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원주여고 사례를 보면서 학교의 훈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음도 보았다. 팔순을 넘긴 초기 졸업생들의 반대 때문에 교훈을
바꾸기를 원한 현직 교사, 학생, 학부모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한 것이다. 어디 학교 뿐일까. 정말 바꿔야할 것들, 바꿔도 되는 것들이 여전히
변하지 못한 집단들을 들여다보면 거의 원주여고 사례와 같은 경우임을 본다. 이런 걸 보면 나는 '변화'에 어떻게 반응하는 나이인가 자문해보게
된다. 변화지 않는 '틀린' 세대가 될까 두렵다. 반면 학생들이 직접 교가를 바꾼 사례인 강화여고는 작은 희망이 되어준다. 교가의 후렴구
'여자다워라, 여자다워라'에 의문을 가졌고, 교가 가사 공모전을 통해 '지혜로워라'와 '은수(은처럼 맑은 물)되어라'로 바꾼 사례이다.
이렇게 '훈'은 학교 뿐 아니라 회사, 아파트, 각자 개인의 삶 곳곳(심지어 책꽂이의 책 한권)에도 자리하고 있었다. 대리운전을 할
당시 어느 건설사 사훈을 기억하고 있던 저자...
1. 우리는 남들보다 두 배 더 열심히 일한다.
2. 우리는 남들보다 두 배 더 빨리 출근한다.
3. 우리는...
이런 훈을 보면서 근례에 계속되는 현장노동직 근로자들의 죽음이 떠올라 마음이 더욱 먹먹했다. 언어가 바뀌지 않으면 몸이 바뀔 수
없겠구나 생각든다. 위계적이고 폭력적인 이런 회사의 나쁜 훈 대신 좋은 훈을 사용하는 사례는 재미있기도 했고, 정말 다니고 싶은 회사로
느끼졌다. 훈에 사용한 '언어' 하나로도 그런 느낌을 받으니 이 책 전반에서 강조하고 있는 '훈'의 중요성을
알듯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