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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회계관리제도’ 미로 탈출기
임방진.김승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내부회계관리제도 미로 탈출기』는 이름 그대로 “복잡하고 부담스러운 내부회계관리제도”라는 미로에 갇힌 실무자와 경영진이, 어떻게 현실적으로 길을 찾아 나올 수 있을지를 이야기 형식으로 안내하는 책입니다. 외부감사법 개정 이후 상장사 전 구간으로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가 확대되면서, 많은 회사들이 뒤늦게 매뉴얼을 떼어 오고 컨설팅 보고서를 쌓아두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이걸 도대체 어떻게 실제 업무에 녹여야 하지?”라는 난맥상을 겪어 왔습니다. 이 책은 그런 현실을 날것으로 보여주면서, 형식적 제도가 아닌 “실제로 작동하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을 단계별로 보여주는 실전형 안내서였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저자들이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서류 작업’이 아니라 “회사가 일하는 방식을 설계하는 일”로 정의한다는 부분이었습니다. 1장에서는 제도의 법적 배경과 기본 개념을 아주 쉽게 설명해 주는데, 내부회계관리제도란 결국 재무제표가 왜곡될 만한 위험요소를 미리 식별하고, 그 위험을 예방·탐지하기 위한 통제를 프로세스 속에 심어 놓는 장치라는 사실을 반복해서 강조합니다. 단순히 외부감사 대비용으로 문서를 맞추는 작업이 아니라, 회사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는 설명을 읽으며, 제도를 ‘규제’가 아니라 ‘회사 스스로를 지키는 보험’으로 보는 관점 전환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장과 3장은 “현황진단”과 “재무보고 위험 식별”을 다루는데, 여기서부터 이 책의 진가가 드러납니다. 저자들은 많은 회사가 “예전에 외주 줬던 그 매뉴얼 그대로 써도 될까요?”라는 질문을 한다고 지적하면서, 과거 문서를 복붙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제도가 살아 움직일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대신 각 회사의 실제 결산·재무보고 프로세스를 직접 그려보고, 유의한 계정과목과 경영자의 주장(존재, 완전성, 평가, 권리와 의무, 표시와 공시)을 기준으로 위험을 식별하라고 안내합니다. 이 과정에서 “통제는 서류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업무 흐름 속에서 시작된다”는 문장이 깊이 남았습니다. 매출 인식, 비용 처리, 재고·고정자산, 인사·급여 등 주요 프로세스를 하나하나 점검하다 보면,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업무 관행 속에 위험이 얼마나 많이 숨어 있었는지 깨닫게 됩니다.

4장과 5장은 내부통제를 실제로 (재)설계하고 문서화하는 과정을 다룹니다. 저자들은 COSO 프레임워크의 5대 요소(통제환경, 위험평가, 통제활동, 정보·커뮤니케이션, 모니터링)를 설명하면서, 전사수준통제(윤리·조직문화·권한체계)부터 업무수준통제(승인·대사·분장·접근통제 등)까지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보여줍니다. 특히 “통제는 통제항목 리스트를 나열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실제 프로세스 위에 얹혀 있어야 한다”는 부분이 실무적인 감각을 잘 담고 있습니다. 계약 검토 및 수주관리, 매출·외상매출금 관리, 구매·지출·자산관리 등 각 업무별로 어떤 통제를 설계하고, 어떤 증빙을 남겨야 하는지의 예시가 풍부해, 이론서에서 느끼기 어려운 현실감이 있었습니다.
6장과 7장은 설계한 통제가 제대로 설계되었는지, 그리고 실제로 운영되는지를 검증하는 단계—Walk-through Test와 운영평가—를 다룹니다. Walk-through 테스트를 통해 거래가 실제로 발생한 흔적을 처음부터 끝까지 추적하면서, 설계한 통제가 그 흐름 안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상세히 설명합니다. 이어서 “운영 증빙이 없다면, 통제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는 조언과 함께, 서명·결재·로그·보고서 등 어떤 증빙이 필요한지, 중간평가와 연말평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도 알려줍니다.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가 더 이상 형식적 설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운영 여부를 중점적으로 보는 만큼, 이 장은 실무자에게 특히 유익한 부분이라고 느꼈습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공감했던 문장은, “있는 척만 하는 제도 말고, 실제로 돌아가는 제도를 만들자”는 메시지였습니다. 많은 조직에서 내부회계관리제도는 ‘감사에 보여주기 위한 서류 작업’으로만 인식되어 왔고, 그 결과 현장의 피로감만 커진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자들은 현장의 언어로, 실제 회사 사례를 바탕으로, 이 제도를 “내부통제의 미로”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는 기회”로 바꾸자고 제안합니다. 문서화의 수준, 책임자 지정, IT 통제(ITGC)와 업무 통제의 연계, 부정 방지 프로그램 등 그동안 막연하게 느껴졌던 영역들을 차근차근 풀어 줌으로써,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분명히 보여주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총평하자면, 《내부회계관리제도 미로 탈출기》는 회계·재무·내부감사·IT 담당자뿐 아니라, 경영진과 현업 관리자까지 함께 읽어야 할 책입니다. 제도의 본질을 이해하고 나면, 내부회계관리제도는 단지 규제 준수의 대상이 아니라, 회사의 신뢰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핵심 시스템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집니다. 복잡한 법규와 감사 기준 사이에서 길을 잃은 실무자라면, 이 책을 통해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길잡이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형식과 실질 사이, 규제와 실무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든 기업에게, 이 책은 제도라는 미로를 함께 탈출하게 해 주는 든든한 안내서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