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예금통장 - 고백 그리고 고발 다음 이야기
안천식 지음 / 옹두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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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가?

책 커버의 질문에 일상생활을 하면서 생각하지 않는 분야라 가만히 멈추고 생각해 보았다. 글쎄... 별로..... 완전 별로이지 않나? 란 생각이 제일 먼저 드는 건 왜일까? 요즘 나라도 너무 뒤숭숭하고 법에 대해 정치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보이던 찰나에 어떤 내용인지도 전혀 모르고 읽기 시작하였다.

책 제목이 『찢어진 예금통장』이 무슨 의미인가... 하고 읽어봤더니 사건 내용 중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는데도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건은 간단하다. 이렇게 간단한 사건이 왜 이렇게 오랜 시간 아직도 해결이 안 되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읽는 내내 설마설마했다. 진짜? 설마~ 에이~ 이건 모지? 초등학생도 알 수 있는 답이, 결론이 왜 이렇게 나는 것이지? 란 생각에 책을 읽는 내내 너무 답답하였다. 주변에 알고 있는 판사, 검사, 변호사를 총동원해서 직접 물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정말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그러다가도 헉, 가재는 게 편이려나? 하는 씁쓸한 생각까지 들게 하며, 책을 읽고 난 후에도 찝찝함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인명피해가 있는 사건이 아니라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인명피해가 있더라도 사건이 왜곡되고 강자가 승자가 될 수 있을 수도 있겠지만 참 슬픈 현실이며, 꼭 바로잡아야 할 숙제이지 않나 싶다.

사건을 요약하자면, 1997년 김포에 사는 기노걸은 D건설과 당시 약 20억 원에 달하는 토지 매매 계약을 하고 매매 대금의 절반을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받았다. 그러나 1998 D건설은 부도를 맞게 되고, 기노걸은 잔금을 받지 못하고 몇 년 후 세상을 떠나면서 해당 토지와 건물을 아들 기을호가 상속받는다.  그런데 2005 H건설은 기노걸의 아들인 기을호에게 부동산 소유권 이전 소송을 제기하면서 H건설과 기노걸의 명의로 된 부동산 매매 계약서와 영수증을 증거로 제출한다. H건설은 남은 잔금을 줄 터이니 기을호에게 해당 토지의 소유권 등기 이전을 요청하지만, 기을호는 기노걸이 매매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기 때문에 처음부터 체결한 계약이 없다고 주장한다. H건설이 증거라고 제시한 것들 중 계약서 서류가 있는데 이는 기노걸의 글씨체도 아니고, 계좌번호도 이미 찢어 없앤 예금통장 번호가 기재되어 있고, 어디에도 사용되지 않은 막도장이 찍혀있는 서류를 증거랍시고 우기는데 이 말도 안 되는 증거가 인정이 된 것 당최 어떻게 설명을 할 것인가. 거짓을 밥 먹듯이 하는 증인들의 증언 역시 계속 인정을 해주는 것, H건설에 유리하게만 증언을 하는데도 어떻게 판결이 H건설의 손만 들어주는지에 대해 저자 안천식 변호사는 호소를 한다. 

힘 있는 자가 우긴다고 승소하는 판결은 재판이 아닌 폭력, 흉기를 든 노상강도를 존경할 수 없듯이 법전을 도깨비 방망이처럼 사용하는 법원을 신뢰할 수는 없다.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다. 사법 절차는 과정이고 시스템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법대에서 가장 공부 잘하는 사람을 줄 세워서 1등부터 아무개 등까지는 판사, 그다음으로 공부 잘한 사람을 줄 세워서 검사, 그다음은 변호사인데, 게 중 명예보다 돈을 좇는 사람은 아무리 성적이 좋아도 big firm에 스카웃 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판사가 가장 공부를 잘했다는 얘기인데, 그들의 윤리나 도덕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이 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니 참 애매하다. 누가 누굴 판단해? 란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인성을 가진 법관들이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 말이다. 

책 마지막 부분에 대법원장의 사과문을 보았다. 어느 한 법원의 일탈로 인해 법원의 신뢰를 잃어선 안된다는 내용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불공정한 재판의 실체를 침묵으로 대응하지 않아야 하며 사법부와 검찰의 공정성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굳건한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권력 앞에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그 권력과 맞대응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우선 나부터 열심히 공부를 하고 세상 돌아가는 것에 눈을 떠야겠다. 우리 모든 국민들은 지적 성숙과 의식 성장이 필요하다고 본다.

무려 60여 명의 법관이 지난 10여 년의 세월 동안 심리한 사건인데, 어떻게 일괄된 판결이 유지될 수 있을까? 혹여 선배 법관이 판결한 것을 번복하는 건 개념이 없는 행위라고 암묵적으로 이행되는 건 아닐까. 다르게 판결을 내린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행위라고 인지를 하고 있다면 잘못된 판결로 인해 괴로워하는 이들은 누구에게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을까?

한 나라의 대통령도 영화보다 더한 영화 같은 삶을 보여주고 있는데, 어찌 보면 이런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사건이지만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묻혀있을까란 생각에 그저 한숨이 나온다. 부끄러움과 염치를 모르는 사회가 아닌 곳에서 우리 아이들을 키우고 그들의 꿈을 응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나게 하는 책이었다.

사법부 자체의 집단화 관료화로 인하여 개별 법관들이 재판 독립의 헌법정신에 소홀하면서, 동료 법관들의 실수와 잘못을 덮기에만 급급해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사법부는 더 이상 국민의 기본권 보장기관이 될 수 없다. 그러한 사법부를 국민이 신뢰할 수 없다는 것 또한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pg198

권한의 한계가 없는 법원은,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든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침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하나씩 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힘 있고 돈 많은 사람은 아무리 큰 위법을 저질러도 처벌하지 못하고, 단지 처벌하는 흉내만 내고 있을 뿐이라고 믿기 시작하였다. pg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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