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을 말하다
탕윈 지음, 이문호 옮김 / 청홍(지상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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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신종플루로 세상은 극심한 공포감속에 하루하루를 보내야했다. 비록 즉각적인 치료제와 백신에 대한 연구와 공급으로 잦아들긴 했지만, 여전히 불안감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더욱이 초기에 면역기능이 약한 사람들에게 치명적이라던 것과는 달리 건강한 사람들의 감염에 이은 사망 소식은 결코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는다.

서양의학이 보편된 지금의 시대에 한의학은 마치 우리가 몸이 피곤하다고 느낄 때 자주 찾게 되는 비타민처럼 다소 보조적인 의학쯤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 생활 속의 한의학은 보통 침술이나 보약정도로 생각된다. 물론 이러한 생각은 한의학의 폭과 깊이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갖는 소견에 불과하다. 서양의학이 들어오기 전 우리는 수백 년 동안에는 한의학에 의존했을 테니까 말이다.

한의원에서 한번이라도 진맥을 받고 보약이나 첩약을 지어 먹어본 사람은 한번쯤 이러한 생각을 가져보게 마련이다. 어떻게 손목으로 전해오는 심장박동의 울림만으로 몸의 상태를 진단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진단은 정말 맞는 걸까? 하지만 청진기를 통해서 심장박동소리와 장기의 소리를 감청해 병을 진단하던 의사와 별반 다를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현대의학은 꾸준히 늘고 있는 신종 질병들을 정복하기 위한 사투를 오늘도 게을리 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복되지 않은 질병들 역시 산적해 있다.

보통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 차에 대한 수습과 수리가 서양의약이라면, 한의학은 어쩌면 선험적인 경험에 바탕을 두고 사고 차량 운전자에게 평소 안전수칙을 준수하며 운전하는 습관을 들이게 하는 예방적인 치료를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서양의학은 개별적인 사실을 중요시하는 서양사상을 바탕에 두고 있기 때문에 잘못된 한 부분을 고치는데 주력한다면, 관계를 중요시하는 동양사상이 바탕이 된 한의학은 신체뿐만 아니라 평소의 생활습관등과 질병의 연관성을 찾아 고쳐나가는데 주력한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한의학을 말하다>에서는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의 질병의 원인을 꼭 외부로부터 유입된 세균이나 바이러스로만 보지 않고, 일차적으로 ‘정체-평형’의 파괴에서 찾고 있다. 그리고 그 정체평형의 깨진 부분과 정도를 판단하여 회복시키는데 이 과정을 ‘변증시치(辨證施治)’라 말한다. 바로 이 책에서 변증시치의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한의학을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한의학을 말하다>에서는 변증시치의 과정을 다음과 같이 담고 있다. ‘생명’편에서는 원음과 원양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하는 생명활동에 필요한 원동력에 대해서, ‘진단’편은 현대의학의 첨단기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내재한 동태 평형의 상황을 진단해 정확하고 객관적인 증상과 질병을 파악하는 한의학에 대해서, ‘치료’편은 질병의 원인을 진단해 파괴된 동태평형을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치료와 원리에 대해서, 그리고 ‘팔법’편에서는 한의학의 모든 치법은 ‘외부로부터 들어온 사기(邪氣)’를 몰아내고, 자신의 정기(正氣)를 보충한다‘는 원칙을 중심으로 운용되며, 보허(補虛)와 거사(祛邪)의 원칙을 통해 다채로운 치법을 연출할 수 있는 한의학의 한법(汗法), 토법(吐法), 하법(下法), 화법(和法), 온법(溫法)과 청법(淸法), 소법(消法), 보법(補法)등의 질병치료 준칙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갈수록 늘어가는 신종 세균과 바이러스의 공포감속에서 살고 있다. 그렇지만 인간의 신체를 이루는 세포며 장기들이 따로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고 부단히 상호작용을 주고 받는 관계의 결정체라는 점을 깊이 이해하고, 먼저 자신의 몸의 성질을 잘 알고 특히 음식 등 평소 생활 중에서 접하는 것들이 내 몸과 순행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인다면 보다 건강한 몸과 정신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한의학을 말하다>는 내 몸의 평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질병치료의 방법이며, 건강수칙임을 일깨워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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