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컷 웃고, 맘껏 울고, 마음속엔 푸른 희망을 풍선을...”
누구나 한 번쯤은 꾸는 꿈, 그것은 이 세상에서 일인자로 거듭나는 꿈이다. 올림픽금메달, 금메달은 바로 이러한 세상의 일인자로의 꿈이 실현됨을 상징한다. 하지만 금메달의 영광보다 우리로 하여금 아낌없는 격려를 필요로 하는 이들은 바로 은메달과 동메달에 머문 선수와 노메달의 역경을 앞으로도 이어갈 선수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느덧 세계인의 이목을 한 달 동안 한자리로 모아놓고, 화려하게 시작과 끝은 장식했던 2008년 북경올림픽의 환희의 순간들도 일 년 이라는 나이를 먹었다. 북경올림픽에서 확실한 금메달 유망종목 중 하나가 바로 역도이다. 보기에는 그저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릴만한 근력과 힘만 있으면 되는 것 같지만, 역도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순발력과 유연성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역도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힘과 순발력, 유연성의 3박자를 갖춰야하는 어려운 운동임에도 화려한 시선을 끌만큼 화려한 몸짓이 없어서인지 여전히 비인기종목의 서러움은 오래된 명찰처럼 붙어 다닌다.
86아시안 게임과 88올림픽 금메달 영광의 주역들은 대부분 어려운 경제적 여건 속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불굴의 의지가 좋은 결과를 낳았다. 물론 지금은 오히려 올림픽 금메달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더더욱 뼈를 깎는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스포츠에는 과학적인 트레이닝 열풍으로 뛰어난 기록 향상을 위해서는 선수의 노력과 더불어 철저한 관리로 뒷받침해줄 경제력 또한 필요하게 된다. 이는 결국 스포츠의 상업성과 결부되고, 스포츠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도전정신만으로 세계 정상에 오르는 길은 요원한 꿈처럼 되어버렸다.
영화<킹콩을 들다>에서 첫 번째로 우리가 공감하게 되는 부분은 바로 이렇듯 버림받고 있는 스포츠에 대한 순순한 열정과 도전정신이다. 새로 창단된 6명의 보성여중 소녀들이 역도를 시작하게 되는 계기를 각기 다르다. 어머니가 타고 다니시는 휠체어를 들기 위한 근력을 키우기 위해서, 미국 유학과 더불어 FBI요원이 되기 위한 체력단련, 심지어 딱 달라붙는 유니폼의 매력에 끌려서, 그리고 주인공 영자는 가족의 부재와 가난으로 인한 배고픔을 극복하기 위해서 무거운 바벨을 잡기로 마음먹는다. 이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재미없어 보이는 운동이었지만, 그 소녀들의 희망의 장작에 순수한 열정과 도전정신의 불꽃이 붙여지는 순간 역도는 그들의 추구하는 유일한 가치가 되고, 희망이 되며, 인생의 꿈을 펼쳐 볼 수 있는 장이 된다. 이러한 장에 선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뜨겁게 달아오르는 열정이 꺼지지 않고 더욱 활활 타오르도록 굵은 심지와 더불어 기름 역할까지 자처하는 지도자가 있기 마련이다.
평생 1인자가 못된 한을 갖고 고통스러워 할 뻔했던 올림픽 동메달 리스트, 그는 결국 금메달의 화려한 영광 못지않은 동메달의 값진 가치를 아이들을 가르치며 깨닫고, 자신이 못 다 이룬 꿈과 희망의 풍선을 아이들의 어깨위에 하나 둘 씩 달아준다. 이것이 바로 6명 소녀들이 가슴속에 깊이 품고 있는 순수한 열정과 도전정신이 타오르데 꼭 필요한 부싯돌이 되어준다.
영화 내내 실컷 웃고, 맘껏 울고, 가슴속에 푸른 희망의 풍선을 달고 자리를 일어설 수 있었다. 지금 내가 마음속에 키우고 있는 희망의 풍선에 나는 매일매일 어떠한 열정을 불어넣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아니 너무 정신없고 바쁘다는 핑계로 자신의 현재를 제대로 돌아보지도 못한 체 자신과는 무관한 풍선을 잡겠다고 따라다니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자문을 해보게도 된다. 결국 자신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행복이란 단어를 얼마만큼 하루라는 시간 속에 담아 낼 수 있고, 그려나갈 수 있느냐는 꼭 1인자의 삶을 통해서가 아니라 1인자가 되기 위한 도전의 과정을 얼마만큼 사랑할 수 있느냐 라고 생각한다. 바로 동메달 또는 노메달에 그치더라도 끊임없이 정상을 향한 무한한 열정과 도전의 가치를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핸드볼 영화<우.생.순>이후 이번엔 역도로 비인기종목의 서러움을 달래는 영화정도겠지 하는 나의 예감은 오만했다고까지 할 정도로 영화<킹콩의 들다>이 전해주는 웃음과 감동의 눈물에는 어느 화려한 스포츠를 통해서 전할 수 없으며,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웃음과 감동을 장착하고 있었다. 이 특별한 웃음과 감동바이러스가 퍼져 많은 청소년들과 어른들이 이 영화를 통해서 킹콩만큼 커다란 희망의 풍선을 자신의 어깨위에 있음을 깨닫고, 그 희망과 단 1cm라고 가까게 도약했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