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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감의 힘 - 촉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로라 후앙 지음, 김미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로라 후앙의 『직감의 힘』은 현대 사회에서 성공을 좌우하는 요인이 단순한 능력이나 노력만이 아님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책입니다. 저자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교수로서, 수많은 기업가와 리더들을 연구한 결과 ‘편견’이라는 불가피한 사회적 현실 속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는 법을 제시합니다. 이 책은 단순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인간의 불평등한 환경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그 안에서 자신이 가진 약점을 새로운 기회로 전환시키는 실질적 전략을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먼저 사회가 얼마나 불공정하게 돌아가는지를 솔직히 인정합니다. 우리는 흔히 ‘능력주의’나 ‘공정경쟁’을 강조하지만, 실제로 사람의 성공에는 보이지 않는 편견과 인상이 크게 작용합니다. 같은 실력을 갖추고 있어도, 누군가는 “호감형”이기에 더 나은 평가를 받고, 또 누군가는 외모나 말투, 배경 때문에 과소평가됩니다. 후앙은 이러한 현실을 부정하거나 회피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편견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것을 역이용함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이를 “에지(edge)”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에지는 단순히 경쟁 우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불리한 여건조차 전략적으로 활용해 자신만의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말합니다.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다루는 대목입니다. 저자는 약점을 감추기보다 드러내되, 그것을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으로 해석해 보여주는 태도를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내성적인 사람이라면 그것이 부족함이 아니라 깊이 있는 통찰력의 원천임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혹은 이민자 출신이라면 언어적 한계를 인정하면서 동시에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후앙은 ‘세상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보다 ‘내가 나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출 것을 권합니다. 이는 단순한 이미지 조작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와 정체성을 스스로 재해석하는 과정입니다.

책 전반에는 작가의 연구자다운 꼼꼼함과 동시에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각이 함께 녹아 있습니다. 그녀는 통계와 실험, 경영 컨설팅 현장에서 얻은 실제 사례를 결합하여, 이론이 아닌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로 독자에게 말을 겁니다. 실리콘밸리의 창업가, 세계적인 기업의 임원, 혹은 사회적 편견에 맞선 개인의 사례들은 모두 설득력 있게 독자를 이끕니다. 특히 “직감”의 의미를 단순한 감정적 충동이 아닌, 경험과 통찰이 결합된 ‘정교한 판단력’으로 재정의한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후앙은 우리가 사회적 복잡함 속에서 순간적인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그 판단은 결코 비합리적인 것이 아니라, 오랜 경험과 맥락이 스며든 지능적인 반응이라고 설명합니다. 즉, 직감이야말로 삶의 불확실성 속에서 인간이 쌓아온 ‘감정적 지혜’라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성공은 완벽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표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입니다. 세상은 결코 공평하지 않지만, 그 안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길을 여는 사람들은 존재합니다. 그들은 불리함에 주저앉지 않고, 그것을 오히려 자신만의 색깔로 바꾸어냅니다. 로라 후앙이 말하는 ‘직감의 힘’은 이런 자기 인식과 자기 서사의 힘에서 비롯됩니다. 타인의 평가에 종속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을 정의하는 능력—그것이 진정한 에지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총평하자면, 『직감의 힘』은 “세상을 바꾸기보다, 세상 속에서 자신을 새롭게 정의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냉정하면서도 실질적인 조언입니다. 우리는 늘 공정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살아가지만, 후앙은 그 안에서도 에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 에지는 타인을 모방하거나 숫자화된 스펙으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경험을 직감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순간에 형성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단순히 성공 법칙을 다룬 책이 아니라,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도 자신을 믿고 직감을 따르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모든 이들에게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내는 메시지로 읽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