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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 - 글이 책이 되기까지, 작가의 길로 안내하는 책 쓰기 수업
임승수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임승수)는 “책을 한 권 쓰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실제로 한 줄 한 줄 써 내려가 출간까지 이르게 하는 전 과정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책 쓰기 안내서입니다. 공대 출신이자 마르크스 <자본론>을 읽고 인생의 노선을 바꿔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선 저자가, 20년 동안 몸으로 부딪치며 쌓은 글쓰기·출판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놓았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글쓰기의 낭만만을 강조하지도, 기술적인 요령만을 늘어놓지도 않고, “나의 어떤 부분이 남에게 쓸모 있는 책이 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읽는 내내 ‘작가가 된다는 것’의 의미부터, 글 쓰는 삶의 현실과 기쁨, 그리고 독자와의 관계까지 차분히 돌아보게 됩니다.

책의 초반부에서 저자는 먼저 “작가가 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작가란 그저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통해 누군가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책쓰기의 출발점은 “어떻게 잘 쓸까?”가 아니라 “왜 쓰는가?”, “나의 무엇이 남에게 쓸모 있을까?”라는 질문이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대목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도 언젠가 책을 쓰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하면서도, 정작 내 삶의 어느 부분이 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깊이 고민해본 적이 많지 않았다는 사실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저자는 화려한 문장력보다 자신의 경험·사유·삶의 노선을 솔직하게 꺼내놓는 태도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내 인생에서 무엇을 꺼내야 책이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짚어주는 부분이었습니다. 누구나 자기 삶이 특별하지 않다고 느끼지만, 저자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특별한 관점”이 책이 된다고 말합니다. 같은 직장·육아·투자·공부 경험이라도, 그 안에서 스스로 던진 질문과 깨달음, 시행착오를 통해 얻어낸 통찰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책의 재료가 된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남들보다 화려한 스펙이나 드라마틱한 사건이 아니라, 평범한 경험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정리하는 힘이라는 말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나만 겪은 극적인 이야기’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겪지만 말하지 못한 경험’을 대신 언어로 풀어내는 것 역시 작가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설명도 깊게 남았습니다.

이 책은 실제 글쓰기의 기술과 구조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다룹니다. 한 편의 글을 어떻게 시작하고, 독자가 자연스럽게 따라오도록 구조를 짜며, 어디에서 예시와 비유를 넣어야 이해가 쉬운지, 그리고 자신만의 관점을 문장에 스며들게 하는 법까지, 저자가 실제로 사용해 온 방법들이 구체적으로 제시됩니다. “A4 용지 70~100장을 채우면 한 권의 책이 된다”는 말처럼, 책 분량을 숫자로 환산해 보여주고, 목차를 먼저 만들고 각 목차를 작은 글로 나누어 쓰는 방식 등, 실천 가능한 단계들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글이 막힐 때 작가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어떻게 다시 쓰고 버리고 고치는지, 마치 영업 비밀을 털어놓듯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도 인상 깊었습니다. 글쓰기를 “재능”이라 생각하며 망설였던 독자에게 “훈련과 구조”를 통해 충분히 접근할 수 있는 일이라는 용기를 주는 부분입니다.
또한 이 책의 큰 장점은, 원고 완성 이후의 현실적인 과정을 포괄적으로 다룬다는 점입니다. 투고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출판사와 연락을 주고받을 때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계약서에서 저자가 꼭 확인해야 할 조항은 무엇인지, 제목과 부제는 어떻게 지어야 독자의 눈길을 끄는지 등, 출판의 실제 현장을 생생한 에피소드와 함께 알려줍니다. 책값 18,000원짜리가 몇 권 팔려야 얼마의 인세가 들어오는지 냉정하게 계산해주는 부분에서는, 글쓰기의 경제적 현실도 피하지 않는 저자의 태도가 오히려 신뢰를 주었습니다. 출간 이후 홍보의 어려움, 작가가 직접 발로 뛰어야 하는 현실, 재미있는 글이지만 본래 목적을 잃었을 때 겪는 난감한 사례 등도 솔직히 다루며, 이상과 현실 사이를 균형 있게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문장은 “책을 쓰는 일은 결국, ‘나의 무엇이 남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행위”라는 말이었습니다. 이 한 문장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처럼 느껴졌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 과시나 자기연민의 독백이 아니라, 누군가의 선택을 조금 더 나아지게 돕고, 외로운 사람에게 작은 위로를 주며, 누군가를 웃게 만들 수 있는 ‘쓸모’를 찾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나의 무엇이 책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동시에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 것인가”, “어떤 경험과 관점을 축적해 갈 것인가”라는 더 큰 질문으로 확장됩니다. 책을 덮으며, 글쓰기란 결국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한 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총평하자면,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는 작가를 꿈꾸는 사람만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언어로 정리해보고 싶은 모든 이에게 큰 울림을 주는 책입니다. 글쓰기를 둘러싼 막연한 낭만과 두려움을 걷어내고, 현실적인 방법과 따뜻한 조언, 그리고 냉정한 수치와 리얼한 현장 에피소드를 동시에 제공해 줍니다. 무엇보다 “어떻게 쓰는가”보다 “무엇을, 왜 쓰는가”를 먼저 묻는 이 책의 태도는, 글을 쓰는 사람뿐 아니라 읽는 사람의 삶까지도 깊게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언젠가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세상에 내놓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그 길을 비추는 든든한 손전등이 되어 줄 것이라 느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