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중용 필사책
공자.자사 지음, 최종엽 편저 / 유노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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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이 책은 《논어 중용 필사책》이라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단순한 필사 노트가 아니라, 고전의 정신을 손끝으로 새기며 마음을 다스리는 한 편의 정신 수양서로 느껴졌습니다. 저자 최종엽은 단순히 ‘논어’와 ‘중용’의 문장을 옮겨 적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행위를 통해 독자가 스스로 삶의 중심을 찾아가도록 안내합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붓이나 펜 끝으로 사유를 함께 새겨 넣는 듯한 감각이 들었고, 읽는 시간 자체가 곧 사색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배움의 형식’을 굳이 강요하지 않는 점에 있습니다. 최근의 고전 해설서들은 친절하게 풀이를 붙이고 사례를 제시하지만, 최종엽의 필사책은 오히려 여백을 제공합니다. 그 여백 속에서 스스로 문장의 뜻을 곱씹으며, 지금의 내 삶과 겹쳐 보게 됩니다. ‘온기 없는 지식이 아닌 살아 있는 글’을 손으로 되새기는 구조가 오히려 더 깊은 내면의 울림을 주었습니다. 특히 논어의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주제 의식이 이 책의 전반을 관통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쓰는 행위가 바로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며, 기쁨은 그 속에서 자연스레 피어납니다.



또한 이 책은 ‘중용’의 정신을 삶의 균형감으로 풀어내는 점에서 특별했습니다. ‘극단을 피하고 중도를 지킨다’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일상의 언행과 판단 속에서 어떤 중용이 가능한지를 스스로 묻도록 합니다. 필사를 하며 한 글자씩 써 내려가다 보면, 문장의 무게가 손끝을 통해 가슴으로 전해집니다. 행동을 재촉하던 마음이 점차 느려지고, 생각이 깊어지며, 문장 속에 담긴 선인들의 호흡이 들리는 듯했습니다. 요즘처럼 빠르고 즉각적인 시대에, 글씨를 쓰며 스스로의 내면을 되돌아보는 시간은 오히려 치유의 과정으로 다가왔습니다.





저자는 책 전반에서 ‘정성’이라는 키워드를 잔잔히 강조합니다. 논어의 핵심이 인(仁)과 예(禮)에 있다면, 그것을 실천하는 첫걸음은 마음가짐의 정성입니다. 필사라는 행위는 단순히 문장을 베끼는 것이 아니라 ‘정성의 연습’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글자를 흘려 쓰면 문장 또한 쉽게 흘러가 버리지만, 마음을 모아 정자로 써 내려가면 그 한 획 한 획이 마음의 결을 닮게 됩니다. 이렇게 자신을 맑히는 훈련은 결국 논어와 중용이 전하고자 한 인간됨의 길과 연결됩니다.



읽는 내내 느낀 것은, 이 책이 현대 독자에게 ‘고전의 언어를 자기 언어로 되살리는 통로’라는 점이었습니다. 단순히 옛 성인의 말씀을 감상하는 차원이 아니라, 그 뜻을 직접 몸으로 새기게 하는 구조를 통해 배움의 진정한 의미를 되찾게 합니다. 특히 ‘중용’의 문장을 필사할 때는 유교적 가치가 단순히 윤리적 규범이 아니라 인간 내부의 평형 감각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지나친 감정이나 판단에서 벗어나 ‘적정한 마음의 무게’를 유지하려는 노력은 곧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태도입니다.





총평하자면, 《논어 중용 필사책》은 고전을 읽는 새로운 방식의 제안서입니다. 책을 덮을 때쯤이면 마음 한편이 한결 단정해지고, 말과 행동에 여백이 생깁니다. 손이 따라간 문장이 곧 마음의 근육이 되어, 세상의 소리에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만들어 줍니다. 선현의 말씀을 손끝으로 다시 쓰며, 자신과 세계를 가다듬는 일은 단순한 필사 이상의 경험이었습니다. 이 책은 서두르지 않고 자신을 다지는 법, 그리고 고전이 여전히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는 이유를 조용히 일깨워주는 귀한 안내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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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하는 공부는 시스템이다 - 초단기 합격의 신이 알려주는 5가지 절대 법칙
이형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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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이형재 작가의 『합격하는 공부는 시스템이다』는 공부의 본질을 완전히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이 책은 “열심히 한다고 반드시 합격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냉정한 현실 인식 위에서, 성공적인 공부의 핵심이 ‘의지나 끈기’가 아니라 ‘시스템의 구축’에 있음을 강조합니다. 작가 이형재는 자신의 풍부한 강의 경험과 실제 합격자들의 학습 사례를 바탕으로, 누구나 성적을 올릴 수 있는 구조적 공부법을 제시합니다. 이를 통해 공부를 감정이나 운의 영역에서 벗어나, 논리적이고 재현 가능한 과정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책의 핵심 메시지는 “합격하는 사람은 시스템으로 공부한다”입니다. 작가는 공부를 단순히 ‘열심히’ 하는 행위가 아니라,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하나의 프로그램처럼 설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즉, 합격이라는 결과는 의지의 총량이 아니라 시스템의 품질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그는 공부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합격할 때까지의 전 과정을 일종의 ‘시스템 설계 프로젝트’로 보며, 목표 설정, 일정 관리, 피드백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체계화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이 과정에서 ‘의지력 절약’이라는 개념이 인상 깊습니다. 작가는 인간의 의지력은 유한하기 때문에, 공부를 지속하려면 의지에 의존하기보다 시스템이 자동적으로 돌아가게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결국 공부가 습관화되고, 습관이 다시 성과를 만들어내는 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이형재 작가는 스스로를 포함해 수많은 합격자들의 사례를 분석하면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공부 시스템의 특징을 정리합니다. 그중 가장 중요하게 언급되는 것은 ‘루틴의 고정’입니다. 매일 공부하는 시간, 장소, 순서를 일정하게 유지하면, 공부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 잡는다는 것입니다. 또한 작가는 ‘공부 기록 관리’의 중요성도 강조합니다. 자신의 공부량과 집중도를 객관적으로 기록함으로써 학습 과정을 시각화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런 접근은 공부를 감정적 판단이 아닌 데이터 기반의 피드백 과정으로 만들어 줍니다.






책의 또 다른 강점은 ‘마음 관리’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입니다. 작가는 공부를 하다 보면 누구나 찾아오는 불안, 무기력, 포기 충동을 단순히 ‘마음이 약해서’라고 설명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런 감정조차 시스템의 일부로 관리할 것을 제안합니다. 예를 들어 집중이 흐트러지는 날에는 복습 위주의 루틴으로 전환하거나, 미리 정해둔 ‘회복 루틴’을 가동해 리듬을 되찾는 식입니다. ‘감정의 자동조절’ 역시 시스템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로 다루어진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이형재 작가의 문체는 매우 간결하고 실질적입니다. 불필요한 추상적 표현 없이, 실제 공부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그는 공부법을 단순히 이론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왜 그런 방법이 효과적인지를 인지심리학, 뇌과학, 행동경제학의 원리를 통해 설득력 있게 뒷받침합니다. 이를 통해 책은 단순한 자기계발서의 차원을 넘어, 과학적으로 검증된 학습 시스템 매뉴얼로 읽힙니다.



특히 “결심은 사라지고, 구조만 남는다”는 문장은 이 책의 핵심 사상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인간의 감정은 변덕스럽지만, 시스템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렇기에 합격하는 학생은 ‘오늘은 의욕이 있다’가 아니라 ‘오늘도 시스템이 작동한다’라는 상태를 만들어 놓은 사람입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이 개념은 공부뿐 아니라 일, 자기계발, 목표 달성 전반에도 적용할 수 있는 강력한 사고방식으로 느껴졌습니다.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은, 공부를 ‘열정의 산물’로만 여기던 기존의 인식이 얼마나 비효율적인가를 자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작가는 노력보다 구조, 감정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 말은 공부뿐 아니라 삶에서도 그대로 통하는 진리입니다. 의지력의 힘을 믿는 대신 환경과 시스템을 설계하면, 스스로를 조종할 필요 없이 성장의 흐름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를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가 되게 만드는 법”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한 문장이 책 전체의 방향성을 가장 잘 요약한다고 생각합니다.



총평하자면, 『합격하는 공부는 시스템이다』는 단순한 공부법 책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기 관리의 철학이자, 효율적인 삶을 설계하기 위한 사고의 틀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작가 이형재는 합격이 운과 재능의 결과가 아니라,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필연적 결과라고 말하며 독자를 설득합니다. 책을 덮은 후, 공부를 대하는 제 태도 역시 바뀌었습니다. 이제 의지를 다잡기보다 시스템을 점검합니다. 루틴이 무너질 때 의욕도 사라진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반대로 루틴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성과가 따라온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이 책은 그런 변화의 출발점이 되어 주는 실용적 지침서이자, 인간이라는 복잡한 존재를 시스템적으로 성장시키는 철학적 안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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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감의 힘 - 촉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로라 후앙 지음, 김미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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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로라 후앙의 『직감의 힘』은 현대 사회에서 성공을 좌우하는 요인이 단순한 능력이나 노력만이 아님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책입니다. 저자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교수로서, 수많은 기업가와 리더들을 연구한 결과 ‘편견’이라는 불가피한 사회적 현실 속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는 법을 제시합니다. 이 책은 단순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인간의 불평등한 환경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그 안에서 자신이 가진 약점을 새로운 기회로 전환시키는 실질적 전략을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먼저 사회가 얼마나 불공정하게 돌아가는지를 솔직히 인정합니다. 우리는 흔히 ‘능력주의’나 ‘공정경쟁’을 강조하지만, 실제로 사람의 성공에는 보이지 않는 편견과 인상이 크게 작용합니다. 같은 실력을 갖추고 있어도, 누군가는 “호감형”이기에 더 나은 평가를 받고, 또 누군가는 외모나 말투, 배경 때문에 과소평가됩니다. 후앙은 이러한 현실을 부정하거나 회피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편견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것을 역이용함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이를 “에지(edge)”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에지는 단순히 경쟁 우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불리한 여건조차 전략적으로 활용해 자신만의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말합니다.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다루는 대목입니다. 저자는 약점을 감추기보다 드러내되, 그것을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으로 해석해 보여주는 태도를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내성적인 사람이라면 그것이 부족함이 아니라 깊이 있는 통찰력의 원천임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혹은 이민자 출신이라면 언어적 한계를 인정하면서 동시에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후앙은 ‘세상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보다 ‘내가 나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출 것을 권합니다. 이는 단순한 이미지 조작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와 정체성을 스스로 재해석하는 과정입니다.






책 전반에는 작가의 연구자다운 꼼꼼함과 동시에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각이 함께 녹아 있습니다. 그녀는 통계와 실험, 경영 컨설팅 현장에서 얻은 실제 사례를 결합하여, 이론이 아닌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로 독자에게 말을 겁니다. 실리콘밸리의 창업가, 세계적인 기업의 임원, 혹은 사회적 편견에 맞선 개인의 사례들은 모두 설득력 있게 독자를 이끕니다. 특히 “직감”의 의미를 단순한 감정적 충동이 아닌, 경험과 통찰이 결합된 ‘정교한 판단력’으로 재정의한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후앙은 우리가 사회적 복잡함 속에서 순간적인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그 판단은 결코 비합리적인 것이 아니라, 오랜 경험과 맥락이 스며든 지능적인 반응이라고 설명합니다. 즉, 직감이야말로 삶의 불확실성 속에서 인간이 쌓아온 ‘감정적 지혜’라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성공은 완벽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표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입니다. 세상은 결코 공평하지 않지만, 그 안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길을 여는 사람들은 존재합니다. 그들은 불리함에 주저앉지 않고, 그것을 오히려 자신만의 색깔로 바꾸어냅니다. 로라 후앙이 말하는 ‘직감의 힘’은 이런 자기 인식과 자기 서사의 힘에서 비롯됩니다. 타인의 평가에 종속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을 정의하는 능력—그것이 진정한 에지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총평하자면, 『직감의 힘』은 “세상을 바꾸기보다, 세상 속에서 자신을 새롭게 정의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냉정하면서도 실질적인 조언입니다. 우리는 늘 공정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살아가지만, 후앙은 그 안에서도 에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 에지는 타인을 모방하거나 숫자화된 스펙으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경험을 직감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순간에 형성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단순히 성공 법칙을 다룬 책이 아니라,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도 자신을 믿고 직감을 따르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모든 이들에게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내는 메시지로 읽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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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사생활 - 이토록 게으르고 생각보다 엉뚱한 프린키피아 6
알베르 무케베르 지음, 이정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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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알베르 무케베르의 『뇌의 사생활』은 우리가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얼마나 깊이 자기 뇌에 속으며 살아가는지 보여주는 책이었습니다. 저자는 인간의 이성이 언제나 합리적으로 작동한다는 오래된 믿음을 해체하고, 우리의 판단이 감정과 욕구, 기대, 그리고 수많은 인지 편향에 의해 조용히 왜곡되고 있음을 설득력 있게 드러냅니다. 책을 읽는 내내 스스로 “나는 꽤 이성적인 편”이라고 믿어온 확신이 조금씩 흔들리면서, 나의 생각을 신뢰한다는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되묻게 되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뇌가 거짓말을 하는 이유를 단순히 결함이나 오류로 보지 않고, 일종의 생존 전략이자 ‘다정한 거짓말’로 해석하는 시각이었습니다. 뇌는 불확실성과 복잡성을 그대로 견디기보다, 세상을 단순하게 정리해주는 편리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이 틀렸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옳다고 우기고, 사소한 단서 하나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며, 근거가 빈약한데도 확신을 키워나갑니다. 이 책은 그런 현상을 비난하기보다, 인간 뇌가 가진 기본적인 작동 원리로 이해하게 하면서 스스로를 지나치게 책망하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동시에 그러한 ‘다정한 거짓말’이 관계를 망치고 현실 인식을 흐릴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짚으면서, 그 위험성을 직시하게 합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개념 가운데 특히 마음에 남은 것은 메타인지였습니다. 뇌의 자동적 작동을 완전히 멈출 수는 없지만, 그 자동적 사고에 무조건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는 힘이 바로 “내가 지금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자각하는 능력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정말 그럴까?”, “내가 지금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단순한 행위가, 생각보다 강력한 탈출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은 일상에 바로 적용 가능한 실천법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책을 읽은 후에는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지거나 확신이 치솟을 때, 예전보다 한 박자 늦춰서 스스로의 판단 과정을 바라보려는 노력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이 책은 우리가 왜 가짜 정보와 가짜 뉴스에 반복해서 속아 넘어가는지도 설득력 있게 설명합니다. 단순히 미디어 환경이나 교육 수준의 문제로 돌리는 대신, 뇌가 인지 부하를 줄이고자 빠른 결론과 익숙한 해석을 선호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즉, 가짜 정보에 쉽게 속는 것은 ‘어리석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불확실한 세상에서 에너지를 절약하려는 뇌의 진화적 전략과도 연결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을 접하고 나니, 다른 사람의 잘못된 믿음을 단순히 비판하기보다, 그 이면에 있는 보편적인 뇌의 메커니즘을 떠올리게 되었고,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덜 공격적으로 변했습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뇌의 한계를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뇌가 어떤 습관적 왜곡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할수록,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강조합니다. 뇌를 ‘통제해야 할 문제적 존재’가 아니라, 이해하고 조율해서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할 파트너’로 바라보게 만드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느꼈습니다. 뇌를 적으로 돌리는 순간 자기혐오와 체념으로 빠져들기 쉽지만, 뇌를 동료로 대할 때 비로소 변화의 가능성이 열린다는 통찰은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뇌의 사생활』은 뇌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에도, 어려운 수식이나 전문 용어를 늘어놓기보다는 일상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봤을 만한 사례들로 내용을 풀어냅니다. 덕분에 책을 읽는 과정이 학술서 공부가 아니라,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행동을 다시 해석해보는 흥미로운 관찰 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사소한 실수나 부끄러운 행동을 떠올리며 “그때 내 뇌는 왜 그렇게 작동했을까”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스스로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총평하자면, 이 책을 덮고 난 뒤 가장 크게 남은 감정은, 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체념이 아니라 인간 인지의 복잡성과 매력에 대한 경이로움이었습니다. 뇌의 오류를 알게 되었기에 더 조심스러워졌고, 동시에 그런 불완전함을 끌어안은 채로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더 흥미롭고 사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앞으로도 완벽하게 이성적인 사람으로 살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자기 생각을 절대적 진리로 믿기보다, 언제든 수정 가능한 가설로 대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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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의 과학 - 과학자가 풀어 주는 전통 문화의 멋과 지혜
이재열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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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의 과학’은 전통 살림살이에 깃든 과학 원리를 차분하게 풀어내면서, 일상이 얼마나 정교한 지식 위에 서 있는지 새삼 깨닫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특히 미생물학자의 시선으로 부엌과 안방, 대청과 마당을 바라보는 구성이 인상적이어서, 평범한 집 안 풍경이 실험실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책은 오래된 시골집의 문이 삐걱 열리는 장면처럼, 집 구조를 따라가며 이야기를 풀어놓는 방식으로 짜여 있습니다. 1부 집, 2부 부엌, 3부 안방, 4부 대청, 5부 사랑채, 6부 마당으로 이어지는 흐름 덕분에 독자는 집 안을 걸어 다니듯 각 공간의 살림살이를 차례로 만나게 됩니다. 이렇게 공간을 축으로 서사를 엮어 나가는 방식은 전통문화를 단편적인 풍속이 아니라 살아 있는 시스템으로 이해하게 해 줍니다.



저자는 미생물학자라는 자신의 전공을 바탕으로, 그릇 하나, 선반 하나에도 숨어 있는 과학을 집요하게 포착합니다. 음식을 익히는 조리법과 미생물의 침입을 막는 저장법이 사실은 한 뿌리에서 나왔다는 설명은 전통 요리법을 단순한 ‘옛날 방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 다시 보게 합니다. 조상들이 선택했던 토기·도기·자기의 재질과 구조, 숨 쉬는 그릇과 숨을 막는 그릇의 차이를 풀어내는 대목에서는, 눈앞에 있는 식기들이 갑자기 과학적 도구로 변하는 느낌이 듭니다.



부엌과 장독대, 술과 식초, 김치와 장아찌에 대한 이야기는 특히 흥미롭습니다. 집집마다 다르게 담가 먹던 술과 식초, 동치미와 오이지, 여러 가지 김치에 담긴 미생물의 작용과 발효 환경을 설명하면서, 저자는 전통 레시피가 곧 실험의 축적이었음을 보여 줍니다. 온도, 통풍, 일조량, 염도, 용기의 재질과 모양 등 현대 공정관리에서 중요하게 보는 요소들이 이미 전통 살림살이 속에서 섬세하게 조절되고 있었다는 점이 인상에 오래 남습니다.





집 구조를 다루는 부분에서는 부엌, 안방, 대청, 사랑채, 마당이 단순한 동선이 아니라 에너지와 물질의 흐름을 조절하는 장치로 다가옵니다. 아궁이와 온돌이 난방과 조리를 동시에 해결하는 효율적인 발명품이라는 설명, 햇빛과 바람을 고려한 대청과 마당의 설계는 전통 한옥이 단지 정서적 공간이 아니라 치밀한 생활과학의 산물임을 드러냅니다. 또한 전통 온실과 한지를 다루는 장에서는 농업과 건축에서도 과학적 실험과 최적화가 끊임없이 시도되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대 연구 성과와도 연결고리를 만든다는 데 있습니다. 저자는 역사, 민속, 건축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젊은 연구자들이 수행한 최신 연구 사례를 소개하며, 전통 살림살이가 여전히 실험과 응용의 자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전통의 지혜를 ‘옛것’으로 박제하지 않고, 오늘의 과학과 대화시키려는 태도가 책 전체에 일관되게 흐릅니다.



독자로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살림이 단지 집을 관리하는 노동이 아니라 과학적 사고와 긴밀히 연결된 지식 활동이었다는 사실입니다. 현대의 편리한 도구와 전자제품 속에서 살다 보면 과거의 살림은 비효율적이고 고단했을 것이라 쉽게 단정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안에 담긴 치밀한 판단과 실험정신이 오히려 지금보다 더 섬세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과 기후, 재료의 성질을 몸으로 체득해 온 경험이야말로, 오늘날 데이터와 이론으로 재해석할 만한 소중한 자산처럼 느껴집니다.




또한 책을 읽는 내내, ‘살림’과 ‘과학’이 서로 동떨어진 영역이 아니라는 깨달음이 차분하게 스며들었습니다. 과학은 실험실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밥을 짓고 장을 담그고 집을 짓는 손길 안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수행되어 왔다는 관점이 인식의 지평을 넓혀 줍니다. 덕분에 일상 속 사소한 행위들도 원리와 이유를 가진 의미 있는 선택으로 보이기 시작했고, 앞으로 무언가를 할 때 ‘왜 이런 방식일까’라는 질문을 더 자주 던지게 될 것 같습니다.



총평하자면, ‘살림의 과학’은 전통문화에 대한 향수나 미화에 머무르지 않고, 전통 속 지혜를 차분히 검증하고 재해석하는 시도를 통해 오늘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책입니다. 집과 살림살이를 바라보는 과학자의 시선은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만들고, 동시에 그 낯섦을 통해 새로운 이해와 존중을 끌어냅니다. 책을 덮으며 전통 살림을 단지 과거의 유물로 바라보는 태도에서 한 걸음 물러나, 그 속에 숨은 과학과 지혜를 현재의 언어로 다시 읽어 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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