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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2 ㅣ 정진홍의 인문경영 시리즈 2
정진홍 지음 / 21세기북스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보통의 감동이나 지식이 나열된 영화나 책은 스크린의 스탭들의 이름이 나열된 자막이 올라가고, 마지막장에 적힌 가격을 다시금 확인하고 덮는 순간부터 서서히 기억에 대열에서 조금씩 뒤로 밀려가기 시작한다. 일주일에도 수십 편의 영화와 수십 수백 권의 책들이 관객과 독자들을 향해 이성과 감성의 손짓을 한다. 그 중 일 년에 단 한편의 영화와 단 한권의 책이 주는 진한 감동과 감성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가끔씩 꺼내볼 수 있다면 일상의 큰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연말이나 명절특집으로 TV에서 의지와는 상관없이 방영되어 재탕, 삼탕 해가며 봐야했던 영화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두 번 이상 스크린을 통해서건 아님 집에서 DVD등을 통해서 봤던 영화들을 손에 꼽아봤다. 스크린을 통해서는 지난해 영화 “다빈치 코드”의 2편이라 할 수 있는 종교와 과학 사이에서의 끊임없는 진실공방을 그린 톰 행크스 주연의 “천사와 악마”였다. 그리고 그동안 5회 이상 봤고, 언제고 내 스스로 감성이 메말라있다고 느낄 때나 시원한 카타르시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보는 영화가 있다. 바로 “노트북”이라는 영화다. 영화의 내용은 노년의 신사(가너)는 같은 양로원에 있는 한 여인(롤랜즈)에게 낡은 공책 속에 담겨져 있는 오래된 사랑이야기를 정기적으로 읽어준다. 신분의 차로 헤어졌다가 7년이 지나 재회해서 다시 나누었던 자신들의 사랑이야기를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치매증상으로 기억을 못하던 여인(롤랜스)이 기억을 잠시 되찾고, 둘은 같은 침대위에서 두 손을 꼭 잡은 채 생을 마감한다. 지금도 다시금 줄거리를 적다보니 왠지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짐을 느낀다. 어쩌면 이 영화를 통해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가슴 저리게 느껴서인 것 같다.
이렇게 그동안 볼 때마다 잔잔한 감정을 일으켜주는 영화가 있었다면, 지금 소개할 책은 영화 “노트북”이 메마른 감정을 일깨워 주었다면, 펼쳐볼 때마다 일상에 지쳐 다소 흐릿해진 이성적인 판단과 감성을 일깨주곤 했다. 1권의 명쾌함에 끌려 기다렸던 책이었기에, 단숨에 읽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지만, 구입 후 1년이 넘도록 천천히 곱씹으며 읽었던 책이다. 바로 저자 정진홍의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2>이다.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2>에 대한 발간의지는 1차적으로는 그동안 기업이 지나치게 양적인 팽창에만 힘써온 나머지 상실된 인본사상을 일깨우기 위해 CEO들의 경영마인드를 재무장시키기 위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나와 같은 일반 독자들에게는 인문이라는 다소 낯선 학문과 친숙해질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2권에서는 1편에 이어 치세, 자조, 문화, 소통, 권력, 징비 등 11가지의 주제로 경영전선에 첫발을 내딛는 새내기 사장님들부터 미래의 CEO를 꿈꾸며 밑에서 경주하고 있는 모든 직장인들이 쉽게 보고 마음으로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해, 그동안 물질적가치의 추앙으로 경시된 인본주의적인 경영마인드의 뿌리의 만들어 준다. 비록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2> 역시 1편에서와 마찬가지로 여러 양서들 속에서 사상적 뿌리를 이끌어 냈지만, 이 또한 같은 책을 읽고도 분분한 해석을 늘어놓을 수 있는바, 저자의 명쾌한 분석적인 해설은 인문경영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는 이들에게 정확한 가늠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2편에서는 아무래도 여전히 혼란스러운 대내외적인 정세 때문일까 ‘정관의 치’라 불리는 당태종의 정치담이 담긴 “정관정요”를 해석한 ‘치세’편과 아무리 어려운 세상을 살더라도 무릇 모든 일은 자신으로 비롯됨에 무엇보다 자신을 일깨워 일신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교훈을 선사한 새뮤얼 스마일스의 “자조론”을 해석한 ‘자조’편은 눈길을 자주 오래 머물게 했던 것 같다. 이런 생각은 관련도서에 대한 궁금증과 섭렵하고 싶은 욕심으로 이어져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버튼을 과감하게 누르게 만들기도 했다.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과 이들과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에 대한 통찰력을 갖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한 통찰력이 꼭 특별한 비법이 가해지거나, 오래된 기풍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문을 통한 통한 통찰력은 가깝게는 오늘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과 주고받는 행동이나 말속에서도 충분히 고민해보고 생각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발로가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해 본다. 하지만 어제 읽었고, 오늘 읽으며, 내일 또다시 읽어야 할 이 책은 읽을 때마다 인문이나 경영이라는 학문적인 깊이보다는 아주 평범한 배려를 마음에 담아, 함께하고 있는 이들에게 가볍지만 따뜻한 악수로 다가설 수 있게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