것 같다. 정말 선생님과의 인연은 이렇게 재미있게 또는 신기하게 시작된 것 같다.

그래서 선생님을 만나기 전에 선생님이 쓰신 책을 전부 다 읽고 가고 싶었다. 선생님의 필체는 따뜻하다. 처음에도 느꼈지만 이번 책에서도 선생님만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나도 서점 탐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먼저 가고 싶은 곳은 통영. 회사 사원 여행으로 통영을 가봤지만, 정말 기억에 남는 것이라곤 멀다~라는 생각뿐이다.

사원 여행이 다 비슷하겠지만, 남는 게 없는 여행이다. 가서 무엇을 먹었는지도, 무엇을 보았는지도 모르게 사원 여행은 끝난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남해의 봄날이라는 출판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또 통영이라는 도시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마녀 체력이라는 책을 읽고 리뷰를 올렸는데, 그것도 남해의 봄날이라는 출판사에서 제작된 것이다. 왠지 또 이렇게 연결이 되는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꼭 그 서점에도 가보고 싶고, 그곳에서 머물러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서점에도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일본 서점에 대해 나온 책을 읽은 것 같다. 그곳에 소개된 서점들이 이 책에서도 소개되었다. 직접 다 방문하고 그때의 느낌과 그 서점에 대한 정보를 많이 주셨다. 나도 일본에 있었는데... 그때는 기노쿠니아라는 대형서점에만 들렸던 것 같다. 일본의 이런 작은 서점들도 한번 방문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선생님의 책 두 권을 다 읽고 이제 진짜 선생님을 만나러 간다. 재미있는 인연이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왠지 만나보지는 않았지만, 글처럼 따뜻한 분일 것 같아 설렌다.

<다시 읽고 싶은 글귀>

이처럼 사람이든 서점이든 나와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 이후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예전의 서점처럼 책만 팔았던 시대하고는 색다른 관계 맺기이다.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일들이 다양하기 때문에 여러 길을 체험할 수 있다. 특히 북바이북은 기획력이 뛰어난 두 자매의 활약으로 다른 서점보다 문화 행사가 활발하다. 포털 '다음'에서 쌓은 두 자매의 마케팅과 기획력 그리고 개점 전 일본 서점 투어를 통해 얻은 것들을 서점 안에 잘 녹여내고 있고 자신들의 독특한 발상도 잘 키워내고 있다. 북바이북과 인연이 닿는 사람이라면 그것들을 최대한 흡수하시라.

이것은 '나만의 책 쓰기' 워크숍의 홍보 문구 내용의 일부이다. 그런데 나는 여행서보다는 '독서 프로젝트'에 대한 책을 먼저 만들고 싶었다. '독서 프로젝트'는 2011년도 10월부터 1년 동안 날마다 책을 한 권씩 읽고 블로그에 리뷰를 올린 일이다. 인생 후반기에는 어떤 삶을 살아야 될지에 대한 물음을 안고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뚜렷한 성과를 얻을지 알 수 없는 고된 일이었지만 잠을 줄이면서 치열하게 해냈다. 내 삶에 있어서 가장 어렵고도 보람찬 일이었다. 그래서 그 리뷰 글을 책으로 엮어서 딸들에게도 물려주고, 나 자신도 간수하고 싶었다. '물성'이라는 것이 주는 힘은 강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정 장애 세대일수록 자신들이 좋아하는 책이 있는 서점을 알기만 하면 힘들여서라도 찾아갈 것이라 생각한다. 요즘의 동네 서점 대부분은 큐레이션이 잘되어 있다. 책의 종류도 많지 않아서 진열된 책들을 다 둘러볼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이 동네 서점의 장점이다. 그러므로 취급 도서의 분야만 알아도 선택의 폭은 아주 좁아진다. 만약 거기에서도 결정이 어렵다면 주인장의 추천을 받아도 좋다.

2000년대 초반에 일본에서 성인들 대상으로 그림책 운동을 펼친 야나기다 구니오 씨는 '지금 어른이야말로 그림책을' '그림책은 인생에 세 번'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인생에 세 번'이란 먼저 자신이 아이였을 때, 아이를 기를 때, 그리고 세 번째는 인생 후반이 되고 나서이다. 그는 '그림책이란 영혼의 언어이며 영혼의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에 나이를 먹을수록 읽는 맛이 깊어진다고 했다.

정은영 대표는 지역의 비즈니스는 지역의 정서와 역사, 문화, 그리고 오랫동안 뿌리내려온 사람들의 일상에 깊이 다가가지 않고는 제대로 콘텐츠를 이해할 수도, 이야기를 만들 수도 없다는 것을 통영에서 일하면서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통영의 작가와 예술인을 알리는 일도 하고 있다. '문학 지도' '장인 지도'를 만든 예도 그 하나이다.

나는 이 점에 주목했다. 그 서점에서만 살 수 있는 것들, 이것이 고객들의 발길을 향하도록 하는 포인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숲속 작은 책방처럼 그림책과 관련된 인형이나 자체 제작한 문구일 수도 있고, 봄날의 책방에서 제작한 테마나 이 책방에서 개발한 노트일 수도 있다. 그것이 고객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것이라면 멀리서도 그걸 사기 위해 찾아가기 때문이다.

또 다른 기획은 한 카페의 제안으로 5개월 동안 한정 메뉴로 25종류의 문고본을 판매한 것이다. 매달 다섯 권의 문고본과 음료수를 세트로 만들어서 간단한 광고 문구와 본문의 첫 문장을 적어놓았다. 주문 시 "3번 문고본과 카푸치노를 주세요"라는 형태로 케이크 대신 책 한 권과 음료수를 짝 맞추어 주문하는 방식이었다. 이것이야말로 많은 박수를 쳐 주고 싶은 만큼 훌륭한 이이디어다. 이런 아이디어를 대체 누가 떠올릴 수 있단 말인가.

야나세 씨는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도 못 한다고 거절하지 않고 일단 도전하고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지금까지 무슨 일이든 다 하겠다는 정신으로 죽을힘을 다해 노력했고 그 모든 경험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한다. 열심히 노력했다면 설령 실패하더라도 나중에 피가 되고 살이 된다면서 "이 일은 나랑 맞지 않아 못 해먹겠어"하며 불평을 늘어놓는다면 평생 그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한다. 무슨 일이든 이왕 할 것이라면 힘들고 괴로워하기보다 재미있고 즐거워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세상의 일 가운데에서는 불합리한 일들이 더 많다. 힘 있는 자들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약자들의 외침이 그들의 귀에까지 들어가서 사회가 바뀌기까지에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오치아이 게이코 씨는 끊임없이 세상을 향해 소리치고 있고 힘이 약한 자들에게 좋은 것들을 저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좋은 그림책과 여성에 관한 책들, 친환경 제품과 유기농 제품으로 몸과 마음을 단단하게 키울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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