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리더십 경영
윤형돈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불확실한 우리의 미래, 조선의 리더에게 답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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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리더십 경영/윤형돈/와이즈베리



다섯 살 때 도서관에서 처음 책을 접한 뒤 지금까지 각종 한국사.세계사 책을 섭렵해서 메모.스크랩 해왔다는 저자, 부럽다. 한국사와 세계사는 배울 것이 참 많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늘 취약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역사 관련 책을 더 많이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한 책이기도 하다. 역사에 대해 약하다보니 '비판적 읽기'는 조금 뒤로 하고 대신 저자가 리더십 경영의 모델로 뽑은 각각의 인물들을 만나보는 재미에 한껏 치중해서 읽었다.


리더십이란 일반적으로 높은 위치의 사람이 존경을 받기 위한 요인 정도로 이해되지만, 이것은 약간 좁은 개념이다. 넓은 개념의 리더십은 '공공의 영역에서 다른 사람에게 지지받고 도움을 얻기 위한 과정'이다. 즉 세상을 사는 개개인이 갖출 필요가 있는 것이며, 남들에게 호감을 얻고 도움을 받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높은 위치의 사람이 아니라도 리더십을 만들 필요가 있다.

<조선 리더십 경영> 서문


제목에서 보여지듯 이 책의 중심 키워드는 '리더십'이다. 스마트폰 시장과 함께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스티브 잡스. 그의 리더십과 경영은 큰 관심을 얻었었다. 그러나 대학을 중퇴하고 창고에서 연구했던 잡스가 미국이 아닌 대한민국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만큼 잡스 같은 인물이 우리의 팬은 될지 몰라도 삶의 모델로 삼기는 우리 현실에서 아직 무리임을 지적한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에게 맞는 역사적 인물을 찾아 그 사람의 사고와 행동 패턴을 연구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대한민국'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출발한다는 점에서 더욱 공감대가 형성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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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 직장인 혹은 기업주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많다. 조선왕조 역사에 기록된 인물과 사건을 회사생활, 영업 등과 연관시킨 대목들이 그렇다. 중종과 조광조의 관계를 살펴보면서 상사와 부하 간에 필요한 적정한 간격을 생각해보고, 진정한 처세술이란 무엇일까 정리해보게 해준 김종서, 《조선왕조실록》을 통틀어 974번 언급된 술자리 중 무려 467건이 《세조실록》에 나올 만큼 술자리에 집착했던 세조 등 기록 이면에 있었을 상황을 유추해가며 조선 리더십의 희비를 읽어갈 수 있었다.


백성은 나라에 의지하려고 하지만 백성의 실정이 위로 통하지 않습니다. 나라는 백성을 보호한다지만 정치의 혜택이 아래에 미치지 못합니다. 관직에 있는 사람들은 작은 성과에 만족하여서 먼 장래에 대한 생각을 잊어버리고 있습니다. 일을 맡은 사람들은 한때의 이익에 연연하여서 장기계획을 소홀히 합니다. 위에서 직무를 게을리하면 아래는 생업을 잃고, 위에서 혜택을 베풀지 못하면 아래에서는 분노가 쌓입니다. 이 때문에 전하의 나라는 이미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광해군 3년, 별시 문과 과거장에서 임숙영이 제출한 대책문)


또, 나라와 정치에 대한 절망감 중에 '신념'을 지킨 선비들의 이야기는 희망이 되어주었고,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통찰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배웠다. 그 모델로 김육의 '경험이 바탕이 된 통찰력'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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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자의 무능을 하늘의 탓으로 돌렸던 선조와 달리 백의종군 중에도 전장을 누비며 자신의 임무에 충실했던 이순신. 익히 알고 있던 이야기지만 저자가 '제독'이라는 호칭을 붙일 만큼 얼마나 큰 존경을 표하고 있는지 느껴지기도 했다. 이순신이 오늘날 우리 국민들이 바라고, 같이 일하고 싶어하고, 똑같이 되고 싶어하는 진짜 리더인 이유는 1) 미운 부하직원의 공적도 제대로 평가해주었고 2) 공적 관계에 사적 감정을 끌어넣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있었다. 조선 리더 중에서 특히 주목 되는 진짜 리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공통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주는데, '1) 업적이 많다 2) 백성을 생각하는 리더였다 3) 소통할 줄 아는 리더였다 4) 공부하는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에 이런 리더의 부재로 인해 이순신 마케팅이 더욱 히트상품이 되지 않았을까.


리더의 힘은 책임을 지는 데서 나오고 리더의 권력은 처신을 잘하는 데서 나온다. 누구보다 눈을 뜨고 변화에 주목해야 하며, 팀의 목적을 부각시켜 주고 그들을 독려해줘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하의 허물은 그대로 돌려주고 자신의 허물까지 부하에게 덮어씌우던 선조는 훌륭한 반면교사다.

<조선 리더십 경영> 136쪽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역사만을 말하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사료를 통해 읽어낸 역사와 더불어 지금 우리의 문화와 기업 경영까지 함께 읽어준다는 게 좋았다. 특히 보스형 리더의 문화가 많이 남아있는 구조에서 진정한 보스는 어떤 리더십을 갖춰야할지 태조와 태종의 비교를 통해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리더십에 있어서 국내외의 좋은 예와 일화들도 소개해준다. 올한해도 대기업들의 갑질 경영을 숱하게 봐왔다. 볼 때마다 울분이 터지지만 처벌은 솜방망이이며 언론에서 잊혀지면 그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백성은 '여기선 그래도 되는' 그런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으로 그저 한탄만 할 수는 없다. 이런 절박함이 저자에게도 컸던 것 같다. 국가적으로 리더십의 부재라는 어려움과 고비가 있을 때 마다 다른 나라는 하지 못했을 일들을 우리는 해내었던 나라임을 기억하며 희망을 갖고싶어하는 책이다.


지도자가 깨어 있으면 갑질은 일어나지 않는다. 갑질은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두려움이 시스템을 지킨다.

<조선 리더십 경영> 179쪽


저자가 리더십의 모델로 꼽는 최고봉은 세종이었다. 세종은 3장에서 다룬 시스템의 문제를 과감히 돌파한 경우였다. 편하게 왕 노릇하기 위해 운영 시스템을 망가뜨릴 것인가, 힘들더라도 미래를 위해 시스템을 만들 것인가에서 후자를 택한 왕. 세종은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의 모델로 인재들과 같이 가는, 공감대로 팀을 이끄는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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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나 사람들은 어떤 '리더십'을 필요로한다. 저자는 지금은 '자신만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라고 말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올바른 리더십의 좋은 모델과 반대의 모델을 조선왕조를 통해 배울수 있어서 좋았다. 또, 이미 잘 알고 있었던 이순신과 세종 외에 그동안은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김육, 홍국영, 박문수 등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게 된 부분도 좋았다. 흥미진진한 역사 여행을 통해 조선 리더십을 살펴보고 그 안에서 삶의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한다.



"올바른 리더십이란 자신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타인도 같이 살펴야 생긴다.

타인을 살펴볼 때 변화의 흐름을 볼 수 있고, 비로소 미래의 방향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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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의 시대 - 일, 사람, 언어의 기록
김민섭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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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회사, 아파트에서 욕망을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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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의 시대/김민섭/와이즈베리

 

 

 

이 책은 사실 제목보다 저자의 이력에 더 끌렸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와 《대리사회》로 잘 알려진 김민섭 작가가 이번엔 우리 사회의 '훈'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아마도 같은 맥락, 같은 색깔의 책이 아닐까...

 

《대리사회》가 우리 사회의 몸의 기록이었다면 이 책은 그 언어의 기록이다. 당신에게 《훈의 시대》를, 한 시대를 포위하고 있는 언어의 기록을 보낸다. (프롤로그 중)

 

어릴 적 학교에 적어가야했던 가훈, 교실 정면 액자에 담겨있던 급훈 등 우리 삶에 드리워진 '훈'들은 왠지 딱딱한 느낌부터 든다. 어쩌면 어렴풋이 남아 있는 그 느낌이 저자가 말한 '욕망의 언어', '권력의 언어'라는 개념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었을까. 저자가 정리한 '훈'의 개념은 먼저 다음과 같았다.

1) 집단에 소속된 개인을 가르치기 위한 교육의 언어이고,

2) 지배계급이 생산, 해석, 유통하는 권력의 언어이고,

3) 욕망이 집약된 욕망의 언어이다.

 

올초 중학교에 입학한 큰아이는 친구들과 함께 급훈을 정했다고 했다. 아이들의 바램과 재치를 담아 결정한 급훈은 안타깝게도 윗선에서 결재를 받지못하고, 대신 적정한(?) 급훈으로 다시 정해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전히 우리는 그런 시대 속에 있다. 학창시절의 교훈을 다 기억하고 있는 저자와 달리 난 기억이 거의 나질 않았다. 관심이 없었고 교훈대로 생활하지 않아서 였을까. 교가 역시 교훈을 담아낸 경우가 많았고 반복해서 부르던 그 노래는 '기계적이고 폭력적'으로 개인에게 가서 닿는다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 그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기계적, 폭력적으로 학생들의 몸을 지배하는 학교의 훈을 실례로 보여주고 있다. 특별히 여고를 나온 아내의 출신학교 교훈 '참된 일꾼, 착한 딸, 어진 어머니'을 화두로 전국의 공립여자고등학교와 공립남자고등학교의 각 교훈을 조사해서 보여준다. 몇십년이 지난 지금도 '여학생'과 '남학생'을 가두어둔 언어의 틀은 여전했고 저자가 말하고 싶어한 우리 사회의 현주소였다. 평소에 아무 생각없이 흘려볼 수 있는 학교 교훈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전근대적 색채를 버리지 않았다는 게 놀랍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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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학생과 남학생이 각각 어떠한 훈을 노래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시대에 맞지 않는 단어들을 이제는 폐기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각각에 대한 호칭을 성역할을 함의하지 않는 새로운 것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여학생을 여성이나 어머니가 아닌 사람으로서 견인해 내야 한다. 이것은 한 존재의 몸을 본래대로 되돌리는 일이다. p.59

 

공립여고와 공립남고 교가에 쓰인 언어 빈도 분석표를 보면 저자가 무엇을 일깨워주고 싶어하는지 더욱 잘 알수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시대에 따른 훈의 변화를 모색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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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원주여고 사례를 보면서 학교의 훈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음도 보았다. 팔순을 넘긴 초기 졸업생들의 반대 때문에 교훈을 바꾸기를 원한 현직 교사, 학생, 학부모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한 것이다. 어디 학교 뿐일까. 정말 바꿔야할 것들, 바꿔도 되는 것들이 여전히 변하지 못한 집단들을 들여다보면 거의 원주여고 사례와 같은 경우임을 본다. 이런 걸 보면 나는 '변화'에 어떻게 반응하는 나이인가 자문해보게 된다. 변화지 않는 '틀린' 세대가 될까 두렵다. 반면 학생들이 직접 교가를 바꾼 사례인 강화여고는 작은 희망이 되어준다. 교가의 후렴구 '여자다워라, 여자다워라'에 의문을 가졌고, 교가 가사 공모전을 통해 '지혜로워라'와 '은수(은처럼 맑은 물)되어라'로 바꾼 사례이다.

 

이렇게 '훈'은 학교 뿐 아니라 회사, 아파트, 각자 개인의 삶 곳곳(심지어 책꽂이의 책 한권)에도 자리하고 있었다. 대리운전을 할 당시 어느 건설사 사훈을 기억하고 있던 저자...

1. 우리는 남들보다 두 배 더 열심히 일한다.

2. 우리는 남들보다 두 배 더 빨리 출근한다.

3. 우리는...

 

이런 훈을 보면서 근례에 계속되는 현장노동직 근로자들의 죽음이 떠올라 마음이 더욱 먹먹했다. 언어가 바뀌지 않으면 몸이 바뀔 수 없겠구나 생각든다. 위계적이고 폭력적인 이런 회사의 나쁜 훈 대신 좋은 훈을 사용하는 사례는 재미있기도 했고, 정말 다니고 싶은 회사로 느끼졌다. 훈에 사용한 '언어' 하나로도 그런 느낌을 받으니 이 책 전반에서 강조하고 있는 '훈'의 중요성을 알듯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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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대한민국의 아파트에 관한 웃지 못할 이야기. 뉴스로 워낙 많이 접해 본 탓에 이제 더 놀랍지도 않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 줍니다'라는 롯데 캐슬의 광고 카피 덕인지 아이들도 어른도 아파트로 사람을 구분짓는 세상이니 할말이 없다. 아파트와는 인연이 없었다는 저자만큼이나 나도 그랬다. 그리고 지금은 속칭 '휴거'라 부른다는 휴먼시아에 살고 있으니 대한민국의 이런 부끄러운 민낯을 글로 써주는 저자가 고마울 뿐이다.

 

이렇듯 알게 모르게 '훈의 시대' 를 살고 있는 우리를 좀더 깨어서 보고 듣도록 해주는 책, 적어도 내 아이가 다는 학교의 훈, 가족이 다니는 회사의 훈, 살고있는 주거지의 훈이라도 정신차리고 봐야겠다. 지방대 시간강사, 대리운전 기사 등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대한민국에서 비주류로 살아와서 였을까 저자가 관찰한 대한민국의 '훈'에는 우리 사회 '을'들의 삶이 묻어났고, 그 '을'들에게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해주고 있다. '김민섭 찾기 프로젝트'는 다시 읽어도 마음이 훈훈했고, 우리 사회의 '막말'에 대해서도 시원스런 책을 내주길 바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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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트랜스휴머니즘
엘로이즈 쇼슈아 지음, 이명은 옮김 / 그림씨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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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트랜스휴머니즘
엘로이즈 쇼슈아 글.그림/그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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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책인데 만화라니! 먼저 읽은 아들이 재미있단다. 엄마가 보기엔 재미로 못 읽을 듯한데, 흔하지 않는 주제이고 거기다 접해보기 힘든 프랑스 만화라 그런지 이 책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많았다. 트랜스휴머니즘이라는 말이 어렴풋이 그림이 그려지기는 했지만 정확하게 무엇을 뜻하는 것일지 궁금함으로 펼쳐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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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운전면허를 따려고 마음먹었을 때 남편이 주의를 줬던 말이 생각난다. 운전 시작하면 '잠재적 장애인'이라고! 초보운전 중인 요즘 운전대를 잡는 건 항상 조심스러운 일이다. 베테랑 기사분들의 자동차 사고 소식을 들을 때면 운전 잘해도 언제든지 사고는 당할 수 있음이 더 무섭다. 이 책의 주인공은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다. 숲길에서 만난 야생동물을 피하려다가 당한 로드킬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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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를 당한 주인공은 의식이 돌아온 후 사라진 자신의 한쪽 팔을 보고는 충격에 빠진다. 그때 '근대 외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 외과의사 <앙브루아즈 파레>가 벽에 걸린 액자 속에서 나오는데...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절단술을 발전시킨 파레는 주인공에게 '절단술'의 역사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절단한 흔적이 관찰된 중석기 시대(10000~기원전 5000) 유골이 발견되었고, 고대 그리스, 중세의 절단술도 설명해 준다. 이후 전쟁이 의학 발전의 발판이 되었던 르네상스 시대로 가서 절단술로 유명했던 다른 외과의사들의 업적도 들려준다. 만화이지만 정말 리얼한 이 그림들을 우리집 꼬맹이는 어떻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까? 엄마는 무섭기만 하구만ㅠㅠ

파레를 통해 절단술의 역사와 외과적인 수술 과정을 살펴본 1장에 이어 2장에서는 절단수술 후 찾아오는 환상통에 관한 이야기이다. 몸의 어떤 부위가 없는데도 있다고 느끼는 증상인 '환상통'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다. 책에서는 신경계와 뇌와 연관된 환상통에 대해 좀더 자세하게 알려준다. 사람에 따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불쑥나타나기도 하고 그러다 갑자기 사라지기도 하며, 사라지지 않고 평생 가기도 한다니 절단 환자들의 고통이 감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보철구에 대한 3장을 읽을 때는 며칠 전 뉴스가 떠오르기도 했다. 한국기계연구원이 스마트로봇 의족 상용화에 성공해 목함지뢰로 다리를 잃은 김정원 중사에게 선사했다는 기사였다. 절단수술을 받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바로 보철구이다. 보철구는 정확히 '장기를 대체하거나 손상된 신체 기능을 복원하기 위해 신체에 이식된 인공 장치'라는 뜻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망막과 임플란트는 보철구이지만 안경은 아니다. 보철구의 발전은 여전히 더 많이 요구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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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서는 인간과 트랜스휴머니즘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트랜스휴머니즘>은 과학과 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정서적.육체적 성질과 능력을 개선하려는 지적.문화적 운동을 뜻한다고 한다. 트랜스휴머니즘은 찬반하는 부류로 나뉘어져 있다고 한다. 세부적인 내용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평소 잘 생각하지 않았던 절단수술, 환상통, 보철구 등에 알게 된 책이다. 의학, 과학 분야의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다 보니 다소 어렵고 낯선 부분들도 있지만 덧붙인 각주와 만화의 도움을 받으며 수월하게 읽었다. 하지만 절대 가벼운 책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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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기는 힘이 세다 2 - 지치지 않는 교사들의 아름답고도 세속적인 독서교육 배우는 사람, 교사
경기도중등독서교육연구회 외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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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지 않는 교사들의 아름답고도
세속적인 독서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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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문집의 책은 '젊은 책(?)'이 많다. 지난 번 읽은 '예민함을 가르칩니다'는 초등교실에서 젠더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교사들의 '젊음'이 좋았다. 이번 책도 교사들의 나이는 가늠할 수 없지만, 그와 상관없이 교실에서 실천해준 '독서교육'만으로 '젊은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만큼 교사들의 열정과 도전이 돋보였던 책이다. 독서지도를 실제 공부했고, 전문적으로는 아니지만 집에서 아이들과 독서활동을 해보고, 학생들과 그룹 수업을 해본 경험이 있었기에, 여러 독서수업 사례는 부러움과 도전 자체였다.

이 책은 교사들을 위한 책이다. 학교 현장에서 독서교육의 중요성은 계속 강조되어 왔고, 그 실례들도 많이 참여해봤다. 현 교육과정에서 '한 학기 한 권 읽기'가 시행되면서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에서도 '온 책 읽기'라는 이름으로 좀더 다채로운 활동을 하고 있다. 이렇듯 독서의 중요성을 교육부 차원에서도 강조하고 있지만 '입시위주'의 교육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반문해 보게 된다. 그것도 초등 교실이 아니라 중고등 교실이라면 더더욱 그렇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더욱 높다. 경기도에 소재한 고등학교에서 근무중인 선생님들이 그동안 교실에서 학생들과 실천해 온 <함께 읽기>, 그 생생한 독서 교육 보고서이기 때문이다.

'자연 계열 학생들과 함께한 문학 수업'을 소개한 천천고등학교 김영희 선생님의 글부터가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엄청난 변화를 이끌어 낼 순 없겠지만, 시도는 해 보고 싶었다. 자연 계열 학생들을 물기 있는 존재로 성장시키기. 쿡 찌르면 눈물을 왈칵 쏟는 감성적 존재로 만들어 나가기. 그게 내 수업의 목표였다. 촉촉해져라, 아이들아. p.18

 

말이 쉽지, 자연계열 학생들에게 촉촉한 감성을 이끌어내기가 얼마나 어려웠을까. 그러나 자연계열 학생들의 특징과 수준에 맞는 책 선택부터 철저한 수업 준비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 공부를 많이 한 흔적이 곳곳에 여실히 드러난다(참고한 책, 자료 주석 등). 또 지필 평가와 생활기록부 기록 등 학생들에게 있어서 무시할 수 없는 부분까지 신경써주신 모습, 무언가를 가르쳤다기보다 오히려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는 고백 등도 인상깊었다. '학생들의 화를 가라앉힐 수 있는, 잔망스런 기술' 팁까지 알려주는, 정말 센스 만점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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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스마트폰 보급, 교권하락, 사교육) 때에 처음부터 성공하는(?) 수업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교사들의 고민은 점점 깊어진다(열정이 있는 경우겠지만). 풍생고등학교 권은재 선생님이 그런 경우였다. 독서교육은 국어 과목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학생들과의 소통을 위해서 '그림책'을 사용했고, 공감대를 찾아간 사례이다. 그림책으로 아이 셋을 키운 지난 10년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했다. 성인인 내가 읽어도 참 좋은데 아이들이 커가면서 함께 읽지 못한 게 아쉽기만 하다. 역사와 그림책의 매칭이라니! 중고등 학생들에겐 더욱 특별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교사의 질은 수업 장악력이 아니라 아이들을 믿고 기다리는 마음에 있다는 것을. 그동안 나는 아이들의 가능성을 믿지 않았고 아이들의 변화를 기다리지 못했다. 그러나 그림책을 통해 아이들과 소통하기 시작하면서 이 순간에도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아이들의 변화를 천천히 기다리는 중이다. p.81

 

이와 더불어 교과융합 독서교육 사례, 입시위주의 학교 현장에 대한 통탄(?)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포기하지 않는 교사들... 시를 읽고 함께 토론하고 직접 창작해서 '나만의 시집 만들기'로 이어간 동탄고 학생들의 이야기는 잔잔히 파동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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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시가 우리의 가슴에 퍽하고 꽂혔다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는 일처럼, 시를 읽는 행위가 어느 특정한 계층의 사치스런 전유물이 되지 않고 우리들의 영혼을 돌보고 치유하는 평범한 일상이 되면 좋겠다. 누구에게나 공평할 수 있게 교실에 그 씨앗을 심고 싶다. p.182

 

책을 읽으며 '이 선생님들, 참 대단하다'란 생각을 했다. 기본적으로 교육에 대한 고민들이 좋았고, 사람됨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고민하는 분들이었다. 처음부터 잘 가르쳤던 교사들이 아니라 문제와 고민 속에서 <독서교육>을 통해 학생들과 소통하려고 애쓴 모습들, 거기서 나온 예쁜 열매들이 참 좋았다. 학교 현장에 계신 선생님들께 더욱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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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계절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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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고의 동화작가 타샤 튜더의 아름다운 책
타샤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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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계절/타샤 튜더/윌북

"매일이 방학 같아야 한다"

동화를 쓰는 작가는 마음이 어린 아이 같을까?
동화보다 더 동화 같은
독특한 라이프스타일로 유명하다는
타샤 튜더의 삶이
이 책 한권으로 어렴풋이 그려졌다.

책을 펼치자마자 포근함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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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엄마가 저만 할 때는 어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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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할머니가 들려주는
엄마의 어릴 적 이야기가 시작된다.
1월, 2월, 3월...
가족들과 함께 보낸 기념일들을
추억하는 그림마다
즐거움과 행복이 묻어난다.
새해파티, 썰매경주, 밸런타인데이...

특히 아이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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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비는 5월의 꽃을 데려다주네"
(마더 구스)

부활절의 멋진 달걀트리도 인상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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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들과 함께한 추억은
우리네 옛 시골 풍경을 보는 듯
참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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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열두 달,
봄, 여름, 가을, 겨울 동안
하루하루를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축제처럼 지낸 타샤 튜더의 이야기가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동화속 세상으로 초대해주는 느낌이다.

타샤의 계절은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었고
어느 것 하나 특별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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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나는 나이들어 추억할 수 있는
우리 가족의 계절을 가지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가 마당에서 뛰어놀고,
인형극을 구경하고,
동해바다에서 모래성을 쌓고,
크리스마스 트리를 함께 꾸미던 추억들...

타샤 튜더처럼 한폭의 그림으로 남길 수는 없지만
마음 한켠에 아이들과 나에게 행복했던 계절로
기억되면 좋겠다.


 

"8월은 네 엄마의 생일이 있는 달이지.
....
하지만 최고로 근사한 것은
강물에 둥둥 떠가는
생일 케이크였단다."

세상에나~~!!
이런 생일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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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밭에 서리가 내리고
짚단을 묶는 계절"
(제임스 위트콤 라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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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선물도 직접 만들고,
1년 동안 쓸 양초도 만들었던 겨울의 추억,
크리스마스트리 주변에 모인 가족들 모습만큼이나
따뜻하게 끝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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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에 이 책을 만나서 그런지
마음이 더욱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타샤의 계절은
언제나 아름다웠음을 보면서,
소중한 하루하루를 '기쁜 날'로 만드는 건
나의 몫이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
타샤 튜더의 따뜻한 1년 열두 달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만나보기를~

 

"바로 오늘이 생애 가장 기쁜 날이니,
기쁨을 맘껏 누리길."
(타샤 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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