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굴 없는 다섯 작가의 상상력 사전
조부희 외 지음 / 바른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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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받기 전에 마케팅 기사를 보고 매우 흥미롭게 눈여겨보았다.  책 제목도 평범하게 바로 "책"이다. 그런데 실제는 "상상력 사전"에 더 가깝다.
이 책의 또 다른 독특한 점은 작가가 노출되지 않은 채 출간이 되었다. 작가들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조부희, 윤다형, 붕덩이, 메롱, 승기킴. 작가의 소개는 보통 책날개에 있는데 그곳에 작가의 아이디와 이메일 주소가 기재되어 있다. 아, 실명일 수도 있겠다 처음 두 작가의 이름은. 독특하다란 생각을 가지고 책을 열었다.

 


한가지 주제를 가지고 5명의 작가가 각자의 생각을 나열한 것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나는 이 주제를 가지고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나 역시 마치 작가가 된 것 마냥 생각하고 글을 쓰고픈 생각이 들었다. 총 15개의 명사, 혹은 단어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명시 단어는 다음과 같다. 책, 시작, 횡단보도, 벤치, 문틈, 일상, 커피, 달, 길고양이, 그, 그녀, 거짓말, 화장실, 급, 끝, 졸업이다.

공감되는 주제일 듯했지만 각기 다른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것도 너무 재밌었던 것 같다. 역시 사람은 성장과정이 다르고 그러므로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구나를 새삼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하나의 단어를 가지고 나올 수 있는 이야기가 실로 엄청나다. 스타일도 다르고 물로 내용도 다르다. 어떤 작가는 시를 연상하고, 단편 소설을, 짧은 문장을 떠올린다. 단어의 정의를 내리는 것부터, 시작부터 다르게 시작한다. 결국 우리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것 같다.

많은 독자들도 제시되는 단어들을 나름 생각해보고 다섯 작가들의 생각을 함께 공유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아마 나 역시 이 단어를 듣고 생각나는 것을 작성하면 나름 멋진 한편의 책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나만의 생각은 언제나 독특하고 색다르며 누구와도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말이다.


나는 무엇인가 손에 잡고 다시 적당한 긴장감을 느끼고 싶다. 아니면 최소한 무엇인가 앞으로 가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내가 갈 곳은 학교 도서관뿐이었다. 수없이도 쌓여 있는 책들을 보며 나는 이름 모를 평온함을 느낀다. 도서관을 둘러보다 맘에 드는 표지를 한 책을 집는다. 표지가 예쁘다. -고망지의 상상력 사전 pg 9
아직도 나는 가끔씩 꿈속에서 과거의 나를 마주친다. 예전에는 패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던 나였지만, 이제는 그냥 격려해주고 싶다. 그 수많은 주옥같은 시간들을 무사히 견뎌냈기에. pg 23 승기킴의 상상력사전

일상: 평범하지 않은 날들을 평범하게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는 날들.
횡단보도: 삶이 오고 가는 다리.
거짓말: 절대 하지 말라고 배우지만, 배우기도 전에 하는 기술.
그, 그녀: 술 먹고 쓰는 글의 단골 제재
책: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의 서로 다른 욕구가 만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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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이브닝, 펭귄
김학찬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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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예상은 했지만 김학찬 작가의 무심하게 툭툭 내던지는 말투 때문인가, 다루는 소재가 나에게 새로워서 그런 것인가, 너무 웃기다고 생각하며 읽었다. 중간중간에 빵빵 터지는 이야기도 있고, 설마~ 하는 마음에 이것이 소설인지 실제 그렇다는 얘기인지, 작가가 남자들은 원래 이렇다고 폭로하는 것인지 허구로 만들어 놓은 얘기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퇴고를 정말 더 신중히 고민하고 노력해서 작업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보니, 내 주변에 아는 남자가 신랑밖에 없으니, 이참에 우리 신랑한테 진짜 현실적으로 남자들이 이럴 수 있냐고 물어볼까? 란 생각까지 했다.

이 책을 웃기다고 낄낄대고 웃으니 예전에 읽었던 박연선 작가의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작품이 생각이 났다. 그때도 이렇게 작가의 글담에 매료되었던 기억이 났다. 어찌나 웃기던지 책을 읽는 것이 여느 시트콤 보는 것보다 더 웃겼다. 이 책을 읽으며 남자들에 대해 너무 심각하게는 아니지만 정말 여자와는 다름을 또 느끼게 되었다.

<굿 이브닝, 펭귄>은 소년의 2차 성징에서부터 변하는 성(性)과 관련해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한 삶의 이야기이다. 이제는 아들을 둔 엄마라 그런지 전혀 야하다고 생각이 들지 않고 솔직한 이야기를 읽어나가며 작가가 그리는 소년, 펭귄, 북극곰이 어떻게 변하게 되는지에 대해 나 역시 호기심이 가득 차하며 읽었다. 후반부에는 다소 짠한 이야기도 있지만, 어쨌든 나중에 펭귄이 생각하는 것을 소년에게 돌려줄 때 기분이 묘했다. 뭔가 더 이상 어리지 않다는 것에 대한 종지부 같은 느낌이었다.

소년이 처음 접하는 스페이스 8, 교회에서 만난 수진이, 아버지의 명퇴, IMF, 그리고 나중에 어른이 돼서 겪는 고된 인턴의 삶에서 우리 소년이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까지 또 어찌 보면 성장소설이지 않을까도 생각해본다.

보기 쉬운 외면에 비해 감춰진 내면을 아는 것은 어려웠다. 내면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내면에 대해 가르쳐주거나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은 없었다. 과연 내면이라는 게 있는지 의심스러운 어른들이 대부분이었다. pg73

사람들의 내면의 미를 보려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 오랜만에 생각이 났다. 과연 내면이라는 게 있는지 의심스러운 어른이 된 것 아닌가 생각도 함께 해본다. 내면의 미를 성숙하게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듯이, 명예퇴직에 명예는 없었다. 약간의 위로금이 더한 퇴직금만 있었다. pg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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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하자! - 무리뉴 덕후, 사회인 축구 감독 되다
이종인 지음 / 이야기나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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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실력은 타고난 것 같지 않은 우리 아들이 축구에 푹 빠졌다.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축구하러 가자고 하면 꼭 나선다. 구청에서 무료로 진행하는 축구 수업도 절대 빠지지 않고 열심히 나간다. 심지어 초등학교 참여수업에서 장래희망을 "축구선수"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런데 아들이 축구 경기하는 것을 보니 타고난 운동선수 타입은 아닌 것 같다는 것이 나와 신랑이 내린 결론이다. 열심히 연습하고 노력해도 안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미리서 알려주면 안 되겠지만 친구들하고 즐기고 체력 달련에도 좋은 종목으로만 여기자는 것이 부모의 생각이다. (절대 솔직히 말하면 안 됨)

그러던 중, <축구하자>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축구의 기본 상식은 알고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냉큼 이 책을 받았다. 이런데 아이들이 읽기엔 다소 무리가 되는 수준이라 내가 쉬엄쉬엄 읽었다. 그런데 축구가 이렇게 매력적인 운동일 수가!

생각해보니 꼭 축구선수가 되지 않더라도 어렸을 때나 어른이 되었을 때나 취미로 축구선수 생활을 하는 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아들의 장래희망을 축구선수라고 하길래 제일 먼저 호나우두나 박지성, 기성용 선수들을 떠올렸지만, 꼭 그렇게까지 되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어른으로서 공감 가는 내용이 많이 담겨있었다. 축구를 너무 사랑하는 유년기, 팀에 소속되어 축구를 한다는 것에 대한 기쁨은 컴퓨터 오락이나 술을 마시는 취미생활보다 훨씬 더 건전하고 좋을 것 같다.

 

축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어 축구에 대해 잘 모르는 나로서는 새로운 세계를 알게 해주는 입문서 같았다.
더불어 아들의 축구 실력을 너무 얕잡아보지 말고 (아직 어리니까) 적극적으로 호응해주고 격려해서 열심히 축구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아들을 응원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보며 아들의 눈높이에서 함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축구에 대해 배운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축구의 기본은 수비를 하는 것도, 점유율을 높이는 것도 아니다. 그저 축구를 즐기고 사랑하는 것이다.
- 디에고 시메오네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미드필더 출신으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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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손수건, 포포피포 철학하는 아이 8
디디에 레비 지음, 장 바티스트 부르주아 그림, 김주경 옮김, 이보연 해설 / 이마주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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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너무 귀엽다. 손수건에도 이름이 있다. 바로 '포포피포'다. 제목에 손수건이 언급되어 있는데 표지의 그림은 엄청 긴 얼룩덜룩한 천 조각 같았다. 표지만 봐도 책 내용이 어떨지 궁금증을 자야 낸다.

이마주라는 출판사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이마주는 어린이들이 머릿속에 떠올린 씨앗 하나, 가슴에 품은 꿈 한 조각을 이야기 그릇에 담아낸 어린이 문학 브랜드인데 '이마주'라는 이름도 예쁘고 설명 또한 너무 괜찮은 것 같다. 이마주에서 출판한 『거짓말 손수건, 포포 피포』는 작가 디디에 레비, 그림 장 바티스트 부르주아이다. 작가의 이력을 보면 신문사와 출판사에서 오랫동안 편집자로 일하다가 어린이책을 쓰고 있다고 한다.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어린이책 글쓰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거짓말 손수건, 포포 피포』은 "거짓말"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어른도 어린이도 거짓말을 생각하고 그리고 실제로 하면서 산다. 특히 유치부와 초등부 아이들이 하는 거짓말을 들으며 내심 고민도 많이 했었다. 아이들이 거짓말과 상상의 이야기를 구별을 못하는 느낌도 들었고, 때로는 귀찮아서 지어낸 말이 꼭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하며 스스럼없이 말할 때가 있다. 엄연히 거짓말인데 이것이 잘못인지 아닌지 모를때가 있어 당황스러운 적이 종종 있다. 꼭 악의를 가지고 한 것만 나쁘고 그냥 하는 거짓말은 마치 괜찮고 용인이 되는 것 마냥 생각하는 아들이 이 책을 읽고 생각이 조금 바뀌길 바란다.

이 책을 함께 읽으며 아이와 "거짓말"은 무엇이고, 거짓말을 안 하는 현명함, 만약 거짓말을 했다면 솔직히 고백할 수 있는 용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그저 야단을 피하고자 야금야금 거짓말을 하는 클로비, 한 번 두 번 하다 점점 거짓말이 늘어나서, 처음에는 작은 손수건이었다 결국엔 내 인생을 잡아먹히고 불편하게 만드는 엄청 큰 천이되어버린 포포피포. 거짓말을 하면 할수록 천도 커지고 온갖 무늬로 얼룩덜룩 해진다. 그러다 나중에 거짓말을 하였음을 고백하였더니 손수건 포포피포가 점점 줄어들어 다시 손수건만큼 작아졌다. 다시 원래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클로비의 이야기를 통해 "거짓말"에 대해 다시 한번 신중히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특히 내가 하는 말이 사실인지 거짓말인지 스스로도 혼란스러워하는 아들에게 더욱더 좋은 내용이었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다. 내가 한 거짓말 때문에 내가 자유로워지기는커녕 나를 얽매이게 만드는 것을 클로비와 포포피포를 통해 볼 수 있었다.

 

누구라도 거짓말을 해 본 적이 있다. 그래서 거짓말을 고백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다 안다. 어렸을 때부터 거짓말의 의미와 이로 인해 어떤 기분과 일들이 발생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소중한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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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뺏는 사랑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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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핫핑크 가제본인 『아낌없이 뺏는 사랑』을 읽느라 하룻밤을 꼴딱 새웠다. 도저히 책을 내려놓을 수 없는 반전에 반전에 반전! 너무너무 재미있는 소설책이다. '한 번에 이 책을 다 읽지 않기가 어렵다'라는 말에 정말 공감한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피터 스완슨 작가는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통해 처음 만났다. 그 책 역시 엄치 척! 밤에 책 읽기를 시작하면 내려놓고 잠자기 힘들게 만드는 그런 책이다. 베스트셀러 작가답게 이번 신작 『아낌없이 뺏는 사랑』 역시 책을 읽는 내내 입 밖으로 허걱 소리를 몇 번을 했는지 모른다. 뒷통수 치는 것이 완전 예술이다.

이 책을 읽으며 얼핏 우스갯소리고 이런 생각을 했다.
여자는 이뻐야 한다.
여자는 역시 이뻐야 한다.
여자의 이름이 뭐든 무슨 일을 저질렀던 역시 남자들은 나쁜 여자에게 여전히 끌리나 보다. 이 세상의 많은 어리바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아낌없이 모조리 사람들을 이용하고 가진 것을 뺏고 죽이는 나쁜 악녀를 보며 나 역지 조지처럼 설마설마하는 마음으로 읽어나갔다. 마지막까지 조지는 그냥 뒤돌아보면 그만인 것을 그 끈을 못 놓고 있는 것이 못내 안타깝지만, 만약 나였으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며 감정이입 제대로 하며 읽었다.

이 소설의 배경이 보스턴이라 더더욱 마음이 쏠렸다. 대학시절을 보스턴에서 지냈던 터라 간혹 나오는 타운 이름들, 도로명이나 국번이 언급될 때마다 괜히 가슴이 더 설레었다. 심지어 내가 살던 곳의 도로명이 나올 때 옛날 생각을 하며 이야기에 푹 빠졌다.

여전히 끌려다니는 조지는 나쁜 악녀를 만나서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정말 믿는 대로 살아있을까? 만약 만난다면 안 끌려다닐 수 있을까? 결국엔 새드엔딩이려나? 해피엔딩이 될 수 있으려나?
나쁜 악녀도 안타깝고 조지도 안타깝지만, 나쁜 악녀를 사랑했다는 이유로 조지가 감당해야 하는 것이 실로 엄청난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조지가 과연 나쁜 악녀를 사랑 한 것일까? 아니면 못 다 이룬 사랑에 대한 미련일까?

심리 스릴러 소설로 엄지척인 『아낌없이 뺏는 사랑』은 이번 여름의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번 생에서 멜로드라마는 충분히 겪었다. 그러니 현재의 평화와 안도감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기꺼이 오감을 버릴 것이다. 행복은 소중히 여겨야 할 소유물이 아니라 생각의 질이자 마음의 상태이다.
《레베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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