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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설계도 - 현실주의자 정약용이 평생에 걸쳐 완성한 삶의 선순환을 이끄는 6륜의 설계
정약용 지음, 김경수 엮음 / 구텐베르크 / 2025년 11월
평점 :
내 인생의 선을 긋는 제도(製圖) 작업처럼 느껴졌습니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연필 끝이 떨리기도 하고, 선이 비뚤어지기도 했지만, 그 모든 과정이 오히려 소중했습니다. 왜냐하면 다산이 보여준 설계도는 ‘정답을 베끼는 도면’이 아니라, 스스로 그려가며 배우는 도면이기 때문입니다.
『다산의 설계도』를 덮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안도감이었다. 오래 헤매던 길에서 지도 한 장을 건네받은 듯했다. 우리는 종종 인생에도 설명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지금의 막막함을 덜어줄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래서 수많은 자기계발서를 읽고, 유명 강연을 찾아다니며, 심지어 AI에게까지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라고 묻는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은 늘 어딘가 모호했고, 내 삶에 정확히 맞물리지 못했다.
그 공백을 이 책이 조용히 채워준다. 다산 정약용은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여섯 단계의 질문을 따라 스스로 사유하도록 이끈다. 특히 처음에 요구하는 ‘마음의 그릇 비우기’는 깊은 울림을 준다. 우리는 경험과 선입견을 기준 삼아 세상과 타인을 재단하지만, 다산은 그 틀을 내려놓아야 비로소 지혜가 스며든다고 말한다.
책장을 넘기는 동안 나는 마치 내 인생의 설계도를 다시 그리는 느낌을 받았다. 비뚤어진 선도, 흔들린 연필 자국도 결국 나의 삶을 이루는 과정이었다. 다산의 설계도란 완성된 도면이 아니라, 스스로 그려가며 단단해지는 여정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