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을 읽게된 계기>
인터넷 서점에서 판매량 순으로 조회했을 때, 문학부분에서 상위권에 있던 책이었고,
여기저기서 재밌다는 소문을 들었던 터라 덥석 사버렸는데
. 90 페이지까지는 정말이지 너무 읽기 힘들었다.
앞부분은 이상하게 집중이 잘 안돼서 꾹 참고 읽었는데,
90페이지 후반부 부터 빠른속도로 스토리가 전개되더니 몰입도가 높았다.
책페이지 초반부에 주인공인 서원의 입을 통해, 대략적인 책의 줄거리가 다 나오기 때문에
사실 줄거리 이야기를 하는게 스포랄 것도 없지만.
혹시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 몇몇 내용은 >더보기 로 가려놓았다.
사실 뭐랄까 이 책은 줄거리에 큰 반전보다는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간의 심리전을 보는 재미가 크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ㅠㅠ (아, 물론 90페이지 후반부부터)
네이버 검색하다보니 영화화 되는 것같은데..... 개봉하면 보러가야겠다!
<7년의 밤 줄거리>
아버지가 저지른 살인으로 평생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사는 '최서원'.
아버지 '최현수'는 세령마을에서 막강한 부와 힘을 가지고 있는 남자
'오영제'의 딸 '오세령'을 죽이게 되고,
'오영제'는 딸의 복수를 꿈꾸게 된다.
그리고 '최현수'는 그런 '오영제'로 부터 자신의 아들 '최서원'을 지키고자 한다.
누군가는 죽이려 들고, 누군가는 그로부터 지키고자 한다.
7년 전 그 밤에 있었던 처참한 일이 진짜 아버지의 짓인지 '최서원'은 혼란스럽다.
자신이 알고 있던 아버지의 모습에 살인을 할만한 모습은 그어디에서도 본적이 없다.
의문속에 있던 '최서원'은 스스로의 질문에 답을 찾게 될까?
<7년의 밤을 읽고_느낀 점>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면, 책을 읽던 도중 생기는 의문에 대한 답이 생긴다.
어린 소녀 세령과 자신의 아내 은주를 죽일만큼 최현수는 극악무도한 사람인가?
오영제는 어떤 사람인가?
최상사를 죽인게 최현수 본인 이었을까? 아니면 다순한 사고의 우연이었을까?
승환이 끔찍한 세령호사건을 소설로 쓴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작가로서 생긴 호기심과 직업병인가? 단지 그 것 때문에 서원에게 잘해주었던 것일까?
작가의 주변에 실제 오영제가 존재 하는 것은 아닐까? 그
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생생하게 글로 써낼 수 가 있지?
초반에는 몰랐던 오영제의 실체가 양파 껍질까듯 까도까도 또 나오고,
그런 묘사를 읽을 때 마다 정말이지 소름이 돋았다.
미친거지 싶었다. 사이코패스가 있다면 오영제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을 정도.
인물과 인물간의 심리전, 심리싸움.
사람을 죽이고 침묵한 대가. 죄책감과 불안감.
그리고 거기서 부터 오는 공포에 사람이 어떻게 파멸로 치닫는 지를 잘 표현하고 있다.
폭력성의 되물림이라는 부분에서 영화 '똥파리'가 떠올랐고,
몸집이 큰 전 야구선수 최현수를 묘사한 부분에서는 '류현진'선수가 떠올랐다.
한 남자의 인생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가 저지른 죄는 달게 받아야 마땅하나 어린시절부터 옥죄어 온 그의 가정사가
그를 나락으로 내본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살인은 용서받을 수 없지만, 자신보다 작은 세상에서 살아가던 최현수의 모습이나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 시작된 그만의 트라우마가 보는 나로 하여금 안타깝게 만들었다.
되물림. 자신안의 또다른 누군가. 그 것이 서원에게 되물림 될까,
감옥에서 서원을 위해 애썼던 그였다.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또다른 안타까움. '타이밍'
최현수가 무슨 일이든 똑부러지게 해내는 아내에게 자신의 살인을 털어놓았다면,
삶이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거기엔 타이밍이 어긋난 두 사람이 있었다.
서로를 위한 배려와 말과, 마음들이, 한끗차이로 어긋났다.
현수가 마음을 열고 나를 내보이려하면 은주가 마음을 닫았고,
은주가 현수에게 마음을 열고자 했을 땐 현수가 외면했다.
현수의 무거운 입이 진중한 성격이 은주와의 관계를 악화 시켰고,
남편을 향한 은주의 날카로운 말들이 개선의 여지가 없는 관계를 만들어버렸다.
은주는 남편인 현수에 대한 사실을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
일이 진행될대로 진행되고 소설책의 절반이 넘게 줄어들 동안.
그때 까지도 은주는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였다.
음주운전, 면허취소,차사고.
현수의 조용하고 소심한 성격이 은주를 동네사람들은
다 아는 일을 혼자만 모르는 여자로 만들었다.
그것이 그 둘을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 만들었다.
소설 '7년의 밤'은 표현력이 갑인듯하다. (특히 P.266)
같은 날의 사건을 두고 다른 인물들의 시각에서 상황을 전개 한다든가.
하나의 사건을 두고 심리전을 벌이는 묘사라든가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다 진짜.
<책 속 기억에 남는 구절들>
잠수장비를 감춰버리고 싶었다. 아저씨가 아무 일도 하지 않기를 바랐다.
'뭔가를 한다'는 '뭔가를 잃는다'와 같은 말이었다.
가까스로 얻은 것, 불안하게 지켜온 것, 막 꾸기 시작한 내 꿈.
(P.31)
자신의 앞가림이 먼저였고, 누군가 재미를 보면
누군가는 피를 보는 게 세상이치라 여겼고,
재미 본 이 자신이라는 행운에 취해, 던져야 마땅한 것을 던지지 않았다.
'왜?'라는 질문 말이다.
은주는 남편과의 문제들 역시 거기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당연시, 남편과 남편 주변에서 감지되는
이상 징후에 대한 고의적 눈멀기.
그러나 문제인식과는 별개로 그녀의 본능은 여전히 진실에서 뒷걸음질 치는 중이었다.
(p.399)
영주의 어조는'아닐까?'에서 '그렇다'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것이 은주의 속을 뒤집었다.
"그럴 리 없어. 내가 장담해"
그러나 은주는 알고 있었다. '그럴 리'도 있다는 걸.
모든 정황들이 한결로 그쪽을 가리키고 있었으니까.
(p.407)
"최현수씨 가계도는 뭐가 이렇게 복잡합니까?
며칠 전엔 동생이라고 전화해서 환자 사정을 알려줬더니,
오늘은 진짜 동생이라는 분이 최현수씨를 데려와서 동생은 자기 하나밖에 없다고 하고,
기껏 또 설명해 놨더니 아내라는 분이 와서 이번엔 동생이 여기 없다고 하고.
다음엔 누가 와서 최현수씨에겐 아내가 없다고 할지 겁이 납니다만."
(p.402)
어떻게 죽었까. 꿈에서처럼 교수대에 목이 매달려서? 죽기전에 어떤 마음이었을까.
무서웠을까. 아버지 손에 죽은 그아이의 공포를 이해 했을까.
떨었을까. 후회했을까. 펐을까. 의연하게 맞았을까.
숱한 나날, 수많은 순간, 당신이 아들 손에 죽고 또 죽었다는 걸 알고 있었을까.
마지막 순간에 뭐라고 말했을까.
살려달라고 애원하셨어요? 용서를 빌었어요? 설마, 설마 나를 부른건 아니겠지요?
"서원아." 끝내 그의 부름이 되살아나고 말았다.
(p.295)
난장판이 된 방안이 내다보였다. 이 멋진 풍경은 어린시절 익히 봐온 것이었다.
그러나 아버지 작품은 아니었다. 자신의 작품이었다. 거울 속에서 아버지가 이죽거렸다.
절대로 애비처럼 안 산다며? 살아보니 넌 별 수 있든?
그를 통제하던 마지막 줄 하나가 툭, 끊겼다.
(p.330)
모든것은 제자리에 있어야 했다. 그가 정한 위치에. 그가 정한 모습으로.
(p.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