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박스 선생님들이 학교 내에서 일으킨 작은 변화들이 글로는
간단하게 기록되어 있지만 현장에서 얼마나 힘들게, 지속적으로 노력해서 얻게 된 결과들일지 조금은 상상이 되었다. 성비를 골고루 맞추는 모둠이
아니라 무작위로 구성하고, 남녀를 구분한 기존의 출석번호와는 별도로 제비뽑기로 정한 '나래번호'를 사용한 점, 체육수업을 성교육의 기회로 삼는
등이 그랬다. 또 생활 속 너무나 소소한 나머지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이모티콘에 이르기까지 학생들과 함께 고민해보고 수업에 적용해 본 여러
시도들이 참 용기있어 보였다.
'남자답게'와 '여자답게'가 사회적 인식 속에서 또
상업적으로 분홍과 파랑이라는 칼라로 나뉘어지는 것만으로도 그동안 고정관념의 벽은 높았던 것 같다. 이 색깔논리는 참 이상하다. 다 큰 성인이
되어서는 파랑과 분홍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왜 유독 그렇게 고정관념을 심어놓았을까? 결국 상업적인 논리가 그 뿌리에
있었음도 알게 되었다.
성 고정관념에 대한 초등학교 교실의 현주소를 엿보았고, 특히
관심있게 읽었던 부분은 <성폭력>에 관한 교육이었다. 고등학교에서 처음으로 성교육을 받았었던 기억이 난다. 지극히 생물학적인 성교육에
그쳤고, 성폭력에 관한 교육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떠올려보면 선생님들에게 음담패설, 성희롱의 발언들을 어렵지 않게 들었던 것 같다. 그에 대한
불쾌감을 그 어디에도 말하지 못하던 그런 시절이었다. 요즘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학교내 미투운동이 내가 고등학생이던 때로부터 20년도 훌쩍
넘은 지금도 별다를 바 없는 학교 성폭력 교육의 현주소를 보는 듯하여 참 안타깝다.
저학년에게 성교육이라는 말 대신 '몸 교육'이란 말로 몸의
소중한 일부인 생식기관에 관해 바르게 가르쳐주고 더 나아가 성폭력예방대처교육까지 연장시켜준 수업사례도 참 좋았다. 선생님들의 수업은 대부분
주입식 설명이 아닌 아이들과 함께 영상을 통해 문제제기를 하거나, 상황 설정을 통해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나누고, 대처하는 방법을 찾아보며,
학생들로부터 이끌어내는 수업형식을 띄고 있다는 점이 좋았다. 아이들이 성교육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이런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엄마 아빠는 안 말해 줬었는데.".... 맞다.
나부터가
사춘기 전 초등 및 유아기
자녀에게 성교육은 어렵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