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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인두투스 : 입는 인간 - 고대 가죽옷부터 조선의 갓까지, 트렌드로 읽는 인문학 이야기
이다소미 지음 / 해뜰서가 / 2025년 12월
평점 :
🧵 인간을 입히다, 시대를 읽다: '호모 인두투스, 입는 인간'을 읽고
솔직히 고백하자면, 옷은 제게 그저 '입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오늘 아침 뭘 입을까 고민하는 일상의 숙제였을 뿐, 그 안에 인류의 거대한 서사가 담겨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죠. 이다소미 작가님의 『호모 인두투스, 입는 인간』 (해뜰서가)을 만나기 전까지는요. 책을 덮고 나니, 거울 속 제 모습부터 길을 걷는 사람들의 옷차림까지, 세상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작가는 인간을 '호모 인두투스(Homo Indutus)', 즉 '입는 인간'이라고 정의합니다. 이 정의 하나가 제 머릿속을 강렬하게 흔들었어요. 생각해보니 옷은 단순한 천 조각이 아니라, 기원전부터 지금까지 우리 존재의 이유와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온,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가 아닐까요?
책은 우리가 왜 옷을 입게 되었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추위와 부끄러움을 가리던 생존 도구였던 옷이, 어떻게 시간이 흐르면서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 변모했는지 그 과정을 정말 흥미롭게 추적해요. 루이 14세의 화려한 스타킹부터 코르셋, 그리고 조선의 갓까지, 역사적 맥락 속에서 옷을 해석하는 작가님의 시선이 정말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웠습니다.
특히, "아, 그래서 그때 그런 옷이 유행했구나!" 하고 무릎을 치게 만드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단순히 '패션 트렌드'라고 치부했던 것들이 사실은 그 시대의 사회, 경제, 그리고 사람들의 욕망이 응축된 결과였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의 짜릿함이란! 십자군 병사들이 파우치를 찰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이유나, 코르셋이 어떤 여성에게는 속박이 아닌 '갑옷'이었다는 해석은, 옷을 둘러싼 인간적인 결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딱딱한 역사책이 아니라, 마치 옷감의 질감과 그 시대 사람들의 숨결을 직접 만져보는 듯한 기분이었달까요.
우리는 외출복, 운동복, 제복처럼 옷을 용도와 장소에 따라 세분화해서 입습니다. 이 책은 이렇게 무심코 이루어지는 구분이 사실은 인간이 자신을 규정하고 표현하려는 본능에서 비롯된 것임을 섬세하게 짚어줍니다. 옷은 단순히 몸을 덮는 것을 넘어, 신분, 기능, 그리고 개인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강력한 언어가 된 것이죠.
이 책을 읽고 난 후, 옷을 바라보는 저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냥 예쁘니까' 혹은 '편하니까' 입던 옷 한 벌 한 벌에 인류의 지난한 발자취가, 수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음을 깨닫게 되니 왠지 모르게 숙연해지기까지 합니다. 패션에 대한 지식은 물론이고, 인간을 이해하는 인문학적 통찰까지 얻게 된 기분이에요.
옷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이 책을 통해 분명 '입는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새로운 시선으로 마주하게 될 겁니다. 단순했던 제 패션과 옷에 대한 생각이, 작가님의 따뜻한 시선을 따라가며 다채로운 무지개처럼 펼쳐지는 경험이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이며, 본문에 담긴 내용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