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해록 : 조선 선비가 본 드넓은 아시아 샘깊은 오늘고전 10
방현희 지음, 김태헌 그림 / 알마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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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청소년들의 모습을 지켜보면 왠지 목표를 잃어버린 채 표류하고 있는 듯 한 인상을 받게 된다. 자신의 타고난 소질개발이나 머릿속에 그려 보았던 희망은 무시된 채 시험을 통한 내신과 종국적으로는 수능에서 고득점을 받기 위한 판에 박힌 교육만을 강요받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움과 마찬가지로 어려서부터 차근차근 키워야 하는 주변인과의 원만한 대인관계를 위한 소통을 이끌기 위한 예절범절이나 규범 따위는 관심 밖으로 밀린지 오래다. 이런 아이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성적을 통한 치열한 경쟁과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들뿐이다. 간혹 아이들의 과외수업을 하는 친구의 입을 빌자면 예전에는 보통 직업적인 특성과 메리트를 생각해 자신이 되고 싶은 직업을 얘기했었다면, 요즘 아이들의 직업선택의 기준은 무조건 돈을 얼마나 쉽고 많이 벌 수 있느냐로 자신의 희망직업으로 머릿속에 그려간다는 것이다. 가령 어디서 들었는지 장의사의 하루 일당이 괜찮다는 소리를 들었는지 장의사가 되고 싶다는 아이도 있단다. 이러한 요즘 아이들이 갖고 생각의 변화를 만든 것은 심각한 물질만능주의와 더불어 지나치게 과장된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어 있고, 또 무엇보다 가정교육의 부재에서 생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사교육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서 바쁘다보니 아이들과 저녁 한 때라도 식사를 함께하며 아이들이 갖고 있는 생각이나 고충들을 들어들어 주고, 대인관계에 꼭 필요한 생활예절에 대한 자연스러운 교육의 기회마저 찾지 못하게 된다. 직접적인 체험교육이 아니면 양서를 통한 간접경험의 기회를 통해서 그 길을 열어갔으면 좋겠지만, 이마저도 국, 영, 수 과목에 열을 올리다보면 가치관을 기를 수 없는 책과 만남의 기회는 요원하기만 하다.

<표해록>, 보통은 ‘표류기’가 우리의 귀에는 익숙하다. 그리고 표류기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하멜표류기’일 라고 생각한다. <표해록>은 제주도에서 경차관을 맡아보던 조선시대 선비 최부가 부친상을 당해 좋지 않은 날씨 속에서 뭍으로 가기위해 배를 띄웠다가, 여러차례의 풍랑을 만나, 표류해 당시 조선인들의 발길이 미치지 않았던 중국 강남지방으로 흘러가 이르게 되고, 여러 번의 곤경을 극복하며 결국에는 중국 황제까지 만나고 조선땅으로 귀환하는 과정을 그린 내용을 담고 있다. <표해록>과 여타의 다른 표류나 탐험일지 같은 것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먼저 때로는 목숨을 위협받기도 하는 급박한, 정신적인 여유마저도 그리 녹녹하지 않았을 위기상황에서도 붓을 놓지 않았던 기록정신을 높이 사고 싶다. 그리고 특히 <표해록>에서도 눈여겨 볼 것은 최부의 리더로서의 역할이다. 리더십은 역시 위기상황에서 빛을 발하는 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또 최부가 표류해서 귀환하기까지 보여준 몸에 밴 예의가 묻어나는 자신감이다.

지금의 어떤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들을 조선시대의 선비들과 비교해봤을 때 어쩌면 다소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게 비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표해록>에서 최부의 말과 행동을 보다 면밀히 들여다보면 무엇보다 자식으로서 부모를 생각하고, 한 나라의 백성으로서 임금을 칭송함에 있어 늘 마음속 깊이 예(禮)를 먼저 생각해 행실을 가다듬고, 목숨을 내놓더라도 쉽게 생각을 바꾸지 않는 굳은 절개를 배울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서 아이들이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겪게 될 어려운 상황에서 무조건 엄마를 찾는 것이 아닌 자기 스스로 어려움을 슬기롭게 개척해 나아갈 수 있는 지혜를 다듬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세상은 독불장군 식으로 자신만 잘났다고 해서 어떠한 삶의 행복을 그려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주변인과의 호흡을 위해서 먼저 배려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질 때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으면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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