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망상 - 잘못된 믿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조 피에르 지음, 엄성수 옮김, 김경일 감수 / 21세기북스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집단 망상》(조 피에르)는 “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음모론과 가짜뉴스가 세상을 뒤흔드나?”라는 질문에 정면으로 답하려는 책입니다. 정신과 의사이자 뇌과학·인지심리학 연구자인 저자는, 음모론자나 극단주의자를 단순히 ‘이상한 사람’이라고 밀어내지 않고, 우리의 뇌 구조와 진화과정을 따라가며 “그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집단적 착각에 빠질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차분하게 보여줍니다. 책을 읽는 동안, 집단 망상이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불편한 진실과 동시에, 그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마음가짐을 배워가는 경험을 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저자가 집단 망상의 출발점을 “불확실성과 불안”에서 찾는 대목이었습니다. 세상이 너무 복잡하게 느껴질 때, 우리의 뇌는 불안을 줄여 줄 “깔끔한 이야기”를 갈망한다고 말합니다. 경제위기, 팬데믹, 정치 혼란, 기후위기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사건들이 잇따르면, 우리는 ‘우연과 구조적 복합 요인’이라는 현실보다 ‘보이지 않는 배후’가 모든 걸 조종하고 있다는 서사를 더 편안하게 느끼게 됩니다. 이때 등장하는 음모론은 일종의 심리적 진통제 역할을 하며, 세상을 쉽게 설명해 주는 대신, 우리의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키고 집단적 망상의 문을 엽니다.



저자가 설명하는 여러 인지 편향도 깊이 공감되었습니다. 확증편향은 내가 이미 믿고 싶은 것만 골라 보게 만들고, 가용성 편향은 뉴스나 SNS에서 자주 보는 극단적인 사례를 세상 전체의 평균처럼 느끼게 합니다. 비례 편향은 “큰 사건에는 반드시 큰 원인이 있어야 한다”고 여기게 만들어, 우발적이고 복합적인 사건도 “거대한 음모”로 과장하게 합니다. 여기에 ‘동기화된 추론’이 더해져, 우리의 뇌가 과학자가 아니라 변호사처럼, 이미 좋아하는 결론을 옹호하는 증거만 모으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는 설명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설명을 따라가다 보니, 음모론이 단지 일부 극단적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종 전체의 기본 설정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납득되기 시작했습니다.





책의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은, 집단 망상이 개인의 두뇌를 넘어 사회적·기술적 환경과 만나 폭발적으로 증폭되는 메커니즘입니다. 저자는 “믿음은 전염성이 있다”고 말하며, 반복해서 듣는 이야기가 어느 순간 증거처럼 느껴지는 과정을 다양한 실험과 사례로 보여줍니다. 친구와 가족, 같은 커뮤니티, 카리스마 있는 리더와의 동조가 더해질수록, 어떤 믿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곧 “우리 편”임을 입증하는 행위가 됩니다. 특히 소셜 미디어와 알고리즘이 분노와 자극적인 콘텐츠를 더 멀리, 더 빠르게 퍼뜨리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지적은 소름 끼칠 정도였습니다. 인터넷은 진실을 가려내지 않고, 참여도·조회수·공유 수만 측정하기 때문에,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강렬한 서사”가 이기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분석이 날카롭게 다가왔습니다.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해독제’는 의외로 냉소나 비웃음이 아니라 “인지적 겸손과 안전장치가 있는 호기심”입니다. 그는 “만약 아무 것도 내 믿음을 바꿀 수 없다면, 그것은 지식이 아니라 신념”이라는 문장으로 독자를 멈춰 세웁니다. 자신의 믿음을 바꿀 수 있는 조건을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다른 증거와 관점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을 남겨 두라는 제안입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조언은,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팔로우하고, 다른 정보원을 찾아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정체성과 아이디어를 분리해 “모든 것을 똑같이 믿지 않아도 같은 공동체 일원이 될 수 있다”는 감각을 회복하는 일이, 양극화와 집단 망상에 맞서는 중요한 시작점이라고 말합니다.






무엇보다 깊게 남은 메시지는, 집단 망상에 빠진 사람들을 ‘망상 환자’로 낙인찍고 공격하는 태도야말로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는 경고였습니다. 저자는 우리의 뇌가 진화적으로 패턴을 찾고, 집단을 보호하고, 두려움을 줄이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취약성이 인간으로서 ‘정상적인 특성’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조롱과 단절이 아니라, “연민과 상호 존중, 공동체 정신으로 서로 다른 믿음을 가진 사람들과 직접 얼굴을 맞대는 일”이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이 대목에서,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말 그대로 다른 세계의 사람처럼 취급하는 현재의 인터넷 문화와 정치 환경이 얼마나 위험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총평하자면, 《집단 망상》을 통해 인간의 인지적 취약성을 부끄러워하기보다, 그것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관리하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습니다. 앞으로 뉴스를 접하거나 자극적인 이야기를 들을 때, “왜 이렇게 완벽하게 느껴질까?”, “이게 틀렸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라고 한 번 더 질문해 볼 용기를 얻었습니다. 잘못된 믿음을 단번에 없애는 마법 같은 해법은 없지만, 집단 망상을 ‘남의 병’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빠질 수 있는 함정’으로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중요한 첫걸음을 뗀 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소년을 위한 친절한 유럽사 - 세계사의 퍼즐을 맞추는 3천 년 유럽사 여행
아서 제임스 그랜트 지음, 박일귀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청소년을 위한 친절한 유럽사》는 거대한 유럽사의 흐름을 ‘세계사의 퍼즐을 맞추는 여행’처럼 엮어, 고대 그리스에서 근현대 유럽까지 3,000년에 이르는 역사를 한 호흡으로 보여주는 책입니다. 제목 그대로 ‘친절한’ 유럽사라는 표현이 잘 어울릴 만큼, 저자 아서 제임스 그랜트는 복잡한 왕조·전쟁·조약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그 시대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했고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쉽게 풀어냅니다. 읽는 내내 단편적인 사건 지식이 아니라, 역사 전체의 큰 흐름 속에서 현재의 유럽과 세계를 이해하는 시야가 조금씩 열리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책의 강점은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흐름’에 대한 감각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와 민주정, 철학의 탄생에서 출발해, 로마 제국의 팽창과 관용 정치, 그 이후 서로마 제국의 몰락과 중세 봉건제 사회로 이어지는 변화가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단순히 “언제 누가 무엇을 했다”는 식의 암기용 서술이 아니라, 권력이 어떻게 나뉘고, 종교와 정치가 어떤 방식으로 얽히며, 제국과 민족이 어떤 갈등을 겪었는지를 이야기 형식으로 들려주기에, 각 장면이 머릿속에 장면처럼 떠오릅니다. 그 덕분에 그리스·로마 신화나 단편적인 세계사 만화로 알고 있던 조각 지식들이 하나의 큰 지도 위에서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종교와 정치, 사상이 서로 부딪히고 섞이는 과정에 대한 설명입니다. 중세 시대 교황권과 황제권의 갈등, 십자군 전쟁, 르네상스가 불러온 인간 중심적 사고의 부활, 이어지는 종교개혁과 반종교개혁, 계몽주의와 근대 시민혁명 등, 우리가 교과서에서 따로따로 배워 온 사건들이 “사람들이 자유와 평등, 신앙과 권력을 놓고 긴 시간 동안 씨름해 온 과정”으로 묶입니다. 저자는 민주주의와 인권, 법치와 같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가치들이 결코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피와 논쟁, 실험과 실패를 거듭하며 조금씩 다듬어진 결과임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과거 유럽의 갈등이 지금의 정치·사회 문제와도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또 하나 좋았던 점은, 이 책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면서도 결코 내용을 얕게 다루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각 시대의 구조와 핵심 개념을 놓치지 않으면서, 어려운 단어를 줄이고 비유와 사례를 통해 이해를 돕습니다. “왕과 전쟁의 연표”가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철학자·상인·농민·군인·성직자—의 시선에서 역사를 바라보게 하는 구성 때문에, 읽는 동안 ‘나라도 그 시대를 살았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됩니다. 실사 사진과 지도, 도판 자료들이 풍부해 글만 읽을 때보다 몰입도가 높고, 한 장을 넘길 때마다 공간과 시간의 이동이 또렷이 느껴집니다.



독후감으로서 이 책이 준 가장 큰 울림은 “역사를 안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해준 데 있습니다. 단지 시험을 위해 암기하는 지식이 아니라, 오늘 우리가 서 있는 자리와 세상의 복잡한 뉴스를 이해하는 배경지식이자, 인간과 사회의 본질을 돌아보는 거울이라는 점입니다. 민주주의가 어떻게 탄생했고 왜 무너질 수 있는지, 제국은 왜 성장하다가 어느 순간 스스로의 모순에 짓눌려 붕괴하는지, 전쟁과 평화 사이에서 보통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흔들렸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지금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제도와 가치 역시 언제든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경고를 읽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유럽사를 가르치는 교과서이면서 동시에,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과 어른 모두에게 “다른 시대 사람들은 이런 위기를 어떻게 버텼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인문학 교양서라고 느껴졌습니다.





총평하자면, 《청소년을 위한 친절한 유럽사》는 학습만화나 단편 지식으로 세계사를 접해 온 청소년들이, 조각난 정보들을 하나의 큰 흐름으로 정리해 보고 싶을 때 꼭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동시에, 이미 어른이 되었지만 유럽사 전체를 다시 큰 틀에서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됩니다. 과거의 유럽을 찬양하거나 비난하는 대신, 그 안에서 인간이 반복해 온 선택과 실수, 그리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려 했던 노력의 역사를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보여준다는 점이 무엇보다 인상적이었습니다. 역사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읽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친절한’ 유럽사 여행이 충분히 그 기대에 부응해 줄 것이라 느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소년을 위한 친절한 유럽사 - 세계사의 퍼즐을 맞추는 3천 년 유럽사 여행
아서 제임스 그랜트 지음, 박일귀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방대한 유럽 세계를 한 권으로 정리한 책, 큰 맥락을 잡기에 매우 유용한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평생 부자 머니 플랜 - 20대부터 노후까지 ‘돈 걱정 ZERO’ 로드맵
조기윤.장경훈.풍백(임다혜)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평생 부자 머니 플랜》은 “돈을 많이 버는 법”이 아니라, “지금 가진 돈부터 어떻게 다루고, 지키고, 흐름을 만들어 평생 돈 걱정을 줄일 것인가”에 집중하는 현실형 자산관리서입니다. 주식·부동산·세무 분야의 재무설계사 세 사람이 각자의 전문성을 모아, 20대부터 50대까지 인생 전 기간을 관통하는 머니 플랜을 설계해 주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거창한 부자 이론보다 “월급·지출·대출·연금” 같은 생활 속 숫자를 기준으로,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해서 읽는 내내 실질적인 도움을 받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책의 첫 부분은 “현금흐름 관리”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로 시작합니다. 저자들은 종잣돈과 투자 이전에,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구조를 바로 세우는 것이 평생 부자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합니다. 이를 위해 현재 자산·부채를 전부 적어 보는 것에서 출발해, 월 지출을 고정비·변동비로 나누어 최소 월 30만 원을 아끼고, 부수입과 통장 쪼개기를 통해 월 20만 원의 추가 현금흐름을 만드는 5단계 시스템을 제시합니다. 특히 “65세 이후 월 300만 원이 필요하다면, 국민연금 100만 원을 제외한 200만 원을 연 8% 수익률로 충당하기 위해 필요한 순자산은 약 3억 원”이라는 식의 역산 예시는, 막연한 노후 불안이 구체적인 숫자의 목표로 바뀌는 경험을 제공해 줍니다. 돈을 ‘감각’이 아니라 ‘계획’으로 관리하는 첫 연습을 시켜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번째 축은 “주식 투자”입니다. 이 책의 주식 파트는 단기 매매나 종목 추천보다, 인덱스 ETF와 우량주를 중심으로 “방법은 쉽게, 시간은 길게, 수익은 크게”라는 원칙을 반복해서 강조합니다. 매달 일정 금액을 꾸준히 투자하는 방식, 세제 혜택 계좌(연금저축, ISA 등)를 활용해 실질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 변동성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마인드 세팅까지 함께 다룹니다. 특히 “월급이 들어오면 먼저 나를 위해 투자 계좌로 보내고, 남은 돈으로 소비하는 구조”를 만들라는 조언은, 투자와 소비의 우선순위를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로 다가왔습니다.





세 번째 포트폴리오는 “부동산 투자”입니다. 저자들은 부동산을 무조건적인 불로소득 수단으로 미화하지 않고, 실거주와 자산 형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인생의 필수 인프라’로 바라봅니다. 서울→수도권→지방으로 이어지는 가격 흐름, 대출·시세차익·세금이라는 “세 가지 돈”을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는 원칙, 40대를 위한 정책금리 대출을 활용한 내 집 마련 전략, 50대를 위한 상급지 갈아타기 노하우 등이 구체적인 숫자와 함께 제시됩니다. 월세 소득을 통해 매달 현금을 받는 구조를 만드는 법도 다루고 있어, 부동산을 ‘한 방’이 아니라 ‘현금흐름 자산’으로 보는 시각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 포트폴리오는 “노후 준비”로, 책 전체의 결론이자 핵심입니다. 저자들은 20·30대에게는 연금저축펀드와 미국 지수 ETF를 활용한 장기 투자, 보다 안정성을 원하는 연령대에게는 연금저축보험과 공적연금을 조합하는 전략을 제안합니다. 국민연금·개인연금·퇴직연금으로 이어지는 ‘3층 연금 구조’를 만들고, 여기에 주택연금까지 더해 “65세 이후에도 평생 월급이 끊기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노후 대비를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부터 쌓아야 할 구조 설계로 바라보게 만드는 부분이 특히 마음에 남았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이 모든 내용을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생애주기별 시나리오”로 엮어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20대에는 월 80만 원 저축으로 3년 안에 종잣돈 3,000만 원 만들기, 30대에는 세제 혜택 상품을 활용해 월 100만 원 투자로 10년 후 자산 2억 원 만들기, 40대에는 정책금리 대출로 내 집 마련과 노후 준비를 동시에 진행하기, 50대에는 상급지 갈아타기와 연금 세팅으로 은퇴를 준비하기 등 각 시기에 실천 가능한 플랜이 구체적인 숫자와 함께 제시됩니다. 또한 “비혼 1인 가구”와 “맞벌이 3인 가구” 두 가지 모델을 통해 다양한 삶의 형태를 반영하려 한 시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평생 부자 머니 플랜》을 덮으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부자가 되는 일은 거창한 재능이나 한 방의 투자 비법이 아니라,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길을 설계하는 작은 습관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저자들 자신이 평범한 직장인에서 시작해 월급을 모으고, 소액 투자로 경험을 쌓으며 지금에 이르렀다는 점이 이 책의 조언에 설득력을 더해 줍니다. 재테크에 막연한 두려움과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에게, 이 책은 “지금 가진 돈부터, 나의 생애주기에 맞춰 한 걸음씩”이라는 현실적이면서도 든든한 로드맵을 제시해 줍니다. 평생 부자를 꿈꾸기보다, 평생 돈 걱정이 줄어드는 구조를 만들고 싶은 이들에게 꼭 한 번 권하고 싶은 머니 플랜 안내서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나모리 가즈오의 교세라 필로소피 - 경영의 신이 남긴 불변의 철학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유윤한 옮김 / 쌤앤파커스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교세라 필로소피》는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가 평생의 경험과 사색 속에서 갈고닦은 삶과 경영의 원칙을 압축해 담은 철학서입니다. 단지 회사를 크게 키운 성공담이 아니라, 가난한 시절의 좌절과 분투, 밑바닥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의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길어 올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라는 근본 질문에 대한 답을 들려줍니다. 이 책을 읽으며 경영 철학이라는 말이 더 이상 CEO나 리더만의 것이 아니라, 평범한 한 사람의 인생 태도를 결정하는 내면의 나침반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책 전반을 관통하는 중심 문장은 “인간으로서 무엇이 옳은가를 기준으로 판단하라”는 이나모리의 원칙입니다. 그는 모든 의사결정의 출발점을 손익 계산이나 효율성, 경쟁 우위가 아니라, “이 일이 사람으로서 옳은 일인가, 부끄럽지 않은가”라는 질문으로 삼았습니다. 수많은 기업이 단기 실적과 주가, 이해관계자의 압력 속에 방향을 잃어갈 때, 이나모리는 오히려 더 단순한 기준으로 돌아갑니다. 그 단순함이야말로 가장 지키기 어려운 원칙이며, 동시에 위기 속에서 조직과 리더를 살리는 힘이라는 메시지가 깊이 남았습니다. 조직에서 일을 하다 보면, ‘옳은 것’보다 ‘편한 것’, ‘빠른 것’을 택하고 싶을 때가 많은데, 이 책은 그런 순간마다 다시 꺼내 보게 될 잣대를 하나 선물해 줍니다.



이나모리가 말하는 교세라 필로소피의 또 다른 축은 ‘성실함’과 ‘노력’에 대한 믿음입니다. 그는 재능이나 출발선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결국 사람의 운명을 가르는 것은 “어떤 마음으로, 어디까지 노력했는가”라고 말합니다. 그가 강조하는 ‘열심히 일하는 것’은 단순히 장시간 노동이나 자기희생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주어진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려는 태도, 작은 일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스스로 기준을 높여가는 자세, 오늘 할 수 있는 만큼의 발전을 포기하지 않는 꾸준함에 가깝습니다. 공정하지 못한 현실과 운의 차이를 탓하기보다,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노력과 성장을 모색하는 모습은, 단순한 근성의 미화가 아니라 삶과 일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라는 점에서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책에는 교세라라는 회사가 세워지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나모리가 실제로 적용했던 원칙들이 다채롭게 등장합니다. 그는 “이익은 목적이 아니라 결과”라고 말하며, 고객에게 진심으로 도움이 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인격과 삶을 존중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 과정에서 직원을 비용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동료’로 바라보고, 숫자와 실적 뒤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끝까지 보려 했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그가 일본항공(JAL) 재건에 참여했을 때도,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이라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의 삶을 지키기 위해 고심했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경영은 숫자의 게임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일”이라는 그의 말이, 단지 미사여구가 아니라 실제 선택의 기준이었다는 점에서 진정성이 느껴졌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남았던 부분 중 하나는, 이나모리가 ‘동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는 대목입니다. 그는 “동기가 선하면 결과도 선해진다”는 말을 자주 남겼는데, 이는 단지 도덕 교과서적인 선언이 아닙니다. 탐욕과 명예욕, 경쟁심만으로 움직이는 사람은 언젠가 한계에 부딪히고, 겉으로는 성공한 것처럼 보여도 내면의 평안과 지속 가능한 성취를 얻기 어렵다는 점을 여러 사례로 보여줍니다. 반대로, 타인을 돕고 싶다는 마음,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싶다는 동기는 어려운 시기에도 버티게 하는 힘이 됩니다.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끝까지 붙들고 살아온 사람이기에, 그의 말은 단순한 수양론이 아니라 실제 경영 현장에서 검증된 통찰처럼 다가왔습니다.






책을 덮으며 느낀 점은, 이나모리 가즈오의 교세라 필로소피가 단순한 경영 지침이나 성공 노하우 모음집이 아니라,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매우 개인적이고도 실천적인 대답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는 철학을 말하지만, 그 철학은 늘 현장의 언어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거래처를 대하는 태도, 동료와 부하 직원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 회사의 수익을 나누는 기준, 심지어 하루를 시작할 때 마음을 다잡는 습관까지, 모든 곳에 그의 필로소피가 스며 있습니다. 그래서 읽는 사람 역시 자신의 일터와 가정, 인간관계를 떠올리며 자연스럽게 “나는 지금 어떤 기준으로 살고 있는가”를 묻게 됩니다.



총평하자면, 《이나모리 가즈오의 교세라 필로소피》는 조직의 리더나 사업가뿐 아니라, 자신이 맡은 자리에서 의미 있게 일하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책입니다. 숫자와 실적, 경쟁과 효율 속에서 방향을 잃기 쉬운 시대에, 이 책은 “인간으로서 옳은가”라는 가장 오래되고도 단순한 질문을 다시 품게 합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정직하게 답하며 살아갈 용기를 조금씩 북돋아 줍니다. 언젠가 삶이 흔들릴 때마다, 이 필로소피를 다시 펼쳐 보며 내가 서 있는 자리와 마음가짐을 점검하고 싶다는 생각이 오래 남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