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레위기 - 눈감고도 그려지는
김경열 지음 / 두란노 / 2020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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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8번에 걸쳐서 청년들과 레위기 전문을 살펴보았습니다.

레위기가 쉽게 다가가기 힘든 건 분명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와 교훈이 너무 귀하기에 청년들에게 그 부분을 조금이라도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죠. 그러나 역시 레위기 전문을 설교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여러 책들을 참고하며 그동안 잘 모르고 있던 부분들과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한 개념들을 하나하나 정립해 나갔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들을 설교로 풀어내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어떻게 어떻게 마무리는 했으나 마음 한 켠에 늘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었죠.

그런데... 그런 제게 <드라마 레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제가 직접 구입 한 게 아니고 출판사로부터 제공을 받았기에 찾아왔다는 표현이 꼭 맞는 표현이지요.

책의 구성과 분량이 그동안 읽었던 레위기 관련 서적들에 비해 다양한 것도 아니었고, 풍요롭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목차를 하나하나 살펴보니 각 장의 제목들은 보통 내공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기자들이 기사 헤드라인을 뽑는 것과 같은 자극적인 제목 선정과는 차원이 달랐죠).

레위기를 조금 공부하신 분들은 단번에 알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7. 화목제, 즐거운 불고기 파티!

11. 내 죄가 성전을 더럽힌다!

12. 속죄일, 이스라엘이 리셋되는 날!

13. 은혜의 불 맞을래, 심판의 불 맞을래?

15. 만지면 죽는다! 역동적 거룩

16. 삼겹살 먹지 마라!

18. 왜 나는 더럽고 넌 깨끗해?

19. 으라차차! 짜라아트?

21. 선짓국도 순댓국도 먹지 마라!

22. 짐승들아, 선은 넘기지 마라!

25. 늦은 비가 내렸다! 올해도 풍년이다!

27. 희년, 사회적-우주적 리셋의 날

이런 깊고도 재미있는 제목들을 작년에 레위기 설교하기 전에 알았더라면 참 좋았겠지만 지금에라도 알았다는 것에 아쉬움보다는 감탄과 감사를 (김 교수님께) 올려드립니다~!

323페이지의 이 책을 읽어가며 그동안 읽었던 레위기 관련 서적들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각 장의 서두에 제시되는 이야기는 그 장의 주제를 어찌나 흥미롭게 제시하는지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드라마" 레위기가 괜히 붙여진 이름이 아니었던 것이죠.

저자가 직접 만든 그 드라마는 레위기의 각 주제와 핵심을 너무나도 잘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메인으로 들어가는 데 있어서 그 자체로 너무나도 훌륭한 도입이었죠.

각주와 참고문헌이 하나도 없지만 레위기 전문가인 저자께서는 필요한 경우, 논쟁의 핵심이 무엇인지와 그 중심에 있었던 학자들을 간명하게 제시합니다. 거추장스러운 건 다 빼내고 요점만 서술하고 있어서 전혀 지루하지 않지요.

책을 읽어내려가다보면 각 주장의 한계와 기여는 무엇인지와 문맥상 가장 합당한 해석이 무엇인지를 하나하나 꿰가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물론 선행된 공부의 힘이 한몫 했지만요).

중간중간 들어가 있는 도표는 주요 내용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도록 해주고, 잊을만 하면 등장하는 귀여운 삽화는 레위기 중간중간의 사건과 배경을 잘 그려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동안 레위기를 공부하며 여러 책들을 보았고, 상당한 시간을 묵상하였지만 보도 듣도 생각지도 못한 발상을 만나서 감탄이 절로 나왔던 한 부분만 소개하려고 합니다.

"Q. 왜 남아와 여아의 정결례 기간이 다른가?

남아의 경우 전체 정결례 기간은 40일, 여아의 경우 두 배인 80일이다. 왜 이러한 차이가 발생했을까? 이것은 레위기 12장 해석의 큰 난제로, 이해하기 쉽지 않다. 어떤 의사는 여아를 출산할 때 산모의 출혈이 더 오래 지속된다고 말하지만, 일반적인 의학적 견해 같지는 않다. 다른 사람은 여아는 미래의 산모이므로 출산한 어머니가 그 기간을 겸하여 지켰다고 해석하나, 그 경우 여아가 성정하여 장차 출산할 때 그 기간이 면제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무난한 해석은 구약의 율법은 가부장적 사회라는 한계 속에 주어졌기에 남녀의 차이를 두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 남녀의 몸값, 노동의 가치에서도 대략 두 배의 차이가 났다(레 27:2-7).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딸을 낳은 산모는 두 배 길게 쉬는 것이 분명한데, 그것을 차별을 위한 조치라고 해석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조금 엉뚱한 발상으로 [저자께서 엉뚱한 발상이라고 하지만 전 이 부분이 너무 좋았고 정말 좋았으며 심히 좋았습니다] 오히려 대를 이을 아들을 낳지 못하고 딸을 낳은 산모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두 배의 쉼을 허락했던 것은 아닐까?

여기서 다시 한 번 율법은 가난한 자를 크게 배려한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 (182-183쪽)

국내 저자에 의해 이와 같은 레위기 책이 나온 것은 한국교회에 있어서 큰 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드라마 레위기> 정독 한 번이면 레위기는 더 이상 성경통독자들에게 "내 위기"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높디 높았던 레위기의 문턱을 낮추어주고 레위기에서 멈추던 성경통독을 적어도 역대상까지는 끌고갈 동력을 제시해 주는 <드라마 레위기>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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