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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약
킴 & 크리킷 카펜터.다나 윌커슨 지음, 정윤희 옮김 / 열림원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다면 여러분은 무엇부터 지우고 싶은지 알고 싶다. 이렇게 처음을 시작하는 건 서약을 읽으면서 사랑을 하는 그와 그녀가 잡고 있는 사랑의 끈이 얼마나 단단한지를 느꼈기 때문이다.
킴과 크리킷의 사랑은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을 만큼의 또 다른 사랑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평범하게 이루어진 전화 통화에서 우리와 비슷한 대화를 하고 다시 집 전화를 알아내고 집으로 전화를 하면서 평소 남자가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이 회복된다.
더 이상 회사로 전화를 하면서 화두를 다른 것에 던지지 않아도 된다. 이 모든 것이 평범한 남자의 심리 상태이다.
이렇듯 평범할 것 같았던 그들에게 커다란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크리킷이 겪게된 불의 사고로 인해 울고 싶고 가슴 아픈 일들만이 펼쳐졌다.
이것이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실제로 내가 그 마음을 모두 다 헤아리지는 못했지만 작가의 상상력이 불러낸 부분들을 보니 마음이 나도 모르게 아파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킴이 크리킷을 놓지 않는 그 마음에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죽어간다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자신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기억상실증은 그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되지 않았다. 그러한 킴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 뜨거운 사랑에 가슴 한쪽을 드러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사랑의 힘이 이처럼 위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마음으로 하면서 계속해서 읽어갔다.
이 책에도 나오지만 고통은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가 없다. 잃어버린 기억도 문제지만 그 모든 것을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그를 보면서 계속해서 가슴을 두드리게 만드는 건 어쩌면 당연한 느낌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어느 순간 그들에게 기적이 제발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그들이 나누고 있는 사랑은 이처럼 지금 우리가 아파하고 그 아픔에 따른 상처를 약으로 치료면서 상처가 아물기를 바라는 것과는 별개 문제이다.
그들은 함께 있으므로 해서 헤어질 수 없고 언제쯤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조차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을 해서 결혼을 했고 사랑을 하고 있다는 그 이유만으로도 앞으로 계속해서 지속된 관계를 유지했다.
오랜만에 읽어낸 소설,
그 속에 담겨진 시련의 아픔이 마음을 오래도록 두드렸고 목숨을 바꾸고자 하는 마음을 이해하면서 천천히 쉬엄쉬엄 읽었다.
그리고 읽고 나서 보니 사랑은 이처럼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대단히 높은 영역임을 느끼게 되었다. 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보고 있지만 이 소설 속 그들의 모습은 우리가 겪지 못했던 사랑의 완성의 표본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또한 영원할 수 있는 사랑에 대해 그들이 처한 상황은 그저 부속물이 되어 줄 수 있다는 것에서 감동을 크게 받을 수 있었다. 서약은 이처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작은 떨림으로 다가 왔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