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라는 선물 - 우리 몸에 새겨진 복음의 경이한 한 몸의 의미
폴 브랜드.필립 얀시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20년 12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몇 번이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몸이라는 선물>을 읽게 하시고 저자 폴 브랜드를 알게 하신 주님께 말이죠.

두통, 치통, 복통... 이 외에도 여러 고통과 통증은 모두가 피하려고 하는 불청객입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고통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 깨달으며 고통을 새롭게 보는 눈이 열렸습니다.

저자 폴 브랜드는 영국에서 정형외과 의사로 수련 받고 인도에서 한센인들을 위한 의료활동으로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또한 그는 의료현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고 수많은 한센인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어루만져준 선교사였고, 고통, 신경, 무신경, 무통에 관련한 연구로 당뇨병 등 여러 질환에 획기적인 치료와 혁신을 몰고온 의학자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우리의 몸에 대한 연구를 거듭하며 인간의 몸을 설계하신 창조주께서 신약 기자들에게 감화하여 기록한 몸의 신비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제공하는 신학자였습니다.

제가 확언하건대 책을 읽으시는 모든 독자들께서는 1부 그것도 1장 초입에서부터 이미 이 책 마지막 장까지 읽어낼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되실 것입니다.

"오른쪽 맨발의 작은 뼈들을 옴죽거려 본다. 굵기가 연필의 절반밖에 안 되는 뼈들인데도 걷는 동안 내 몸무게를 떠받칠 만큼 강하다. 이번에는 손을 오므려 귀를 덮어 본다. 마치 조개껍데기에 귀를 댔을 때처럼 친숙한 어떤 소리가 들린다. 사실은 내 머릿속 모세혈관에 혈구가 흐르는 소리다. ... 손가락으로 팔을 쓱 문지르면 감각세포에 가해지는 자극이 느껴진다. 피부 2.54제곱센티미터당 그런 세포가 약 450개씩 밀집해 있다. 내 몸속에는 비장과 간과 췌장과 신장의 수많은 분화된 세포가 활동하는데, 어찌나 성능이 좋은지 아예 그 존재 자체가 지각되지 않을 정도다. ... 인체는 개개의 세포들로 구성된 하나의 공동체다. 예컨대 백혈구는 아메바와 매우 비슷하지만 자율성은 아메바보다 훨씬 떨어진다. 백혈구의 임무를 전체 유기체가 결정하므로, 백혈구는 때로 유기체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야 한다. 그런데도 백혈구의 필수 기능은 다른 아무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다. ... 세포는 자기만을 위해 살 수도 있고 전체 유기체를 생성하고 유지하는 일을 할 수도 있다. ... 사도 바울은 이 비유를 고린도전서 12장에서 고찰했다. 교회를 인간의 몸에 빗댄 본문인데, 날마다 인체의 세포를 다루는 내게는 특히 더 의미있게 다가온다. ... '몸은 일체로되 다세포로 되어 있으니 많은 세포가 한 몸을 이루느니라. 만일 백혈구가 "나는 뇌세포가 아니니 몸에 속하지 아니하였다" 할지라도 이로써 몸에 속하지 않은 게 아니요 만일 근육세포가 "나는 시신경세포가 아니니 몸에 속하지 아니하였다" 할지라도 이로써 몸에 속하지 않은 게 아니라. 온 몸이 시신경세포면 걷는 기능은 어디서 나며 온몸이 청신경이면 시각은 어디에 있느냐. 그러나 이제 하나님이 모든 세포를 몸에 두신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느니라. 만일 모든 세포가 동일하면 몸은 어디냐. 이제 세포는 많으나 몸은 하나라.'" (31-33쪽)

2부(인체, 우주에서 가장 경이로운 공동체: ‘한 몸’이라는 선물) 3장(건강한 몸, 수십조(兆) 개 세포가 제 몫을 하며 긴밀히 협력한다)에서는 촉각, 통각, 청각, 시각까지 상실하여 감각이라고는 미각만 남겨둔 한 나환자의 모습과 그의 회복을 통해 각 지체가 제 몫을 하며 교회 공동체를 섬기는 것이 얼마나 귀하고 감격스러운지를 감동적으로 그려주고 있습니다.

미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상실한 호세(나환자)가 우여곡절 끝에 눈 수술을 받고 며칠 후 두 눈에 감아둔 붕대를 풀던 순간 몇 달째 미소를 잃었던 그는 함박웃음을 (이가 다 빠진 채로)짓습니다. 그때부터 시각을 회복한 호세는 예배 내용을 듣지 못하면서도 일요일마다 한사코 브랜든(저자)이 출석하는 교회에 갑니다. 교회에서 기뻐하는 호세의 모습이 얼마나 생생하게 그려지는지...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모릅니다. 정말 감격스러운 두 문장을 소개합니다.

"비록 잘 보지 못하고 여전히 청각과 촉각이 없는 그이지만, 교회 안의 교제만은 용케 감지한다. 공동체와 다시 연합한 것만으로도 그는 만족해한다." (69쪽)

7장(피부,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매력적인 소통 기관)에서는 신체 접촉(스킨십)이 얼마나 위대한 능력이 있는지 실감나게 묘사합니다. 예수님께서도 많은 경우 환자들을 직접 만지시고 환부에 손을 대시며 치료하시기도 하셨죠. 그럴 필요가 없으신데 말이죠.

"동물의 새끼가 제대로 성장하려면 어미와의 친밀한 신체 접촉이 반드시 필요하다. 인간을 제외한 모든 포유류는 시간을 들여 새끼를 핥아 준다. 출생 후에 핥아 주지 않으면 대개 새끼가 죽으며, 배설하는 법도 끝내 배우지 못한다. ... 인간의 경우 산고 중에 겪는 촉각 자극이 아기에게 반드시 필요할 수도 있다." ... "불과 1920년까지만 해도 미국 내 일부 고아원의 유아 사망률은 100퍼센트에 육박했다. 그즈음 보스턴의 프리츠 탤벗 박사가 독일에서 도입한 "따뜻한 사랑의 보살핌"이라는 개념은 그리 과학적이지 않아 보였다. 뒤셀도르프에 있는 아동병원을 방문했을 때 병약한 아기를 안고 어르며 계속 병원 안을 서성대는 한 노파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가이드는 "저 분은 안나 할머니입니다. 의학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를 다 취했는데도 아기가 호전되지 않으면 그때는 아기를 안나 할머니께 맡깁니다. 그러면 감쪽같이 해결되지요"라고 말했다. ... 당시는 행동주의 심리학작들이 부모들에게 아기를 안아 주거나 응석받이로 기르지 말라고 조언하던 때였다. ... 곧 생각이 바뀌었다. 뉴욕 벨뷰병원에서 모든 아기를 뉘어 놓지만 말고 하루에 몇 번씩 '엄마처럼' 안에 주어야 한다는 정책을 시행한 뒤로, 그곳의 유아 사망률이 35퍼센트에서 10퍼센트 미만으로 떨어졌다. (132-134쪽)

접촉의 위대함은 저자의 진료 경험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진료소를 개소하고 몇 달 뒤에 나는 어느 똑똑한 청년의 손을 진찰하면서 어눌한 타밀어로 이렇게 설명했다. 병이 진행되는 것을 막고 어쩌면 손동작도 일부 되살릴 수 있으나 안면 기형만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 "환자분 얼굴 정도면 별로 흉하지도 않은 데다 약을 먹으면 더 악화될 일도 없어요. ... 어차피 우리 남자들은 얼굴이 큰 고민거리가 아니잖아요?" 내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약간 농담조로 윙크를 날리며 한 말이다. 웃음으로 받아 주려니 했는데 갑자기 그가 몸을 들썩이며 숨죽여 흐느꼈다. 나는 조수에게 영어로 물었다. "내가 말을 잘못했나요? 혹시 내 말을 오해한 건가요?" ... "아닙니다, 선생님. 어깨에 선생님의 손이 닿아서 울었답니다. 여기로 오기 전에는 여러 해째 자기 몸에 손을 댄 사람이 아무도 없었대요."" (139-140쪽)

저자는 뼈를 통해서도 성경의 교훈을 얼마나 생생하게 가르쳐 주는지 모릅니다.

"뼈는 살아 있다. 갓난아기의 뼈는 350개인데 점차 서로 붙어서 성인이 되면 대체로 206개로 줄어든다. 아기의 뼈 가운데 대부분은 말랑말랑하고 유연하다. 그런 신축성이 없이는 출생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뼈의 골화 과정을 관찰하노라면 내 신앙의 뼈대가 떠오른다. 갓난아기 그리스도인 시절에는 내 신앙이 말랑말랑하고 유연했으며, 막연히 이해한 성경과 영적 스승들을 통해 내 신앙의 골격을 골화시켰다. 골아세포가 뼛속에 단단한 무기질을 새로 형성하듯이 내 신앙의 재질도 더 단단하고 튼실해졌다. ... 신앙의 뼈가 강해지려면 새 신자에게 시간이 필요하다. (194-195쪽)

아마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은 "샘물과 같은 보혈은 주님의 피로다 보혈에 죄를 씻으면 정하게 되겠네", "어린양의 피로 씻음을 받는다"와 같은 가사를 접하면 보혈로 씻는다는 것을 영적으로 이해할 것입니다. 자동적으로 그렇게 될 거예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저자는 현대 의학을 통해 밝혀진 피의 기능을 통해 "피로 씻는다"는 개념을 더 넓게 확장시켜 줍니다(사실 생물시간에 배운 내용인데도 놓치고 있었습니다).

"모세혈관에서 털끝만큼이라도 떨어져 있는 세포는 하나도 없다. 그렇지 않으면 독성 부산물이 계속 쌓인다. 좁은 모세혈관 속을 흐르는 피는 신선한 산소를 실어다 내리는 동시에 위험한 폐기물을 흡수하여 신장으로 보낸다. ... 의학적으로 피는 신체 기능을 방해하는 화학 부산물을 제거함으로써 생명을 지탱한다. 한마디로 정화다. 피의 은유는 영적 몸인 교회가 가진 고질적 문제인 죄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해 준다. 피는 죄와 용서의 본질을 아주 명료하게 보여 주는 최적의 비유다. 피가 몸의 유해 대사산물을 씻어 내듯이 용서도 참된 건강을 저해하는 조라는 폐기물을 씻어 낸다. ... 성만찬으로 기념되는 그리스도의 희생은 지금도 그 효력이 지속된다. 포도주로 상징되는 피는 모든 세포를 생명의 양분으로 흠뻑 적실 뿐 아니라 축적된 노폐물과 찌꺼기마저 거두어 간다. 비유를 이어가자면, 회개의 행위를 통해 각 세포는 기꺼이 피의 정화 작용을 받아 누린다." (241-244쪽)

17장은 "건강한 몸은 가장 약한 부위의 아픔을 함께 느낀다"는 명제로 시작합니다. 여기서 저는 쇠망치로 한 대 제대로 얻어 맞은 듯한 충격을 느꼈습니다.

"단세포인 아메바는 모든 위협을 전신에 대한 위험으로 자각한다. 많은 세포로 이루어진 몸에는 무언가가 더 필요한데, 그 결정적인 통합의 고리가 바로 고통이다. 다세포 유기체가 생존하려면 개개의 세포가 고생을 서로 함께 해야한다. 즉 머리가 꼬리가 호소하는 이야기를 느껴야 한다. 인간의 신경계에는 발가락과 척추를 잇는 가느다란 신경 세포가 하나 있는데, 그 길이가 1.2미터에 달할 수 있다. ... 고통은 인체 세포를 보호할 때만큼이나 공동체의 지체들을 통합하는 데도 중대한 역할을 한다. 건강한 몸은 가장 약한 부위의 고통을 느낀다." ... "몸이 물리적으로 얼마나 건강한지 알려면 몸이 고통을 얼마나 잘 경청하는지를 보면 된다. 실제로 우리가 쓰는 대부분의 진단 도구(열, 맥박, 혈구 수)는 몸 자체의 치유 반응을 측정한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영적 몸인 교회의 건강도 강한 지체가 약한 지체를 돌보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314, 318쪽)

아... 어려운 지체를 돌아보고 섬기는 것이야말로 교회가 그리스도 안에서 얼마나 잘 연합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인지를... 그런 교회가 뭔가를 더 잘하고 특화된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진정한 교회임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은혜와 감동, 통찰과 인사이트를 두루 선사하는 책이 많지 않은데 이 책은 이 모든 걸 넉넉히 해내고 있습니다.

한두 부분도 아니고 장별로 빠짐없이 책 전역에서 모두 말이죠.

이 책을 통해 하나님의 창조의 그 신비함은 물론이고 몸과 교회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부분에 있어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는데요, 좋은 걸 저만 알고 있을 수는 없죠.

23,000원과 4-5시간만 투자해 보세요~ 밭에 감추인 보화를 잔뜩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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