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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의 귀환 - 신자유주의의 우주에서 살아남는 법
김태권 지음, 우석훈 / 돌베개 / 2009년 7월
평점 :
우리사회를 비롯한 지구촌은 어느덧 ‘자본주의’ 라는 상표의 옷도 유행이 지난 것처럼 느껴지는지 ‘신자유주의’ 라는 상표를 바꿔달기 시작한지 오래다. 하지만 우리는 유명브랜드의 가치를 상표만으로도 판가름하는 것처럼 제대로 그 브랜드가 갖고 있는 차별화된 가치를 꼼꼼히 살펴보지도 않고, 그 브랜드를 지목하고 입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의 현 사회의 흐름은 이렇듯 대중들의 꼼꼼한 살펴봄이 없이 생활 속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전의 ‘자본주의’와 다르게 ‘신자유주의’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나 역시도 단지 경제학이나 행정학의 흐름에 있어서 이전 단계의 정책에 대한 보완 개념이 더해져서 이름 붙여졌겠지 라며 생각했으니 말이다.
문제는 경제전반을 통해서 신자유주의 물결이 사회구성원들에게 어떠한 혜택을 골고루 나누어 줄 것인가에 대한 기대가 부풀어 오를 때 쯤, 김칫국 마시지 말라는 식으로 세상을 경제공황의 위기로 몰아세웠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처방들이 나오는데, 정신적이든 경제적이든 최종적으로 고통을 떠안는 사람들은 늘 지금까지 안간힘으로 버텨왔던 서민들이다. 헌법에 분명히 명시된 의사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이러한 고충을 외부에 표출이라도 할라치면 얼토당토아니한 갖가지 이유를 들이대며 공권력으로 이를 막고 나선다. 결국 서민들의 피 끓는 서러움의 목소리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게 되는 세상인 것이다.
아침 출근길에 버스와 지하철에 길게 줄로 늘어선 회사원들의 모습을 좀 유심히 살펴보았다. 모두가 바쁘다. 이런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는지, 무겁게 해주는 건지 모두들 귀에는 휴대폰DMB, PMP, MP3플레이어 등에서 연결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시선 역시 작은 액정화면으로 집중되어 있고, 그리고 집어 드는 무료 아침신문에는 얼굴에 미소를 지을만한 유쾌한 뉴스는 별로 없다. 국회에서는 논의내지는 협상이 실종된 권력다툼이 끊이지 않고, 점차 환율과 주가는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데, 있던 일자릴 잃거나 걱정하는 사람들은 늘어만 가고 있는 현실, 결국 내 앞가림이나 잘해야지 하는 심정으로 오늘도 묵묵히 직장에서 불의에 대한 항거의식은 접어둔 체 일에만 열중한다. 이는 현재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안에서 권력을 잡고 있는 사람들이 지켜보며 큰 웃음을 짓고 있을 상황이다. 마치 그들 맘대로 떡 주무르듯 하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의 정책 및 경제 현안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집회현장을 멀리서 또는 방송 등의 매체를 통해서 지켜보며 이런 생각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정치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경제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법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내가 나설 일이 아니지!’ 라며 말이죠. 사실은 자신은 크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걸 말하는 겁니다. 면밀히 그 속을 들여다보면 자신과 전혀 무관하지 않은 일임에도 모르쇠와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나치게 비판적인 것도 문제가 될 수는 있다. 어차피 국가와 기업에서 내놓은 정책과 방침들이 모든 국민들과 직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본질적인 자유와 인권까지 유린되는 것에 눈감고 있어서는 앞으로 더 큰 화까지도 감내해야 한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비록 만화를 통해서 의미전달을 꾀하는 <어린왕자의 귀환>은 앞으로 우리가 추가적으로 겪을 수 있는 정치 경제 등 사회 전반적인 모순점들을 쉽게 이해하고, 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써 지녀야 할 생각을 일깨워주는 좋은 지침서가 된다고 생각한다.
7개의 장으로 나뉘어 정리된 책의 내용과 부록에서는 경영합리화와 자유무역 이라는 허울 좋은 시장논리가 낳은 비정규직과 노동자의 분할통제, 그리고 FTA협정과 공기업의 민영화 문제점, 여기에 신자유주의 시장을 지배하는 자본가들의 횡포 등 우리가 최근 사회적인 문제로 지적하고는 있으나 자세한 내막까지 들여다보지 못했던 것들을 만화 그림을 통한 쉬운 접근과 여기에 붙여진 전문가의 간략하면서도 명확한 해제를 통해서 이러한 문제점들에 한 걸음 다가 설수 있게 도와준다.
분명한 것은 국가나 사회, 또는 자신이 소속된 공동체 조직으로부터 받고 있으며, 받을 수 있는 불의나 불합리에 대해서 알고 받느냐, 아예 모르고 받느냐 에 따라서 그 해결방법은 다르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예 모르고 받는 불의나 불합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고충과 더불어 시간과 금적적인 노력까지도 필요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어린왕자의 귀환>을 통해서 전해 듣는 현 신자유주의 사회에 대한 얘기들을 귀 담아두었을 때, 비록 지금이 세대가 겪고 있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오늘의 상황을 거슬러 올라가볼 때, 무엇보다 예전에 가족을 중심으로 한 유대관계가 주는 끈끈한 정이 사라진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인터넷망처럼 국경을 초월하여 대중들의 내면에 깔려 있다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문명의 발전을 물질과 기술적인 발전을 통해서만 꾀한다면 그 폐해는 곧 반인륜이라는 거대한 폭풍 앞에 무너지리라 생각한다. 물질과 기술 앞에 무엇보다 인간의 가치에 대한 소중함이 있을 때 참된 문명과 사회의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그때 또다시 어린왕자도 그러한 아름다운 변화로 가꾼 세상을 축복하기 위해 귀환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