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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독서사 - 우리가 사랑한 책들, 知의 현대사와 읽기의 풍경
천정환.정종현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10월
평점 :
"우리가 사랑한 책들,
知의 현대사와 읽기의 풍경"
나무들이 단풍 옷을 입고 있는 따스한 가을에 이 책을 만나
더 반가웠다. 3년전 독서지도사 자격증 준비를 위해 도서관 열람실에 쌓아놓고 공부했던 전공교재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렇게 오랜만에 공부하는
마음으로(?) 펼쳐든 서해문집의 《대한민국 독서사》!
서설부터 흥미로웠다. 독서사란 단순한 게 아니었다. 독서사와
더불어 독서문화사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했고, 독서와 정치, 베스트셀러론, 독서와 경제, 마케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연관성을 가지고 있었다.
책말미에서 '책 안 읽는 나라'로 유명한 우리나라의 실정을 생각한 '책 안 읽기'에 대해 숙고해 본 것도
좋았다.
"그것은 누가,
무엇(어떤 책)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읽(었)는가라는 "육하원칙에 입각하여 과거의 독서 양상과 관행을 정확하고 꼼꼼하게 밝히"는 것을
우선 목적으로 한다." (p.13)
대한민국 독서사의 시작은 1945년도 해방과 함께
살펴보았다. 일제식민지로 지내는 동안 자기 말과 심지어 이름초차 잃어버렸던 우리 민족이 겪은 우리말의 혼란기, 그 이후 좌우대립으로 문학 분야의
공식적 분단을 맞는 시기와 한국전쟁을 겪게 된다. 생소한 월북작가들의 명단과 삼팔선의 비극을 그린 베스트셀러, 《내가 넘은 삼팔선》을 소개해주는
대목들은 흥미롭기만 했다. 마치 이번 부산영화제에서 북한에서 폴란드로 입양되었던 고아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눈에 띈 것처럼
1945~1950년의 대한민국 독서사도 더 관심있게 읽었던 것 같다.
좌익과 우익의 구별 짓기가 생사의 문제와 직결되었던
한국전쟁기, 그 와중에도 우리 민족의 교육열은 뜨거웠으며 혼돈의 책 읽기 시대였다고 한다. 《자유부인》과 《나는 너를 싫어한다》와 얽힌 여성의
'자유'에 관련된 오해와 진실을 보면서 페미니스트 책이 많이 발간되고 있는 요즘과 비교해보기도 했다. 또, 4.19와 5.16과 함께 해오며
영향을 준 《학원》 , 《사상계》에 실렸던 글들을 통해 민주주의를 위해 피 흘렸던 학생, 청년들의 역사를 다시금 떠올려 보기도 했다.
검열공화국에서 외국책을
읽던 1960대, 밥 먹을 시간도 없었던 1970년대의 노동자들이 뜻밖에도 높은 독서율을 보이고 노동자들이 읽었던 책들은 당시 급속한 산업화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근대화 연대에서 두드러진 자기계발.처세서에 대한 분석과 1980년대의 어둡게 출발했던 독서사도
살펴보았다.
"1980년대의
정치사처럼 지성사와 독서사도 어두움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억압이 극심할수록, 다이내믹하고 치열한 저항도 전개된다. 두 가지를 합치면 거대한
희비극 또는 블랙코미디 한 편이 완성된다. 이때 억압과 저항은 비례 관계에 있었다. 때릴수록 민중은 깊은 복수심에 불타며 더 강해졌다. 물론
와중에 피눈물 어린 희생이 따랐다. 결국 '운동으로서의 출판', '저항으로서의 독서'가 꽃핀 한 시절이 펼쳐지고, 199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것이다." (p.189)
이렇게 책은 대한민국의 독서문화를 1940년부터 현재
2000년대 이후까지를 잘 정리해주고 있다. 처음 읽을 때는 공부하는 마음으로 펼쳐들었는데 읽는 내내 각 시대 속으로 들어가 정치와 사상,
경제와 문화를 함께 읽어내는 재미가 쏠쏠했다. 각 시대를 대표할 만한 베스트셀러 작품들과 작가들에 대해 그동안 들어보지 못했던 이면들을 엿볼 수
있어서 더 그랬나보다.
저자는 "책은 '스마트폰'이라는 그 어느때보다 강한 라이벌을
만났다"고 표현했다. 그런 시대 속에서 나는 나름대로 종이책을 고집하며 나와 아이들의 독서에 힘쓰고 있는데, 훗날 돌아볼 때 독서사와 어떻게
발걸음을 같이 했을까 추억해보면 더욱 의미있을 것 같다. 더불어 독서사와 함께 했던 굵직한 책 중 아직 읽어보지 못한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박완서의 《그 많던 상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조영래의 《전태일 평전》 등은 꼭 한번 읽어보고싶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책의 세상은 정말 방대한 것 같다. 그중에 내가 가진 知는 점 하나와 같을 터인데 《대한민국 독서사》를 통해 책 한 권을 읽어도 시대와 문화를
함께 읽어낼 수 있는 안목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대한민국 현대사와 함께했던 책읽기의 풍경과 우리가 사랑했던 책들을 만나볼 수 있는
《대한민국 독서사》, 독서가들에게 꼭 한번 추천해주고 싶은 그런 책으로 꼽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