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골든아워 1~2 세트 - 전2권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02-2018 골든아워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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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교수의 이름을 처음 안 건 아덴만 여명 작전 중 총격을 입은 석해균 선장의 치료 뉴스를 통해서였던 것 같다. 1권 후반에는 당시의 과정을 생생히 전해주기도 한다. 그 이후 방송 매체를 통해 간간히 관련 영상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 참 필요한 분이구나, 목숨걸고 일하는 이런 분들이 있음이 희망이 되었었다. 올 초에는 교수님의 추천 책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를 읽기도 했었는데 이번에 흐름출판을 통해  중증외상센터의 기록을 직접 읽어보게 되다니 감개무량이었다. 칼의 노래가 담고 있는 이순신 장군의 면모, 또 김훈 작가의 필체의 매력이 이 책에서도 언뜻 언뜻 느껴졌다. 생과 사의 경계에서 피터지는 의료 현장의 생생한 리포터임에도 문단과 문단 사이, 마치 소설가처럼, 수필가처럼 삶과 철학을 담아내준 글귀들이 이 가을 책을 읽는 기쁨을 더해주었다.

사실 '중증외상'이라는 분야 자체가 낯설었다. 외과, 정형외과와 달리 외상외과, 중증외상센터는 무엇이 다른지 알아야할 것 같았다. '중증외상'은 생명이 위독할 수 있는 외상으로 반드시 '수술적 치료' 및 집중치료가 필요한 상태라고 한다. 그만큼 위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신속한 이송과 적절한 처치, 빠른 진단과 수술, 집중치료와 수술방, 중환자실, 혈액은행 등을 모두 필요로 하는데 책을 읽어보면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열악한 우리나라의 실태를 보게 된다. 중증외상 환자들은 버스나 택시 운전, 오토바이 배달, 공장이나 건설 현장에서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참 안타까웠다. 중증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막대한 비용에 비해 병원에 지급되는 진료비는 일반 환자 기준에 맞춰져 있으니 병원에서는 손실을 무릎쓰면서 환자를 수용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국종 교수는 개인의 능력의 문제를 벗어난 이런 심각한 '시스템'의 문제를 현장에서 절감했다. 모두 '예방 가능한 사망' 이라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지가 으스러지고 내장이 터져나간 환자에게 시간은 곧 생명이며, 사고 직후 한 시간 이내에 환자는 전문 의료진과 장비가 있는 병원으로 가야하는데 그것이 곧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골든아워(golden hour)'이다. 이 골든아워 때문에 텔레비전 광고에서도 나왔던 헬리콥터를 이용한 이송 체계가 너무나 중요했던 것이다.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환자들을 살려준 것만도 정말 대단하고 고마운데, 그런 의사가 초과 사용한 약품과 장치들의 비용 청구 때문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사정하는 글을 써보내야했다는 이야기는 참 화가 나는 대목이었다. 스스로를 연간 8억원이 넘는 적자의 원흉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국종 교수가 이끈 아주대학교 외상외과 의료팀의 2002년부터 2018년의 기록을 읽어내려가는 내내 안타까움, 답답함, 화남, 눈물이 반복된다. 그럼에도 외상외과를 지원한 인턴이 있을 때 함께 기뻐해주는 동료 교수들 마음처럼 소소한 기쁨과 감사가 묻어나는 기록들도 많았다.

'상이군인' 아버지가 차별 받던 의료 진료, 고등학교 동창의 아주대학 의과대학 진학과 외과 선택 등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중증외상 환자들의 수술 과정, 환자들의 삶을 기록한 대목들을 읽어내려가며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났다. 삶이란 무엇일까. 현장노동자, 취업을 앞둔 젊은이, 폭력조직원의 수술, 또 수술후에 사망한 환자들과 남은 가족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여러 마음이 교차했다.

내과와 외과를 구분 짓는 이유가 무엇이든, 외과를 업으로 삼는 우리의 일상은 갈라지고 짓이겨진 살과 부서진 뼈와 장기들, 끊어진 신경과 어긋난 조직, 솟구치는 핏물 속에 있었다. 병원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았다. 삶은 평범함과 거리가 멀었다. 그래도 수술이 좋았고 수술방에 감도는 서늘한 감촉을 사랑했다... 1권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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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정경원이, 9월에 김지영이 오면서 팀의 전력은 향상됐으나 앞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가진 것이 몸뿐인 환자들은 몸을 써서 밥벌이를 하다 으스러져 밀물같이 밀려왔고, 우리는 밀어닥치는 파도에 숨 돌릴 틈이 없었다. 새로 합류한 팀원들과 내가 열심히 일해서 살려낸 환자의 수가 늘어갈수록 적자는 정비례해 커졌다. 괴이한 일이었다. 우리는 '의료진'으로서 최선을 다해 환자를 살려야 했고 '조직원'으로서 병원의 이윤을 도모해야 했으나,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상 '외상외과'에 적을 두고서는 그 둘 모두를 충족시킬 수 없었다. 나를 향한 따가운 눈초리와 뒷말은 여전히 무성했다. 팀원들이 있어서 혼자 버티던 날보다는 나았으나 여전히 무참한 날들이었다. 팀원들마저 나와 마찬가지로 허리를 굽히고 사정하며 버텼다. 일상이 핏물과 비난의 파도 속에 있었다. (1권, p.146)

 

 

이국종 교수는 스스로를 생계형 의사라고 말했다. 처음부터 어떤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외상외과에 몸담았던 것이 아니었단 것이다. 그를 돕는 이들, 격려해주는 이들이 힘이 되었고, 병원 재정에 도움이 안되지만 그럼에도 살려야만 하는 환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중증외상센터를 지켜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은 소명이나 사명으로의 직업을 생각하지도 못했다고 한다. 어쩌면 정말 솔직해보이는 대목이었다. 반면에 책을 읽고 있는 나는 소명과 사명인으로 지금의 길을 간다고 생각했고, 말했던 사람인데... 나는 조직과 시스템을 넘어서 '생명' 그 자체를 위해 싸우고 땀흘리고 있는가 물어보게 된 책이다.

2권의 세월호 침몰 당시의 기록 부분에서는 의료계뿐만이 아닌 나라 전체에 대한 답답함이 커진다. 그 후 점점 희망이 없어져가는 한국의 중증외상센터의 상황에 대해서 '침몰'이라는 같은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세월호 침몰을 두고 '드물게' 발생한 국가적 재난이라며 모두가 흥분했다. 나는 그것이 진정 드물게 발생한 재난인지, 드물게 발생한 일이라 국가의 대응이 이따위였는지 알 수 없었다. 사람이든 국가든 진정한 내공은 위기 때 발휘되기 마련이다. 내가 아는 한 한국은 갈 길이 멀어 보였고, 당분간은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사실에 힘이 빠졌다. (2권, p.93)

 

 

이 책은 이국종 교수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그의 동료들의 이야기였다. 동료들의 피와 희생을 이렇게나마 세상에 알리고, 조직의 책임자로서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과 애정을  표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마지막 부록지를 읽어보면 더욱 그 마음을 알수 있다. 동료 김지영 간호사에 대해서는 "나는 김지영이 지금의 외상센터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까지 했으니 말이다. 2권 말미 즈음 김지영 간호사가 했던 말이 잊혀지질 않는다. 그 말을 우리 모두가 새겨들어야겠다. "이젠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습니다."
이국종 교수님과 그 외에 의료 현장에서 오늘도 환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료종사자 분들께 고마움의 마음을 전하며 저들이 버틸 수 있도록 제발 시스템이 개선되길 함께 바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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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머니 -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사람들, 한국 VC 이야기
러닝메이트 지음, 이기문 엮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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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사람들
한국 VC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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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벤처투자','벤처캐피탈리스트'라는 용어가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는 걸까. 그건 아닌가 보다. 그동안 이와 관련된 책 한 권 찾기가 힘들었다고 한다니.
'러닝메이트'라는 이름으로 강동민, 오종욱, 오지성, 장동욱, 장호영, 정무일 이렇게 벤처캐피탈리스 여섯명이 모여 지금까지와는 다른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에서 나온 고민과 질문, 답을 담아낸 책이다.

북바이퍼블리 이렇게 다소 생소한 분야를 찾아가 현장에서 발빠르게 변화를 이끌어가는 이들과 그 일을 소재로 다양한 책을 펴내고 있다. 당연히 전문 분야가 아니다 보니 책을 읽는 속도는 좀 느리지만 생소하던 새로운 직업세계를 알아가고 이해하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스타트업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그 뒤에 묵묵히 자리한 벤처캐피탈 대부분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고 한다.  바로 '창업가들 뒤의 창업가들', 그들의 이야기를 'New Money'라는 제목과 어떻게 연결되어질지 궁금했다. VC(Venture Capitalist)를 모르는 독자, 바로 나다. 이 책은 한국 벤처캐피탈 산업에 관한 이야기다. 벤처캐피탈 산업은 크게 펀딩, 투자, 사후 관리(회수) 세 개 시장으로 구성된다. 잘 알려지지 않은 투자 시장을 배워볼 수 있었고, 또 한국 벤처캐피탈의 고민에 대한 답을 모색해보는 책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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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의 역할 세 가지
- 벤처캐피탈은 벤처기업에 투자한다.
- 벤처캐피탈은 시장 논리에 따린 효율적 투자를 집행한다.
- 벤처캐피탈은 혁신 자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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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책에는 2017년 3월에 최인아 책방에서 진행된 대담 '한국벤처캐피탈리즘- VC가 말하다'의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 젊은 VC 후배들에게 스타트업의 투자 분야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투자 방식 등의 문제점을 함께 풀어내주었다. 생소한 시장인 만큼 먼저 시행착오를 겪은 시니어 VC들의 조언은 한국에서 VC로 일하는데에 대한 전망과 세계 다른 나라의 시장 사례를 함께 배워보는 시간이 될수 있을 것 같다. 한국에서도 좋은 사람을 발굴하고, 좋은 투자를 할 수 있는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나오기를 기대해 보게 하는 책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중점을 둔 3가지 중심 주제를 옮겨와봤다.
1) 벤처투자 산업이 궁금한 독자가 알아야 할 업계의 현재와 미래(취업 희망자, 투자유치 계획 스타트업, 벤처캐피탈과 협력하는 자 등)
2) 현역들이 진단한 현재 한국 벤처캐피탈 산업의 문제 점,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대한
3) 다양한 VC들이 직접 이야기하는 스타트업 투자의 기회와 타당성(우리는 더 많은 사람이 투자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한다. VC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이런 주제를 필요로 하는 독자들에게 더욱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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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독서사 - 우리가 사랑한 책들, 知의 현대사와 읽기의 풍경
천정환.정종현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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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책들,
知의 현대사와 읽기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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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이 단풍 옷을 입고 있는 따스한 가을에 이 책을 만나 더 반가웠다. 3년전 독서지도사 자격증 준비를 위해 도서관 열람실에 쌓아놓고 공부했던 전공교재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렇게 오랜만에 공부하는 마음으로(?) 펼쳐든 서해문집의 《대한민국 독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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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설부터 흥미로웠다. 독서사란 단순한 게 아니었다. 독서사와 더불어 독서문화사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했고, 독서와 정치, 베스트셀러론, 독서와 경제, 마케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연관성을 가지고 있었다. 책말미에서 '책 안 읽는 나라'로 유명한 우리나라의 실정을 생각한 '책 안 읽기'에 대해 숙고해 본 것도 좋았다.

 

"그것은 누가, 무엇(어떤 책)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읽(었)는가라는 "육하원칙에 입각하여 과거의 독서 양상과 관행을 정확하고 꼼꼼하게 밝히"는 것을 우선 목적으로 한다."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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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독서사의 시작은 1945년도 해방과 함께 살펴보았다. 일제식민지로 지내는 동안 자기 말과 심지어 이름초차 잃어버렸던 우리 민족이 겪은 우리말의 혼란기, 그 이후 좌우대립으로 문학 분야의 공식적 분단을 맞는 시기와 한국전쟁을 겪게 된다. 생소한 월북작가들의 명단과 삼팔선의 비극을 그린 베스트셀러, 《내가 넘은 삼팔선》을 소개해주는 대목들은 흥미롭기만 했다. 마치 이번 부산영화제에서 북한에서 폴란드로 입양되었던 고아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눈에 띈 것처럼 1945~1950년의 대한민국 독서사도 더 관심있게 읽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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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익과 우익의 구별 짓기가 생사의 문제와 직결되었던 한국전쟁기, 그 와중에도 우리 민족의 교육열은 뜨거웠으며 혼돈의 책 읽기 시대였다고 한다. 《자유부인》과 《나는 너를 싫어한다》와 얽힌 여성의 '자유'에 관련된 오해와 진실을 보면서 페미니스트 책이 많이 발간되고 있는 요즘과 비교해보기도 했다. 또, 4.19와 5.16과 함께 해오며 영향을 준 《학원》 , 《사상계》에 실렸던 글들을 통해 민주주의를 위해 피 흘렸던 학생, 청년들의 역사를 다시금 떠올려 보기도 했다.

검열공화국에서 외국책을 읽던 1960대, 밥 먹을 시간도 없었던 1970년대의 노동자들이 뜻밖에도 높은 독서율을 보이고 노동자들이 읽었던 책들은 당시 급속한 산업화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근대화 연대에서 두드러진 자기계발.처세서에 대한 분석과 1980년대의 어둡게 출발했던 독서사도 살펴보았다.

 

"1980년대의 정치사처럼 지성사와 독서사도 어두움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억압이 극심할수록, 다이내믹하고 치열한 저항도 전개된다. 두 가지를 합치면 거대한 희비극 또는 블랙코미디 한 편이 완성된다. 이때 억압과 저항은 비례 관계에 있었다. 때릴수록 민중은 깊은 복수심에 불타며 더 강해졌다. 물론 와중에 피눈물 어린 희생이 따랐다. 결국 '운동으로서의 출판', '저항으로서의 독서'가 꽃핀 한 시절이 펼쳐지고, 199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것이다."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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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책은 대한민국의 독서문화를 1940년부터 현재 2000년대 이후까지를 잘 정리해주고 있다. 처음 읽을 때는 공부하는 마음으로 펼쳐들었는데 읽는 내내 각 시대 속으로 들어가 정치와 사상, 경제와 문화를 함께 읽어내는 재미가 쏠쏠했다. 각 시대를 대표할 만한 베스트셀러 작품들과 작가들에 대해 그동안 들어보지 못했던 이면들을 엿볼 수 있어서 더 그랬나보다. 

저자는 "책은 '스마트폰'이라는 그 어느때보다 강한 라이벌을 만났다"고 표현했다. 그런 시대 속에서 나는 나름대로 종이책을 고집하며 나와 아이들의 독서에 힘쓰고 있는데, 훗날 돌아볼 때 독서사와 어떻게 발걸음을 같이 했을까 추억해보면 더욱 의미있을 것 같다. 더불어 독서사와 함께 했던 굵직한 책 중 아직 읽어보지 못한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박완서의 《그 많던 상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조영래의 《전태일 평전》 등은 꼭 한번 읽어보고싶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책의 세상은 정말 방대한 것 같다. 그중에 내가 가진 知는 점 하나와 같을 터인데 《대한민국 독서사》를 통해 책 한 권을 읽어도 시대와 문화를 함께 읽어낼 수 있는 안목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대한민국 현대사와 함께했던 책읽기의 풍경과 우리가 사랑했던 책들을 만나볼 수 있는 《대한민국 독서사》, 독서가들에게 꼭 한번 추천해주고 싶은 그런 책으로 꼽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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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분노하는가? - 분노 사회에서 나를 지키는 길
조정민 지음 / 두란노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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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분노하는가?/조정민/두란노



왜 분노할까요? 분노의 뿌리를 더듬어 가면 가인을 만나고 아담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들의 후손은 분노가 어떻게 줄기를 뻗고 열매를 맺는지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그 분노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하나님은 단 한 순간도 섭리의 손길을 멈추지 않으신 채 하나님의 선하심을 이루어 오셨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분노는 끝내 십자가에서 활화산의 용암처럼 분출합니다.
"다 이루었다." (프롤로그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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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분노하는가?/조정민/두란노



 

'묻지마 살인'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다른 나라의 뉴스로도 자주 접하게 되면서 우리를 안타깝게 하였다. 분노는 이렇게 사회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나 개인과 우리 가정에서도 항상 잘 조절하고 처리해야할 중요한 문제이다. 예를 들어 아이들에게도 화를 내고 혼내는 일을 겪을 때 심경이 참 힘들고 괴로운데 분노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기대가 되는 책이었다.

성경통독을 이번 10월에 다시 시작하면서 창세기를 읽는 중인데, 창세기 묵상 중에 가장 많이 질문하고 돌아보게 되는 문제는 '죄'의 문제였다. 특히 첫 살인 사건인 가인과 아벨의 이야기는 천지창조의 은혜와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큰 충격을 준다. 조정민 목사님도 이 책을 쓰면서 바로 가인에게 제일 먼저 집중했다. 분노를 처리하지 않으면 죄가 그 문으로 들어와 우리를 압도하고 장악하게 되는 것을 생생히 볼 수 있는 사건의 모델인 것이다(창4:7).

이 책의 구성은 성경의 인물들을 집중 조명해서 분노의 바르지 못한 예, 그리스도인으로써 필요한 예를 적절하게 보여준다. 가인의 분노, 사라의 분노, 요셉의 분노, 모세의 분노, 다윗의 분노, 요나의 분노, 에브라임의 분노, 삼손의 분노, 세례 요한의 분노, 마르다의 분노, 예수님의 분노를 통해 우리가 왜 분노하는지를 분석해 보고 그에 따른 결과를 살펴보며, 분노를 믿음 안에서 잘 해결한 모습들을 엿볼 수 있다. 나아가 분노를 처리할 수 있는 신앙의 태도, 삶의 태도를 독자들에게 요구한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어긋나자 분노하였던 가인을 보면서 예수님께서 예배드리기 전에 형제와 화해하는 것이 먼저임을 가르치셨던 말씀을 분노의 문제에 적용할 수 있었다.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를 바로하고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인정하는 것, 그것이 분노 조절자와 화해자로 살 수 있는 방법이다. 한 가정 안에서 일어난 분노의 문제가 민족 간의 뿌리 깊은 원수로 지내게 만들어 버린 사라의 분노, 믿음으로 하나님의 약속을 기다리지 못했던 사라는 결국 그 원망을 남편인 아브라함과 하갈에게로 돌렸다. 이 사건을 보면서 분노의 문제는 정말 당대에서 끝나야함을 새겨보았다.


분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지혜롭게 수용하면 거기서부터 새로운 길이 열립니다. 지금 내 상황을 사람의 눈으로 보면 분노가 일어나지만 하나님의 시선, 믿음의 시선으로 보면 다른 차원의 시각이 열립니다. p.36


그 누구보다 더 일평생 분노 속에서 살기에 충분했을 법한 요셉의 삶을 드려다보면 참 놀랍기만하다. 요셉의 삶을 저자는 이렇게 분석하였다. 요셉은 어려운 상황을 묵상하는 대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했다. 이미 깨진 컵과 엎질러진 물 때문에 분노하기 보다 현실을 수용하면 컵을 치우고 새 물을 뜰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요셉은 주어진 일에 충실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정말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말이다. 또, 요셉은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사건이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있다고 믿었다. 요셉이 분노하지 않고 살 수 있었던 비법(?)이 가장 큰 도전이 되었다.


세상 사람들은 분노의 걸림돌에 걸려 나를 죽이고 남을 죽이는 일을 반복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이런 세상 사람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리는 일을 담당해야 합니다. 분노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상황 가운데서도 생명을 살리기 위한 구원의 섭리와 계획 안에 있음을 깨닫게 도와줘야 합니다. p.53


모세의 분노를 보면서 나는 '나 자신을 위해' 분노하는 자가 아닌 하나님을 위해 분노할 줄 아는 사람인가 돌아보았다.  분노하고 싶은 그 순간 하나님께 모든 것을 솔직하게 쏟아내었던 다윗, 분노하던 요나에게 자기중심적인 삶에서 벗어나라고 말씀하시는 하나님, 데이트폭력이 연상되고 잘못된 연정이 아닌 참된 사랑만이 또 말씀과 기도만이 분노를 제어할 수 있음을 배운 삼손의 이야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죄에 대해서 용감하게 분노했던 세례 요한까지 때론 반면교사로 때론 존경스런 마음으로 분노를 어떻게 조절해야할지도 배우게 되었다.

마지막 장에서는 예수님의 분노라는 소제목 글을 통해 '예수님의 분노'는 사랑에 기인하였음을 가르쳐준다. 사람에게 분노한 것이 아닌 사람 뒤에 숨은 사탄에게 분노하신 예수님! 아이들에게 분노하는 것이 아닌 아이들 안에 들어온 거짓과 죄에 대해 분노해야한다는 답을 얻어본다. 25년간 방송사에서 일하면서 분노할 상황에 놓일 때 마다 시종일관 분노했지만 결국 문제가 해결되기 보다는 잃은 것이 더 많았던 저자의 인생 경험이 어쩌면 성경 인물들의 '분노'에 더 묵상할 수 있도록 한게 아니었을까! 인생 선배가 들려주는 분노를 처리하는 삶의 지혜를 이 책을 통해 내 삶에도 적용해보고싶다. 더 나아가 나를 위한 잘못된 분노 대신 하나님 때문에, 예수님 때문에, 복음 때문에, 말씀대로 살아내기 위해 분노하고 애통할 수 있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겠다. 더불어 감정적인 분노, 이기적인 분노, 경험적인 분노가 아닌 진정한 분노, 의로운 분노, 거룩한 분노의 삶을 살기를 소원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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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분노하는가?/조정민/두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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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함을 가르칩니다 - 교실을 바꾸는 열두 가지 젠더 수업 배우는 사람, 교사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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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을 바꾸는 열두 가지 젠더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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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함을 가르칩니다/서해문집

 

 

5명의 초등교사들이 일상속 성차별에 대해 예민함을 기를 수 있도록 자신의 학급 학생들에게 진행했던 젠더 수업을 모아 엮은 책이다. 고양시 내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의 연구 모임인 아웃박스, 가볍게 시작했던 독서모임의 첫 책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와 강남역 살인 사건을 계기로 성 불평등 문제를 교육으로 풀어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모임이라고 한다.

이 책이 좀더 신선하고 친근감 있게 다가오는 것은 내 아이들이 지금 초등학생이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실제로 현재 초등학교에서 이 책에 담긴 수업사례와 비슷한 젠더수업을 받아보는 경우는 극히 드물거란 생각부터 들었다. 또 딸과 아들을 다 키우고 있기에 책을 읽는 동안 부모로써 내가 가지고 있었던 성 고정관념들을 살펴보는 시간이 되었고, 더 나아가 그럼 아이들에게 성평등을 위한 젠더 교육을 가정에서는 어떻게 해보면 좋을까 고민해 볼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이들이 성별에 따라 여자와 남자로 이미 구분지어진 후 그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 아닌 '나답게' 살아낼 수 있도록 하는 것,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자기 정체성을 형성해가며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록 가르치는 게 젠더 교육의 방향이었다. 젠더 교육은 단순한 성평등 교육이 아닌 인권, 차별, 존중이 무엇인지를 함께 배울 수 있는 교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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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함을 가르칩니다/서해문집

 

 

아웃박스 선생님들이 학교 내에서 일으킨 작은 변화들이 글로는 간단하게 기록되어 있지만 현장에서 얼마나 힘들게, 지속적으로 노력해서 얻게 된 결과들일지 조금은 상상이 되었다. 성비를 골고루 맞추는 모둠이 아니라 무작위로 구성하고, 남녀를 구분한 기존의 출석번호와는 별도로 제비뽑기로 정한 '나래번호'를 사용한 점, 체육수업을 성교육의 기회로 삼는 등이 그랬다. 또 생활 속 너무나 소소한 나머지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이모티콘에 이르기까지 학생들과 함께 고민해보고 수업에 적용해 본 여러 시도들이 참 용기있어 보였다.

'남자답게'와 '여자답게'가 사회적 인식 속에서 또 상업적으로 분홍과 파랑이라는 칼라로 나뉘어지는 것만으로도 그동안 고정관념의 벽은 높았던 것 같다. 이 색깔논리는 참 이상하다. 다 큰 성인이 되어서는 파랑과 분홍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왜 유독 그렇게 고정관념을 심어놓았을까? 결국 상업적인 논리가 그 뿌리에 있었음도 알게 되었다.

성 고정관념에 대한 초등학교 교실의 현주소를 엿보았고, 특히 관심있게 읽었던 부분은 <성폭력>에 관한 교육이었다. 고등학교에서 처음으로 성교육을 받았었던 기억이 난다. 지극히 생물학적인 성교육에 그쳤고, 성폭력에 관한 교육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떠올려보면 선생님들에게 음담패설, 성희롱의 발언들을 어렵지 않게 들었던 것 같다. 그에 대한 불쾌감을 그 어디에도 말하지 못하던 그런 시절이었다. 요즘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학교내 미투운동이 내가 고등학생이던 때로부터 20년도 훌쩍 넘은 지금도 별다를 바 없는 학교 성폭력 교육의 현주소를 보는 듯하여 참 안타깝다.

저학년에게 성교육이라는 말 대신 '몸 교육'이란 말로 몸의 소중한 일부인 생식기관에 관해 바르게 가르쳐주고 더 나아가 성폭력예방대처교육까지 연장시켜준 수업사례도 참 좋았다. 선생님들의 수업은 대부분 주입식 설명이 아닌 아이들과 함께 영상을 통해 문제제기를 하거나, 상황 설정을 통해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나누고, 대처하는 방법을 찾아보며, 학생들로부터 이끌어내는 수업형식을 띄고 있다는 점이 좋았다. 아이들이 성교육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이런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엄마 아빠는 안 말해 줬었는데.".... 맞다. 나부터가 사춘기 전 초등 및 유아기 자녀에게 성교육은 어렵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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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함을 가르칩니다/서해문집

 

아버지 상담 시도, 인터넷 매체를 사용할 때 젠더 감수성 기르기, 성차별적 표현 하지 않기, 사춘기에 접어든 6학년을 위한 신체 변화 대처 성교육,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을 주제로 한 '인권 감수성', '젠더 감수성' 교육,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 속 피곳 부인을 통해 생각해본 '집안일', <82년생 김지영>으로 한 6학년들의 독서수업, 녹색어머니와 마이캅의 명칭 변경 등 실천적인 노력들이 작은 희망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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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함을 가르칩니다/서해문집

 

 

 

너무 예민한거 아니야?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말할 때가 많지는 않았는가! 그러나 젠더 교육의 실상과 현주소, 또 사회적으로 일어나는 여러 문제들을 보면서도 여전히 '예민'해지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더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지 못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젠더 감수성 수업을 통한 아이들의 변화, 교실의 변화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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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분명한 변화가 일어나는 중입니다"

 

 

"많은 아이들이 스스로 남녀의 틀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글씨가 삐뚤빼뚤한 여자아이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자신감을 가졌고, 운동을 못하는 남자아이도 움츠러드는 대신 자신의 다른 장점을 자랑스러워했습니다. 또 서로 타고난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성별 구분 없이 함께 어울렸습니다." (머리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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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함을 가르칩니다/서해문집

 

 

"젠더 교육은 인권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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