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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리더십 경영
윤형돈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불확실한 우리의 미래, 조선의 리더에게 답을 찾다"
다섯 살 때 도서관에서 처음 책을 접한 뒤 지금까지 각종 한국사.세계사
책을 섭렵해서 메모.스크랩 해왔다는 저자, 부럽다. 한국사와 세계사는 배울 것이 참 많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늘 취약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역사 관련 책을 더 많이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한 책이기도 하다. 역사에 대해 약하다보니 '비판적 읽기'는 조금 뒤로 하고
대신 저자가 리더십 경영의 모델로 뽑은 각각의 인물들을 만나보는 재미에 한껏 치중해서 읽었다.
리더십이란 일반적으로 높은 위치의
사람이 존경을 받기 위한 요인 정도로 이해되지만, 이것은 약간 좁은 개념이다. 넓은 개념의 리더십은 '공공의 영역에서 다른 사람에게 지지받고
도움을 얻기 위한 과정'이다. 즉 세상을 사는 개개인이 갖출 필요가 있는 것이며, 남들에게 호감을 얻고 도움을 받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높은
위치의 사람이 아니라도 리더십을 만들 필요가 있다.
제목에서 보여지듯 이 책의 중심 키워드는 '리더십'이다. 스마트폰
시장과 함께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스티브 잡스. 그의 리더십과 경영은 큰 관심을 얻었었다. 그러나 대학을 중퇴하고 창고에서 연구했던
잡스가 미국이 아닌 대한민국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만큼 잡스 같은 인물이 우리의 팬은 될지 몰라도 삶의 모델로 삼기는 우리 현실에서 아직
무리임을 지적한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에게 맞는 역사적 인물을 찾아 그 사람의 사고와 행동 패턴을 연구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대한민국'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출발한다는 점에서 더욱 공감대가 형성되는 책이다.
소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 직장인 혹은 기업주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많다. 조선왕조 역사에 기록된 인물과 사건을 회사생활, 영업 등과 연관시킨 대목들이 그렇다. 중종과 조광조의 관계를 살펴보면서
상사와 부하 간에 필요한 적정한 간격을 생각해보고, 진정한 처세술이란 무엇일까 정리해보게 해준 김종서, 《조선왕조실록》을 통틀어 974번 언급된
술자리 중 무려 467건이 《세조실록》에 나올 만큼 술자리에 집착했던 세조 등 기록 이면에 있었을 상황을 유추해가며 조선 리더십의 희비를 읽어갈
수 있었다.
백성은 나라에 의지하려고 하지만
백성의 실정이 위로 통하지 않습니다. 나라는 백성을 보호한다지만 정치의 혜택이 아래에 미치지 못합니다. 관직에 있는 사람들은 작은 성과에
만족하여서 먼 장래에 대한 생각을 잊어버리고 있습니다. 일을 맡은 사람들은 한때의 이익에 연연하여서 장기계획을 소홀히 합니다. 위에서 직무를
게을리하면 아래는 생업을 잃고, 위에서 혜택을 베풀지 못하면 아래에서는 분노가 쌓입니다. 이 때문에 전하의 나라는 이미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광해군 3년, 별시 문과
과거장에서 임숙영이 제출한 대책문)
또, 나라와 정치에 대한 절망감 중에 '신념'을 지킨 선비들의 이야기는
희망이 되어주었고,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통찰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배웠다. 그 모델로 김육의 '경험이 바탕이 된 통찰력'이
그랬다.
상급자의 무능을 하늘의 탓으로 돌렸던 선조와 달리 백의종군 중에도
전장을 누비며 자신의 임무에 충실했던 이순신. 익히 알고 있던 이야기지만 저자가 '제독'이라는 호칭을 붙일 만큼 얼마나 큰 존경을 표하고 있는지
느껴지기도 했다. 이순신이 오늘날 우리 국민들이 바라고, 같이 일하고 싶어하고, 똑같이 되고 싶어하는 진짜 리더인 이유는 1) 미운 부하직원의
공적도 제대로 평가해주었고 2) 공적 관계에 사적 감정을 끌어넣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있었다. 조선 리더 중에서 특히 주목 되는
진짜 리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공통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주는데, '1) 업적이 많다 2) 백성을 생각하는 리더였다 3) 소통할 줄 아는
리더였다 4) 공부하는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에 이런 리더의 부재로 인해 이순신 마케팅이 더욱 히트상품이 되지
않았을까.
리더의 힘은 책임을 지는 데서
나오고 리더의 권력은 처신을 잘하는 데서 나온다. 누구보다 눈을 뜨고 변화에 주목해야 하며, 팀의 목적을 부각시켜 주고 그들을 독려해줘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하의 허물은 그대로 돌려주고 자신의 허물까지 부하에게 덮어씌우던 선조는 훌륭한 반면교사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역사만을 말하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사료를
통해 읽어낸 역사와 더불어 지금 우리의 문화와 기업 경영까지 함께 읽어준다는 게 좋았다. 특히 보스형 리더의 문화가 많이 남아있는 구조에서
진정한 보스는 어떤 리더십을 갖춰야할지 태조와 태종의 비교를 통해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리더십에 있어서 국내외의 좋은 예와 일화들도
소개해준다. 올한해도 대기업들의 갑질 경영을 숱하게 봐왔다. 볼 때마다 울분이 터지지만 처벌은 솜방망이이며 언론에서 잊혀지면 그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백성은 '여기선 그래도 되는' 그런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으로 그저 한탄만 할 수는 없다. 이런 절박함이
저자에게도 컸던 것 같다. 국가적으로 리더십의 부재라는 어려움과 고비가 있을 때 마다 다른 나라는 하지 못했을 일들을 우리는 해내었던 나라임을
기억하며 희망을 갖고싶어하는 책이다.
지도자가 깨어 있으면 갑질은
일어나지 않는다. 갑질은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두려움이 시스템을
지킨다.
저자가 리더십의 모델로 꼽는 최고봉은 세종이었다. 세종은 3장에서 다룬
시스템의 문제를 과감히 돌파한 경우였다. 편하게 왕 노릇하기 위해 운영 시스템을 망가뜨릴 것인가, 힘들더라도 미래를 위해 시스템을 만들
것인가에서 후자를 택한 왕. 세종은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의 모델로 인재들과 같이 가는, 공감대로 팀을 이끄는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어느 시대나 사람들은 어떤 '리더십'을 필요로한다. 저자는 지금은
'자신만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라고 말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올바른 리더십의 좋은 모델과 반대의 모델을 조선왕조를 통해 배울수 있어서
좋았다. 또, 이미 잘 알고 있었던 이순신과 세종 외에 그동안은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김육, 홍국영, 박문수 등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게 된
부분도 좋았다. 흥미진진한 역사 여행을 통해 조선 리더십을 살펴보고 그 안에서 삶의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한다.
"올바른 리더십이란 자신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타인도 같이 살펴야 생긴다.
타인을 살펴볼 때 변화의 흐름을 볼 수 있고, 비로소 미래의 방향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