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졌을 때 '어린아이가 바라보는
맑은 마음'을 최우선으로 지키자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일주일간 빛을 받고 아름다움을 내뿜었지만,
전시가 끝나면 내 방 한구석에서 먼지나 먹게 될 운명을 바라보는
것도, “쓰다가 망친 작품 있으면 나를 달라.”는 농담을 듣는 것도,
서예를 한다는 나만 보면 무작정 “좌우명 한 번만 그냥
대충 써서 달라."는 사람들의 말에 실없이 웃는 것도,
반강제적으로 작품을 가져가면서 “너무 고마우니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다 먹어라.”는 사람들의 말에 차라리 밥값을 돈으로
주었으면 싶은 괴로운 생각까지.
그런 생각이 하나 둘 손을 들고 일어나면 마음에 먼지가 쌓여서
'맑은 마음이 점점 탁해져
가는 것 같아 두려웠다.(P.150)
그녀가 적은 글들에는 묵향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서예가가 어떻게 아름다운 글을 빗어내는지 신기할 정도다. 마치 한권의 시집을 읽는것 같은 느낌이기도 하다. 서예가라기 보다는 수필가가 더 어울릴것 같은 문장력에 미소도 지어본다.
그녀가 적은 글들을 읽노라면 명쾌한 성격에 무척 소박한 예술가라는 느낌이 든다.
한 대목 대목마다 사실적인 묘사기법들이 실제 내가 그런 당사자인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마치 긴 산문의 시를 접한것 처럼. 그래서 읽음에 대한 친근감이 더 한지도 모른다.