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 - 신경과학자가 밝혀낸 운명의 신호
타라 스와트 지음, 이영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타라 스와트의 「The Signs」는 ‘우주가 보내는 사인’이라는 다소 신비롭게 들리는 주제를, 신경과학자의 시선으로 해부하면서도 끝까지 그 경이로움을 훼손하지 않는 독특한 책이었습니다. 흔히 직관과 징조, 영적 경험은 과학과는 대척점에 있다고 느끼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두 영역을 충돌시키기보다 조심스럽게 연결하며,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기묘한 우연과 ‘이상하게 마음에 남는 장면들’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책의 출발점이 저자 자신의 상실 경험이라는 사실은 이 이야기에 특별한 진정성을 부여합니다. 남편을 잃은 뒤, 그녀는 남편의 이름과 겹치는 상징(책에서 반복 등장하는 robin, 로빈)을 주위에서 계속 마주치며, 그것을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감각에 사로잡립니다. 신경과학자로서 냉정한 설명을 잘 알면서도, 동시에 위로와 연결감이 분명히 존재하는 이 체험 앞에서, 저자는 “이 현상을 과학의 언어로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독자로서 저는, 과학과 영성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저자의 솔직한 태도 덕분에, 이 책이 단순한 ‘영적 자기계발서’ 이상이라는 신뢰를 갖게 되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저자가 ‘사인’을 단순히 초자연적 메시지로만 다루지 않고, 우리의 뇌가 정보를 필터링하는 방식과 연결해 설명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책에서 중심적으로 다루는 개념 중 하나가 바로 망상 활성계(reticular activating system)입니다. 우리는 무한한 양의 자극 속에 살고 있지만, 뇌는 그중 극히 일부만을 걸러 의식의 전면으로 올려 보냅니다. 이때 우리가 어떤 ‘의도’를 분명히 세우거나, 특정 주제에 강한 감정적 에너지를 쏟을수록, 그에 맞는 자극들이 눈에 더 잘 띄게 되는데, 저자는 이 과정이 곧 우리가 ‘사인’을 경험하는 하나의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설명을 통해, “우주가 날 위해 움직인다”는 식의 단순한 논리 대신, 우리의 의식이 세계를 어떻게 다시 구성하는지를 이해하게 되어 흥미로웠습니다.



그렇다고 저자가 모든 ‘사인’을 단지 뇌의 착시로 축소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책의 힘은, 과학적 설명이 가능한 부분을 충분히 짚은 뒤에도, 남는 여백을 정직하게 인정하는 태도에서 나옵니다. 그녀는 우리가 느끼는 직관, 예감, 설명하기 어려운 연결감이 비단 뇌의 작용만으로 환원되지 않을 수 있음을 열어 둔 채, 이러한 경험이 인간에게 왜 중요한지, 어떻게 삶의 방향을 잡는 나침반이 될 수 있는지를 차분히 서술합니다. 이 균형감 덕분에, 독자는 ‘사인’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도, 냉소적으로 부정하는 것도 아닌 제3의 태도―열린 마음으로 관찰하고, 삶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해석하려는 태도―를 상상해 보게 됩니다.





책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지점은, 직관을 ‘생존과 적응을 위해 진화한 정교한 정보 처리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대목이었습니다. 저자는 장과 뇌의 연결(이른바 gut feeling), 신체 감각과 감정의 관계, 우리가 의식적으로 말로 설명하기 전 단계에서 이미 이루어지는 패턴 인식 과정을 다루며, 왜 어떤 선택 앞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끌림이나 거부감이 먼저 찾아오는지 설명합니다. 이런 설명을 읽으며, 그동안 제가 ‘근거 없는 느낌’이라고 무시해 온 감각들이 사실은 오랜 경험과 기억, 몸의 반응이 응축된 결과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이를 무조건 따르라고 말하지 않지만, 최소한 “논리와 감각을 동등한 정보원으로 놓고 함께 검토하라”고 권합니다.



또 하나 인상적인 부분은, 저자가 에피제네틱스(epigenetics)를 통해 ‘몸이 기억하는 것들’을 이야기하는 대목입니다. 우리의 유전자 발현은 환경과 경험에 의해 조절되고, 그 변화가 다음 세대로도 일부 전해질 수 있다는 연구들을 소개하면서, 그녀는 “우리 몸은 마음이 오래전에 잊어버린 것들을 기억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말합니다. 트라우마, 상실, 반복되는 관계 패턴 등이 단지 개인의 성격 문제를 넘어, 깊은 생물학적 흔적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은, 영적 전통에서 말하는 ‘조상의 기억’과 현대 과학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만나는 지점을 보여 줍니다. 이 부분은 다소 논쟁적일 수 있지만, 인간 경험의 층위를 넓게 바라보려는 저자의 시도가 인상 깊었습니다.





이 책이 단순한 이론서에 머물지 않는 이유는, 저자가 독자에게 실제로 ‘사인을 읽는 법’을 훈련시키려 하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명상, 저널링, 자연 속에서의 고요한 시간 보내기, 몸의 감각에 집중하는 간단한 연습들을 제안하며, 이런 실천들이 우리의 내부 상태를 더 섬세하게 느끼게 만들고, 그 결과 외부 세계에서 떠오르는 상징과 우연을 더 잘 포착하게 한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며, 현대인의 번아웃과 결정 피로가 결국 ‘자기 자신과의 연결 단절’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인을 읽는다는 것은, 거창하게 말해 우주의 메시지를 받는 일이기 전에, 자기 안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총평하자면, 「The Signs」는 과학을 무기로 영성을 부정하거나, 영성을 내세워 과학을 무시하는 양극단의 태도에서 벗어나, 두 영역을 서로를 비추는 거울로 세워 둔 책입니다. 책을 덮고 나니, 세상이 갑자기 기적과 징조로 가득 차 보인다기보다는, 내가 이미 보고 있었던 것들을 조금 더 주의 깊게, 의미를 담아 바라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결과적으로,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장면과 우연을 통해 “지금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묻도록 이끄는, 조용하지만 여운이 있는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