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 교회에서 길을 찾다 - 바울에게서 듣는 가정교회 이야기
안희열 지음 / 두란노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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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1일부터 2020년 5월 10일까지 진행했던 사도행전 연속설교를 진행하면서 바울과 그의 선교, 그리고 그가 세우고 돌아본 교회를 상세하게 살폈던 터라 <바울, 교회에서 길을 찾다>를 보는 순간 처음보는 책임에도 친근하게 여겨졌습니다. 또한 한 주 한 주 분주한 일정 속에서 설교를 준비하며 미처 충실하게 살피지 못한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던 터라 이 책을 통해 그 부분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었었지요.


책을 펼치며 복차를 보는 순간 "이거다!" 했습니다. 손을 뻗어도 잘 닿지 않아 답답했는데 효자손을 거뭐진 듯한 순간이었죠.


서문 1세기 가정교회 선교 정신, 한국 교회를 살리다


1. 초기 기독교 시기의 가정교회 선교-나이키형 성장을 이루다

2. 회당 선교-바울의 가정교회 선교와의 경쟁에서 밀리다

3. 도머스(domus)-가정교회 선교의 중심에 서다

4. 가정교회 선교-신약 교회의 정신을 널리 알리다

5. 예루살렘교회-유대인 선교의 터를 닦아 주다

6. 안디옥교회-이방인 선교의 모델을 제시하다

7. 마게도냐 교회들-가정교회 선교로 유럽의 문을 열다

8. 고린도교회-가정교회 선교 정신으로 한 몸을 추구하다

9. 아시아의 교회들-여성 리더십을 가정교회 선교에서 증명하다

10. 로마교회-다양한 인종을 가정교회 선교 정신으로 감동시키다

11. 가정교회 선교-로마 제국을 무너뜨리다


나가는 말 1세기 신약 교회 선교 정신, 지금도 통한다


저자는 코로나 19라는 긴 고난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한국교회 앞에 처방전을 제시합니다. 그것은 초기 기독교의 선교정신 세 가지인데요. 이 세 가지 선교 정신이 예루살렘교회, 안디옥교회, 마게도냐 교회들, 고린도교회, 아시아의 교회들, 로마교회에서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저자는 실감나게 제시합니다.

개인적으로 다양한 참고자료를 바탕으로 뽑아낸 초기 기독교의 생생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던 점이 참 좋았습니다. 주석이나 설교집에서 찾아보기 힘든 당시의 가옥구조, 인구 통계, 사회의 흐름 등도 이 책의 특장점이라 하겠고요.


"이 시기의 집은 단독 주택인 '도머스(domus)'를 말하지 아파트형의 '인슐라(insula)를 의미하지는 않았다. 도머스를 가정교회로 제공한 집주인의 경우 식당이 넉넉해야 했다. ... 150년까지 가정교회 신자들은 예배를 드릴 독립적인 건물을 소유해서 선교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집을 이용해서 복음을 전했다. ...150년까지 그리스도인 수는 서서히 증거해 약 4만 명에 이르러, 로마 제국 전체 인구 중 0.07퍼센트를 차지했다." (25쪽)


저자는 초기 기독교의 부흥의 요인을 세 가지로 분석하는데요, 예배, 집주인, 여성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세 가지는 회당과의 차별성을 보여주며 마침내 로마를 뒤흔드는 성장을 이루는 데 크게 기여하게 됩니다.


"도머스가 가정교회 선교로 이방인의 마음을 끌게 된 것은 '예배'의 차별화 때문이다. 회당 예배는 율법(토라)에 사활을 걸었지만, 가정교회는 주의 만찬식과 말씀이 함께 있었다. 이 둘의 공통점은 말씀이다. 회당 예배나 가정교회 예배는 모두 말씀이 있었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전자는 율법이, 후자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메시지가 선포되었다. 회당 예배와 가정교회 예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주의 만찬식인데, 1세기 가정교회의 주의 만찬식은 애찬식과 함께 진행되었다. 애찬식에는 사회 변두리에 속했던 노약자, 환자, 빈자들이 초대되어 기존 신자들과 함께 음식을 먹었다. ... 사회적 신분 차이가 분명했던 1세기의 가정교회 예배는 세상 사람들의 상상을 띠어 넘었다. 이처럼 그리스도 안에서의 평등사상을 회당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68-69쪽)


"도머스가 가정교호 선교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집주인의 섬김에 있다. 초대 교회 당시 자기 집을 오픈해서 가정교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사람들은 대다수가 중류층 계급의 신자였다. 이는 예루살렘교회의 마리아(행 12:12), 빌립보교회의 루디아(행 16:15), ... 골로새교회의 빌레몬(몬 1:1-2)에게서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모두가 성, 직업, 연령, 신분, 직위에 상관없이 자기 집을 개방해서 예배를 드렸다. ... 집주인은 자기 집을 오픈해서 모임 장소로 제공했을 뿐 아니라 음식도 함께 제공했으며, 예배를 인도하고, 가정교회 후원자로 든든히 서있었다. 회당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 가정교회에서 집주인의 자발적인 섬김, 낮아짐, 자기 비움은 참여한 모든 이들을 춤추게 만들었다." (71-72쪽)


"도머스가 가정교회 선교를 잘 할 수 있었던 것은 여성의 역할 때문이다. ... 놀라운 것은, 바울의 사역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18퍼센트나 된다는 것이다. 즉, 바울의 동역자 중에서 다섯 명 중 한 명은 여성이라는 점이다. 당시 사람들의 편견을 깨고 여성이 가정교회 선교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것은 회당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 그들은 남을 대접하는 데 탁월 했다. ... 여성에게 가정교회는 교육의 중심지였다. ... 여성에게 가정교회는 소통의 중심지였다. ... 여성에게 가정교회는 사회봉사의 중심 역할을 했다. ... 여성에게 가정교회는 선교의 중심지였다." (72-73쪽)


초기 기독교가 갖추었던 이와 같은 모습은 '코로나 19'라는 위기를 지나고 있는 교회가 진정 회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제시합니다.


예루살렘교회, 안디옥교회, 마게도냐 교회들, 고린도교회, 아시아의 교회들, 로마교회에서 예배가 어떻게 이루어 졌는지, 집주인의 헌신적인 사역은 어떠했는지, 여성의 활동은 어떻게 나타났는지는 책 나머지 부분에서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후 책을 읽어가며 각 교회와 인물들을 살펴갈 때에 지루한 감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왜냐구요? 그만큼 모든 교회와 인물들에게서 동일한 특징이 지루할만큼 두드러지게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특장점 또 한 가지는 초기 기독교가 가졌던 차별성이 회당을 넘어 로마를 흔들었던 것처럼 오늘날 역시 그와 꼭같은 모습으로 교회를 이루어가며 귀한 열매를 이루고 있는 교회들을 소개한다는 것입니다. 휴스턴 서울교회와, 카자흐스탄 살렘교회인데요. 이를 통해 저자는 신약 교회의 정신이 그때만 아니라 지금도 통한다는 것을 실감나게 방증합니다. 결론 부분이니 더이상의 언급은 스포가 되기에 생략하겠습니다.


이 밖에도 각 장마다 풍부하게 제시되는 사진, 지도, 그림, 도표 등은 1세기 가정교회 선교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또한 각 장 끝부분에 있는 '다함께 생각하기' 코너는 해당 내용을 잘 정리하도록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소그룹에서 함께 토론의 장을 열어갈 수 있게 해주어 스터디교재로도 안성맞춤입니다.


1세기 가정교회가 예배의 본질, 집주인이라는 평신도 리더들의 절대적인 희생과 섬김을 통해 박해와 전염병을 넉넉히 이겨냈던 것처럼 오늘날 한국교회 역시 이러한 선교 정신으로 무장하여 회복하고 약진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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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를 통과한 용기 - 길을 잃어버린 그리스도인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
러셀 무어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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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를 통과한 용기> -러셀무어-
처음에는 "엘리야의 이야기인가?" 했습니다.
1장까지만 해도 어마어마한 승리, 엄청난 성공 이후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 엘리야가 광야에서 어떻게 회복되는지가 책의 주된 내용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엘리야의 이야기는 십자가로 향하는 서막에 불과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을 엘리야를 중심으로 펼쳐가는 것으로 착각했기에
이어지는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한 마음에 더 기대하며 책을 읽어갈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엘리야 이야기는 용기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그 용기는 내가 늘 생각했던 용기가 아니었다. ... 내가 늘 존경했던 엘리야의 특징들은 사실 그 이야기의 핵심이 아니다. ... 두 제자도 예수님과 함께 산에서 엘리야를 본 직후에 같은 것을 기대했다. 오래전 악한 왕 아합의 땅이었던 사마리아를 통과하던 야고보와 요한은 아무도 그들의 메시지를 받아들이지 않는 현실에 화가 머리 끝까지 올라 대뜸 예수님께 이렇게 제안했다. "주여 우리가 불을 명하여 하늘로부터 내려 저들을 멸하라 하기를 원하시나이까(눅 9:54)"... 갈멜산은 엘리야 이야기의 클라이맥스가 아니라 다른 것을 위한 서곡이다."(29-31쪽)
자신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풀어가며, 이야기 하고자 하는 주제로 차츰차츰 전환해가는 저자의 솜씨는 대단합니다.
"스크루테이프가 심어 준 내 두려움이 밝아져 나니아 세상으로 변했다. 루이스는 죄와 실수로 가득하지만 사랑과 섬김도 가득한 수세기 동안의 교회 모습을 가리키면서 나를 어릴 적 교회에서 배운 것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물론 사기와 협잡도 있었지만 우리 교회는 옳은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 내가 종교를 잃기 시작했을 때 공포가 노도처럼 밀려왔다. 종교를 잃는 것은 곧 예수님, 나, 미래를 잃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 나는 그렇게 심연의 밑바닥까지 떨어질 뻔했다가 다시 일어섰고 지금도 여전히 일어서 있다."(2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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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한 주제를 여러 방식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해 들어오는 능력도 탁월합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다각도로 접근하는 방식이 초점을 흐리게 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이 책의 특성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면 문제될 건 없어 보입니다.
Chapter 1. 위기 앞에서: 네가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
Chapter 2. 두려움 앞에서: 광야, 옳은 방식으로 두려워하는 법을 가르쳐 주다
Chapter 3. 수치심 앞에서: 수치심에서 빠져 나오는 길은 심판의 한복판을 통과하는 것이다
Chapter 4. 깨어짐 앞에서: 온전함은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무너질 때 찾아온다
Chapter 5. 약함 앞에서: 세상이 알 수 없는 십자가의 강함을 마주하다
Chapter 6. 외로움 앞에서: 공동체와 함께 노래하는 법을 배우라
Chapter 7. 불의 앞에서: 두려움에 떠는 겁쟁이들, 정의에 분연히 일어서다
Chapter 8. 실패 앞에서: 광야에서 생명의 미래를 보다
위기, 두려움, 수치심, 깨어짐, 약함, 외로움, 불의, 실패라는 강력한 위협이 어떻게 사명의 길, 십자가의 길을 훼방하는지 그러나 그 실상을 들여다보는 가운데 광야 한 가운데에서 하나님을 마주하며 마침내 거룩한 용기로 일어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이 책은 일관되고도 통일성 있게 제시합니다.
"우리는 엘리야가 광야로 '왜' 도망쳤는지를 알고 있다("엘리야는 두려웠다"). 하지만 '어디로' 향했는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엘리야는 정처 없이 방황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분명한 목적지가 있었다. 바로 "하나님의 산" 호렙으로(왕상 19:8) 향하였다. 호렙이 특별히 관심이 있는 사람들만 알 수 있는 큰 의미 없는 지명 중 하나라면 무심코 넘어갔다고 해도 용서가 된다. 하지만 호렙은 의미 없는 지명이 아니다. 이 산은 엘리야 이전에도 성경에 등장한다. 모세는 당국에 체포를 당할까 봐 두려워서 이 산으로 갔다. 그곳에서 모세는 이 세상의 것 같지 않은 불로 타는 떨기나무 가운데 나타나신 하나님을 만났다(출 3:1-5). 나중에 하나님이 모세에게 이스랑레 백성들을 위한 계명을 주실 때도 그 산에서 다시 불이 내렸다. 이스라엘백성들은 호렙산에서 약속의 땅을 향한 여행을 시작했다(출 33:6; 신 1:1-6). 엘리야는 바로 이 길을 따라갔다. 그는 광야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들이 처음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던 곳으로 돌아갔다. ... 그는 위기에 처하였다. 그리고 그 위기 속에서 모든 열심이 사그라졌다. ... 그래서 그는 출발점으로 돌아갔다. 자신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들의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향했다. 용기를 얻기 위해서는 온전함이 필요하며, 온전함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을 믿을 수 있는지, 어떤 말을 신뢰할 수 있는지 분별할 줄 알아야 한다."(126-127쪽)
"정의를 위해 일어선다는 것은 당장은 이상하고 '무능력하게' 보일 각오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 교회는 옳은 길보다 당장의 현실에 맞는 길을 선택했다. 우리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하는지 모른다. 이는 두려움에서 비롯한 것이다. 하지만 믿음은 우리를 다른 것으로 이끈다. 옳은 것을 위해 일어서는 용기로 이끈다."(257쪽)
"광야와 산에서 엘리야가 두려워한 것은 단순히 이세벨
의 손에 자신의 삶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에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의 삶 자체에 의미가 없지 않다는 점을 보여 주시지는 않았다. 호렙산에서 엘리야는 세미한 음성을 들었다. 하지만 변화산에서는 나사렛 옛에 관한 음성을 더 없이 뚜렷하고 분명하게 들었다. "이 모든 일의 핵심은 네가 아니라 그리스도다!""(275쪽)
일반적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껏 만난 미국 저자들의 책에서 종종 느끼는 것은 한 주제에 대한 자유롭고도 다양한 접근방식과 내용을 전개하는 데에 있어 틀이 얽매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 글쓰기가 무엇인지, 그리고 성경이 말씀하고 있는 용기란 진정 무엇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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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레위기 - 눈감고도 그려지는
김경열 지음 / 두란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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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8번에 걸쳐서 청년들과 레위기 전문을 살펴보았습니다.

레위기가 쉽게 다가가기 힘든 건 분명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와 교훈이 너무 귀하기에 청년들에게 그 부분을 조금이라도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죠. 그러나 역시 레위기 전문을 설교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여러 책들을 참고하며 그동안 잘 모르고 있던 부분들과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한 개념들을 하나하나 정립해 나갔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들을 설교로 풀어내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어떻게 어떻게 마무리는 했으나 마음 한 켠에 늘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었죠.

그런데... 그런 제게 <드라마 레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제가 직접 구입 한 게 아니고 출판사로부터 제공을 받았기에 찾아왔다는 표현이 꼭 맞는 표현이지요.

책의 구성과 분량이 그동안 읽었던 레위기 관련 서적들에 비해 다양한 것도 아니었고, 풍요롭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목차를 하나하나 살펴보니 각 장의 제목들은 보통 내공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기자들이 기사 헤드라인을 뽑는 것과 같은 자극적인 제목 선정과는 차원이 달랐죠).

레위기를 조금 공부하신 분들은 단번에 알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7. 화목제, 즐거운 불고기 파티!

11. 내 죄가 성전을 더럽힌다!

12. 속죄일, 이스라엘이 리셋되는 날!

13. 은혜의 불 맞을래, 심판의 불 맞을래?

15. 만지면 죽는다! 역동적 거룩

16. 삼겹살 먹지 마라!

18. 왜 나는 더럽고 넌 깨끗해?

19. 으라차차! 짜라아트?

21. 선짓국도 순댓국도 먹지 마라!

22. 짐승들아, 선은 넘기지 마라!

25. 늦은 비가 내렸다! 올해도 풍년이다!

27. 희년, 사회적-우주적 리셋의 날

이런 깊고도 재미있는 제목들을 작년에 레위기 설교하기 전에 알았더라면 참 좋았겠지만 지금에라도 알았다는 것에 아쉬움보다는 감탄과 감사를 (김 교수님께) 올려드립니다~!

323페이지의 이 책을 읽어가며 그동안 읽었던 레위기 관련 서적들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각 장의 서두에 제시되는 이야기는 그 장의 주제를 어찌나 흥미롭게 제시하는지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드라마" 레위기가 괜히 붙여진 이름이 아니었던 것이죠.

저자가 직접 만든 그 드라마는 레위기의 각 주제와 핵심을 너무나도 잘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메인으로 들어가는 데 있어서 그 자체로 너무나도 훌륭한 도입이었죠.

각주와 참고문헌이 하나도 없지만 레위기 전문가인 저자께서는 필요한 경우, 논쟁의 핵심이 무엇인지와 그 중심에 있었던 학자들을 간명하게 제시합니다. 거추장스러운 건 다 빼내고 요점만 서술하고 있어서 전혀 지루하지 않지요.

책을 읽어내려가다보면 각 주장의 한계와 기여는 무엇인지와 문맥상 가장 합당한 해석이 무엇인지를 하나하나 꿰가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물론 선행된 공부의 힘이 한몫 했지만요).

중간중간 들어가 있는 도표는 주요 내용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도록 해주고, 잊을만 하면 등장하는 귀여운 삽화는 레위기 중간중간의 사건과 배경을 잘 그려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동안 레위기를 공부하며 여러 책들을 보았고, 상당한 시간을 묵상하였지만 보도 듣도 생각지도 못한 발상을 만나서 감탄이 절로 나왔던 한 부분만 소개하려고 합니다.

"Q. 왜 남아와 여아의 정결례 기간이 다른가?

남아의 경우 전체 정결례 기간은 40일, 여아의 경우 두 배인 80일이다. 왜 이러한 차이가 발생했을까? 이것은 레위기 12장 해석의 큰 난제로, 이해하기 쉽지 않다. 어떤 의사는 여아를 출산할 때 산모의 출혈이 더 오래 지속된다고 말하지만, 일반적인 의학적 견해 같지는 않다. 다른 사람은 여아는 미래의 산모이므로 출산한 어머니가 그 기간을 겸하여 지켰다고 해석하나, 그 경우 여아가 성정하여 장차 출산할 때 그 기간이 면제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무난한 해석은 구약의 율법은 가부장적 사회라는 한계 속에 주어졌기에 남녀의 차이를 두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 남녀의 몸값, 노동의 가치에서도 대략 두 배의 차이가 났다(레 27:2-7).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딸을 낳은 산모는 두 배 길게 쉬는 것이 분명한데, 그것을 차별을 위한 조치라고 해석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조금 엉뚱한 발상으로 [저자께서 엉뚱한 발상이라고 하지만 전 이 부분이 너무 좋았고 정말 좋았으며 심히 좋았습니다] 오히려 대를 이을 아들을 낳지 못하고 딸을 낳은 산모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두 배의 쉼을 허락했던 것은 아닐까?

여기서 다시 한 번 율법은 가난한 자를 크게 배려한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 (182-183쪽)

국내 저자에 의해 이와 같은 레위기 책이 나온 것은 한국교회에 있어서 큰 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드라마 레위기> 정독 한 번이면 레위기는 더 이상 성경통독자들에게 "내 위기"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높디 높았던 레위기의 문턱을 낮추어주고 레위기에서 멈추던 성경통독을 적어도 역대상까지는 끌고갈 동력을 제시해 주는 <드라마 레위기>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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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라는 선물 - 우리 몸에 새겨진 복음의 경이한 한 몸의 의미
폴 브랜드.필립 얀시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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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몇 번이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몸이라는 선물>을 읽게 하시고 저자 폴 브랜드를 알게 하신 주님께 말이죠.

두통, 치통, 복통... 이 외에도 여러 고통과 통증은 모두가 피하려고 하는 불청객입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고통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 깨달으며 고통을 새롭게 보는 눈이 열렸습니다.

저자 폴 브랜드는 영국에서 정형외과 의사로 수련 받고 인도에서 한센인들을 위한 의료활동으로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또한 그는 의료현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고 수많은 한센인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어루만져준 선교사였고, 고통, 신경, 무신경, 무통에 관련한 연구로 당뇨병 등 여러 질환에 획기적인 치료와 혁신을 몰고온 의학자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우리의 몸에 대한 연구를 거듭하며 인간의 몸을 설계하신 창조주께서 신약 기자들에게 감화하여 기록한 몸의 신비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제공하는 신학자였습니다.

제가 확언하건대 책을 읽으시는 모든 독자들께서는 1부 그것도 1장 초입에서부터 이미 이 책 마지막 장까지 읽어낼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되실 것입니다.

"오른쪽 맨발의 작은 뼈들을 옴죽거려 본다. 굵기가 연필의 절반밖에 안 되는 뼈들인데도 걷는 동안 내 몸무게를 떠받칠 만큼 강하다. 이번에는 손을 오므려 귀를 덮어 본다. 마치 조개껍데기에 귀를 댔을 때처럼 친숙한 어떤 소리가 들린다. 사실은 내 머릿속 모세혈관에 혈구가 흐르는 소리다. ... 손가락으로 팔을 쓱 문지르면 감각세포에 가해지는 자극이 느껴진다. 피부 2.54제곱센티미터당 그런 세포가 약 450개씩 밀집해 있다. 내 몸속에는 비장과 간과 췌장과 신장의 수많은 분화된 세포가 활동하는데, 어찌나 성능이 좋은지 아예 그 존재 자체가 지각되지 않을 정도다. ... 인체는 개개의 세포들로 구성된 하나의 공동체다. 예컨대 백혈구는 아메바와 매우 비슷하지만 자율성은 아메바보다 훨씬 떨어진다. 백혈구의 임무를 전체 유기체가 결정하므로, 백혈구는 때로 유기체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야 한다. 그런데도 백혈구의 필수 기능은 다른 아무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다. ... 세포는 자기만을 위해 살 수도 있고 전체 유기체를 생성하고 유지하는 일을 할 수도 있다. ... 사도 바울은 이 비유를 고린도전서 12장에서 고찰했다. 교회를 인간의 몸에 빗댄 본문인데, 날마다 인체의 세포를 다루는 내게는 특히 더 의미있게 다가온다. ... '몸은 일체로되 다세포로 되어 있으니 많은 세포가 한 몸을 이루느니라. 만일 백혈구가 "나는 뇌세포가 아니니 몸에 속하지 아니하였다" 할지라도 이로써 몸에 속하지 않은 게 아니요 만일 근육세포가 "나는 시신경세포가 아니니 몸에 속하지 아니하였다" 할지라도 이로써 몸에 속하지 않은 게 아니라. 온 몸이 시신경세포면 걷는 기능은 어디서 나며 온몸이 청신경이면 시각은 어디에 있느냐. 그러나 이제 하나님이 모든 세포를 몸에 두신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느니라. 만일 모든 세포가 동일하면 몸은 어디냐. 이제 세포는 많으나 몸은 하나라.'" (31-33쪽)

2부(인체, 우주에서 가장 경이로운 공동체: ‘한 몸’이라는 선물) 3장(건강한 몸, 수십조(兆) 개 세포가 제 몫을 하며 긴밀히 협력한다)에서는 촉각, 통각, 청각, 시각까지 상실하여 감각이라고는 미각만 남겨둔 한 나환자의 모습과 그의 회복을 통해 각 지체가 제 몫을 하며 교회 공동체를 섬기는 것이 얼마나 귀하고 감격스러운지를 감동적으로 그려주고 있습니다.

미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상실한 호세(나환자)가 우여곡절 끝에 눈 수술을 받고 며칠 후 두 눈에 감아둔 붕대를 풀던 순간 몇 달째 미소를 잃었던 그는 함박웃음을 (이가 다 빠진 채로)짓습니다. 그때부터 시각을 회복한 호세는 예배 내용을 듣지 못하면서도 일요일마다 한사코 브랜든(저자)이 출석하는 교회에 갑니다. 교회에서 기뻐하는 호세의 모습이 얼마나 생생하게 그려지는지...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모릅니다. 정말 감격스러운 두 문장을 소개합니다.

"비록 잘 보지 못하고 여전히 청각과 촉각이 없는 그이지만, 교회 안의 교제만은 용케 감지한다. 공동체와 다시 연합한 것만으로도 그는 만족해한다." (69쪽)

7장(피부,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매력적인 소통 기관)에서는 신체 접촉(스킨십)이 얼마나 위대한 능력이 있는지 실감나게 묘사합니다. 예수님께서도 많은 경우 환자들을 직접 만지시고 환부에 손을 대시며 치료하시기도 하셨죠. 그럴 필요가 없으신데 말이죠.

"동물의 새끼가 제대로 성장하려면 어미와의 친밀한 신체 접촉이 반드시 필요하다. 인간을 제외한 모든 포유류는 시간을 들여 새끼를 핥아 준다. 출생 후에 핥아 주지 않으면 대개 새끼가 죽으며, 배설하는 법도 끝내 배우지 못한다. ... 인간의 경우 산고 중에 겪는 촉각 자극이 아기에게 반드시 필요할 수도 있다." ... "불과 1920년까지만 해도 미국 내 일부 고아원의 유아 사망률은 100퍼센트에 육박했다. 그즈음 보스턴의 프리츠 탤벗 박사가 독일에서 도입한 "따뜻한 사랑의 보살핌"이라는 개념은 그리 과학적이지 않아 보였다. 뒤셀도르프에 있는 아동병원을 방문했을 때 병약한 아기를 안고 어르며 계속 병원 안을 서성대는 한 노파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가이드는 "저 분은 안나 할머니입니다. 의학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를 다 취했는데도 아기가 호전되지 않으면 그때는 아기를 안나 할머니께 맡깁니다. 그러면 감쪽같이 해결되지요"라고 말했다. ... 당시는 행동주의 심리학작들이 부모들에게 아기를 안아 주거나 응석받이로 기르지 말라고 조언하던 때였다. ... 곧 생각이 바뀌었다. 뉴욕 벨뷰병원에서 모든 아기를 뉘어 놓지만 말고 하루에 몇 번씩 '엄마처럼' 안에 주어야 한다는 정책을 시행한 뒤로, 그곳의 유아 사망률이 35퍼센트에서 10퍼센트 미만으로 떨어졌다. (132-134쪽)

접촉의 위대함은 저자의 진료 경험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진료소를 개소하고 몇 달 뒤에 나는 어느 똑똑한 청년의 손을 진찰하면서 어눌한 타밀어로 이렇게 설명했다. 병이 진행되는 것을 막고 어쩌면 손동작도 일부 되살릴 수 있으나 안면 기형만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 "환자분 얼굴 정도면 별로 흉하지도 않은 데다 약을 먹으면 더 악화될 일도 없어요. ... 어차피 우리 남자들은 얼굴이 큰 고민거리가 아니잖아요?" 내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약간 농담조로 윙크를 날리며 한 말이다. 웃음으로 받아 주려니 했는데 갑자기 그가 몸을 들썩이며 숨죽여 흐느꼈다. 나는 조수에게 영어로 물었다. "내가 말을 잘못했나요? 혹시 내 말을 오해한 건가요?" ... "아닙니다, 선생님. 어깨에 선생님의 손이 닿아서 울었답니다. 여기로 오기 전에는 여러 해째 자기 몸에 손을 댄 사람이 아무도 없었대요."" (139-140쪽)

저자는 뼈를 통해서도 성경의 교훈을 얼마나 생생하게 가르쳐 주는지 모릅니다.

"뼈는 살아 있다. 갓난아기의 뼈는 350개인데 점차 서로 붙어서 성인이 되면 대체로 206개로 줄어든다. 아기의 뼈 가운데 대부분은 말랑말랑하고 유연하다. 그런 신축성이 없이는 출생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뼈의 골화 과정을 관찰하노라면 내 신앙의 뼈대가 떠오른다. 갓난아기 그리스도인 시절에는 내 신앙이 말랑말랑하고 유연했으며, 막연히 이해한 성경과 영적 스승들을 통해 내 신앙의 골격을 골화시켰다. 골아세포가 뼛속에 단단한 무기질을 새로 형성하듯이 내 신앙의 재질도 더 단단하고 튼실해졌다. ... 신앙의 뼈가 강해지려면 새 신자에게 시간이 필요하다. (194-195쪽)

아마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은 "샘물과 같은 보혈은 주님의 피로다 보혈에 죄를 씻으면 정하게 되겠네", "어린양의 피로 씻음을 받는다"와 같은 가사를 접하면 보혈로 씻는다는 것을 영적으로 이해할 것입니다. 자동적으로 그렇게 될 거예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저자는 현대 의학을 통해 밝혀진 피의 기능을 통해 "피로 씻는다"는 개념을 더 넓게 확장시켜 줍니다(사실 생물시간에 배운 내용인데도 놓치고 있었습니다).

"모세혈관에서 털끝만큼이라도 떨어져 있는 세포는 하나도 없다. 그렇지 않으면 독성 부산물이 계속 쌓인다. 좁은 모세혈관 속을 흐르는 피는 신선한 산소를 실어다 내리는 동시에 위험한 폐기물을 흡수하여 신장으로 보낸다. ... 의학적으로 피는 신체 기능을 방해하는 화학 부산물을 제거함으로써 생명을 지탱한다. 한마디로 정화다. 피의 은유는 영적 몸인 교회가 가진 고질적 문제인 죄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해 준다. 피는 죄와 용서의 본질을 아주 명료하게 보여 주는 최적의 비유다. 피가 몸의 유해 대사산물을 씻어 내듯이 용서도 참된 건강을 저해하는 조라는 폐기물을 씻어 낸다. ... 성만찬으로 기념되는 그리스도의 희생은 지금도 그 효력이 지속된다. 포도주로 상징되는 피는 모든 세포를 생명의 양분으로 흠뻑 적실 뿐 아니라 축적된 노폐물과 찌꺼기마저 거두어 간다. 비유를 이어가자면, 회개의 행위를 통해 각 세포는 기꺼이 피의 정화 작용을 받아 누린다." (241-244쪽)

17장은 "건강한 몸은 가장 약한 부위의 아픔을 함께 느낀다"는 명제로 시작합니다. 여기서 저는 쇠망치로 한 대 제대로 얻어 맞은 듯한 충격을 느꼈습니다.

"단세포인 아메바는 모든 위협을 전신에 대한 위험으로 자각한다. 많은 세포로 이루어진 몸에는 무언가가 더 필요한데, 그 결정적인 통합의 고리가 바로 고통이다. 다세포 유기체가 생존하려면 개개의 세포가 고생을 서로 함께 해야한다. 즉 머리가 꼬리가 호소하는 이야기를 느껴야 한다. 인간의 신경계에는 발가락과 척추를 잇는 가느다란 신경 세포가 하나 있는데, 그 길이가 1.2미터에 달할 수 있다. ... 고통은 인체 세포를 보호할 때만큼이나 공동체의 지체들을 통합하는 데도 중대한 역할을 한다. 건강한 몸은 가장 약한 부위의 고통을 느낀다." ... "몸이 물리적으로 얼마나 건강한지 알려면 몸이 고통을 얼마나 잘 경청하는지를 보면 된다. 실제로 우리가 쓰는 대부분의 진단 도구(열, 맥박, 혈구 수)는 몸 자체의 치유 반응을 측정한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영적 몸인 교회의 건강도 강한 지체가 약한 지체를 돌보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314, 318쪽)

아... 어려운 지체를 돌아보고 섬기는 것이야말로 교회가 그리스도 안에서 얼마나 잘 연합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인지를... 그런 교회가 뭔가를 더 잘하고 특화된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진정한 교회임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은혜와 감동, 통찰과 인사이트를 두루 선사하는 책이 많지 않은데 이 책은 이 모든 걸 넉넉히 해내고 있습니다.

한두 부분도 아니고 장별로 빠짐없이 책 전역에서 모두 말이죠.

이 책을 통해 하나님의 창조의 그 신비함은 물론이고 몸과 교회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부분에 있어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는데요, 좋은 걸 저만 알고 있을 수는 없죠.

23,000원과 4-5시간만 투자해 보세요~ 밭에 감추인 보화를 잔뜩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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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과 하나님 나라
이동원 지음 / 두란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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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대원에서 역사신학을 공부하면서 길선주 목사님의 생애와 사역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던 중 <천로역정>이 길 목사님의 회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발견하고 <천로역정>을 다시 한 번 읽었던 저로서는 <천로역정과 하나님 나라> 출간이 더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더욱이 그간 <천로역정>을 두 세 차례 읽었으나 <천로역정>을 분석, 연구한 작품을 접하는 건 처음이었기에 <천로역정과 하나님 나라>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되었죠.
<천로역정과 하나님 나라>의 저자 이동원 목사님은 이미 <이동원 목사와 함께 걷는 천로역정>과 <영성의 길>을 출간하여 천로역정의 메시지를 대중들에게 널리 소개하였고, 천국을 향하는 순례자의 길에 담긴 영성을 조망할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이번 <천로역정과 하나님 나라>는 <천로역정>에 관한 저자의 세번 째 책으로 저자의 말을 빌리면 "천로역정 순례 길의 사역을 다루는 책"입니다.
<천로역정>을 중심으로 세 권의 책을 썼다는 사실 만으로도 독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기에 <천로역정>을 한 번이라도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저자가 펴낸 세 권의 책에 큰 관심이 갈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천로역정과 하나님 나라>는 사역자들에게 매우 유익한 책입니다.
목차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이 천로역정을 중심으로 13가지 사역을 다채롭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3가지 사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천로역정과 전도 사역 / 2. 천로역정과 교회 사역 / 3. 천로역정과 가정 사역 / 4. 천로역정과 영적 전쟁 사역 / 5. 천로역정과 치유 사역 / 6. 천로역정과 손 대접 사역 / 7. 천로역정과 사회 섬김 사역 / 8. 천로역정과 어린이 사역 / 9. 천로역정과 노인 사역 / 10. 천로역정과 장애인 사역 / 11. 천로역정과 중보기도 사역 / 12. 천로역정과 성경 해석 사역 / 13. 천로역정과 호스피스 사역
각각의 내용은 어떤 면에서 볼 때 엄청난 통찰을 주거나 번뜩이는 인사이트를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것을 기대한 분들에게는 다소 실망할 부분이기도 하죠. 하지만 <천로역정>에서 13가지 사역의 원리를 뽑아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게다가 그것이 어거지로 짜 맞춘 게 아니라 <천로역정>의 인물과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된 것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천로역정>이 일부 신학자들과 목회자, 혹은 크리스천들에게 비판을 받아온 부분이 있습니다. <천로역정>에 나온 순례자가 시온 성, 곧 천국 가는 일에만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어서 이 땅에서의 삶, 가정이나 일터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가족을 버려두고 혼자서만 천국으로 떠나갔다는 것을 지적합니다. ... 그러나 이런 비판은 <천로역정>을 주의 깊게 읽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천로역정> 2편을 읽지 못한 단견임을 알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천로역정> 2편은 주인공 크리스천의 아내 크리스티아나와 네 아들이 남편과 아버지가 간 그 길을 따라 천국으로 향하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천로역정과 가정 사역, 76-77쪽)
"<천로역정> 2편에 보면 크리스티아나와 네 아들이 여행 중 아름다운 집에 도달했을 때 아들 마태가 병들게 됩니다. 이 아름다운 집은 교회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그때 이 집 식구들은 마태를 치유하기 위해 의사 '노련'(Skill) 씨를 불러옵니다. 노련 씨는 의학적이면서도 영적인 진단을 통해 처방하고 병을 치유합니다. 이 장면은 교회의 중요한 미션이 이런 병자들을 긍휼히 여겨 치유하는 사역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복음서에서 예수님이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치유하신 것처럼 말입니다. (천로역정과 사회 섬김 사역, 138쪽)
"영어로 '지혜로운 사람'을 말할 때 보통은 'wise man'이라고 하지만, 고대 영어로 지금까지 쓰이는 보다 고상한 표현 중에 'sage'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이 단어를 번역할 때 조금은 고상한 언어로 '현자'라고 합니다. 현명함을 명사형으로 'sagacity'라고 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천로역정> 2편이 열리자마자 이 '현자' 혹은 '현명' 씨(Mr. Sagacity)란 노인이 등장한다는 사실입니다. 그의 책임이 무엇입니까? 크리스티아나와 그녀의 네 아들을 천로역정의 길로 인도하는 것입니다. ... 그녀와 그녀의 네 아들, 자비 양이 마침내 좁은 문을 향해 걷도록 안내한 뒤 현명 씨는 그들 곁을 떠났다고 <천로역정>은 기록합니다. 바로 노인 사역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가 그 길을 잘 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사역입니다." (천로역정과 노인 사역, 163-164쪽)
끊임없이 쏟아지는 기독교 신간의 홍수 속에서 기독교 고전은 특히나 젊은 층의 외면을 받는 오늘의 현실 속에서 <천로역정과 하나님 나라>와 같은 책은 <천로역정>, 나아가 기독교 고전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을 환기시켜주는 너무나 좋은 역할을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천로역정과 하나님 나라>를 통해 교회 현장에서의 다채로운 사역을 재발견하고, <천로역정>을 깊이 묵상하게 됨으로써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과 미래성을 오늘의 사역과 삶의 현장에 조화롭게 구현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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