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회계관리제도’ 미로 탈출기
임방진.김승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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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내부회계관리제도 미로 탈출기』는 이름 그대로 “복잡하고 부담스러운 내부회계관리제도”라는 미로에 갇힌 실무자와 경영진이, 어떻게 현실적으로 길을 찾아 나올 수 있을지를 이야기 형식으로 안내하는 책입니다. 외부감사법 개정 이후 상장사 전 구간으로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가 확대되면서, 많은 회사들이 뒤늦게 매뉴얼을 떼어 오고 컨설팅 보고서를 쌓아두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이걸 도대체 어떻게 실제 업무에 녹여야 하지?”라는 난맥상을 겪어 왔습니다. 이 책은 그런 현실을 날것으로 보여주면서, 형식적 제도가 아닌 “실제로 작동하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을 단계별로 보여주는 실전형 안내서였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저자들이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서류 작업’이 아니라 “회사가 일하는 방식을 설계하는 일”로 정의한다는 부분이었습니다. 1장에서는 제도의 법적 배경과 기본 개념을 아주 쉽게 설명해 주는데, 내부회계관리제도란 결국 재무제표가 왜곡될 만한 위험요소를 미리 식별하고, 그 위험을 예방·탐지하기 위한 통제를 프로세스 속에 심어 놓는 장치라는 사실을 반복해서 강조합니다. 단순히 외부감사 대비용으로 문서를 맞추는 작업이 아니라, 회사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는 설명을 읽으며, 제도를 ‘규제’가 아니라 ‘회사 스스로를 지키는 보험’으로 보는 관점 전환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장과 3장은 “현황진단”과 “재무보고 위험 식별”을 다루는데, 여기서부터 이 책의 진가가 드러납니다. 저자들은 많은 회사가 “예전에 외주 줬던 그 매뉴얼 그대로 써도 될까요?”라는 질문을 한다고 지적하면서, 과거 문서를 복붙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제도가 살아 움직일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대신 각 회사의 실제 결산·재무보고 프로세스를 직접 그려보고, 유의한 계정과목과 경영자의 주장(존재, 완전성, 평가, 권리와 의무, 표시와 공시)을 기준으로 위험을 식별하라고 안내합니다. 이 과정에서 “통제는 서류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업무 흐름 속에서 시작된다”는 문장이 깊이 남았습니다. 매출 인식, 비용 처리, 재고·고정자산, 인사·급여 등 주요 프로세스를 하나하나 점검하다 보면,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업무 관행 속에 위험이 얼마나 많이 숨어 있었는지 깨닫게 됩니다.





4장과 5장은 내부통제를 실제로 (재)설계하고 문서화하는 과정을 다룹니다. 저자들은 COSO 프레임워크의 5대 요소(통제환경, 위험평가, 통제활동, 정보·커뮤니케이션, 모니터링)를 설명하면서, 전사수준통제(윤리·조직문화·권한체계)부터 업무수준통제(승인·대사·분장·접근통제 등)까지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보여줍니다. 특히 “통제는 통제항목 리스트를 나열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실제 프로세스 위에 얹혀 있어야 한다”는 부분이 실무적인 감각을 잘 담고 있습니다. 계약 검토 및 수주관리, 매출·외상매출금 관리, 구매·지출·자산관리 등 각 업무별로 어떤 통제를 설계하고, 어떤 증빙을 남겨야 하는지의 예시가 풍부해, 이론서에서 느끼기 어려운 현실감이 있었습니다.



6장과 7장은 설계한 통제가 제대로 설계되었는지, 그리고 실제로 운영되는지를 검증하는 단계—Walk-through Test와 운영평가—를 다룹니다. Walk-through 테스트를 통해 거래가 실제로 발생한 흔적을 처음부터 끝까지 추적하면서, 설계한 통제가 그 흐름 안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상세히 설명합니다. 이어서 “운영 증빙이 없다면, 통제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는 조언과 함께, 서명·결재·로그·보고서 등 어떤 증빙이 필요한지, 중간평가와 연말평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도 알려줍니다.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가 더 이상 형식적 설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운영 여부를 중점적으로 보는 만큼, 이 장은 실무자에게 특히 유익한 부분이라고 느꼈습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공감했던 문장은, “있는 척만 하는 제도 말고, 실제로 돌아가는 제도를 만들자”는 메시지였습니다. 많은 조직에서 내부회계관리제도는 ‘감사에 보여주기 위한 서류 작업’으로만 인식되어 왔고, 그 결과 현장의 피로감만 커진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자들은 현장의 언어로, 실제 회사 사례를 바탕으로, 이 제도를 “내부통제의 미로”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는 기회”로 바꾸자고 제안합니다. 문서화의 수준, 책임자 지정, IT 통제(ITGC)와 업무 통제의 연계, 부정 방지 프로그램 등 그동안 막연하게 느껴졌던 영역들을 차근차근 풀어 줌으로써,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분명히 보여주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총평하자면, 《내부회계관리제도 미로 탈출기》는 회계·재무·내부감사·IT 담당자뿐 아니라, 경영진과 현업 관리자까지 함께 읽어야 할 책입니다. 제도의 본질을 이해하고 나면, 내부회계관리제도는 단지 규제 준수의 대상이 아니라, 회사의 신뢰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핵심 시스템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집니다. 복잡한 법규와 감사 기준 사이에서 길을 잃은 실무자라면, 이 책을 통해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길잡이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형식과 실질 사이, 규제와 실무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든 기업에게, 이 책은 제도라는 미로를 함께 탈출하게 해 주는 든든한 안내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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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 - 내 인생을 주도하는 시간 설계의 기술
릭 파스토르 지음, 김미정 옮김 / 청림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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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그립(Grip)』은 “바쁘게 살았는데, 돌아보면 정작 이룬 것은 없는 것 같다”는 막연한 허탈감에 정면으로 답을 던지는 책입니다. 저자 릭 파스토르는 스타트업에서 30명을 이끄는 매니저로 일하면서, 끝없는 회의와 메시지, 급한 일들에 쫓기다 보면 정작 중요한 일과 삶이 손에서 계속 미끄러져 나간다는 사실을 절감합니다. 이 책은 그가 실제로 스스로의 시간을 다시 설계하고, 동료들과 함께 실험하며 다듬어 온 “일과 삶을 붙잡는 방법”을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정리한 결과물입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이 책이 시간을 쪼개는 기술서가 아니라 “어떤 삶을 위해 시간을 쓸 것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책의 핵심은 제목 그대로 ‘Grip’, 즉 “내 시간과 에너지를 다시 붙잡는 힘”입니다. 저자는 우리가 늘 바쁜 이유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가 아니라 “무엇을 먼저 할지, 무엇을 하지 않을지를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하루를 시작할 때 이메일과 메신저부터 열어버리는 습관, 일정표를 타인의 요구로만 채워버리는 태도, ‘오늘 처리한 일’만 신경 쓰고 정작 “장기적인 목표”와 연결하지 못하는 방식을 날카롭게 짚어냅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 역시 하루를 ‘일정 관리’가 아니라 ‘알림에 대한 반응’으로만 채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일단 멈춰 서서 “3가지 레벨의 시간 관리”를 제안합니다. 1) 큰 방향(장기 목표·가치), 2) 프로젝트와 역할, 3) 오늘의 작업. 이 세 레벨이 연결되지 않으면, 바쁘게 살수록 허무해진다는 말이 가슴에 남았습니다.



책에서 가장 도움이 되었던 부분은, 저자가 제시하는 매우 구체적인 실천법들입니다. 예를 들어, 그는 일주일에 한 번 ‘리뷰(Review) 시간’을 정해 놓고, 지난 주에 무엇을 했는지, 무엇이 잘 되었고 무엇이 막혔는지, 다음 주에는 어디에 시간을 쓰고 싶은지 적어보라고 권합니다. 이때 “해야 할 일(to-do)”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 해야만 한다고 믿는 일, 당장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구분하는 과정 자체가 삶의 우선순위를 재정렬하는 훈련이 됩니다. 또 하루를 설계할 때는, 에너지가 높은 시간대에 가장 중요한 일(Deep Work)을 배치하고, 회의·이메일·행정 업무 같은 얕은 일을 에너지가 떨어지는 시간대로 몰아두라고 조언합니다. 단순한 시간표 만들기가 아니라, 나의 생체 리듬과 집중 패턴을 이해하고 거기에 맞추어 세상을 재배치하는 방식이어서, 실천해 볼 가치가 크다고 느꼈습니다.






회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저자의 태도도 신선했습니다. 그는 “대부분의 회의는 필요 이상 길다. 회의가 길어지는 이유는 목적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회의 전에는 “우리가 이 시간을 통해 얻고 싶은 단 하나의 결과”를 미리 명시하라고 제안합니다. 그리고 회의가 끝나기 전에, 다음 행동(Action)과 책임자, 마감 기한을 분명히 기록하지 않는 회의는 사실상 실패한 회의라고 못을 박습니다. 이메일과 메신저 처리도 ‘실시간 반응’이 아니라 하루에 몇 번만 집중해서 처리하는 방식을 권합니다. 이런 원칙들은 결국 “타인이 내 시간을 계속 잘게 쪼개도록 내버려두지 말라”는 메시지로 읽혔습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늘 남의 요청부터 처리하던 내 모습을 돌아보며, 최소한 하루의 일부라도 ‘내가 먼저 정한 중요한 일’을 위해 예약해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후반부는 일과 삶의 균형, 그리고 ‘의미 있는 삶’을 위한 시간 사용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집니다. 저자는 일에서의 성취만큼이나, 관계·건강·성장·휴식에 시간을 의식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순간 일이 삶 전체를 지배해버리고, 정작 회사 밖에서는 텅 빈 사람이 되어 버릴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그는 “카렌더에 회의와 마감만이 아니라, 산책·독서·운동·가족과의 시간도 넣어 두라”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너무 계획적인 삶처럼 느껴졌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중요한 일은 일부러 시간을 비워 주지 않으면 절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됩니다. 특히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과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확보하라는 조언은, 항상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던 내게 많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총평하자면, 이 책은 새로운 생산성 앱이나 멋진 플래너를 소개하는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미 알고 있던 단순한 원칙—우선순위를 정하고, 중요한 일을 먼저 하고, 정기적으로 돌아보고 수정하고, 타인의 요구에만 끌려가지 않는 법—을 다시 일상으로 끌어내리도록 돕는 책입니다. 읽는 동안 내 하루·일주일·한 해를 떠올리며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이렇게 바쁘게 살고 있는가?”, “10년 뒤에도 이 방식으로 시간을 쓰고 싶을까?”라는 질문을 수없이 떠올렸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립』은 효율적인 사람이 되고 싶은 이들에게만 필요한 책이 아니라, “내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싶다”고 느끼는 모든 이에게, 늦기 전에 시간을 다시 붙잡아 보라고 조용히 권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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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세 추종 트레이딩 비법 -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게 매일 1% 수익 내는 PST 시리즈
Richard Kwon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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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추세 추종 트레이딩 비법』은 개인 투자자가 시장에서 왜 반복적으로 실패하는지, 그리고 그 실패의 구조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를 비교적 담담하면서도 실천적으로 설명하는 책입니다. 저자인 Richard Kwon은 이 책에서 화려한 기법이나 단기적인 비결을 제시하기보다는, 추세 추종이라는 단순한 원칙을 얼마나 일관되게 지켜낼 수 있는지가 성과를 가른다고 강조합니다. 





책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시장을 예측하려 하지 말고, 이미 형성된 추세에 순응하라는 것입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바닥과 꼭지를 맞히려다 손실을 키우는 반면, 추세 추종자는 상승이면 매수하고 하락이면 매도하거나 관망하는 단순한 선택을 반복합니다. 저자는 이 단순함이 오히려 가장 어려운 지점이라고 말합니다. 이유는 시장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이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손실을 회피하려는 본능, 남들보다 먼저 들어가고 싶어 하는 조급함, 작은 이익에 만족하고 큰 손실은 미루려는 심리가 추세 추종을 방해합니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손실에 대한 관점입니다. 저자는 손실을 실패로 보지 않고, 시스템의 필연적인 비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추세 추종 전략은 높은 승률을 목표로 하지 않으며, 오히려 작은 손실을 반복적으로 감수하면서도 큰 추세 한두 번으로 전체 성과를 만들어냅니다. 이는 기존의 ‘연속 승리’나 ‘정확한 예측’을 중시하는 사고방식과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독자는 이 지점에서 자신의 투자 경험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됩니다.






또한 저자는 매매 기법보다 원칙 관리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합니다. 진입 조건, 손절 기준, 포지션 크기 같은 요소들은 모두 감정을 배제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시스템을 만들어두고,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이를 따르는 태도가 장기 생존의 핵심이라는 설명은 매우 설득력이 있습니다. 특히 한두 번의 성공 경험이 오히려 투자자를 위험하게 만든다는 지적은 현실적입니다. 성공은 규칙을 무너뜨릴 유혹을 만들고, 그 순간부터 추세 추종은 무너집니다.



이 책은 독자에게 조급한 기대를 심어주지 않습니다. 단기간에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환상을 걷어내고, 대신 지루하고 반복적인 과정 속에서 확률 우위를 쌓아가는 길을 제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읽고 나면 흥분보다는 차분함이 남습니다. 트레이딩이란 결국 시장과 싸우는 일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사실이 또렷해집니다.





총평하자면, 『추세 추종 트레이딩 비법』은 추세와 관련된 기법을 배우기 위해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기술들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추세 추종의 논리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지만, 좀더 실전에 가까운 내용들을 다루고 있어 차트 공부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일독할만 합니다. 나아가, 시장 앞에서 겸손해지는 법, 그리고 규칙을 지키는 것이 곧 실력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곱씹을 만한 독서 경험이었다고 평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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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300쇄 기념 리커버 에디션) - 마음의 위기를 다스리는 철학 수업 마흔에 읽는 서양 고전
강용수 지음 / 유노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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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는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난해한 사상을 ‘삶의 기술’이라는 언어로 다시 풀어내, 인생의 반환점을 도는 마흔이라는 시기에 꼭 필요한 통찰로 들려주는 책입니다. 젊을 때는 이상과 가능성으로 버티던 삶이 마흔을 지나며 현실의 한계와 상실, 반복되는 일상과 책임감의 무게로 다가올 때, 쇼펜하우어의 냉정한 비관주의는 의외로 묵직한 위로가 됩니다. 이 책은 “인생은 고통이다”라는 단편적 문장을 넘어서, 그가 왜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그리고 그 인식이 어떻게 더 성숙한 삶의 태도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차분하게 보여줍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이 책이 쇼펜하우어를 단순한 염세주의자가 아니라 “환상을 걷어내고 삶을 직시하도록 돕는 현실주의자”로 그려낸다는 점입니다. 젊을 때는 ‘노력하면 다 된다’는 말이 희망처럼 들리지만, 마흔 즈음에는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분명 존재한다는 사실을 몸으로 알게 됩니다. 쇼펜하우어는 인간 존재의 바탕에 언제나 결핍과 욕망이 있으며, 욕망이 채워지는 순간에도 곧 다른 결핍이 뒤따른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그 사상을 빌려, 우리가 끊임없이 더 많은 성취와 인정, 소유를 좇다가도 채워지지 않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중요한 것은 욕망을 완전히 없애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욕망할지, 어느 선에서 만족할지 스스로 기준을 세우는 일이라는 메시지가 깊게 남았습니다.



저자는 쇼펜하우어의 핵심 개념인 ‘의지’에 마흔의 삶을 포개어 해석합니다. 쇼펜하우어에게 의지는 세계를 움직이는 무의식적이고 맹목적인 힘이자 고통의 원천입니다. 이 책은 이를 오늘의 언어로 번역해 “멈추지 못하는 비교와 경쟁, 끝없는 자기증명 욕구”로 보여줍니다. 마흔 이후의 삶에서 우리가 진짜 힘들어하는 부분은, 외부 환경이라기보다 멈추지 않는 내면의 의지, 즉 ‘더 잘돼야 한다’는 집착이라는 점을 짚어 줍니다. 이때 쇼펜하우어가 제시하는 길은 의지를 완전히 끊어내는 극단이 아니라, 의지의 흐름을 낮추고, 예술·사색·관조를 통해 잠시 의지에서 벗어나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책은 독자가 현실을 도피하지 않으면서도, 삶을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는 내적 거리를 연습하게 합니다.





또한 이 책은 인간관계와 타인에 대한 기대를 다루는 쇼펜하우어의 냉혹한 통찰을 마흔의 시선에서 재해석합니다. 우리는 종종 타인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그 기대가 어긋날 때 깊이 실망하며 상처받습니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이기심과 한계를 직시하라고 말하며, 타인에게 지나친 기대를 거는 대신 “거리 두기와 단호한 경계”를 통해 자신을 보호할 것을 권합니다. 이 책은 이를 오늘의 언어로 풀어, 마흔 이후의 인간관계는 불필요한 사람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소진시키지 않는 건강한 거리와 소수의 깊은 관계를 선택하는 시기라고 설명합니다. 타인에게서 모든 위로와 의미를 기대하기보다, 스스로를 돌보고 내면을 단단히 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는 조언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일과 성공에 대한 부분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쇼펜하우어는 명성과 부, 지위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핵심이 아니며, 오히려 남의 시선과 비교에 우리를 더 깊게 묶어 둔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그 사상을 바탕으로, 마흔 이후의 커리어는 “이기는 싸움”보다 “지지 않는 삶”이 중요해지는 시기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미 젊은 날처럼 무한 경쟁의 출발선에 서 있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포기하고 흐르듯 살 수도 없는, 애매하고 복잡한 시점에서 ‘적당한 포기’와 ‘현명한 만족’을 배우는 것이 성숙이라고 말합니다. 쇼펜하우어식 비관은 결국 ‘다 이룰 수 없다면 아무것도 할 가치가 없다’는 냉소가 아니라, 욕망을 줄여 얻는 마음의 평온과 자유가 분명 존재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줍니다. 






총평하자면,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는 철학적 이론을 해설하는 책이기보다, 삶의 현실 앞에서 상처받고 지친 사람에게 “당신만 그런 게 아니다, 인생이 원래 그렇다. 그러니 그 안에서 나름의 평온을 찾자”라고 말해주는 다정한 안내서였습니다. 쇼펜하우어 특유의 비관을 빌리되, 거기서 무력감이 아니라 현실을 견딜 힘과 작은 자유를 길어 올리게 해 준다는 점에서, 마흔 전후의 독자에게 특히 깊이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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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와 M&A 트렌드 2026 - 변곡점 위에 선 거인의 다음 발걸음
조세훈 외 지음 / 지음미디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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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사모펀드와 M&A 트렌드 2026》은 “변곡점 위에 선 거인의 다음 발걸음”이라는 부제처럼, 규제와 여론, 시장 환경이 크게 바뀌는 시점에서 사모펀드와 M&A 시장이 어디로 향할지 짚어보는 책입니다. 이전 시리즈가 주로 ‘거대 자본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딜과 섹터를 보여줬다면, 이번 책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 사모펀드는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읽는 내내, 한때 자유롭게 커지기만 하던 사모펀드 산업이 규제·사회적 감시·산업 구조 변화라는 세 갈래 압력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 과정을 차분히 목격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책의 초반부는 2025년 한 해를 정리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저자들은 최근 몇 년을 “사모펀드에 지나친 자유를 준 시대의 끝자락”으로 규정합니다. 저금리·풍부한 유동성·규제 완화 덕분에 사모펀드 규모가 급팽창하고 M&A 시장이 활황을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부실 운용·이해상충·노동·소비자 측면의 사회적 갈등이 쌓였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특히 상법 개정, 차입매수(LBO) 규제 강화,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자기주식 활용 제한 등 제도 변화가 잇달아 예고·추진되면서, 사모펀드의 전통적인 레버리지·지배구조 개입 방식이 더 이상 예전처럼 작동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MBK파트너스·홈플러스 등 굵직한 사례를 통해 “먹튀 논란”과 그에 따른 여론 악화, 정책 변화의 인과관계를 짚어 주는 부분도 인상 깊었습니다.



그렇다고 책이 사모펀드를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저자들은 사모펀드가 “단순 재무적 투자자(FI)”를 넘어, 산업 재편과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규제가 강화되고 시장이 성숙해질수록, 단기 차익을 노리는 거래는 설 자리가 줄고,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본원적 가치를 키우는 ‘진짜 액티비스트’만 살아남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강조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모펀드는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수준이 아니라, 기술·인재·시장 접근 전략을 함께 제시하는 파트너로 변신해야 하며, 그렇지 못한 펀드는 LP와 사회 모두에게 신뢰를 잃을 것이라는 경고가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중반부의 ‘국내외 투자 트렌드’ 파트는 특히 흥미롭습니다. “대규모 블라인드를 만든 크레딧 펀드, 돈 쏠 일만 남았다”는 장에서 저자들은 전통 바이아웃 펀드 외에 크레딧·세컨더리 펀드의 부상을 자세히 다룹니다. 경기 불확실성과 고금리 환경 속에서, 지분 인수보다 회수 기간이 짧고 현금 흐름이 안정적인 크레딧·세컨더리 딜에 LP들이 눈을 돌리는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합니다. 기존 펀드의 LP 지분을 사들이는 세컨더리 투자는 회수 지연에 시달리는 글로벌 운용사들에겐 한숨 섞인 소식이지만, 다시 말해 “시장에 한 번 더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생태계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흥미로웠습니다. 이런 흐름을 읽으면서 ‘사모펀드=바이아웃’이라는 단순한 인식에서 벗어나, 자본 구조 전반을 설계하는 다양한 플레이어를 한 지도 위에서 보게 됩니다.



이 책의 백미는 후반부, 2026년 이후 유망 섹터 분석입니다. AI·데이터센터 인프라, 방산, 항공, 바이오, K-콘텐츠, 뷰티·미용기기, 폐기물·환경, 웰다잉(장례·장기요양·실버케어) 산업이 핵심 키워드로 다뤄집니다. 예를 들어 AI 섹터에서는 칩·서버를 넘어 전력·냉각·부지 등 데이터센터 인프라 전체를 하나의 투자 타깃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제시합니다. K-방산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재무장 흐름 속에서 안정적인 수출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단순 제조를 넘어 서비스·정비·훈련까지 묶은 “토털 솔루션 MRO” 비즈니스에 자본이 몰리는 현상을 분석합니다. K-콘텐츠와 뷰티·미용기기는 이미 체감하고 있던 붐을 M&A 관점에서 바라보게 만들고, 폐기물·환경 인프라는 규제산업이자 동시에 “장기적으로 수요가 줄지 않는 인프라 자산”으로 설명됩니다. 웰다잉 분야는 고령화·1인 가구 증가·가족 구조 변화 속에서 급성장 중인 영역으로서, 요양·장례·디지털 추모·자산 승계 서비스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사모펀드와 전략적 투자자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독자로서 가장 큰 울림을 준 점은, 이 책이 ‘돈의 향방’을 좇으면서도 결국 “좋은 자본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는 점입니다. 규제 강화와 비판 여론을 단순히 “장벽”으로만 보지 않고, 건강한 자본시장과 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조정 과정으로 해석하려는 태도가 인상 깊었습니다. 사모펀드가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고, 기업의 전략적 방향 전환을 도우며, ESG·노동·지역사회와의 관계를 함께 고민하는 파트너로 진화할 때, 비로소 ‘거인’이라는 존재가 사회와 공존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읽혔습니다.



총평하자면, 《사모펀드와 M&A 트렌드 2026》은 자본시장·PE업계 종사자뿐 아니라, 앞으로 5~10년의 산업 구조와 직업 지형 변화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도 유용한 책입니다. 신문 기사로는 흩어져 보이던 딜과 규제가 “변곡점 위의 한 장면”으로 묶이면서, 개별 기업과 개인의 커리어, 투자 전략까지 다시 돌아보게 만듭니다. 거대 자본의 다음 발걸음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내가 속한 산업과 삶의 방향을 다시 그려보는 일이라는 사실을, 이 책이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일깨워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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