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감의 힘 - 촉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로라 후앙 지음, 김미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로라 후앙의 『직감의 힘』은 현대 사회에서 성공을 좌우하는 요인이 단순한 능력이나 노력만이 아님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책입니다. 저자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교수로서, 수많은 기업가와 리더들을 연구한 결과 ‘편견’이라는 불가피한 사회적 현실 속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는 법을 제시합니다. 이 책은 단순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인간의 불평등한 환경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그 안에서 자신이 가진 약점을 새로운 기회로 전환시키는 실질적 전략을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먼저 사회가 얼마나 불공정하게 돌아가는지를 솔직히 인정합니다. 우리는 흔히 ‘능력주의’나 ‘공정경쟁’을 강조하지만, 실제로 사람의 성공에는 보이지 않는 편견과 인상이 크게 작용합니다. 같은 실력을 갖추고 있어도, 누군가는 “호감형”이기에 더 나은 평가를 받고, 또 누군가는 외모나 말투, 배경 때문에 과소평가됩니다. 후앙은 이러한 현실을 부정하거나 회피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편견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것을 역이용함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이를 “에지(edge)”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에지는 단순히 경쟁 우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불리한 여건조차 전략적으로 활용해 자신만의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말합니다.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다루는 대목입니다. 저자는 약점을 감추기보다 드러내되, 그것을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으로 해석해 보여주는 태도를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내성적인 사람이라면 그것이 부족함이 아니라 깊이 있는 통찰력의 원천임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혹은 이민자 출신이라면 언어적 한계를 인정하면서 동시에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후앙은 ‘세상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보다 ‘내가 나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출 것을 권합니다. 이는 단순한 이미지 조작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와 정체성을 스스로 재해석하는 과정입니다.






책 전반에는 작가의 연구자다운 꼼꼼함과 동시에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각이 함께 녹아 있습니다. 그녀는 통계와 실험, 경영 컨설팅 현장에서 얻은 실제 사례를 결합하여, 이론이 아닌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로 독자에게 말을 겁니다. 실리콘밸리의 창업가, 세계적인 기업의 임원, 혹은 사회적 편견에 맞선 개인의 사례들은 모두 설득력 있게 독자를 이끕니다. 특히 “직감”의 의미를 단순한 감정적 충동이 아닌, 경험과 통찰이 결합된 ‘정교한 판단력’으로 재정의한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후앙은 우리가 사회적 복잡함 속에서 순간적인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그 판단은 결코 비합리적인 것이 아니라, 오랜 경험과 맥락이 스며든 지능적인 반응이라고 설명합니다. 즉, 직감이야말로 삶의 불확실성 속에서 인간이 쌓아온 ‘감정적 지혜’라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성공은 완벽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표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입니다. 세상은 결코 공평하지 않지만, 그 안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길을 여는 사람들은 존재합니다. 그들은 불리함에 주저앉지 않고, 그것을 오히려 자신만의 색깔로 바꾸어냅니다. 로라 후앙이 말하는 ‘직감의 힘’은 이런 자기 인식과 자기 서사의 힘에서 비롯됩니다. 타인의 평가에 종속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을 정의하는 능력—그것이 진정한 에지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총평하자면, 『직감의 힘』은 “세상을 바꾸기보다, 세상 속에서 자신을 새롭게 정의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냉정하면서도 실질적인 조언입니다. 우리는 늘 공정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살아가지만, 후앙은 그 안에서도 에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 에지는 타인을 모방하거나 숫자화된 스펙으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경험을 직감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순간에 형성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단순히 성공 법칙을 다룬 책이 아니라,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도 자신을 믿고 직감을 따르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모든 이들에게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내는 메시지로 읽혔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뇌의 사생활 - 이토록 게으르고 생각보다 엉뚱한 프린키피아 6
알베르 무케베르 지음, 이정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알베르 무케베르의 『뇌의 사생활』은 우리가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얼마나 깊이 자기 뇌에 속으며 살아가는지 보여주는 책이었습니다. 저자는 인간의 이성이 언제나 합리적으로 작동한다는 오래된 믿음을 해체하고, 우리의 판단이 감정과 욕구, 기대, 그리고 수많은 인지 편향에 의해 조용히 왜곡되고 있음을 설득력 있게 드러냅니다. 책을 읽는 내내 스스로 “나는 꽤 이성적인 편”이라고 믿어온 확신이 조금씩 흔들리면서, 나의 생각을 신뢰한다는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되묻게 되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뇌가 거짓말을 하는 이유를 단순히 결함이나 오류로 보지 않고, 일종의 생존 전략이자 ‘다정한 거짓말’로 해석하는 시각이었습니다. 뇌는 불확실성과 복잡성을 그대로 견디기보다, 세상을 단순하게 정리해주는 편리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이 틀렸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옳다고 우기고, 사소한 단서 하나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며, 근거가 빈약한데도 확신을 키워나갑니다. 이 책은 그런 현상을 비난하기보다, 인간 뇌가 가진 기본적인 작동 원리로 이해하게 하면서 스스로를 지나치게 책망하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동시에 그러한 ‘다정한 거짓말’이 관계를 망치고 현실 인식을 흐릴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짚으면서, 그 위험성을 직시하게 합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개념 가운데 특히 마음에 남은 것은 메타인지였습니다. 뇌의 자동적 작동을 완전히 멈출 수는 없지만, 그 자동적 사고에 무조건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는 힘이 바로 “내가 지금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자각하는 능력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정말 그럴까?”, “내가 지금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단순한 행위가, 생각보다 강력한 탈출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은 일상에 바로 적용 가능한 실천법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책을 읽은 후에는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지거나 확신이 치솟을 때, 예전보다 한 박자 늦춰서 스스로의 판단 과정을 바라보려는 노력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이 책은 우리가 왜 가짜 정보와 가짜 뉴스에 반복해서 속아 넘어가는지도 설득력 있게 설명합니다. 단순히 미디어 환경이나 교육 수준의 문제로 돌리는 대신, 뇌가 인지 부하를 줄이고자 빠른 결론과 익숙한 해석을 선호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즉, 가짜 정보에 쉽게 속는 것은 ‘어리석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불확실한 세상에서 에너지를 절약하려는 뇌의 진화적 전략과도 연결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을 접하고 나니, 다른 사람의 잘못된 믿음을 단순히 비판하기보다, 그 이면에 있는 보편적인 뇌의 메커니즘을 떠올리게 되었고,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덜 공격적으로 변했습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뇌의 한계를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뇌가 어떤 습관적 왜곡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할수록,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강조합니다. 뇌를 ‘통제해야 할 문제적 존재’가 아니라, 이해하고 조율해서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할 파트너’로 바라보게 만드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느꼈습니다. 뇌를 적으로 돌리는 순간 자기혐오와 체념으로 빠져들기 쉽지만, 뇌를 동료로 대할 때 비로소 변화의 가능성이 열린다는 통찰은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뇌의 사생활』은 뇌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에도, 어려운 수식이나 전문 용어를 늘어놓기보다는 일상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봤을 만한 사례들로 내용을 풀어냅니다. 덕분에 책을 읽는 과정이 학술서 공부가 아니라,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행동을 다시 해석해보는 흥미로운 관찰 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사소한 실수나 부끄러운 행동을 떠올리며 “그때 내 뇌는 왜 그렇게 작동했을까”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스스로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총평하자면, 이 책을 덮고 난 뒤 가장 크게 남은 감정은, 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체념이 아니라 인간 인지의 복잡성과 매력에 대한 경이로움이었습니다. 뇌의 오류를 알게 되었기에 더 조심스러워졌고, 동시에 그런 불완전함을 끌어안은 채로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더 흥미롭고 사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앞으로도 완벽하게 이성적인 사람으로 살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자기 생각을 절대적 진리로 믿기보다, 언제든 수정 가능한 가설로 대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림의 과학 - 과학자가 풀어 주는 전통 문화의 멋과 지혜
이재열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림의 과학’은 전통 살림살이에 깃든 과학 원리를 차분하게 풀어내면서, 일상이 얼마나 정교한 지식 위에 서 있는지 새삼 깨닫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특히 미생물학자의 시선으로 부엌과 안방, 대청과 마당을 바라보는 구성이 인상적이어서, 평범한 집 안 풍경이 실험실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책은 오래된 시골집의 문이 삐걱 열리는 장면처럼, 집 구조를 따라가며 이야기를 풀어놓는 방식으로 짜여 있습니다. 1부 집, 2부 부엌, 3부 안방, 4부 대청, 5부 사랑채, 6부 마당으로 이어지는 흐름 덕분에 독자는 집 안을 걸어 다니듯 각 공간의 살림살이를 차례로 만나게 됩니다. 이렇게 공간을 축으로 서사를 엮어 나가는 방식은 전통문화를 단편적인 풍속이 아니라 살아 있는 시스템으로 이해하게 해 줍니다.



저자는 미생물학자라는 자신의 전공을 바탕으로, 그릇 하나, 선반 하나에도 숨어 있는 과학을 집요하게 포착합니다. 음식을 익히는 조리법과 미생물의 침입을 막는 저장법이 사실은 한 뿌리에서 나왔다는 설명은 전통 요리법을 단순한 ‘옛날 방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 다시 보게 합니다. 조상들이 선택했던 토기·도기·자기의 재질과 구조, 숨 쉬는 그릇과 숨을 막는 그릇의 차이를 풀어내는 대목에서는, 눈앞에 있는 식기들이 갑자기 과학적 도구로 변하는 느낌이 듭니다.



부엌과 장독대, 술과 식초, 김치와 장아찌에 대한 이야기는 특히 흥미롭습니다. 집집마다 다르게 담가 먹던 술과 식초, 동치미와 오이지, 여러 가지 김치에 담긴 미생물의 작용과 발효 환경을 설명하면서, 저자는 전통 레시피가 곧 실험의 축적이었음을 보여 줍니다. 온도, 통풍, 일조량, 염도, 용기의 재질과 모양 등 현대 공정관리에서 중요하게 보는 요소들이 이미 전통 살림살이 속에서 섬세하게 조절되고 있었다는 점이 인상에 오래 남습니다.





집 구조를 다루는 부분에서는 부엌, 안방, 대청, 사랑채, 마당이 단순한 동선이 아니라 에너지와 물질의 흐름을 조절하는 장치로 다가옵니다. 아궁이와 온돌이 난방과 조리를 동시에 해결하는 효율적인 발명품이라는 설명, 햇빛과 바람을 고려한 대청과 마당의 설계는 전통 한옥이 단지 정서적 공간이 아니라 치밀한 생활과학의 산물임을 드러냅니다. 또한 전통 온실과 한지를 다루는 장에서는 농업과 건축에서도 과학적 실험과 최적화가 끊임없이 시도되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대 연구 성과와도 연결고리를 만든다는 데 있습니다. 저자는 역사, 민속, 건축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젊은 연구자들이 수행한 최신 연구 사례를 소개하며, 전통 살림살이가 여전히 실험과 응용의 자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전통의 지혜를 ‘옛것’으로 박제하지 않고, 오늘의 과학과 대화시키려는 태도가 책 전체에 일관되게 흐릅니다.



독자로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살림이 단지 집을 관리하는 노동이 아니라 과학적 사고와 긴밀히 연결된 지식 활동이었다는 사실입니다. 현대의 편리한 도구와 전자제품 속에서 살다 보면 과거의 살림은 비효율적이고 고단했을 것이라 쉽게 단정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안에 담긴 치밀한 판단과 실험정신이 오히려 지금보다 더 섬세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과 기후, 재료의 성질을 몸으로 체득해 온 경험이야말로, 오늘날 데이터와 이론으로 재해석할 만한 소중한 자산처럼 느껴집니다.




또한 책을 읽는 내내, ‘살림’과 ‘과학’이 서로 동떨어진 영역이 아니라는 깨달음이 차분하게 스며들었습니다. 과학은 실험실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밥을 짓고 장을 담그고 집을 짓는 손길 안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수행되어 왔다는 관점이 인식의 지평을 넓혀 줍니다. 덕분에 일상 속 사소한 행위들도 원리와 이유를 가진 의미 있는 선택으로 보이기 시작했고, 앞으로 무언가를 할 때 ‘왜 이런 방식일까’라는 질문을 더 자주 던지게 될 것 같습니다.



총평하자면, ‘살림의 과학’은 전통문화에 대한 향수나 미화에 머무르지 않고, 전통 속 지혜를 차분히 검증하고 재해석하는 시도를 통해 오늘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책입니다. 집과 살림살이를 바라보는 과학자의 시선은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만들고, 동시에 그 낯섦을 통해 새로운 이해와 존중을 끌어냅니다. 책을 덮으며 전통 살림을 단지 과거의 유물로 바라보는 태도에서 한 걸음 물러나, 그 속에 숨은 과학과 지혜를 현재의 언어로 다시 읽어 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림의 과학 - 과학자가 풀어 주는 전통 문화의 멋과 지혜
이재열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통 살림살이에 깃든 과학 원리를 차분하게 풀어내면서, 일상의 정교한 지식을 알려주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부회계관리제도’ 미로 탈출기
임방진.김승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내부회계관리제도 미로 탈출기』는 이름 그대로 “복잡하고 부담스러운 내부회계관리제도”라는 미로에 갇힌 실무자와 경영진이, 어떻게 현실적으로 길을 찾아 나올 수 있을지를 이야기 형식으로 안내하는 책입니다. 외부감사법 개정 이후 상장사 전 구간으로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가 확대되면서, 많은 회사들이 뒤늦게 매뉴얼을 떼어 오고 컨설팅 보고서를 쌓아두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이걸 도대체 어떻게 실제 업무에 녹여야 하지?”라는 난맥상을 겪어 왔습니다. 이 책은 그런 현실을 날것으로 보여주면서, 형식적 제도가 아닌 “실제로 작동하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을 단계별로 보여주는 실전형 안내서였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저자들이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서류 작업’이 아니라 “회사가 일하는 방식을 설계하는 일”로 정의한다는 부분이었습니다. 1장에서는 제도의 법적 배경과 기본 개념을 아주 쉽게 설명해 주는데, 내부회계관리제도란 결국 재무제표가 왜곡될 만한 위험요소를 미리 식별하고, 그 위험을 예방·탐지하기 위한 통제를 프로세스 속에 심어 놓는 장치라는 사실을 반복해서 강조합니다. 단순히 외부감사 대비용으로 문서를 맞추는 작업이 아니라, 회사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는 설명을 읽으며, 제도를 ‘규제’가 아니라 ‘회사 스스로를 지키는 보험’으로 보는 관점 전환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장과 3장은 “현황진단”과 “재무보고 위험 식별”을 다루는데, 여기서부터 이 책의 진가가 드러납니다. 저자들은 많은 회사가 “예전에 외주 줬던 그 매뉴얼 그대로 써도 될까요?”라는 질문을 한다고 지적하면서, 과거 문서를 복붙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제도가 살아 움직일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대신 각 회사의 실제 결산·재무보고 프로세스를 직접 그려보고, 유의한 계정과목과 경영자의 주장(존재, 완전성, 평가, 권리와 의무, 표시와 공시)을 기준으로 위험을 식별하라고 안내합니다. 이 과정에서 “통제는 서류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업무 흐름 속에서 시작된다”는 문장이 깊이 남았습니다. 매출 인식, 비용 처리, 재고·고정자산, 인사·급여 등 주요 프로세스를 하나하나 점검하다 보면,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업무 관행 속에 위험이 얼마나 많이 숨어 있었는지 깨닫게 됩니다.





4장과 5장은 내부통제를 실제로 (재)설계하고 문서화하는 과정을 다룹니다. 저자들은 COSO 프레임워크의 5대 요소(통제환경, 위험평가, 통제활동, 정보·커뮤니케이션, 모니터링)를 설명하면서, 전사수준통제(윤리·조직문화·권한체계)부터 업무수준통제(승인·대사·분장·접근통제 등)까지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보여줍니다. 특히 “통제는 통제항목 리스트를 나열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실제 프로세스 위에 얹혀 있어야 한다”는 부분이 실무적인 감각을 잘 담고 있습니다. 계약 검토 및 수주관리, 매출·외상매출금 관리, 구매·지출·자산관리 등 각 업무별로 어떤 통제를 설계하고, 어떤 증빙을 남겨야 하는지의 예시가 풍부해, 이론서에서 느끼기 어려운 현실감이 있었습니다.



6장과 7장은 설계한 통제가 제대로 설계되었는지, 그리고 실제로 운영되는지를 검증하는 단계—Walk-through Test와 운영평가—를 다룹니다. Walk-through 테스트를 통해 거래가 실제로 발생한 흔적을 처음부터 끝까지 추적하면서, 설계한 통제가 그 흐름 안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상세히 설명합니다. 이어서 “운영 증빙이 없다면, 통제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는 조언과 함께, 서명·결재·로그·보고서 등 어떤 증빙이 필요한지, 중간평가와 연말평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도 알려줍니다.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가 더 이상 형식적 설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운영 여부를 중점적으로 보는 만큼, 이 장은 실무자에게 특히 유익한 부분이라고 느꼈습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공감했던 문장은, “있는 척만 하는 제도 말고, 실제로 돌아가는 제도를 만들자”는 메시지였습니다. 많은 조직에서 내부회계관리제도는 ‘감사에 보여주기 위한 서류 작업’으로만 인식되어 왔고, 그 결과 현장의 피로감만 커진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자들은 현장의 언어로, 실제 회사 사례를 바탕으로, 이 제도를 “내부통제의 미로”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는 기회”로 바꾸자고 제안합니다. 문서화의 수준, 책임자 지정, IT 통제(ITGC)와 업무 통제의 연계, 부정 방지 프로그램 등 그동안 막연하게 느껴졌던 영역들을 차근차근 풀어 줌으로써,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분명히 보여주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총평하자면, 《내부회계관리제도 미로 탈출기》는 회계·재무·내부감사·IT 담당자뿐 아니라, 경영진과 현업 관리자까지 함께 읽어야 할 책입니다. 제도의 본질을 이해하고 나면, 내부회계관리제도는 단지 규제 준수의 대상이 아니라, 회사의 신뢰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핵심 시스템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집니다. 복잡한 법규와 감사 기준 사이에서 길을 잃은 실무자라면, 이 책을 통해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길잡이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형식과 실질 사이, 규제와 실무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든 기업에게, 이 책은 제도라는 미로를 함께 탈출하게 해 주는 든든한 안내서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