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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를 통과한 용기 - 길을 잃어버린 그리스도인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
러셀 무어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21년 2월
평점 :

1장까지만 해도 어마어마한 승리, 엄청난 성공 이후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 엘리야가 광야에서 어떻게 회복되는지가 책의 주된 내용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엘리야의 이야기는 십자가로 향하는 서막에 불과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을 엘리야를 중심으로 펼쳐가는 것으로 착각했기에
이어지는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한 마음에 더 기대하며 책을 읽어갈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엘리야 이야기는 용기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그 용기는 내가 늘 생각했던 용기가 아니었다. ... 내가 늘 존경했던 엘리야의 특징들은 사실 그 이야기의 핵심이 아니다. ... 두 제자도 예수님과 함께 산에서 엘리야를 본 직후에 같은 것을 기대했다. 오래전 악한 왕 아합의 땅이었던 사마리아를 통과하던 야고보와 요한은 아무도 그들의 메시지를 받아들이지 않는 현실에 화가 머리 끝까지 올라 대뜸 예수님께 이렇게 제안했다. "주여 우리가 불을 명하여 하늘로부터 내려 저들을 멸하라 하기를 원하시나이까(눅 9:54)"... 갈멜산은 엘리야 이야기의 클라이맥스가 아니라 다른 것을 위한 서곡이다."(29-31쪽)
자신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풀어가며, 이야기 하고자 하는 주제로 차츰차츰 전환해가는 저자의 솜씨는 대단합니다.
"스크루테이프가 심어 준 내 두려움이 밝아져 나니아 세상으로 변했다. 루이스는 죄와 실수로 가득하지만 사랑과 섬김도 가득한 수세기 동안의 교회 모습을 가리키면서 나를 어릴 적 교회에서 배운 것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물론 사기와 협잡도 있었지만 우리 교회는 옳은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 내가 종교를 잃기 시작했을 때 공포가 노도처럼 밀려왔다. 종교를 잃는 것은 곧 예수님, 나, 미래를 잃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 나는 그렇게 심연의 밑바닥까지 떨어질 뻔했다가 다시 일어섰고 지금도 여전히 일어서 있다."(21-22쪽)
또한 한 주제를 여러 방식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해 들어오는 능력도 탁월합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다각도로 접근하는 방식이 초점을 흐리게 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이 책의 특성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면 문제될 건 없어 보입니다.
Chapter 1. 위기 앞에서: 네가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
Chapter 2. 두려움 앞에서: 광야, 옳은 방식으로 두려워하는 법을 가르쳐 주다
Chapter 3. 수치심 앞에서: 수치심에서 빠져 나오는 길은 심판의 한복판을 통과하는 것이다
Chapter 4. 깨어짐 앞에서: 온전함은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무너질 때 찾아온다
Chapter 5. 약함 앞에서: 세상이 알 수 없는 십자가의 강함을 마주하다
Chapter 6. 외로움 앞에서: 공동체와 함께 노래하는 법을 배우라
Chapter 7. 불의 앞에서: 두려움에 떠는 겁쟁이들, 정의에 분연히 일어서다
Chapter 8. 실패 앞에서: 광야에서 생명의 미래를 보다
위기, 두려움, 수치심, 깨어짐, 약함, 외로움, 불의, 실패라는 강력한 위협이 어떻게 사명의 길, 십자가의 길을 훼방하는지 그러나 그 실상을 들여다보는 가운데 광야 한 가운데에서 하나님을 마주하며 마침내 거룩한 용기로 일어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이 책은 일관되고도 통일성 있게 제시합니다.
"우리는 엘리야가 광야로 '왜' 도망쳤는지를 알고 있다("엘리야는 두려웠다"). 하지만 '어디로' 향했는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엘리야는 정처 없이 방황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분명한 목적지가 있었다. 바로 "하나님의 산" 호렙으로(왕상 19:8) 향하였다. 호렙이 특별히 관심이 있는 사람들만 알 수 있는 큰 의미 없는 지명 중 하나라면 무심코 넘어갔다고 해도 용서가 된다. 하지만 호렙은 의미 없는 지명이 아니다. 이 산은 엘리야 이전에도 성경에 등장한다. 모세는 당국에 체포를 당할까 봐 두려워서 이 산으로 갔다. 그곳에서 모세는 이 세상의 것 같지 않은 불로 타는 떨기나무 가운데 나타나신 하나님을 만났다(출 3:1-5). 나중에 하나님이 모세에게 이스랑레 백성들을 위한 계명을 주실 때도 그 산에서 다시 불이 내렸다. 이스라엘백성들은 호렙산에서 약속의 땅을 향한 여행을 시작했다(출 33:6; 신 1:1-6). 엘리야는 바로 이 길을 따라갔다. 그는 광야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들이 처음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던 곳으로 돌아갔다. ... 그는 위기에 처하였다. 그리고 그 위기 속에서 모든 열심이 사그라졌다. ... 그래서 그는 출발점으로 돌아갔다. 자신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들의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향했다. 용기를 얻기 위해서는 온전함이 필요하며, 온전함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을 믿을 수 있는지, 어떤 말을 신뢰할 수 있는지 분별할 줄 알아야 한다."(126-127쪽)
"정의를 위해 일어선다는 것은 당장은 이상하고 '무능력하게' 보일 각오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 교회는 옳은 길보다 당장의 현실에 맞는 길을 선택했다. 우리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하는지 모른다. 이는 두려움에서 비롯한 것이다. 하지만 믿음은 우리를 다른 것으로 이끈다. 옳은 것을 위해 일어서는 용기로 이끈다."(257쪽)
"광야와 산에서 엘리야가 두려워한 것은 단순히 이세벨
의 손에 자신의 삶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에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의 삶 자체에 의미가 없지 않다는 점을 보여 주시지는 않았다. 호렙산에서 엘리야는 세미한 음성을 들었다. 하지만 변화산에서는 나사렛 옛에 관한 음성을 더 없이 뚜렷하고 분명하게 들었다. "이 모든 일의 핵심은 네가 아니라 그리스도다!""(275쪽)
일반적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껏 만난 미국 저자들의 책에서 종종 느끼는 것은 한 주제에 대한 자유롭고도 다양한 접근방식과 내용을 전개하는 데에 있어 틀이 얽매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 글쓰기가 무엇인지, 그리고 성경이 말씀하고 있는 용기란 진정 무엇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