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와 M&A 트렌드 2026 - 변곡점 위에 선 거인의 다음 발걸음
조세훈 외 지음 / 지음미디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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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사모펀드와 M&A 트렌드 2026》은 “변곡점 위에 선 거인의 다음 발걸음”이라는 부제처럼, 규제와 여론, 시장 환경이 크게 바뀌는 시점에서 사모펀드와 M&A 시장이 어디로 향할지 짚어보는 책입니다. 이전 시리즈가 주로 ‘거대 자본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딜과 섹터를 보여줬다면, 이번 책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 사모펀드는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읽는 내내, 한때 자유롭게 커지기만 하던 사모펀드 산업이 규제·사회적 감시·산업 구조 변화라는 세 갈래 압력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 과정을 차분히 목격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책의 초반부는 2025년 한 해를 정리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저자들은 최근 몇 년을 “사모펀드에 지나친 자유를 준 시대의 끝자락”으로 규정합니다. 저금리·풍부한 유동성·규제 완화 덕분에 사모펀드 규모가 급팽창하고 M&A 시장이 활황을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부실 운용·이해상충·노동·소비자 측면의 사회적 갈등이 쌓였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특히 상법 개정, 차입매수(LBO) 규제 강화,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자기주식 활용 제한 등 제도 변화가 잇달아 예고·추진되면서, 사모펀드의 전통적인 레버리지·지배구조 개입 방식이 더 이상 예전처럼 작동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MBK파트너스·홈플러스 등 굵직한 사례를 통해 “먹튀 논란”과 그에 따른 여론 악화, 정책 변화의 인과관계를 짚어 주는 부분도 인상 깊었습니다.



그렇다고 책이 사모펀드를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저자들은 사모펀드가 “단순 재무적 투자자(FI)”를 넘어, 산업 재편과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규제가 강화되고 시장이 성숙해질수록, 단기 차익을 노리는 거래는 설 자리가 줄고,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본원적 가치를 키우는 ‘진짜 액티비스트’만 살아남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강조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모펀드는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수준이 아니라, 기술·인재·시장 접근 전략을 함께 제시하는 파트너로 변신해야 하며, 그렇지 못한 펀드는 LP와 사회 모두에게 신뢰를 잃을 것이라는 경고가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중반부의 ‘국내외 투자 트렌드’ 파트는 특히 흥미롭습니다. “대규모 블라인드를 만든 크레딧 펀드, 돈 쏠 일만 남았다”는 장에서 저자들은 전통 바이아웃 펀드 외에 크레딧·세컨더리 펀드의 부상을 자세히 다룹니다. 경기 불확실성과 고금리 환경 속에서, 지분 인수보다 회수 기간이 짧고 현금 흐름이 안정적인 크레딧·세컨더리 딜에 LP들이 눈을 돌리는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합니다. 기존 펀드의 LP 지분을 사들이는 세컨더리 투자는 회수 지연에 시달리는 글로벌 운용사들에겐 한숨 섞인 소식이지만, 다시 말해 “시장에 한 번 더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생태계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흥미로웠습니다. 이런 흐름을 읽으면서 ‘사모펀드=바이아웃’이라는 단순한 인식에서 벗어나, 자본 구조 전반을 설계하는 다양한 플레이어를 한 지도 위에서 보게 됩니다.



이 책의 백미는 후반부, 2026년 이후 유망 섹터 분석입니다. AI·데이터센터 인프라, 방산, 항공, 바이오, K-콘텐츠, 뷰티·미용기기, 폐기물·환경, 웰다잉(장례·장기요양·실버케어) 산업이 핵심 키워드로 다뤄집니다. 예를 들어 AI 섹터에서는 칩·서버를 넘어 전력·냉각·부지 등 데이터센터 인프라 전체를 하나의 투자 타깃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제시합니다. K-방산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재무장 흐름 속에서 안정적인 수출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단순 제조를 넘어 서비스·정비·훈련까지 묶은 “토털 솔루션 MRO” 비즈니스에 자본이 몰리는 현상을 분석합니다. K-콘텐츠와 뷰티·미용기기는 이미 체감하고 있던 붐을 M&A 관점에서 바라보게 만들고, 폐기물·환경 인프라는 규제산업이자 동시에 “장기적으로 수요가 줄지 않는 인프라 자산”으로 설명됩니다. 웰다잉 분야는 고령화·1인 가구 증가·가족 구조 변화 속에서 급성장 중인 영역으로서, 요양·장례·디지털 추모·자산 승계 서비스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사모펀드와 전략적 투자자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독자로서 가장 큰 울림을 준 점은, 이 책이 ‘돈의 향방’을 좇으면서도 결국 “좋은 자본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는 점입니다. 규제 강화와 비판 여론을 단순히 “장벽”으로만 보지 않고, 건강한 자본시장과 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조정 과정으로 해석하려는 태도가 인상 깊었습니다. 사모펀드가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고, 기업의 전략적 방향 전환을 도우며, ESG·노동·지역사회와의 관계를 함께 고민하는 파트너로 진화할 때, 비로소 ‘거인’이라는 존재가 사회와 공존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읽혔습니다.



총평하자면, 《사모펀드와 M&A 트렌드 2026》은 자본시장·PE업계 종사자뿐 아니라, 앞으로 5~10년의 산업 구조와 직업 지형 변화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도 유용한 책입니다. 신문 기사로는 흩어져 보이던 딜과 규제가 “변곡점 위의 한 장면”으로 묶이면서, 개별 기업과 개인의 커리어, 투자 전략까지 다시 돌아보게 만듭니다. 거대 자본의 다음 발걸음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내가 속한 산업과 삶의 방향을 다시 그려보는 일이라는 사실을, 이 책이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일깨워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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